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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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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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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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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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DUMMY

문자를 확인해 보니 지현이었다.


[오빠, 알바 첫날인데 일은 할 만해?]


생각해보니 오후 내내 지현에게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모니터링에 대한 감이 안 잡히고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몰라 첫날은 아마 아주 바쁠 거라고만 말해 뒀다.


그런데 저녁에 접어드니 지현이 걱정돼서 문자를 보낸 것 같다.


[첫날이라 뭐가 많네]


난 모니터에서 눈을 거의 떼지 않고 짧게 문자를 보냈다.


[바쁘구나.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지현이 답문자를 읽으려는 찰나 모니터가 갑자기 방의 다른 곳을 비추었다.


모니터링 대상자는 현관 문 쪽으로 이동했다.


현관 문이 열리더니 모니터는 이내 어둑해진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한참을 가더니 한강변 근처로 들어섰다.


모니터링 대상은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하나 잡아서 타기 시작했다.


답답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모니터만 보고 있어서 답답했는데 뻥 뚫린 저녁 한강변을 비춰주니 대리만족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저녁 한강뷰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 돗자리에 나란히 누워있는 커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여자 등 평소 내가 보았던 한강공원 그대로였다.


모니터 속 인물은 사람들을 지나쳐 계속해서 자전거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점점 주변의 사람들이 줄어들더니 거의 아무도 없는 곳까지 왔는데도 모니터를 계속해서 어둑해진 길을 따라 이동해갔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문득 내가 모니터하는 사람의 정체가 매우 궁금해졌다.


모니터 속의 화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지 덜컹거리는 듯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화면이 사고 난 블랙박스 화면처럼 흔들리더니 어둑한 바닥을 비추며 멈춰 섰다.


잔디가 세로로 보이는 거로 봐서 자전거가 어디 부딪쳐서 대상자가 바닥에 고꾸라진 것 같았다.


난 황급히 빨간 버튼에 손을 갖다 댔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이전처럼 모니터는 녹색화면으로 바뀌었다.


이 사람한데 무슨 사고가 난 것일까?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져 왔다.


시계는 벌써 밤 10시 5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번에는 녹색화면이 꽤 오랫동안 켜져 있었다.


‘윙~윙~윙~’ 이번에는 전화가 온 것을 알리는 진동음이 바지에서 느껴졌다.


확인해 보니 장현이었는데 단순 안부 전화 같아서 받지는 않았다.


녹색화면이라 딱히 모니터링 할 건 없었지만, 인터폰으로 사전 양해를 구하기가 귀찮기도 했고, 한 시간 정도 후면 퇴근이어서 나가면서 통화해도 될 거 같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시계가 11: 22분을 가리킬 때 쯤 모니터는 또다시 어떠한 방의 천장을 비추었다.


하지만 이전에 봤던 원룸방의 천장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아마 병원 병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분명히 넘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내 비상벨을 듣고 구조대가 이 사람을 병원에 데려가서 응급조치를 취한 것일 수도..


이렇게 천장을 비추는 모니터는 내 업무가 끝나는 12시까지 계속 되었다.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었더니 목이 뻐근하고 허리가 욱신거렸다.


아.......... 나는 도대체 왜... 이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나?


두려움과 함께 약간의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12시 정각이 되자 인터폰이 울렸다.


“네”


“퇴근하십시오”

인터폰 속의 남자가 말했다.


나는 방을 나와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나머지 두 방에서도 아르바이트생들이 나처럼 모니터링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나를 데려다주었던 기사가 웃으며 차에 타라고 했다.


오전에 타고 왔던 똑같은 검은색 밴이었다.


“여기요” 나는 출입증을 그에게 반납했다.


차의 푹신한 소파에 쓰러지듯 몸을 누이고 창밖을 보려 했지만 반사 유리에는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내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다.


깜박 잠이 들었는지 운전기사가 흔들어 웠을 때 앨린빌딩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차에서 바로 내리려는 나에게 기사는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잘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건물을 나와서 바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아까 일부러 받지 않았던 장현 전화 이외에 지현의 부재중 전화가 2통 와 있었다.


지현에게 바로 전화를 하니 그녀는 학과 모임에 참석 중이었다.


나는 오래 통화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아서 서로 간단히 안부를 묻고 끊었다.


집에 도착했는데 장현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저녁은 대충 라면으로 때웠는지 라면을 끓인 듯한 냄비와 젓가락이 싱크대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내 방에 들어가자마자 머리가 어지럽고 현기증이 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잠깐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런 상태로 누워있다가 나는 씻을 겨를도 없이 바로 잠들었다.


#


다음날


아르바이트로 피곤했는지 일어나니 오전 10시 47분이었다.


일어나니 목이 칼칼하고 머리는 숙취를 느끼듯 지끈거렸다.


