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일반소설

새글

키코다
작품등록일 :
2024.05.29 11:17
최근연재일 :
2024.09.18 00:2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62
추천수 :
1
글자수 :
102,180

작성
24.06.22 22:06
조회
29
추천
0
글자
10쪽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DUMMY

아르바이트는 격일이라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두 번째 날 한적한 시골길을 자전거로 정처없이 다니는 사람에 대한 모니터링이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을 보니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딱히 비상버튼을 눌러야 할 만한 사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오후 8시경 비가 후두두 떨어져서 카메라에 빗물이 맺혔는지 모니터 화면이 뿌옇게 보였다.


비상버튼을 눌러야 하나, 안 눌러도 되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눌렀다.


그러자 한 15초 후 인터폰이 울렸다.


“무슨 일 이시죠?” 인터폰으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저.... 카메라에... 빗방울이 맺혔는지 모니터가... 뿌옇게 보이는데요”


나는 말을 더듬거리며 물었다.


“이건...비상버튼을....누..눌러야 할까요?”


“아닙니다. 이건 비상사태가 아니니 확실한 경우만 누르시면 됩니다”


인터폰 속 남자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나는 더이상 묻지 않고 인터폰을 제자리에 두었다.


셋째 날은 고속도로를 차로 한참 달리는 게 모니터에 보였다.


보아하니 버스는 아니고 승용차 조수석에서 이동하는 듯했다.


혹시나 사고가 일어날까 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봤는데 별일은 생기지 않았다.


내가 환자라고 알고 있는 모니터링 대상자가 운전을 직접하는게 아니니 괜찮을 듯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식사 메뉴는 계속 바뀌었는데, 난자완스, 북경오리 등 중국 음식뿐만 아니라 탄두리 치킨, 마샬라 같은 인도음식, 그리고 삼계탕, 전복완자구이, 갈비찜, 감자탕 등 한식도 상당히 푸짐하고 맛있게 나왔다.


식사 시간 이외에도 원하는 간식을 말하면 언제든지 갖다 주었다.


나는 컵라면이나 닭강정, 육포, 라뽂이, 순대 등을 탄산음료나 쥬스 등과 같이 주문했다.


하지만 맥주나 소주같은 주류는 금지였다.


모니터링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배는 허용하기는 했으나, 내가 피지 않아서 굳이 요청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도 모니터링을 계속해야 해서 처음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긴장해서인지 변비가 약간 생기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점차 없어졌다.


격일 근무라고는 하지만 12시간을 계속 앉아서 모니터만 바라보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일을 마칠 무렵인 저녁 9시부터 자정까지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서서 모니터링을 했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한 시간 앉아서 모니터링하면 그 후 30분은 서서 모니터링하기를 반복했다.


장현도 처음에는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내가 그냥 매번 똑같은 시장조사나 리서치 업무라고 얼버무리자 더이상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


지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래도 격일마다 주중에 데이트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쉬는 날 지현이 수업이 있으면 함께 캠퍼스 도서관이나 교정에서 데이트를 했고, 없는 날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공원이나 서울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데이트를 했다.


“뭔가 오빠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 한층 밝아진 거 같아서 좋아”


어느 날 지현이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바래다 줄 때 말했다.


“어 그래?”


나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러는 나를 지현은 바라보며 웃었다.


아르바이트에 적응이 되어 가자 안정적이면서 순조로운 생활이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 모니터링 업무 자체가 익숙해진 건 아니었다.


뭔가 불쑥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리고 딱히 풍경이나 어떤 도심지역 이외를 비추는 것 외에는 대화를 한다던지 모임을 간다던지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분명히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환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래도 뭔가 좀 이상하긴 했다.


식사를 하거나 볼 일을 보러 화장실을 가는 일은 아직 모니터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사나 용변을 보는 일은 모니터링에서 편집을 하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궁금증이 들긴 했지만, 딱히 질문하지는 않았다.


이전에 면접에서 질문을 했다가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던 중년 사내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


난 그냥 내 할 일만 묵묵히 하자.


아르바이트비만 제때 약속한 금액을 주면 그만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본 걸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본 것이라고는 풍경밖에 없다. 말할 가치도 없다. 이런 걸 모니터링하는데 돈을 받는다는 사실이 좀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야


어쩌면 돈을 안 줄지도 몰라.


이러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 한 달 해 보고 돈을 안 주면 신고하면 그만이다.


그전까지는 믿고 열심히 해 보는 거야.


최소한 나는 맛있는 두 끼의 식사는 공짜로 먹고 있고, 간식도 원하는 데로 제공받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약 3주가 지나자 나는 이제 근무지로 오가는 검정색 밴 안에서 잠들 만큼 여유가 생겼다.


더 이상 밴에 타는게 두렵거나 이상하지 않고 아늑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4주가 되었다.


여느 때처럼 12시에 일을 마치고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밴에 올라탔는데, 면접을 진행했던 중년 사내가 타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사내는 유쾌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냈다.


“오랜만입니다” 나도 반갑게 인사했다.


“자 타시죠”


그가 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아르바이트 첫날 이 장소로 향했을 때처럼 나란히 앉았다.


차가 시동이 걸리고 이동을 시작하자 그가 물었다.


“뭐 어려운 점은 없나요?”


