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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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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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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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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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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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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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해남파

DUMMY



민혁은 해남파로 향했다.


현무성 분타들의 도움을 받아 마차와 말을 바꿔가며 밤낮으로 달려 열흘 만에 해남도로 들어가는 항구인 신강현에 도착했다.


그곳에 있는 현무성의 비밀 분타는 제법 규모가 큰 객잔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층 구석진 방을 얻은 후 슬쩍 현무령을 점소이에게 보여 주었다.


자시가 되어 대부분의 손님이 떠난 후 50대 초반에 마르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초로의 노인이 들어와 엎드리며 인사를 올렸다.


"5대 제자 ‘강전수’가 성주님을 뵙습니다. 진호충 사형에게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민혁이 물었다.


"강 타주! 이곳 본성의 제자는 몇 명인가?"


"5대 제자는 저 혼자이며 6대 제자 8명이 있습니다. 이곳은 수미도와 가까이 있어 다른 곳보다 6대 제자가 많은 편입니다. "


"중원에서의 정세변화는 없는가?"


"특별한 소식은 없었습니다. 무림 전체가 무엇을 기다리는 듯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수면은 잔잔한데 물속은 회오리가 치고 있겠군. 이곳은 어떤가 ?"


"해남파 소교주가 중원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로 이틀에 한 번씩 운행하던 정기선을  5일에 한 번으로 줄일 정도로 해남파는 두문불출하고 있습니다. 혹시, 성주님께서 직접 해남파로 들어가실 겁니까 ?"


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주에게 부탁할 것이 좀 있어 내가 직접 들어가야 만하네."


"배는 이틀 후에 뜹니다. 그런데 성주님! 이번 배를 타실 때 눈 여겨 볼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보시게 되겠지만 4명씩 움직이는 두 무리가 있는데 서로 모르는 척 행동하고 있지만 저희 눈엔 해남도로 들어가려 하는 내시들로 보입니다. 잠을 잘 때도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는 것이 중요한 임무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음...알겠소.  그런데 이곳 6대 무사들의 실력은 어떠한가?"


"제가 이곳에 정착하기 전에 거둔 아이들이라 나이는 30대 후반을 이루고 있고 수련기간도 20년이 넘은 터라 6대 무사들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 명의 6대 제자와 강타주도 같이 들어갑시다."


"예 알겠습니다! 더 하명하실 것이 없으시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


@@


다음날 아침 점소이의 안내로 식당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 중 강전수의 말대로 네 명씩 두 무리가 앉아 있는 식탁이 눈에 들어왔다.


한 식탁의 무리는 부유한 복장의 문사 차림이고 다른 쪽은 허름한  장사치 복장을 하였으나 풍기는 기도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무림인 이었다.


그들 모두는 목젖이 없었고 그 나이에 있어야 할 수염도 없어 조금만 자세히 보면 어릴 때부터 거세를 당한 내시임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날 밤 민혁은 천이통을 발휘해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각주님~. 만약 방 내관이 황제의 친서를  보여줘도 배를 내주지 않는다면 어떡할까요?>


각주라 불리는 자가 대답했다.


<<해남파는 족장이자 문주인 무 늙은이 말만 듣기 때문에 죽인다고 해서 얻을 것이 없다.  그의 유일한 혈육인 손자를 생포해서 위협한다면 틀림없이 배를 내줄 것이니 걱정 말거라. >>


@@@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한 배는 정오가 되어서야 해남도에 도착했다.


빠른 걸음으로 해남파에 도착한 민혁은 문지기에게 동정호에서 해남파 소문주 ‘무한신’에게 받은 신물인 옥 갈매기를 내밀었다.


그것을 본 문지기는 민혁과 일행을 지객당으로 안내한 뒤 내전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무한신은 신법을 발휘하며 나는 듯이 달려와 민혁의 두 팔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는 오랜만에 엄마를 만난 아이처럼 소리쳤다.


"형님~~!! 어떻게 소식도 없이 오셨습니까?"


"동생,  아까 보여준 신법을 보니 내공이 많이 늘었는걸 ?"


