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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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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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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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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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터지다

DUMMY

김창인을 모니터링한 지 한 달이 되자 현금으로 500만원을 받았다.



아르바이트생 치고는 상당히 많은 액수다.



나는 어머니를 찾아뵈러 내려가서 어느 정도 보태드렸는데 매우 기뻐하셨다.



어머니 카페에 손님이 많지는 않았지만, 생활하기에 부족하지는 않은 정도라고 하셨다.



이 아르바이트를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오래 할 수 있다면 어머니에게 더 좋은 카페를 차려드리고 싶다.



어머니는 내가 이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셨지 자꾸 결혼이야기를 꺼내셨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만나는 애가 있지만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말씀드렸다.



지현과의 관계는 순조로웠다.



지현은 여름 방학 동안 조그만 온라인 경제 매거진 인턴 기자로 일하게 되어서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지난주에 그녀를 만났을 때 좀 피곤해 보였다.



“많이 힘드나보네”



“아니야, 그냥 학교 다닐 때 생활이랑 인턴으로 지내는 생활이 좀 달라서...”



“요즘 뭐 학교는 별로 갈 일 없겠네? 방학이라”



“으응, 딱히 가지는 않구.. 내 절친 민지 있잖아. 걔랑 통화만 가끔하는데 요즘 남자친구 생겼데”



“아 그래?” 난 건성으로 대답했다.



“근데 남친이 서울대 물리학과래”



지현의 말에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울대?



물리학과?



내가 모니터링하는 김창인은 물리학과 수학, 통계 수업을 듣는데 혹시 물리학 전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글쿠나... 너랑 민지가 4학년이니깐 아직 학교 다니면 동갑이겠네... 아니면 연하?”



“동갑은 아니구 남친이 군대 다녀와서 4학년이라 두 살 많데”



“아하 글쿠나”



창인과 만약 같은 물리학과라면 민지의 남자친구가 알 수도 있다.



나는 웬만하면 지현을 만날 때 나의 일에 대해 말을 안하거나 생각도 안하는데 오늘 민지의 남자친구 이야기로 갑자기 창인에 대한 생각이 데이트 내내 떠나질 않았다.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나는 그저 모니터링 업무만 하면 월 500만원이 꼬박 나온다.



내가 모니터링을 해서 그런지 창인의 존재가 궁금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현의 단짝인 민지의 새 남친을 통해 창인에 대해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그 남친이 창인을 알고 있다는 보장도 없다.



무엇을 알아야 하나?



궁금한건 단순히 내 호기심일 뿐....



이러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나는 보수가 좋은 아르바이트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 나는 내 업무에만 집중하자.



비밀유지계약까지 했다.



나는 지현과 데이트를 마치고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


토요일 오후 1시



아침을 컵라면으로 때운 창인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짐이라고 해봤자 백팩에 노트북, 충전기, 세면도구가 전부였다.



며칠 전에 대전으로 가는 KTX를 끊었는데 대전으로 가는 모양이다.



토요일 오후의 KTX는 만차였다.



사람들이 북적였고, 창인은 이어폰을 꺼내서 음악을 들었다.



창가에 앉은 창인은 이따금씩 창 밖을 바라봤는데, 창에 비친 그의 얼굴은 좀 어두워보였다.



그가 문득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양아버지: 학교생활은 할 만하니?


양아버지: 이번 주말에 대전에 한번 내려오렴.


김창인: 네


양아버지: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 한단다


김창인; 네]



창인은 거의 기계적으로 대답만 했다.



양부모님에 대한 애정이 없는 걸까?



그래도 길러주신 정이 있을텐데....



대전역에 도착하자마자 창인은 택시를 잡아 탔다.



한 15분 정도 이동하자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그는 한 아파트 건물에서 공동현관 비번을 누르고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도중에도 그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다.



그가 엘리베이터 옆 거울 앞에서 이마의 땀을 쓱 닦았다.



아까 표정 그대로이다.



아파트가 12층에 도착하자 그는 능숙하게 현관문 비번을 누르고 들어갔다.



아파트는 널찍하고 깔끔했다.



자질구레한 장식품이나 가구는 안 보이고 필요한 식탁이나 소파들만이 눈에 들어왔는데,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창인은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마셨다.



집에 아무도 없는 듯했다.



그가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김창인: 도착했습니다.]


그는 문자를 보내자마자 소파에 벌러덩 누워서 티비를 틀었다.



한두 시간 정도 그는 그렇게 옆으로 누워서 티비를 봤다.



그 때 현관문이 열리더니 중년의 여성이 들어왔다.



창인을 보자 반갑게 웃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아마도 창인의 양어머니인 것 같다.