“아니요...뭐 딱히”


“다행이군요” 그가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 한 캔을 따서 나에게 건넸다.


“자, 한 잔 들어요”


내가 받아들자 그는 냉장고에서 한 캔을 더 꺼내서 딴 후 건배하듯이 나에게 기울었다.


맥주 한 모금씩을 마시자 그가 서랍에서 견과류를 꺼내 플라스틱 받침에 부었다.


“안주가 없으면 섭하지... 자 들어요”


“네”


나는 아몬드 두어 개를 손에 쥐었다.


그는 맥주를 두 모금 더 마신 뒤 옆에 둔 서류 가방을 열었다.


“자 여기 한 달 사례비요”


중년 사내는 나에게 지폐가 들어 있는 흰 봉투를 건냈다.


내가 얼떨결에 받고 가만히 있자 그가 말했다.


“꺼내서 액수를 확인해봐요”


봉투를 열어보니 5만원권 지폐가 50장 들어있었다.


지금까지 한 달 간 반신반의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렇게 현금으로 받게 되니 기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사기를 당하는 건 아니었구나


이 회사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일한 만큼 보수를 주는 정직한 회사구나


“감사합니다”


“지난 번에 말했다시피 첫 달은 원래 지급액의 절반입니다. 기억하죠?”


“아 네, 물론입니다.”


사내는 만족스러운 듯 찡긋 웃었다.


“주원호씨가 일을 성실히 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오”


“아닙니다...뭐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맞아요. 어려운 건 절대 아니지”


그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무엇보다도 어디에다가 말을 안 하고 침묵을 지켜준 데에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죠.”


“.............”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침묵을 지켰다.


문득 내가 어디에도 이 아르바이트에 대해 발설하지 않은 사실을 이 사내가 어떻게 알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머리가 살짝 복잡해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주원호씨는 우리의 테스트에 합격했습니다.”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지금까지는 실제 환자가 아니라 우리 직원이 카메라 달린 안경을 쓰고 돌아다닌 테스트 모니터링이었습니다.”


“네?............”


나는 놀라서 사내를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검증이 되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무턱대고 일을 맡길 수 없습니다. 이건 우리가 아르바이트생을 걸러내는 시스템이죠.”


어쩐지 환자라고는 하지만 뭔가 일상이 없고 돌아다니며 배경만 비추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주원호씨는 열심히 모니터링을 해줬고, 적절한 순간에 비상버튼을 눌렀습니다.”


“시킨대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바로 그거죠! 시킨대로 묵묵히 하고 침묵을 지키는 거”


그는 마카다미아 두 개를 집어 입에 넣고 말을 이어갔다.

“주원호씨와 같이 테스트를 본 다른 두 명은 탈락했습니다.”


순간 아르바이트 건물 4층에서 내 방 이외의 복도의 두 개의 방이 떠올랐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차는 어느덧 앨린빌딩에 도착해 있었다.


“모레부터는 말이죠. 진짜 카메라가 장착된 실제 사람을 모니터링하게 됩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여러 가지 상황이 시시각각 발생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사생활도 들여다보게 될 거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비상 상황에서 버튼을 잊지 말고 눌러야 한다는 것이죠.”


“네 명심하겠습니다.” 나 또한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대답했다.


“두 가지만 기억해요. 첫째 비상 상황 버튼.... 둘째 이 모든 것에 대한 비밀유지. 오케이?”


“네 알겠습니다.”


사내는 차에서 내려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잘 해 봅시다.” 그는 내 등을 토닥이며 건물 밖까지 배웅해 주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걸 느꼈다.


이제 일에 적응한다고 느꼈는데, 이게 다 테스트였다니......


내일 전화해서 그만둔다고 이야기 할까? 갑자기 일에 대한 의지가 확 꺾여서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장현은 여느 때처럼 이미 잠들어 있었다.


난 샤워를 하고 누웠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려고 애썼다.‘


내일 지현과의 데이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떤 아르바이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앞으로 수요일만 연재합니다. 24.08.27 12 0 -
24 면접을 보다 NEW 14시간 전 2 0 12쪽
23 면접 준비를 하다 24.09.11 7 0 12쪽
22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 두번째 이야기 24.09.04 11 0 11쪽
21 24.08.28 16 0 11쪽
20 쪽지 남자의 모니터링 대상 24.08.25 15 0 9쪽
19 등산 24.08.21 13 0 8쪽
18 늦은 밤 술자리 24.08.17 18 0 8쪽
17 통화 24.08.14 16 0 7쪽
16 쪽지를 발견하다 24.08.07 19 0 12쪽
15 바뀐 시간대 모니터링 24.08.04 22 0 8쪽
14 시간 변경 제안 24.07.30 19 0 12쪽
13 미팅 그녀와의 데이트 24.07.23 22 0 12쪽
12 2대2 미팅 24.07.17 27 0 10쪽
11 사고 후 24.07.13 22 0 7쪽
10 사고가 터지다 24.07.05 28 0 10쪽
9 그의 사생활2 24.06.30 26 0 11쪽
8 그의 사생활1 24.06.25 26 0 8쪽
»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30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9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4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1 0 8쪽
3 면접을 보다 24.06.05 32 0 7쪽
2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9 0 8쪽
1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1 24.05.29 55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