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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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작품등록일 :
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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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7.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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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사고 후

DUMMY

이틀 후



나는 검정색 밴을 타고 가는 동안 궁금증과 걱정이 앞섰다.



도대체 창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는 괜찮을까? 어디 많이 다치지는 않았을까?



모니터링을 계속하다 보니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순간 나는 창인에게 알 수 없는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다.



모니터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광경이 보일 때 마치 내가 주먹을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말 이상했다.



나는 어제 온종일 그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중년의 사내가 이건 가상현실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길 바랐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한 점은 사고가 터진 후 검정색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창인을 부축하여 데리고 나갔는데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어디에서 나타난걸까? 내가 비상 버튼을 누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들이닥쳤다.

김창인의 주변에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 항시 대기하는 사람들인가?



어제 지현과 데이트 할 때 내 표정이 어두워 보였는지 그녀는 나를 걱정해 줬다.



“오빠 괜찮아?”



“으응?”



“오늘 오빠 표정이 너무 안좋아 보여...무슨 일 있어?”



“아냐.....”



“............” 내가 별 반응이 없자 그녀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냥 어제 좀 내가 일이 서툴러서 상사한테 좀 혼났어”



“심하게 혼났어?”



“으음.....그냥 좀 뭐라 하더라구”



나는 대충 둘러대고 당일치기 근교 여행을 가자고 대화 주제를 돌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지만, 여행에 대한 주제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나 오늘 좀 들어가서 쉴게.....미안해”



“알았어..이따 전화해....기운내고”



나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어제는 쉬는 날이었는데도 집에 돌아오니 겨우 오후 세 시 반밖에 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차는 이미 지하주차장에 정차돼 있었다.



나는 출입증을 받아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집에 누워있는 지 모니터는 계속 창인방의 천장이나 벽을 비추었다.



그러다가 그가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 앞에 섰다.



창인은 코뼈가 골절이 됐는지 붕대를 감고 있었고, 오른쪽 눈두덩과 왼쪽 턱부분이 멍들어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다시 생각해보니 싸움이 일어나기 약 10분 전부터 그 군인처럼 보이는 창인의 친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던게 기억났다.



모두 거나하게 취해있었고, 젊은 혈기에 무슨 말에 감정이 상해서 갑자기 주먹을 날린 듯하다.



창인은 거의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집에 있던 과자를 콜라와 같이 먹은 게 전부였다. 그것도 한 봉지를 다 먹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온종일 원룸에서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같은 SNS를 하지 않고 계속 침대에 누워있거나 소파에 앉아 있곤 했다.



저녁 8시 경 창인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안성준 박사:


김창인군, 어제 응급의학과 교수로부터 자네의 소식을 들었다네. 몸은 좀 괜찮은가? 전화를 계속 안 받아서 문자를 보내네. 이번 주 상담받으러 꼭 오게. 사람은 원래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으면 후유증을 겪기 마련인데, 내가 도와주겠네. 오후 2시까지 꼭 와주게나]



문자의 내용으로 봐서 그가 일주일에 1-2번 상담을 받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인 듯했다.



그는 이미 창인의 사건을 전해 듣고 어제 몇 번 통화 시도를 한 것 같다.



문자를 확인한 창인은 답문을 하지 않았다.



그는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소주를 한 병 꺼냈다.



별다른 안주도 없이 병째로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가 손등을 눈 부위로 몇 번 가져갈 때 모니터가 그이 손등에 가려졌다.



나중에 잠시 그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그가 울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두 눈은 충혈되어 있고, 코를 감은 붕대와 멍든 상처로 인해 그의 어두웠던 낯빛은 더욱 생기를 잃고 침울해 보였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창인은 소주를 병째로 마저 마셨다.



한 병을 마시는데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동안 책상에서 정면을 응시하는가 싶더니 그가 일기장을 꺼냈다.



얼마 전에 내가 본 적 있는 그의 일기장과 같은 종류의 노트였다. 그는 이러한 노트가 10권 정도 있다. 아마 일기를 쓰는 것이 오랜 습관인 모양이다.



그가 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2023년 8월 19일


결국 이런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과거의 안 좋았던 일들이 갑자기 폭포수처럼 내 머릿속에 쏟아졌다. 나한테 그런 인간적인 모멸감과 모욕, 수치를 안겨줬던 그 새끼들 중 준성은 나에게 유일하게 사과한 녀석이었는데..... 나는 그게 진심어린 사과인 줄 알고 받아줬는데... 그래서 미련하게도 난 그와 친구가 되었다고 착각했다.... 그런 인간 쓰레기와 친구라니....그는 여전히 나를 벌레 취급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나를 그렇게 개패듯 팰 수 있나? 이가 갈린다....어제는 분노로 한 숨도 자지 못했다...내 안의 분노가 들끓어 오른다....나는 나를 통제할 자신이 없다....]



창인은 일기를 천천히 써 내려갔는데, 어찌나 펜에 힘을 줘서 쓰는지 쓰다가 볼펜 심이 한 번 부러졌다.



그는 일기를 쓰는 도중에 분노에 휩싸였는지 손을 여러 번 부르르 떨었다.



그저께 창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인물은 ‘준성’이란 이름의 친구인가 보다.



그 준성이란 친구가 창인이 몇 년 전 일기에서 언급했던 그를 괴롭히던 흑주먹파의 일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의 내용으로 비춰 준성은 나중에 창인에게 사과를 하고 둘은 친구 사이가 된 모양이다.



하지만 어제 술자리의 불상사로 인해 창인은 과거의 흑주먹파와 준성에 대한 안 좋았던 기억이 물밀려오듯 생각난 것 같다.



그는 소주를 냉장고에서 한 병 더 꺼내 마셨다.



이번에도 안주는 없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아까 먹던 과자라도 같이 먹으면 좋으련만 ...



창인은 그렇게 소주 2병을 비우자 불도 끄지 않고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일이 끝나는 12시까지 불빛이 꺼지지 않은 그의 원룸 천장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창인의 얼굴에 난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에 새겨진 상처도 아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모니터링은 아무리 건성으로 하려고 해도 감정이입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마치 내 동생이 맞은 것처럼 그가 안쓰러웠다. 제발 그에게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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