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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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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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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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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남자의 모니터링 대상

DUMMY

등산로는 대체로 한적했다.



드문드문 올라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지만, 우리는 산책로를 벗어나 숲 안쪽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를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그 남자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말을 멈추고 그쪽을 응시하곤 했다.



비가 올듯 말듯한 흐린 날씨여서 덥지는 않았고, 올라오면서 흘렸던 땀은 이내 바람에 말라버렸다.



“아 그나저나 제 이름은 곽민수입니다.”



그는 만난 지 한 시간이 넘어서야 자기 이름을 밝혔다. 화장실에서 발견한 쪽지가 QB테크에서 나를 시험하고자 한 건지 의심했던 것처럼 그도 갑작스레 쪽지에 대해 전화로 묻는 내가 QB테크 직원이 아닐까 의심했다고 한다.




그가 모니터링한 대상자는 서울에 소재한 공과대학에 다니는 남자 대학생이었다고 했다. 그도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큰 돈을 준다기에 별 생각 없이 모니터링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공과대학생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공대생이었고, 모니터링은 대부분 지루했다고 했다.



“학교에서 강의 듣고, 집에 와서 게임하고, 인터넷 방송보고..... 뭐 그게 다였죠”



나는 내가 모니터링하는 김창인이 생각났다. 그도 유다혜를 만나는 걸 제외하고는 별다른 취미활동이 없고 집과 학교만 오가는 학생이다.



곽민수는 모니터링이 지루해서 항상 열심히 모니터를 보지는 않았고, 본인의 휴대폰을 갖고 동영상 등을 보면서 대충 시간을 때웠다고 한다.



특히나 모니터링을 하는 그 공대생이 학교에서 강의를 들을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 거 같지 않아서 특히 더 집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기 휴대폰을 갖고 딴짓을 해도 누가 주의를 주거나 별다른 제제는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도 되나요?” 내가 물어보자 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는 혹시나 감시를 당하는게 아닐까 해서 방 구석구석을 봤는데 뭐 CCTV 같은 게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모니터링 대상자의 얼굴부위에 심어진 카메라처럼 소형 카메라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게 할 목적이면 우리가 경각심을 갖도록 CCTV가 우리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하지 굳이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 설치할까요?”



듣고보니 일리가 있는 말 같기도 했다.



그는 아무튼 그 공대생의 삶이 따분하고 특이한 점은 없었지만 매주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앗, 제가 모니터링하는 김창이이란 학생도 매주 정신과 의사를 만났어요!” 내가 놀라서 외치자 그도 약간 놀라는 기색이 엿보였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음성은 들을 수 없어서 상담하는 동안 무슨 내용이 오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떤 때는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때는 심리상담사가 여러 가지 심리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때로는 무슨 상황 연출을 통한 심리치료가 실행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우리가 모니터링하는 대상자들이 무슨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우리가 모니터링을 하는 걸까요?” 내가 물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죠. 근데 전국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닐텐데 이렇게 고액을 써가며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는 면접을 볼 때 이들이 갑자기 돌발행동을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정신과적 상태와 연결이 되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곽민수는 내 말을 듣더니 눈을 감고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돌발적인 행동이라.........”



그는 자기는 면접 볼 때 그런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는 단지 모니터링은 극비에 진행되기 때문에 비밀을 지켜야 하고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해서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다고 했다.



“제가 모니터링하는 공대생은 베프가 한 명 있었어요. 근데 그 베프가 몇 차례 소개팅을 시켜주더라고요.”



“소개팅이요?” 내가 물었다.



“네, 소개팅이요. 처음에는 뭐 대학생이니깐 알다시피 이런저런 미팅 소개팅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냥 친구가 외로우니깐 여기 저기 해주나보다 하고 생각했죠.”



곽민수의 말에 따르면 소개팅에 나오는 여자들은 뭔가 부자연스러웠다고 했다.



“뭐가 부자연스러웠나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봤을 때, 맘에 들면 계속 썸타고 자주 만나다가 사귀게 되고. 아니면 그냥 한 번 만나고 흐지부지 되잖아요? 근데 내가 봤을 때 상대 여자의 표정이나 문자 내용이 별로 좋아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계속 연락을 하더라고요”



“뭐 어장관리나 그런게 아닐까요?” 내가 반문하자 그가 정색하며 말했다.



