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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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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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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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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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면접을 보다

DUMMY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휴대폰 시계를 보니 5시 40분이다. 장현은 아직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다.


어제 지현과의 대화로 마음이 조금 무겁다


“오빠, 그 아르바이트 좀 수상한거 같은데... 나중에 오빠한테 문제 생길까봐 걱정돼서 그래”


“나도 그렇긴 한데.....아직 붙지도 않았잖아? 면접 보고 이상한데 같으면 안할께. 걱정 마”


지현은 더 이상 그 아르바이트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소 봐오던 아르바이트 공고와는 너무나 다르고 별다른 설명도 없어서 살짝 걱정되긴 했다.


지하철을 타고 구로디지털단지역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2시 반이 채 안 되었다. 날씨는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였지만 후텁지근할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회사원처럼 보이는 남자들 몇 명외엔 거리가 한산해 보였다.

지하철역에서 천천히 걸어간다 해도 15분이면 도착할 것이다.


나는 근처 편의점에 들려서 캔커피 하나를 샀다.


웬만한 대기업 신입사원도 이렇게 많이 받지는 않을 건데, QB테크는 도대체 뭐하는 회사지?


휴대폰으로 열심히 검색해도 ‘컴퓨터 관련 서비스 회사’라고만 나올 뿐 별다른 소개도 없고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평가도 전혀 없었다.


‘그냥 돌아 갈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면접이라도 보고 가자는 마음을 먹고 발걸음을 옮겼다.


면접이 잡힌 건물은 근방의 새로 지은 건물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낡고 초라해 보였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서 내 의구심은 커졌다.


이런데 있는 회사가 월 오백? 말도 안돼지


그러한 의구심이 구름처럼 피어오르며 나는 어느덧 3층에 도착했다.


[QB테크]

간판은 금속바탕에 검정색으로 회사명만 써 있었다. 전체적으로 불투명하지만 손잡이 부분은 투명한 유리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복도와 높은 푸르스름한 파티션들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으나 유리문은 잠겨있었다.


옆에 검정색 벨을 누르자 안쪽에서 희미하게 ‘띠리리링’ 하는 소리가 났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소리도 안나고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2시 53분


너무 빨리 온 건가?


벨을 다시 누르려는 찰나, 안쪽에서 거무스름한 형체가 나타났다.


문이 열리자 짙은 양복을 차려입은 호리호리한 30대 초반 가량의 남자가 살짝 웃으며 맞아주었다.


“면접보러 오셨나요?”


“네, 주원호입니다.”


남자는 수첩을 뒤적이다가 내 이름을 발견하고 안쪽으로 안내했다.


“이 쪽으로 오시죠”


복도를 가로질러 맨 끝 방으로 들어가는데, 복도 왼쪽의 파티션들은 내 키보다 높아서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맨 끝방에 들어서자 텅 빈 원형 책상과 주변에 플라스틱 의자가 5-6개 정도 놓여있었다.


블라인드가 창에 쳐저 있어서 밖을 볼 수 없었지만, 천정의 불빛이 환해서 약간 눈이 부실 정도였다.


한 켠에는 화이트 보드가 있었는데, 영어 이니셜과 알 수 없는 번호들이 적혀 있었다.


보드 옆으로는 세 칸짜리 캐비닛이 있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방을 둘러본지 몇 분이 지나자 문을 열고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주원호씨? 반갑습니다”


유행을 지난 듯한 금테 안경을 쓴 곱슬머리 중년남성은 흰색 셔츠에 양복바지 차림이었는데 약간 통통한 체구에 까무잡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봉투에서 어제 프린트로 뽑은 이력서를 꺼냈다.


“제 이력서입니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면서 말했다.


쓱 훑어보던 중년 남자는 미소를 띠며 물었다.


“아르바이트 외에 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회사에 다닌 적은 없군요”


“네......” 나는 내 목소리가 주눅 들어 있는 게 부끄럽게 느껴졌다.


“괜찮습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중년 사내는 나를 달래듯이 말을 이어갔다.


“이 업무가 뭐 특별한 경험이나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에요. 알바생에게서 우리가 원하는 건 착실함, 끈기 ....그리고......”


