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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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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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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 그녀와의 데이트

DUMMY

다음 출근날



창인은 오후에 안절부절 못하는 듯 보였다.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평소답지 않게 거울 앞에서 한참동안 자기 모습을 바라봤는데 뭔가 복잡미묘한 표정이었다.



모니터링 이후 창인의 표정을 세면대 거울이나 학교 화장실 거울을 통해 여러 번 보았지만, 이러한 표정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의 카톡 메시지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이틀 전 2:2 미팅에서 번호를 저장했던 유다혜와의 카톡내용이었다.



창인은 카톡을 계속 확인했다.



[김창인 : 안녕하세요. 저 아까 미팅했던 김창인이에요.


유다혜 : 네 안녕하세요~


김창인: 잘 들어갔나 궁금해서요...


유다혜 : 그럼요 ^^ ]



창인의 카톡에 유다혜는 1시간 정도 시간을 두고 답장을 했다.



그리고 대답도 짧았다.



[김창인 : 저 혹시 다음 주에 시간 되세요?


유다혜 : 어머, 저 다음 주에 친구들이랑 양양 여행가기로 했는데]


김창인 : 아.. 그러시구나.


김창인 : 그럼 그 다음 주는 어떠세요?


유다혜 : 제가 요즘 학원다니는데, 스케줄을 봐야 할 거 같아요 ㅜ, ㅜ


김창인 : 그럼 스케줄 확인하고 연락주세요. 기다릴께요 ]



그녀는 창인에게 관심이 없다.



저 답장들도 다 1시간 정도 텀을 두고 왔다.



그리고 마지막 창인의 메시지는 ‘1’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창인은 휴대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검색창에 ‘신림역 맛집’을 검색했다.



여러 군데 맛집을 클릭해봤지만 딱히 예약을 하거나 저장하지는 않았다.



그는 오후 내내 휴대폰을 자주 확인했다.



하지만 유다혜의 답장은 하루종일 오지 않았다.



#



다음 주



오늘 창인은 뭔가 매우 분주해 보였다.



오후 3시부터 몇 벌 안 되는 옷을 입었다가 벗기를 반복했다. 그 이유는 몇 분 후에 알게 됐다.



창인이 청바지와 연두색 티셔츠를 입어보고 막 벗으려던 찰나 갑자기 휴대폰을 확인했다.



[유다혜 : 어쩌죠? ㅜㅜ.... 제 동생이 갑자기 아파서 같이 병원가봐야 할거 같아여 ㅜㅜ ]



또 파토다.



그녀는 창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거 같았다.



그런데 대놓고 거절은 하기 어려우니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만남을 회피하고 있었다.



[김창인 : 아 그러시구나..동생 많이 아프세요?]



이번에도 답장은 없었다.



창인은 벗은 옷을 바닥에 팽개쳐두고 침대에 누웠다.



모니터는 한동안 창인 원룸 천장을 비췄다.



이럴 거면 유다혜는 왜 창인에게 번호를 알려준 걸까?



김창인의 단짝 친구가 창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2대2 미팅을 주선했는데, 단짝 친구에 대한 예의상 번호를 알려준 거 같다.



그리고 창인이 제풀에 지쳐 연락을 끊어지도록 약속을 회피하는 듯했다.



창인이 좀 불쌍해 보였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그에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창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밤에 장문의 카톡을 남겼다.



[김창인 : 동생이 많이 안아프기를 바래요. 저는 다혜씨랑 이야기는 많이 안 해봤지만 호감을 느꼈고, 더 만나보고 싶네요. 제가 매력도 떨어지고 말도 부끄럼도 많이 타지만 재원이가 괜찮은 분이 있다고 해서 나갔는데,,,정말 놀랐어요. 제 이상형에 가까우신 분이 나와서요. 그냥 딱 한 번만 만나서 단둘이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상당히 예의 바르게 톡을 보냈지만 답장은 1시간 12분 후에 왔다.



[유다혜 : 제가 동생 간호하느라 이제야 봤네요 ㅠㅠ. 네, 함 연락주세요]



역시나 성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창인은 휴대폰을 침대에 던졌다.



