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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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작품등록일 :
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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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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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제안을 받다

DUMMY

다음 날


장현이 출근하는 7시 50분 쯤에 잠에서 깼다.


“네, 과장님, 이번 주 말씀하신 프로젝트 회의 오전 11시로 미뤄졌다고 팀원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장현의 우렁찬 통화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평소 모기소리 같은 목소리의 장현은 회사를 다니고 나서부터 업무상의 통화 목소리는 웅변하듯이 커졌다. 장현이 현관 근처에서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듯한 모습이 보이더니 곧이어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는 들렸다.


장현이 나갔다.


한 번 눈을 뜨니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은 여자 친구 지현을 만나는 날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자 친구라기보다 썸녀에 가깝다.


지현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2학년 사진 동아리에 들어가서였다.


나는 이 동아리가 벌써 네 번째 가입하는 동아리였다. 그리고 지현은 1학년으로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가입한 동아리였다.


지현은 동아리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스타일의 여자애였다.

동아리 뒤풀이 때 테이블 구석에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도 지현에게 특별히 다가가 말을 걸지 않았고, 그녀도 주변 선후배들에게 딱히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사진 동아리를 꾸준히 참석했고, 지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는 가벼운 인사 외에는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그녀와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처음 나눈 것은 내가 대학교 4학년 1학기 따스한 봄날에 벚꽃 실사를 나가서였다.


연인들이 벚꽃 구경 가기 좋은 어느 따뜻한 봄날, 우리는 대학교 근처에 있는 작고 인적이 드문 아름다운 공원에 4명이서 소규모 실사를 나갔다.


지현과 나 그리고 나와 학번이 같은 동기 여자애 두 명과 함께..


오후 2시 쯤 모여 한 시간 정도 열심히 벚꽃 사진을 찍었다.


실사를 마치고 늦은 오후에 우리는 커피숍에 앉아서 서로 찍고 찍어준 사진들을 함께 보며 수다를 떨었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난 배고파서 밥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 사람?”


“저요..”


마치 교수님께 질문이 있다는 듯이 손을 엉거주춤 든 지현이 눈에 들어왔다.


동기 여자애 둘은 자기들끼리 한 잔하러 가겠다며 우리를 남겨두고 떠났다.


그렇게 우리는 학교 근처 돈가스집에 앉아 처음으로 단둘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배가 많이 고팠구나” 내가 웃으면서 장난치듯 말했다.


“아니에요..” 지현이 수줍게 웃으며 앞에 놓인 유리컵을 보며 대답했다.


“우리가 벌써 동아리 할동한 지 3년째인데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처음인거 같애”


“맞아요...”


줄곧 내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하던 지현은 나중에 조심스레 나에 대한 감정을 털어놨다.


작년 11월 말쯤에 동아리 뒷풀이 때 옆에 앉아 있던 내가 춥지 않냐며 외투를 어깨에 걸쳐줬던 기억을 말하며, 그 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한다.


그 고백 이후부터 나는 지현이 가끔식 생각이 났다.


궁금하면 문자를 보냈고, 전화를 먼저 하기도 했다.

항상 만나자고 하는 건 나였고, 지현은 내가 보자고 할 때 특별한 일 없으면 나와 주었다.


작은 입술에 작지만 쌍커플 있는 눈, 작고 아담한 코를 가진 지현의 얼굴은 처음 보면 ’아기자기‘란 단어가 떠오른다.


처음 봤을 때 예쁘다라는 느낌보다는 오목조목 귀엽다는 인상을 받았다.


데이트 할 때 내가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하면 빙긋 웃기도 하고, 입을 씰룩거리기도 하는 모습이 점점 귀엽게 느껴졌다.


지현은 8살에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외조부모님 집에서 20살까지 어머니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나는 고2 여름방학 때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계속 해오고 있는 지현은 나와 닮은 점이 많았다.


오랜 시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끌리는 감정을 확인했다. 하지만 서로 사귀자고 말을 꺼내진 않았다.


이건 우리 사이에 암묵적인 규칙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가깝고 서로를 좋아하고 가끔 만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됐지만, 거기에 정체되어 있었다. 친밀한 애정표현이나 스킨십은 아직 없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오전 9시 28분


점심 때 지현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남았다.


