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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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작품등록일 :
2024.05.29 11:17
최근연재일 :
2024.09.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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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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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보다

DUMMY

면접 대기실에 들어서자,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행정 보조 1명을 뽑는데, 면접 대상자가 무려 13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고 나서 3명이 나중에 더 들어와 면접 대상자는 총 17명이 되었다.



면접을 기다리는 우리들은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눈빛이 총명해 보이고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가 나에게 물었다.



“행정 보조로 면접 보는거 맞아요?”



“네...그 쪽도?” 나는 놀라서 물었다.



그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17명이 모두 자기들은 내가 봤던 그 행정 보조 업무의 서류 전형에 합격한 사람들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17명 가운데 의사 면허증 소지자도 있었고, 호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있었고, 5급 공무원을 하다가 휴가를 내고 지원한 사람도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국가과학정보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 대단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쟁쟁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뽑힐 가망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의사 면허증을 가진 사람이 행정 보조 업무에 왜 지원한단 말인가?



17명은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술렁거렸다. 가장 스펙이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국내 유명 사립대 생명공학과를 갓 졸업한 25살 청년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스펙을 듣더니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 순간 정보국 직원이 파일을 훑어보며 들어와 우리에게 말했다.



“17명 다 온 것 같군요. 면접은 4명씩 들어가는데, 마지막 그룹은 5명 들어갑니다. 그럼 첫 그룹을 호명하겠습니다. 바로 앞으로 나와주시죠.”



직원이 첫 번째 면접 그룹 4명의 이름을 불렀고, 거기에 내 이름은 없었다.



호명된 4명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눈치를 살폈다.



그 중에서 체구가 뚱뚱하고 머리가 많이 벗겨진 남자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순 행정 보조라면서 왜 이렇게 쟁쟁한 사람들이 온 거지? 그리고 면접 대상자를 한 4-5 명만 추려서 부를 것이지 17명이나 부르고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그러자 의사 면허증을 가진 자가 말했다.



“저는 의사 자격증은 있지만 누구를 진료해 본 적이 없어요. 군의관 때 말곤요. 대학교에서 기초의학 연구만 좀 하다가 그것도 건강이 안 좋아져서 3년은 쉬었구요”



의사가 말을 마치자 모두 조용해졌다.



“그래도 여기는 님이 올 만한 데는 아닌 거 같네요” 뒷자리에 앉아 있던 3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아줌마가 대꾸했다.



의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책상 모서리만 바라봤다.



“저는 여기 행정 보조 업무를 하면서 인맥을 쌓고, 나중에 연구원 자리가 나면 지원해 볼 생각입니다” 호주에서 박사학위를 땄다는 남자가 말했다.



“너무 이기적이네요. 박사학위가 있으면 처음부터 연구원으로 지원을 하셔야죠” 명문대 생명공학을 전공한 청년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여기 지원하는건 제 자유죠. 댁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 거 같네요” 호주 박사가 청년의 말을 맞받아쳤다.



청년은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아까 들어왔던 직원이 다시 들어왔다.



“다음 그룹을 부르겠습니다. 000, 000, 000, 000”



다른 네 명이 호명되었고, 두 번째 그룸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두 번째 그룹 역시 첫 번째 그룹과 마찬가지로 약 15분 정도 지나자 면접이 끝났다. 이번에는 직원이 세 번째 그룹을 호명했는데 거기에 내 이름이 있었다. 의사와 호주 박사 그리고 뚱뚱한 대머리와 같은 그룹이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복도 끝 왼쪽에 있는 회의실에 들어갔다. 복도는 매우 깔끔했으며, 벽에 유화 같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면접관은 오직 2명뿐이었다. 한 명은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수염을 기른 60대 초반 정도의 남자였고, 옆에 앉은 남자는 호리호리하고 안경을 쓴 매서운 눈매의 40대 후반 정도의 남자였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60대 면접관이 우리를 휙 둘러보더니 말했다.



“저기 오른쪽부터 인생관 1분 안에 말해주세요”



나는 그가 지목한 의사와 반대 방향 맨 끝에 앉아 있어서, 말하는데 맨 나중이었다. 질문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느꼈다.



의사는 갑작스런 인생관 질문에 잠시 숨을 고르더니 대답하기 시작했다.



“저의 인생관은 생명 존중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돈이 많고 업적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다음!”



의사가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60대 면접관은 쇳소리로 외쳤다.



“네?” 의사가 어리둥절해하며 묻자 60대 면접관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다음 사람 말하라고!”



“저 아직 안 끝났는데요” 의사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40대 면접관이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000씨, 면접 인원이 많으니 짧은 몇 문장이면 됩니다.”



의사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고개를 떨구었다.



“저의 인생관은 진리의 탐구, 객관화된 사실 추구입니다. 이상입니다” 호주 박사는 짧게 답변을 마쳤다.



“다음!” 60대 면접관이 외쳤다.



“저의 인생관은 맡은 바 임무에 성실히 최선을 다 하자입니다. 이상입니다” 뚱뚱한 대머리 사내도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다음!” 고개를 드니 60대 면접관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지난 이틀 동안, 그리고 버스에서 3분 자기소개를 열심히 외워왔는데 인생관을 한두 문장으로 말하라니....게다가 60대 면접관의 독사 같은 눈빛은 내 뇌기능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저는 인생관이 따로 없는데요. 그냥 인생관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습니다”



순간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60대 면접관은 두 손을 깍지 끼고 나를 잡아먹을 듯이 뚫어져라 쳐다봤다. 40대 면접관이 뭐라고 귓속말로 말하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60대 면접관이 손을 들어 아까 우리를 안내했던 직원을 불러 뭔가를 말했고, 그 직원은 우리에게 밖으로 나가도 좋다고 말했다.