부엌에 들어가서 냉수를 한 컵 마시고 찬물로 세수를 하니 약간 정신이 드는 듯했다.


어제의 일은 무슨 꿈같이 느껴졌다.


도대체 내가 모니터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왜 갑자기 쓰러지는 걸까?


남자일까, 아니면 여자일까?


내가 비상벨을 누르면 누구한테 연락이 가는 걸까? 경찰?....119 구급대?


여러 의문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일은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업무일 것이다.

모니터만 보면 되니깐


하지만 이 일은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피곤한 일이기도 했다.


비상상황은 언제 발생할 수도 있고, 그걸 판단하는 것도 내 몫이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들이 뭉게뭉게 피어나자 이 일에 지원한 것을 살짝 후회했다.


그냥 평범한 편의점이나 식당 아니면 호프집 아르바이트가 낫지 않았을까?


뭔가 일을 해도 답답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업무에 대해 까놓고 말하고 심경도 털어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워낙 비밀을 강조하기 때문에...


나는 비밀유지계약서에 싸인까지 했다.


갑자기 막막한 기분에 술이 땡겼다. 하지만 나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니야


어차피 내가 당장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


지금까지 수십 군데 입사원서를 제출했지만, 면접조차 부르지 않았잖아


조금만 더 해보고 그만둬도 늦지 않아


최소한 한 달은 일 해야 월급이라도 받을 수 있다.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 달은 버티기로 결정했다.


정오가 다 되었을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지현이다.


“오빠 오늘은 쉬지? 몸은 좀 괜찮아?”


“어 그럼, 그냥 첫 출근이라 긴장했나봐”


“거기 일은 어때?” 지현은 내심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어 뭐랄까... 첫 날이어서 그런지 이것 저것 알려주는데 .... 잘 모르겠더라구”


나는 둘러대기 시작했다.


“첫 날이어서 굉장히 바빴구나. 오빠가 연락도 없길래.....”


지현이 말끝을 흐렸다.


나는 이런 저런 말로 달래주며 그래도 내가 일을 하게 되어서 기쁘고 첫 월급 나오면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지현도 요즘 4학년 여름방학이라 여기 저기 인턴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영문과를 졸업해서 그런지 책을 읽고 글을 쓰기를 좋아했다.


내가 기자로 취업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자기는 발로 취재를 하고 다니는 일보다는 작가나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 관련 잡지사 기자는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지현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지만, 학점도 좋고 과제 같은 것들을 야무지게 해내는 스타일이라 무슨 일을 해도 잘 할 것 같다.


나는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우리 사이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연인 사이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사이를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소개팅이나 미팅으로 만난 설렘이 없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녀의 차분한 성격은 조곤조곤한 말투와 약간 멍해 보이는 눈빛 등 그녀의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더 한다.


나는 그녀의 그런 성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날 저녁


저녁 7시가 되자 장현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제 내가 안자고 기다리려고 했는데, 회식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뻗었다.”


장현은 나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


“어 피곤해보이더라” 난 싱긋 웃었다.


“뭐, 갈구는 사람은 없고?” 장현이 물었다.


“갈구기는 무슨........다 각자 바쁘더만. 근데 너 저녁은 먹었냐?”


나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려고 주제를 바꾸었다.


“아니 아직.....

야 근데 너가 말한 QB테크인가, 거기 아는 사람 아무도 없던데...”


부엌에 들어가며 장현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관심 없는 척 대꾸했다.


“니가 일하는 데가 궁금한데 첨 듣는 곳이라,,, 그리고 컴퓨터 서비스라는데 내 전공이잖아... 같은 과 친구 몇 명한테 물어봤는데 전혀 모르더라고”


“중소기업이 한 두 개야? 전공하는 사람이면 회사들 다 꿰차고 있어야 하나?”

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하긴 그렇진 않지” 장현은 웃으면서 쌀을 씻기 시작했다.


우리는 냉장고 안에 있는 소시지, 양파, 두부와 스팸 등을 넣고 부대찌개를 끓여 먹었다.


먹으면서 장현은 최근 새로 시작한 회사 프로젝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했다.


업무에 대해서 철두철미한 장현은 완벽하게 일처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근데 월급날은 언제냐?” 장현이 저녁을 다 먹고 그릇을 치우면서 물어봤다.


난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아직 정확히 몇 일에 월급이 들어온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난 말해줬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둘러댔다.


“야, 이제 월세 반띵이다. 그리고 첫 월급 한턱 크게 쏴라” 장현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물론이지, 너한테 빚진 거 다 갚을 생각이었다구”


“됐네 이 사람아. 결혼 자금이나 빨리 모으고, 이 알바 말고도 정식 직장 제대로 알아보고”


“네 부장님~” 난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나는 설거지를 마저 하기 시작했고, 장현은 샤워하러 들어갔다.


내일 다시 일을 해야 해서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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