모니터가 책상을 비추는 걸로 봐서 머리를 괴고 있거나 고개를 푹 수그린 듯하다.



그러기를 30분



뭔가 결심한 듯 창인이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창인은 전화번호부에서 유다혜를 눌러서 전화걸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통화 연결이 안 되는 듯 그는 여러 차례 전화걸기를 눌렀다.



다섯 번째인가 전화걸기를 눌렀을 때, 그는 휴대전화를 약 20여 분 동안 들고 있었다. 아마도 통화가 연결된 거 같았다.



통화를 마쳤는지 창인은 휴대전화를 이번에는 책상위에 부드럽게 놓았다.



그러다가 부엌에서 콜라를 한 잔 마시고 돌아왔다. 창인의 냉장고는 여전히 음료와 냉동식품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그는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김창인 : 목소리 들어서 너무 좋았어요 (미소) 좋은 밤 되세요!


유다혜 : 네, 굿밤 ^^ ]




이번에는 답장이 10여분 만에 왔다.



창인은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은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뿌연 수증기 찬 거울에 비친 창인의 모습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얼굴이 보였다.



뭔가 5번의 통화 시도 끝에 유다혜와 통화를 하게 됐고, 통화를 하면서 뭔가 긍정적인 신호를 받은 거 같다.



그의 흥에 찬 모습에 나도 뭔가 흥겹고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다.



샤워를 마친 창인은 컴퓨터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1시 30분을 지나 있었다.



나는 천천히 퇴근 준비를 했다.


#


오늘은 창인이 유다혜를 만나는 날이다.



그는 카톡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약속 장소는 유다혜가 예약을 미리 해둔 곳으로 신림역 근처의 막걸리와 전을 파는 술집이었다. 창인을 쭉 모니터링해 온 결과 그는 술을 꽤 잘 마셨다. 소주 두 병은 기본으로 마시는 거 같았다.



예상했던대로 약속 시간은 저녁 6시인데 창인은 오후 4시부터 엄청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남색 남방을 입어보고 체크무늬가 있는 흰 남방을 입어 봤다가 결국 줄무늬 회색 반팔티를 입기로 결정한 듯했다.



머리에는 왁스를 잔뜩 발랐는데 그의 뿔테 안경과 얼굴형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아무튼, 그는 거울 앞에서 그렇게 삼십분 정도 단장을 하고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시간이 5시를 조금 넘어섰다.



그런데 창인은 벌써 운동화를 신고 신발끈을 묶기 시작했다. 어디를 먼저 들를 셈인가?



아니었다.



그는 버스를 타고 곧바로 신림역 부근에서 내렸다. 여기 저기 굽이굽이 골목을 돌자 유다혜가 알려줬던 막걸리 파는 술집이 나타났다. 그곳은 꽤 최근에 지어진 듯한 깔끔한 건물의 3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창인은 곧장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간 후 3층에 이르자 안으로 들어섰다. 술집 내부는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손님은 2 테이블 밖에 있지 않았다. 한 테이블에서는 커플이 마주 보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창가 쪽 테이블에서는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창인이 두리번 거리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창인을 창가 쪽 구석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가 테이블에 앉았는데 시계는 겨우 5시 23분이었다. 너무 빨리 도착한 것이다. 남은 시간 동안 그는 평소처럼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창 밖의 거리에 고정돼 있었다. 아직 초저녁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삼삼오오 무리를 진 일행들이 간혹 보였다.



그는 핸드폰으로 머리를 매만지기도 하고 물 잔에 냉수를 부어 마시기도 하면서 다혜가 오기를 그렇게 기다렸다.



시간은 어느덧 6시를 넘겼다.



6시 3분이 되자 그가 휴대폰 카톡을 확인했다.



[유다혜 : 차가 막혀서 10분 쯤 늦어여 ㅠㅠ ]



그는 답장을 보냈다.



[김창인 : 네 괜찮아요. 조심히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께요]



기다리는 동안 창인은 계속 창밖을 봤다가 하늘을 보기도 하고 홀 안쪽을 보기도 했다. 술집에서는 원래 있던 두 테이블에서 사람이 더 들어오지는 않았다.



시간이 6시 20분을 훌쩍 넘겨서야 유다혜가 나타났다.



