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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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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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700

작성
24.06.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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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추천
4
글자
8쪽

천축사의 비극

DUMMY


마침내 일행은 사막을 횡단하여 천축사에 도착했다.


민혁은 거인성의 일행으로 위장해 천축사로 들어갔다.


무표정하고 우울한 듯 한 스님들의 안내로 들어간 접객루에는 이미 여러 명의 사람들이 와 있는 듯 각 방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거인성은 대륙의 제 일 부호인 남궁세가의 손님답게 2층의 넓고 좋은 방으로 배정되었다.



잠시 후, 주지 스님을 만나고 온 거인성이 씩씩거리며 들어와 민혁에게 분한 듯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협, 이틀 후 보름달이 뜨면 극락조가 알을 낳으러 온답니다.


그런데 주지가 세가와의 약속과는 다르게 알을 지키는 영수로부터 알을 빼앗아 오는 사람에게 50알의 열화신단을 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여든 것입니다.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불로장생을 꿈꾸는 부자들이 고용한 무사들입니다."


민혁이 웃으며 말했다.


"거대협이 알을 가져오면 은자를 지불하고 살 필요가 없어 좋은 것 아닙니까?"


거인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 이곳 천축사는 산 중턱에 있는 동굴에서 암염이 많이 나옵니다.


은자가 전혀 부족함이 없는 곳인데 이번 주지가 알을 이용해서 황금을 벌려고 하는 수작이 마음에 걸립니다."


저녁 공양을 마친 후 각자 방에 들어 운기 조식을 한 후 잠자리에 들려 할 때 민혁의 귀에 불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불호 소리는 일반적인 ‘전음입밀’이 아니라 육갑자 이상의 내공을 소유해야 낼 수 있고 들을 수도 있는 ‘천리전음’의 소리였다.


민혁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누군가가 육갑자 이상의 내공을 소유한 사람을 부르는 것만 같았다.


창문을 통해 누각을 벗어나 잠행술을 펼쳐가며 소리를 쫓아 천축사를 벗어났다.


그 불호 소리는 산 중턱에 있는 어느 동굴에서 나오고 있었다.


동굴 입구를 지키는 두 명의 중을 무풍 회선지로 수혈을 짚어 제압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불빛 하나 없는 동굴 속이었지만 민혁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참을 들어가니 얼굴이 온통 주름투성이에 덥수룩한 백발의 수염을 한 노인이 벽에 기대어 염불을 하고 있었다.


민혁이 가까이 다가가자 두 눈을 번쩍 뜬 노인은 다짜고짜 강력한 일장을 내뻗었다.


불의의 급습을 당한 민혁은 어쩔 수 없이 같이 일장을 뻗었다.


'쾅!!!'


폭음이 일어나며 동굴 천장에서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지고 동굴 전체가 몸서리를 쳤다.


일장을 교환한 후 노인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야, 너는 현무성과 어떤 관계냐?"


민혁은 그 노인의 눈에서 악의가 없음을 파악하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현무성의 오대 성주, 성 민혁이라 합니다."


그러자 노인은 "부처님 감사합니다."라며 불호를 읊조렸다.


민혁은 자신을 알아보는 노인에게 친근감이 들어 물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어찌 저의 정체를 금방 알아보셨습니까?"


그러자 '휴--' 하는 한숨과 함께 노인이 말했다.


"내가 너의 삼대 성주, 그러니까 너에게는 증조부가 되겠구나.


그분과 나는 깊은 인연이 있단다.


또한 천축사도 너의 현무성과 아주 깊은 관계가 있다."며 천축사와 현무성의 오래된 관계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보이찰산 정상에는 커다란 구멍이 땅으로 연결되어 있어 백 년에 한 번 그 구멍을 통해 극락조가 알을 낳으러 온단다.


그런데 그 알을 지키는 영수는 강력한 양기와 열독을 내뿜어 어느 누구도 삼장 이내로 접근할 수가 없다.


영수는 알을 자신의 열기로 백일 동안 품어 극락조로 부화시켜서 날아가게 한다.


그런데 영수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극양의 신체, 즉 태양지체를 타고난 사람만이 가능하단다.

.

태양지체만이 괴물의 열기와 독을 이겨낼 수 있어 현무성의 시조이신 제 일대 성주님과 삼대의 증조부께서 알을 구해 천축사에 주셨다.


천축사의 무공 또한 ‘태양심법’이라 할 정도로 극양의 성격을 지닌 무공이라 열화신단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물로 여겨진다.


무공이 뛰어난 자들을 대련을 통해 선별 한 후 신단을 복용시켜 증진된 내공으로 천축사를 지금껏 지킬 수 있었단다."


민혁은 노인에게 물었다.