그녀는 식탁에서 방금 장봐온 것들을 정리하며, 창인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무슨 대화가 오고 가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녀는 요리를 시작하기 시작했고, 창인의 시선은 티비에 고정됐다.



저 요리하는 여자가 창인의 양어머니가 맞다면 창인의 일기장에서 그를 닦달하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부드럽고 인자했으며, 쎄 보이거나 완고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창인은 한 시간 정도 휴대폰을 하거나 티비를 보면서 계속 소파에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늦은 오후가 되자 현관문이 열리고 50-60대로 보이는 부부가 같이 들어왔다.



창인은 소파에서 일어나 인사를 나누는 것 같았다.



나이든 부부는 인자한 미소로 창인을 맞아주며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이 부부가 김창인의 양부모인가?



그럼 장을 봐와서 요리하는 사람은 누구지?



정황상으로 판단하건대 방금 들어온 부부가 창인의 양부모 같았다.



이들은 식사가 준비되자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테이블에는 갈비찜, 잡채, 고기전, 각종 나물 등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모니터속에서 양부모로 보이는 부부는 식사를 하면서 창인에게 말을 걸었고, 두 부부가 경청하는 듯한 표정이 보이는 거로 봐서 창인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요리하던 중년의 여자는 모니터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간혹 창인이 고개를 돌릴 때 보이는 거로 봐서 창인 왼쪽 옆자리에 앉아 있는 듯했다.



차를 마시는 시간이 지나고 저녁 8시가 다 되어가자 창인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파트밖으로 나섰다.



그는 아파트를 빠져나와 버스를 탔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대전역이 아니었다.



버스가 어느 한적한 동네의 정류장에 정차하자 창인은 버스에서 내렸다.



큰 도로에서 이리저리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어떤 원룸 건물안에서 호출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창인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201호실 문을 노크하자 남자 둘이 그를 반기는 모습이 모니터에 비췄다.



한 명은 안경을 끼고 키가 큰 마른 체형이었고, 다른 한 명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머리를 바짝 짧게 깎고 있는 거로 봐서 막 제대했거나 휴가 나온 군인 같았다.



아마 고등학교나 중학교 동창?



아니면 창인 부모님이 대전에 계시니 어렸을 때 알던 동네친구일 수도....



방에는 이미 빈 소주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안주는 라면과 마른안주..... 그리고 배달시킨 치킨이 종이상자에 담겨 있었다.



창인이 앉은뱅이 책상 한 켠에 자리를 잡자마자 이들은 소주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모니터상의 두 남자의 얼굴은 이미 벌개져 있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무슨 사건은 항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니깐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렇게 그들의 술자리는 계속되었고, 어느덧 시계가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조금만 버티면 퇴근할 수 있겠구나



이들의 술자리도 시간이 흘렀는지, 세 명의 얼굴은 약간 피곤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인지는 몰라도 세 명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듯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두 명은 이따금 창인쪽을 보고 있었고, 창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손을 움직이는 모습이 모니터에 비쳤다.



아마도 창인이 무슨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모양인데 별로 재미는 없는 듯하다.



나는 갑자기 졸음과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깨가 뻐근하고 뒷목이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하품이 연거푸 쏟아졌다.



잠깐 눈을 감고 기지개를 켰다.



졸린 눈을 비비고 세수를 하러 화장실로 향하는 순간 난 모니터를 보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천장을 비추는 모니터에 아까 보였던 친구 중 까무잡잡한 군인 같은 친구가 모니터쪽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모니터는 오른쪽 천장과 왼쪽 천장을 번갈아 비췄다.



나는 미친 듯이 비상버튼을 눌렀다.



삐이이~ 삐이이~ 삐이이~



얼어붙은 상태로 나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안경 쓴 나머지 친구 한 명은 군인 같은 친구를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었다.



군인 친구는 표정이 험악하게 변해 있었는데, 매우 화가 난 듯 보였다.



그 순간 검은색 복장을 한 남자 둘이 원룸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군인 친구를 제압하고 창인을 양쪽에서 부축하고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원룸 앞에는 검은색 밴이 세워져 있었다.



차 앞에 이르자 갑자기 모니터 화면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오른쪽 손으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분명히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즐거운 분위기의 술자리였는데....



이들은 원룸에 들어선 창인을 매우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술잔이 돌아가는 동안 두 명의 표정은 매우 밝고 유쾌했다.



창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그도 그 자리를 즐기는 거 같았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12시가 다 돼 있었다.



띠리리리리링~



인터폰이 울렸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습니다. 퇴근하세요”



모니터의 화면은 여전히 녹색인 상태였다.



나는 혼란스러운 상태로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머리가 어지럽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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