그녀는 이전의 미팅에서 단발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먼저 집에 갔던 그 여자였다. 이번에는 모자를 쓰지 않았는데, 통 넓은 검정색 바지에 회색 반팔티를 입고 등에는 조그만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유다혜는 창인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았는데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색한 기류 속에서 직원이 이들에게 메뉴판을 갖다 주었다. 그녀는 메뉴판을 마치 오탈자 검수라도 하듯이 뚫어져라 꼼꼼하게 쳐다봤다.



다혜가 창인에게 뭔가 말을 건냈고 그 후에 손짓으로 직원을 불러 메뉴를 주문하는 듯했다. 직원은 웃으면서 메뉴판을 가져갔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지 다혜는 눈을 내리깔고 책상을 바라보다가 창밖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다가 창인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짧게 대답하곤 했다.



아마도 창인이 다혜에게 뭔가 질문을 던지고 그녀가 대답을 하는 듯했다. 대답하면서 그녀는 살짝 웃어 보였는데 이는 즐거워 웃는 웃음이 아니라 거의 형식적인 웃음이었다.



그녀의 태도나 표정만 봐도 창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게 그대로 느껴졌다.



이윽고 주문한 파전과 항아리 같은 데 담은 막걸리가 나왔다.



이들은 한동안 먹으면서 말이 없었다.



둘은 그렇게 2시간 정도 거기에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취기가 돌아서 그런지 다혜도 말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뭔가 창인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2-3분 정도 할 때도 있었는데 자기에 대해서 말하는 거 같았다.



그녀는 간혹가다 창인의 말에 웃기도 했다.



유다혜는 처음에 들어왔을 때보다 긴장이 많이 풀어진 표정이었다. 얼굴은 약간 발그레 했고 창밖을 바라보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저녁 8시가 넘자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인이 계산을 마치고 이들은 근처에 있는 코인 노래방으로 향했다. 창인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유다혜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창인은 그녀의 옆모습을 계속 쳐다봤다. 아이유의 ‘celebrity’와 내가 모르는 걸그룹의 노래를 두 곡 정도 불렀다.



그녀는 신나보였는데 창인에게 마이크를 주면서 노래를 권하기도 했다.



결국 창인은 한 곡도 부르지 않고 이들은 노래방을 나왔다.



창인은 버스 정류장에서 다혜를 배웅해 주었다. 그녀는 버스를 타자마자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창인은 길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고 자기 원룸으로 돌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카톡을 보냈다.



[김창인 :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다혜씨는 볼수록 넘 매력적이에요~ 굿밤되세요! (하트) ]



그는 톡을 보내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의 단짝 친구인 재원이 주선한 2:2 미팅이 성공적인 거 같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다혜가 창인에게 보낸 톡이 와 있었다.



[유다혜 : 네~ 저도^^ 굿나잇]



창인은 평소에 즐겨하던 컴퓨터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퇴근 할 때까지 느긋하게 그의 게임하는 모니터만 바라보면 오늘 일과는 끝난다.



창인이 원룸에서 게임하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면 내 업무는 편하다. 하지만 그게 무료하기도 하다. 12시간 동안 그의 원룸만 보면 머리가 어지럽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지난 번과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데이트라면 즐겁게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비록 둘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고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기에 상대방의 표정을 더욱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다. 만약 대화 내용이 들렸다면 이렇게까지 사람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창인은 그 후에도 두어번 유다혜를 만났다.



둘은 방탈출카페에 가기도 했고, 볼링장에 같이 가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둘은 오후에 만나도 3시간 이상 같이 있지는 않았다. 뭔가 데이트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남사친/여사친을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 그렇게 대화가 많이 오고 가지는 않고 서로 뭔가 활동을 즐기는 데이트를 자주했다.


하긴 첫 만남 이후 겨우 두세번 만났는데 사귀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그래도 저렇게 짧은 데이트만 마치고 오고 간 톡을 봐도 뭔가 남녀 사이에 케미가 느껴지는 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게 이들만의 방식인지 아니면 그냥 썸만 타는 건지 알 수 없다,



난 이 둘이 잘 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냥 뭔가 그렇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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