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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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작품등록일 :
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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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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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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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DUMMY


공중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하마터면 전화를 끊어버릴 뻔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전화기 속의 남자는 두어번 더 ‘여보세요’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편의점 주변은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했다. 들리는 건 점점 거칠어지는 내 숨소리 뿐이었다.



몇 초가 지났을까?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혹시 ..... QB테크인가요?”



남자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잠시동안 아무말이 없었다.



나는 떨리는 두 손으로 수화기를 꽉 잡으며 간신히 말했다.



“아...아닙니다.”



“그럼...........................누구시죠?”



“저........화장실 ...두루마리 휴지 커버 속에........쪽지를 보고요”



나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내가 듣기에도 내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순간 누가 이러한 내 모습을 보고 있지나 않을까 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주변은 이미 고요 그 자체였고 편의점 알바생은 아직도 졸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이세요?”



그가 질문을 던졌다. 뭔가 확인하고 싶은 듯한 목소리였다.



“네.... 말씀하신 QB테크 알바.....왜 쪽지에 연락처를...”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그에게 물었다.



“아직도 하고 있나요? 대상자 모니터링?”



“네 ...아직”



“쪽지는 언제 발견한거에요?”



“오늘 오전에요”



“그럼 새벽 파트 아르바이트군요”



그는 이미 아르바이트가 두 타임으로 나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주원호입니다”



나는 뭔가 얼떨결에 내 이름을 말해버리고 바로 후회했다. 아직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혹시 QB테크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을 상대로 모종의 테스트를 한 것일 수도 있다. 공중전화여서 내가 누군지 몰랐는데 내가 누구인지 밝혀버린 게 아닐까...



이러한 생각이 드니 갑자기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주원호씨, 나도 한 때 거기 아르바이트생이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네”



“내일 쉬는 날이죠?”



“맞습니다”



“그럼 혹시 시간이 되면 우리 내일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내일이요?.....만나서요?” 갑작스런 그의 만남 제안에 어리둥절해하면서 되물었다.



“네 내일. 혹시 안되면 알바 쉴 때 편한 날 알려줘요”



“만나서 무슨.......”



그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가 뭔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나요?”



“뭔가 이상하다고는 느꼈어요”



“나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과정도 이상했지만 하는 내내 뭔가 수상쩍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죠. 그러다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생긴 거구요. 아르바이트에 관한 일은 내 주변 사람들 아무도 몰라요. 심지어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리지 않았죠. "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나 말고도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있다는 걸 확신했죠. 원호씨가 일하는 곳에 방이 세 개 있나요?'



"네 맞습니다" 나는 놀라워하며 대답했다.



"이 일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었고, 같은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 아니면 믿어 줄 사람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내가 겪은 일을 주원호씨와 공유하고 싶고, 주원호씨가 겪은 일도 들어보고 싶은 거에요”



그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를 자기 휴대폰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커요. 공중전화 맞죠? 그래서 좀 안심이 되긴 하지만...”



“아 ..네”



“지금 주원호씨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니깐, 공중전화를 사용한 건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본인 휴대전화는 이미 도청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나는 아까 지현에게 내가 발견한 쪽지에 관해 이야기를 해버렸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어떡하지..



아르바이트를 그만둔다고 말할까? 아니면 그냥 나가지 말아버릴까? 그래도 그만둔다는 문자 한 통은 보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어지러웠다.



이 남자와의 전화를 빨리 끊고 싶었다.



나의 불안을 눈치 챈걸까? 그의 말투가 다독이듯이 변했다.



“근데 큰 걱정은 안해도 되요. 그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맡긴 적 있나요?”



“아니요”



“모르는 문자나 카톡 링크를 클릭한 적은요?”



“그런 적 없는데요”



“그럼 안됐을 수도 있어요.”



뭐지 이 사람. 병주고 약주는 건가.



그가 다시 만남을 제안했다.



“그래서 웬만하면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산책로를 걸으면서 주변에 아무도 없고 도청도 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드는 곳에서 대화를 하고 싶군요. 물론 본인이 나를 만나고 싶다면요...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강요는 안할께요. 나도 그만두고 나니 요즘 피곤한 일에 굳이 엮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져서요”



“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저는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런데 두려운건 사실이에요”



“뭐가요?” 그가 물었다.



“그들한테 걸리면 어떻게 될까하는 ....”



“걱정마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안걸려요”



그는 일단 며칠을 기다려보자고 했다. 며칠을 기다려도 QB테크에서 아무 말이 없으면 자기와 연락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렇게 기다린 후 공중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오늘처럼 새벽 시간 주변에 아무도 없고 적막한 곳이면 더 좋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마음이 행여나 바뀌면 연락을 안 해도 좋다고 했다. 그 남자는 현재 평범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중이고, 이 아르바이트 관련해서 궁금한 점은 많았지만, 그냥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묻어두고 사는 것도 괜찮다고 요즘 느낀다고 했다.



“그래도 주원호씨가 만나기를 원하면 기꺼이 만나겠어요”



“알겠습니다”


나는 그럼 말한 대로 며칠 동안 상황을 예의 주시한 후 별일이 없다 싶으면 공중전화로 다시 연락하겠노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나니 이미 시간은 새벽 3시를 넘어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았다. 여전히 주변은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부스에서 나오자 나는 내 숨이 거칠어져 있는 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오니 장현은 이미 곯아떨어져 있었다.



나는 뭔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꿈을 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내 삶이 이렇게 된 거지?



침대에 누웠는데 잠은 오지 않았다.



나는 이 아르바이트를 계속할 수 있을까? 지현의 말대로 당장 그만두는게 낫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다가 어느덧 나는 잠이 들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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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면접 준비를 하다 24.09.11 7 0 12쪽
22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 두번째 이야기 24.09.04 10 0 11쪽
21 24.08.28 15 0 11쪽
20 쪽지 남자의 모니터링 대상 24.08.25 15 0 9쪽
19 등산 24.08.21 12 0 8쪽
18 늦은 밤 술자리 24.08.17 17 0 8쪽
» 통화 24.08.14 15 0 7쪽
16 쪽지를 발견하다 24.08.07 18 0 12쪽
15 바뀐 시간대 모니터링 24.08.04 21 0 8쪽
14 시간 변경 제안 24.07.30 18 0 12쪽
13 미팅 그녀와의 데이트 24.07.23 21 0 12쪽
12 2대2 미팅 24.07.17 27 0 10쪽
11 사고 후 24.07.13 21 0 7쪽
10 사고가 터지다 24.07.05 27 0 10쪽
9 그의 사생활2 24.06.30 26 0 11쪽
8 그의 사생활1 24.06.25 25 0 8쪽
7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29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8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1 0 11쪽
4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0 0 8쪽
3 면접을 보다 24.06.05 31 0 7쪽
2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8 0 8쪽
1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1 24.05.29 53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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