"헤 –헤~~  쑥스럽습니다. 형님 덕분에 해남파의 무공이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해남파 전 무사들이 밥도 거르고 잠도 줄여가며 수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 형님을 몹시 뵙고 싶어 하시니 어서 같이 가시지요~~"


"그래 가자. 나도 문주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으니까."



키는 작았으나 우람한 체격에 멋진 은빛 수염을 늘어뜨린 해남파 문주는 민혁을 마치 구세주 대하듯 했다.


"부족한 제 손자의 목숨을 여러 번 구해 주시고 잃어버린 심법을 돌려주신 대협의 은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심법 때문에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대협께서는 봉황성과 어떠한 관계가 있으신지요..? "


민혁은 깜짝 놀랐다!  강호에서도 아직 짐작 못하고 있는 자신의 정체를 뭔가 아는 듯 묻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오히려 되물었다.


"문주님이 봉황성을 아시나요? "


"그럼요. 봉황성은 저희 해남파의 시조이자 구원자이십니다.


저도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150여 년 전 그 해에는 태풍이 유난히도 여러 번 왔다고 합니다.


늦은 가을 전례에 없던 태풍이 몰아쳐 많은 배가 파손되어 사람들 또한 많이 죽었습니다.


그때 자신을 봉황 성주라고 하는 분의 배가 거의 반파 되다시피 해서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왜국의 해적들도 태풍에 떠밀려 이곳으로 오게 되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이곳 해남도는 해적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섬 이였고 모두가 농사와 물고기를 잡으며 평화롭게 살고 있던 곳이라 무공을 하는 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태풍으로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딘 해적들의 칼날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부족의 많은 남자들이 죽임을 당하고 아녀자들도 노리개로 전락했습니다.


그때 봉황 성주님이 왜국의 해적들을 모두 물리쳐 주시고 저희들에게 스스로를 지키라며 심법과 한 가지 검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저희들이 이름 붙인 해왕심법이고 검법은 지금 제자들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된 섬에 있던 다른 부족의 족장 아들이 심법과 검법이 든 상자를 훔쳐 도망가는 바람에 심법은 실전되었고 검법은 초라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민혁은 이미 오래전부터 닿아 있던 인연이 놀라워 사실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문주님, 제가 현무성의 5대 성주 성민혁입니다. 저희 할머님이 봉황성의 성주이시죠. "


그 말을 들은 백발의 해남파 장문인과 소문주 무한신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을 간신히 앉힌 후 민혁은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 사조님이 남기신 검초는 현무성의 화룡24초라고 합니다. 


용이 내뿜는 불길처럼 뜨겁고 초식의 방향을 알기 힘든 것이 특징이죠.


제가 떠나면서 두 사람의 현무성 제자를 남길 테니 그들에게 검초의 정수를 배운다면 중원의 구대문파와 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사조님께서는 이곳 남자들을 위해 봉황성의 무공이 아닌 현무성의 무공을 남기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큰 부탁이 있어서입니다."



문주와 소문주는 감격에 겨워 떨리는 목소리로


"무슨 말씀이시든지 하명만 하시면 분골쇄신 하겠습니다."



@ @ @ @ @



그날 오후부터 해남파는 물론 부족 사람들까지 모두 모여, 해남파 개파이래 최대의 잔치가 벌어졌다.


바다에서 나오는 생선은 물론 섬에서만 나오는 흑돼지 통구이와 줄무늬 흑소 등 해남도에서 나는 각종 특산물이 산해진미를 이루었고 뱀으로 담근 백사주와 청사주등이 한껏 흥을 고무시켰다.


민혁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신나고 흥겹게 지낸 적이 없었다.


문득 이런, 어우러진 삶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치가 무르익은 저녁 무렵, 4명의 검을 차고 죽립을 쓴 무리와 황실 복장으로 갈아입은 또 다른 무리가 해남파 문주 앞에 섰다.


그 중 황궁 복장을 한 방내관이 소매 속에서 황금 빛 용으로 장식된 황제의 칙서를 펼치며 


"해남파 장문인 무진환은 황명을 받들라!!"  하며 큰소리를 질렀다.