우리가 복도로 나와서 면접 대기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우리를 안내했던 직원이 뒤따라 나와 우리 그룹 사람들에게 말했다.



“정규로님과 전지훈님은 잠시 이쪽 방으로 들어와 주시죠. 나머지 분들은 짐 싸서 가셔도 좋습니다.” 그 직원은 호주 박사와 내 이름을 불렀다.



나와 호주 박사는 어리둥절해 하며 방에서 기다렸다. 아마 1차 면접에서는 합격한 듯한데 다른 방으로 불러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한 15분 정도 그 방에서 기다리자, 문이 열리고 마지막 그룹에 속해 있던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녀는 간호학을 전공했고 대학병원에서 6년 정도 근무한 간호사였다.



“세 분은 잠시 여기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직원은 이 말을 남기며 우리를 방에 남겨두고 나갔다.



우리는 잠시 아무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뭔가 이상하군요. 면접 질문도 이상하고, 우리 셋이 뭔가 후보로 뽑힌 듯한데 이렇게 빨리 결정하는 것도 ...” 호주 박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러게요. 뭔가 국가 기관에서 뽑는 절차치고는 너무 황당하네요. 아무리 행정 보조라지만...” 간호사가 박사의 말을 거들었다.



나는 침묵을 지키며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수긍의 태도를 보였다.



한 20분 정도 기다리자 우리를 면접했던 40대의 면접관이 들어왔다. 그는 무표정일 때는 매서운 눈매를 지녔으나, 살짝 미소를 지을 때는 상당히 부드러운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한 번 쓰윽 둘러보다니 말을 시작했다.



“저희 국가과학정보국 생명과학팀 업무에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생명과학팀장 박가람입니다”



우리는 가볍게 묵례를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저희가 원래는 두 명 정도 뽑을 계획이었으나,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쳐 두 명으로는 일손이 부족할 수 있어서 세 명을 뽑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호주 박사가 나와 간호사를 쳐다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 계신 세 분 모두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되었음을 축하드립니다” 박가람 팀장은 두 손을 맞잡으며 우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여기 정보국의 업무는 매우 철저히 기밀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대외적으로 많은 과학 정보를 공유하고 학회나 세미나도 활발히 참가하고 있지만, 그것은 여기에서 다루는 정보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우리는 침묵을 지키며 팀장의 말을 경청했다.



“세 분이 맡게 될 업무는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팀장은 잠깐 말을 멈추더니 서류 가방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우리에게 각자 나눠주었다.



“이것은 비밀유지계약서입니다. 여러분들은 행정 보조이기 때문에 연구에 대한 접근은 제한될 것입니다. 아마 모든 파일이나 문서가 암호화되어 있고 락이 걸려 있어서 접근조차 안 될 것입니다”



그는 잠시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유지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정보국에서 일하게 되면 여기 정직원들과 접촉하게 될 것이고, 행여나 그들과 친분을 쌓게 되어 어떠한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절대로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군요. 저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비밀을 지킬 것입니다” 호주 박사가 나와 간호사에게 동의를 구하듯 한 번 쓱 쳐다본 후 팀장에게 말했다.



간호사와 나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신뢰하지만, 여기에 사인은 무조건 받아야 하므로 나눠드리겠습니다” 팀장은 말을 마친 후, 우리에게 각각 비밀유지계약서를 나눠줬다.



3 페이지 가량의 비밀유지계약서는 주된 내용은 우리가 여기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 일체를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에는 연구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여기 연구원의 신원, 조직도, 내부 규정 등 정보국 관련 거의 모든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식사 시간에 나오는 식단표도 발설 금지 사항에 있었다. 왜인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우리가 사인을 마치자 박가람 팀장이 계약서를 수거해 갔다.



“좋습니다. 여러분은 각자 다른 섹터에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일단 일할 곳으로 안내해 드리죠”



우리는 일단 보안실로 들어가 홍채, 지문, 음성 등록을 했다.


보안실 직원이 우리에게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설명해줬다.



“여러분은 모두 게이트 5를 통해서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게이트 5는 외부 철문을 통해 들어와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게이트입니다”



보안실 직원은 끝으로 어떻게 해야 들어갈 수 있는지 알려줬다.



“들어오실 때는 ‘출입’이라고 외친 후, 홍채 인식 렌즈를 바라보며, 아래쪽 센서에 손바닥을 대시면 문이 열립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출입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의 근무시간은 평일 10시부터 17시까지입니다. 근무시간 외에는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출입 불가입니다”



출입에 관한 설명을 보안실로부터 들은 후, 우리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지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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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면접 준비를 하다 24.09.11 9 0 12쪽
22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 두번째 이야기 24.09.04 13 0 11쪽
21 24.08.28 18 0 11쪽
20 쪽지 남자의 모니터링 대상 24.08.25 17 0 9쪽
19 등산 24.08.21 13 0 8쪽
18 늦은 밤 술자리 24.08.17 18 0 8쪽
17 통화 24.08.14 16 0 7쪽
16 쪽지를 발견하다 24.08.07 20 0 12쪽
15 바뀐 시간대 모니터링 24.08.04 23 0 8쪽
14 시간 변경 제안 24.07.30 20 0 12쪽
13 미팅 그녀와의 데이트 24.07.23 23 0 12쪽
12 2대2 미팅 24.07.17 28 0 10쪽
11 사고 후 24.07.13 23 0 7쪽
10 사고가 터지다 24.07.05 29 0 10쪽
9 그의 사생활2 24.06.30 28 0 11쪽
8 그의 사생활1 24.06.25 27 0 8쪽
7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31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30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4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1 0 8쪽
3 면접을 보다 24.06.05 33 0 7쪽
2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9 0 8쪽
1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1 24.05.29 5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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