잠시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정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렇게 혼자 있는 한가한 오전 시간이 좋다.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은 그런 내가 너무 부럽다고 한다.


장현도 나의 느긋한 오전 시간이 부러워 하루 휴가를 내고 오전을 즐기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로는 역부족이었다.


‘띠리리리링’


바로 그 때 나의 한가한 오전 타임의 적막을 깨뜨리는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다.


“네 여보세요”


“어제 전화 주셨던 QB테크입니다. 성함이?”


휴대폰 너머로 낮고 정중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가워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원호입니다. 그런데 어제 없는 번호라고 나오던데요?”


“그건 간혹 시스템 오류 때문입니다. 혹시 면접 관심 있으면 문자로 장소 및 시간 보내드릴 테니 이력서 갖고 오시기 바랍니다.”


“지원도 안 했는데 면접이라고요?”


“싫으면 없었던 일로 하죠” 남자가 빨라진 말투로 말했다.


내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아......아니요. 궁금한게 있어서요...혹시 보수가...?”


“월 500입니다.” 남자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짧게 대답했다.


“네? 오....오백...만원.....말씀인가요?”


“네 맞습니다.” 남자는 짧게 대답했다.


”도대체 단순 모니터링이라고 써 있던데,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그건 면접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면접 날짜와 장소 문자로 알려주세요”


“네, 곧 보내드리죠.”


전화를 끊은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문자 알림음이 들렸다.


[6월 18일 15:00시 서울시 구로구 앨린 빌링 3층 306호]


바로 내일이다.


나는 컴퓨터를 켜서 장현의 프린터로 이력서를 출력했다. 이력서라지만 내 대학교, 전공, 학점, 동아리 활동 4~5개, 그리고 지금까지 한 아르바이트 총 9 건. 이게 내 이력 전부이다.


샤워를 하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아직 면접도 보기 전이지만 마음은 왠지 벌써 월 500만원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지현이 좋아하는 아주 근사하고 고급스러운 오마카세집에 가서 꽃다발과 선물을 사들고 프로포즈를 해야겠다.


지현은 평소 거기에 가보고 싶다고 최근 서너 번 이야기 했었다.


사귀는 듯, 안 사귀는 듯 애매한 관계였지만, 내심 나는 직장을 갖게 되면 지현에게 프로포즈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월 500이면 장현이 거의 부담하다시피 하는 월세도 내가 절반은 낼 수 있고, 데이트 비용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리라.


그 뿐이랴? 리스로 소형차도 한 대 장만할 수 있고 그 차로 교외 드라이브를 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상상에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절로 났다. 게다가 격일 근무다. 이런 꿀 아르바이트가 또 어디 있으랴?


즐거운 마음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머리에 왁스를 발랐다.


이 소식을 지현에게도 알려야겠다. 분명히 그녀도 나처럼 기뻐하겠지.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나는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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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면접을 보다 NEW 13시간 전 2 0 12쪽
23 면접 준비를 하다 24.09.11 7 0 12쪽
22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 두번째 이야기 24.09.04 11 0 11쪽
21 24.08.28 16 0 11쪽
20 쪽지 남자의 모니터링 대상 24.08.25 15 0 9쪽
19 등산 24.08.21 12 0 8쪽
18 늦은 밤 술자리 24.08.17 18 0 8쪽
17 통화 24.08.14 16 0 7쪽
16 쪽지를 발견하다 24.08.07 18 0 12쪽
15 바뀐 시간대 모니터링 24.08.04 22 0 8쪽
14 시간 변경 제안 24.07.30 19 0 12쪽
13 미팅 그녀와의 데이트 24.07.23 21 0 12쪽
12 2대2 미팅 24.07.17 27 0 10쪽
11 사고 후 24.07.13 22 0 7쪽
10 사고가 터지다 24.07.05 28 0 10쪽
9 그의 사생활2 24.06.30 26 0 11쪽
8 그의 사생활1 24.06.25 25 0 8쪽
7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29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8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4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0 0 8쪽
3 면접을 보다 24.06.05 32 0 7쪽
»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9 0 8쪽
1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1 24.05.29 5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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