이런 경우, 모든 사람들은 족자 앞에 엎드려 '황명을 받들겠습니다!'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무진환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그게 무슨 말 방귀 뀌는 소리야?'  하는 듯 쳐다보다가 "말해 보거라." 하는 것이 아닌가?


방내관은 어이없고 기가 막혀


"이 무식한 섬 놈! 어찌 이리 무엄할 수가 있느냐!! 네놈이 감히 황실을 능멸 하려는 게야..?" 하며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였다.



그때 무한신이 나서며


"야! 이 불알도 없는 놈들이 감히 할아버님 앞에서 큰소리를 치느냐?"  하면서 삿대질을 하며 술에 취한 듯 휘적휘적 앞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검을 찬 각주가 두 눈을 빛내며 비호같은 신법을 발휘해 칼을 무한신 목에 들이대며 낚아채려 했다.


사실 비틀대며 휘적이던 그는 무한신이 아니라 소문주로 위장한 민혁이었다!


각주에게 잡힐 듯 민혁이 가슴팍으로 파고들며 순식간에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빠르게 뒤로 돌아가 두 무릎을 연속으로 발로 차 꺽어 버린 후 등을 후려치자 각주는 땅바닥에 통나무처럼  엎어졌다.


그의 등을 밟고 힘을 가하자 '우두득' 하며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칼을 쥔 손은 하늘을 향해 버둥거리지만 어떤 저항도 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힘을 가하면 부서진 갈비뼈가  심장을 찔러 그는 피를 토하고 죽을 상황이었다.


늘 그렇게 죽여 왔고 지금 또 그렇게 하려는 순간 민혁의 눈에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고통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왠지 지금 그를 밟아 죽인다면 자신을 극진하게 대해준 주변 섬사람들이 자신을 잔인하다 여길 거란 생각이 들었다.


민혁은 ‘누군가의 생사를 가른다는 것은 무엇일까?’하며 삶과 죽음의 열쇠를 쥔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순간적으로 멈칫하였다.


그때 마침 양 옆에서 다가온 강전수와 6대 제자가 나머지 내관들과 무사들을 제압했다.


순식간에 8명 모두는 길바닥에 패대기쳐 진 개구리가 되었다.


민혁이 물었다.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


부서지는 갈비뼈 소리를 들은 내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배 10척을 징발하여 봉황성을 칠 때 쓰라는 태감님의 명령 때문에 왔습니다."


일의 심각성을 느낀 민혁이 명령했다.


"강타주! 이놈들을 분타로 끌고 가 놈들의 조직과 위치를 알아내시오."


"예 알겠습니다."


민혁은 다음날,  밤새도록 이어진 환송연을 받은 후 두 척의 배를 끌고 봉황성이 있는 수미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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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남궁세가 (2부 5화) 24.07.06 12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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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야식 (2부 3화) +1 24.07.03 164 2 10쪽
39 열화대전 (2부 2화) 24.07.01 162 2 9쪽
38 다시도는 수레바퀴 (2부 1화) +2 24.06.28 18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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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성도행 일전쌍조(成道行 一箭雙鵰) 24.06.26 166 3 12쪽
35 소림사의 치욕 24.06.24 165 3 12쪽
34 섭혼술 24.06.22 16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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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극락전과의 혈투 24.06.15 175 3 10쪽
30 아수라 마경의 비밀 24.06.14 171 3 14쪽
29 구음절맥 24.06.13 168 3 10쪽
28 북해빙궁 24.06.11 171 4 8쪽
27 극락조와 열화신단 24.06.09 179 4 7쪽
26 천축사의 비극 24.06.07 171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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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막의 별 24.06.05 175 4 9쪽
23 요화공주 24.06.03 182 4 10쪽
22 계화 난의 비밀 24.06.02 215 4 10쪽
21 칠성검진 24.06.01 204 4 9쪽
20 백팔 나한진 24.05.31 225 4 9쪽
19 천지합일신공의 완성 24.05.29 225 5 9쪽
18 수레바퀴의 비밀 24.05.27 212 5 9쪽
» 해남파 24.05.24 225 6 11쪽
16 금사교의 멸문 24.05.22 22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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