"그런 천축사가 신단을 이용해 은자를 갈취하려 하고, 주지는 남색을 즐기는 등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노인은 또 한 번 깊은 한숨과 함께 수행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눈물까지 주르룩 흘렸다.


"모두가 다 내 탓이다." 하며 말을 이었다.


"5년 전 이곳 동굴에서 입적을 준비하기 위해 마지막 폐관에 들며 나의 수제자에게 주지 자리를 물려주었다.


주지가 된 수제자는 주지들만 들어갈 수 있는 조사동에서 금서로 정해진 초창기 밀교에 관한 책을 읽고 말았다.


천축사는 오백 년 전 서하국에서 발원한 종교 단체였다.


그 당시에는 아직 불법이 일어나지 않았고 당시의 토속 신앙인 ‘뵌교’를 통해 인간은 윤회의 고통 속에서 산다고 믿었다.


그 윤회를 끊는 방법 중에 불살생, 무소유 등의 실천과 행위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지나교’와, 본능적인 기를 영적인 기로 바꾸어 깨달음에 도달하는 신비적이고 주술적인 ‘밀교’가 있었다.


그 밀교의 수행법 가운데는 남녀 간의 성행위를 통해 극한의 환희에 도달하여 깨달음을 얻는 수행법이 있었다.


주지는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오백 년 전의 밀교에 빠져들고 말았단다.


결국 환희경과 환희심법까지 심취해 마침내 남색까지 하게 되었고 일부 장로들 또한 주지의 환희경에 같이 빠져 그들은 천축사를 불법의 땅에서 아수라의 땅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죽으려고 이곳에 들어온 나를 살려두는 것은 열화신단을 제조하는 데 육갑자 이상의 내공이 필요하고 제조 비법을 나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천잠사로 묶어놓고 만약 신단을 만들지 않는다면 잡아온 신도는 물론 제자들까지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단다.


그래서 죽지도 못하고 태양지체인 현무성의 후예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민혁은 한숨이 나왔다.


수십 년간 수행을 한 수행자가 불법을 펼쳐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평안과 희망을 주지는 못하고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민혁은 동굴 속 전임 주지와 앞으로의 계획을 숙의한 후 방으로 돌아왔다.


@ @ @ @ @


보이찰 산의 중턱 수많은 동굴들 앞 광장에 군웅들이 보름달과 극락조를 보기 위해 모였다.


사막의 달은 서쪽으로 지는 노을과 함께 반대편 동쪽에서 떠오른다.


사막의 노을이 대지를 금빛으로 물들일 때 달은 일출의 태양보다 거대하고 당당하게 두둥실 떠오른다.


사막에서 별이 희미하게 사라지는 때는 보름달이 떠오를 때 뿐이다.


초저녁에 떠오른 달은 중천으로 올라갈수록 크기가 점점 커져 사막의 달은 대지를 덮는 장관을 연출한다.


사막의 태양은 감히 바라볼 수 없는 강렬한 빛의 무서움이라면 사막의 달은 그리움의 붓으로 화폭 가득 채워진 어머님의 얼굴이다.


보름달이 보이찰산의 정상을 향해 다가올 때 남쪽 지평선 끝에서 두 개의 점이 접근 하는 것이 민혁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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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1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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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대탈출 (2부 7화) 24.07.10 11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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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야식 (2부 3화) +1 24.07.03 165 2 10쪽
39 열화대전 (2부 2화) 24.07.01 16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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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멈춘 수레바퀴 (1부 완결) 24.06.28 156 3 10쪽
36 성도행 일전쌍조(成道行 一箭雙鵰) 24.06.26 169 3 12쪽
35 소림사의 치욕 24.06.24 168 3 12쪽
34 섭혼술 24.06.22 166 3 9쪽
33 마교 교주와의 만남 24.06.20 161 3 11쪽
32 흑운교의 비밀 24.06.18 168 4 7쪽
31 극락전과의 혈투 24.06.15 180 4 10쪽
30 아수라 마경의 비밀 24.06.14 175 4 14쪽
29 구음절맥 24.06.13 172 4 10쪽
28 북해빙궁 24.06.11 176 4 8쪽
27 극락조와 열화신단 24.06.09 182 4 7쪽
» 천축사의 비극 24.06.07 175 4 8쪽
25 사막의 모래폭풍 24.06.06 177 4 8쪽
24 사막의 별 24.06.05 178 4 9쪽
23 요화공주 24.06.03 185 4 10쪽
22 계화 난의 비밀 24.06.02 218 4 10쪽
21 칠성검진 24.06.01 207 4 9쪽
20 백팔 나한진 24.05.31 228 4 9쪽
19 천지합일신공의 완성 24.05.29 228 5 9쪽
18 수레바퀴의 비밀 24.05.27 215 5 9쪽
17 해남파 24.05.24 22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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