“어장관리도 뭐 상대가 나에게 자꾸 선물 공세나 뭔가 이득이 되거나, 아니면 외모가 빼어나거나, 그것도 아니면 만나면 항시 웃겨줄 정도로 재미있어야 하지, 김재인의 경우는 그렇지도 않았어요”



나는 그가 모니터링하는 공대생의 이름이 김재인이란 것을 알게 됐다. 듣고 보니 내가 모니터링하는 김창인과 이름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 때 뭔가 숲속 산책로 부근에서 푸드덕 소리가 나서 우리는 동시에 몸을 웅크렸다.



우리는 한동안 그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알고 보니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새가 날아간 소리였다. 우리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그가 준 물병을 다 마셨고, 그의 물병도 텅 비어 있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내가 준비가 소홀했네요. 저기 조그만 가면 약수터가 있는데 거기서 물이나 받아 올까요?” 곽민수가 어떤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전 10시가 넘어 있었다.



약수터에 도착하자 나이 드신 노인 한 분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그 뒤에 서서 그가 다 마시기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그 노인분이 떠나자 우리는 차례로 빈 병에 물을 담았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있었고, 아까 산에 막 도착했을 때보다 사람들은 조금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해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 같았다.



곽민수는 이 산에 자주 오르는지 이번에는 산책로를 벗어난 다른 숲속으로 나를 안내했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바위에 걸터 앉아 받아온 약수물로 목을 축였다. 그가 크로스백에서 에너지바를 두 개 꺼내서 하나는 나에게 주었다.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는 김재인이란 학생이 소개팅을 받는 것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고 알려줬다.



“아 맞다”



그는 이상한 점이 김재인의 소개팅 상대 여자가 연락을 먼저 끊어버리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반응이 무미건조하고 건성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김재인이 연락처를 지우고 연락을 끊었더니, 며칠 뒤에 그 상대 여자가 다정하게 문자를 보냈고 그렇게 다시 만났다 끊어졌다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어떻게 됐나요?” 내가 궁금해져서 물었다.



“헤어졌어요. 뭐 사귄 것도 아니었지만” 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베프라는 사람이 공대생 김재인이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소개팅을 시켜주었고, 그렇게 헤어질 때마다 다른 여자를 소개팅해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은 베프가 캠퍼스에서 학교를 같이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고, 김재인이 그에게 연애에 대해 상담만 할 뿐 그렇게 종종 연락을 취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나는 갑자기 내가 모니터링하는 김창인의 2:2 미팅을 주선했던 창인의 베프 재원이란 남자가 떠올랐다.



“혹시 그 베프라는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나요?” 내가 뭔가 이상한 촉이 와서 곽민수에게 물었고, 그는 대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베프란 사람의 이름은 노재원이에요”



“헉....”



내가 놀라자 곽민수는 의아해하면서 되물었다.



“아는 사람이에요?”



“제가 모니터링하는 김창인도 얼마 전에 베프가 주선해서 2:2 미팅을 했는데, 그 베프 이름이 재원이에요”



우리는 놀라서 서로를 쳐다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노재원이란 사람은 김창인이나 김재인의 캠퍼스에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동기나 선후배는 아닌 듯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 선배라고 하더라도 학교가 다른 김창인과 김재인을 어떻게 동시에 알고 있을 수 있을까 의아했다.



더 특이한 점은 그가 소개팅이나 미팅을 해줄 때 외엔 둘과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혹시 이름이 비슷하니 둘이 형제가 아닐까요? 그리고 노재원은 두 형제의 외가 쪽 사촌이거나 아니면 어렸을 때 동네 친구일 수도..” 나는 곰곰이 생각하며 추측한 바를 말했다.



하지만 둘의 인상착의를 이야기했을 때, 김창인과 김재인은 이름만 비슷할 뿐 닮은 점은 하나도 없었다.



“그럴 가망성은 없어요. 김재인은 양부모의 손에서 컸는 걸요”



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곽민수에게 김창인도 대전에 양부모가 있다고 말해주었더니, 그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우리가 모니터링하는 사람들이 뭔가 공통점이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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