말을 하던 중년 사내가 내 눈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무거운 입 입니다.”


“네?” 내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되묻자 그가 대답했다.


“여기서 하는 업무를 절대 밖에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잠시 사그라들었던 불안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중년 남성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사무실 밖에서 작은 패트병에 담긴 레몬티를 두 개 가져와서 하나를 나에게 권했다.


“간단히 업무를 설명하자면....”


업무는 간단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간단했다.


주어진 일은 사무실에서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는 것이었다.


중년 남성의 설명에 따르면 환자에게 이식된 카메라가 있는데 환자가 위험이나 곤경에 빠질때마다 책상위에 있는 빨간색 ‘긴급’ 버튼을 누르면 된다고 했다.


업무용 모니터로 보는 것은 환자에게 이식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동시에 자동으로 저장된다고 했다.


‘환자들’이 가끔 환청이나 환각으로 인해 돌발행동을 할 수 있고, 그걸 보호하는 차원에서 카메라를 이식해서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물론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동의하에 카메라를 이식한 겁니다.” 중년 사내가 덧붙였다.


내가 그런 위험한 환자는 왜 입원시키지 않냐고 묻자, 모든 환자들에서 그러한 돌발행동이 꼭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오더라도 아주 드물어서 환자들의 인권문제 상 입원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그 환자들은 무슨 병을 겪고 있나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중년 남성은 레몬티를 한 모금 마시더니 허리를 뒤로 제끼며 대답했다.


“그건 아직 병명이 없어요. 새로 발견된 신종 질환이라...너무 많은 걸 알 필요는 없어요. 주원호씨, 당신은 어차피 모니터링 업무만 하면 되는 아르바이트생이니까요. 아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의 단호한 어조에 갑자기 주눅이 들었다.


“이력서를 보니 학점도 좋고 착실한 거 같군요. 돌아가도 좋습니다. 다른 지원자들 면접도 본 후 1주일 뒤에 합격여부를 연락드리겠습니다.”


중년 남성은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악수를 건냈다.


엉겁결에 손을 내밀자 그는 내 손을 덥썩 잡으며 말했다.


“오늘 면접 내용 또한 기밀입니다. 만약 발설한 게 알려지면 불합격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우리가 가장 우선시하는 덕목은 무거운 입, 침묵입니다.”


사무실에서 나오자 처음에 나를 안내해줬던 호리호리한 사내가 문밖까지 안내했다.


그는 엘리베이터 버튼까지 눌러주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행운을 빕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이게 뭐지?


사람 몸에 카메라를 이식했다고? 나는 그 카메라를 통해 환자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한다고?


도대체 무슨 병에 걸렸길래 환청, 환각으로 돌발행동을 하지?


문득 두려운 생각이 엄습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차가운 물을 한 컵 가득 따라서 마신 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는 이내 잠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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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면접을 보다 NEW 13시간 전 2 0 12쪽
23 면접 준비를 하다 24.09.11 7 0 12쪽
22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 두번째 이야기 24.09.04 10 0 11쪽
21 24.08.28 15 0 11쪽
20 쪽지 남자의 모니터링 대상 24.08.25 15 0 9쪽
19 등산 24.08.21 12 0 8쪽
18 늦은 밤 술자리 24.08.17 17 0 8쪽
17 통화 24.08.14 16 0 7쪽
16 쪽지를 발견하다 24.08.07 18 0 12쪽
15 바뀐 시간대 모니터링 24.08.04 22 0 8쪽
14 시간 변경 제안 24.07.30 18 0 12쪽
13 미팅 그녀와의 데이트 24.07.23 21 0 12쪽
12 2대2 미팅 24.07.17 27 0 10쪽
11 사고 후 24.07.13 22 0 7쪽
10 사고가 터지다 24.07.05 28 0 10쪽
9 그의 사생활2 24.06.30 26 0 11쪽
8 그의 사생활1 24.06.25 25 0 8쪽
7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29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8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4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0 0 8쪽
» 면접을 보다 24.06.05 32 0 7쪽
2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8 0 8쪽
1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1 24.05.29 5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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