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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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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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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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생활1

DUMMY

계절은 어느덧 한여름에 들어서 7월 말 이글거리는 한낮의 태양 아래 걷기 힘들 정도까지 왔다.


나와 지현은 근 한달동안 사이가 좀더 가까워졌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12시간 동안은 내가 통화를 할 수 없어서 우리는 주로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주고 받았다.


일이 끝나고 나서야 우리는 전화 통화를 했는데 아직 대학생인 그녀와 새벽 3-4시까지 통화하는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말수가 별로 없고 연락을 자주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그녀 또한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새벽 시간의 이런 저런 대화는 내 피로나 긴장감을 어느 정도 풀어주었다.


격일제 아르바이트라 오늘은 지현과 한강공원에 가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더운 탓에 우리는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 경에 만났다.


이른 시간인 데다 주중이어서 그런지 한강 공원에 간간히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 외에는 인파가 많지 않았다.


우리는 나무 그늘이 우거진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시원한 강바람에 그녀의 머릿결이 나부끼며 얼굴을 간지럽히자 지현은 미소를 지었다.


“오빠, 근데 아르바이트 언제까지야?”


“어? 기간은 딱히....”


그러고 보니 언제까지 일을 하라고 정해주진 않았다.


“격일제라서 낮에 데이트하니 난 좋은데” 지현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 그렇지... 마자” 난 갑자기 내일부터 실제 상황, 실제 인물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넌 요즘 인턴 자리 알아보고 있어?”


“응 근데 생각보다 뽑는데가 많이 없네... 그리고 있는 자리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


“음... 잘 될거야”


나는 대답하면서 근처 피자집에서 테이크아웃 해 온 맥주와 피자를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근데 나 이 아르바이트 오래 안할 수도 있어...”


“왜?”


“내가 대학도 졸업했는데 이렇게 아르바이트만 할 수는 없을거 같아서”


“그래도 어디 지원해서 붙을 때까지는 계속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맞는 말이었다.


게다가 이제까지 월세나 생활비를 거의 장현한테 의지하다시피 하는 생활에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었다.


어떻게 해서든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고생하시는 어머니에게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알 수 없는 이 아르바이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적지 않았다.


뭔가 비밀을 지키라는 압력과 하루종일 모니터만 봐야하는 일이 지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에 부담감은 마음을 더 짓눌렀다.


그래,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두자.


난 평생 이런 일을 할 수 없지.


평생 시켜주지도 않을 테지만...


“물론이지. 나도 당장 그만둘 생각은 없어. 9시부터 6시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일자리를 찾으면 그 때까서 그만 둘게”


나는 피자를 한 조각 떼서 지현에게 권하며 말했다.


우리는 데이트 동안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자 장현은 소파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저녁은 먹었냐?” 장현이 소파에 누운 채 물었다.

“어 난 지현이랑 먹고 오는 길이야”


“야 여친한테만 쏘지 말고 나한테도 좀 쏴주라~” 장현이 웃으면서 대꾸했다.


“뭐 먹고 싶은데?”


“나 족발”

장현은 저녁 먹기 전이라 배고프다고 했다.


나는 배달로 족발을 주문했고, 장현은 냉장고에서 남아 있는 소주를 두 병 꺼냈다.


“월급을 받더니 씀씀이가 커졌구만” 장현은 놀리듯이 말했다.


“아 그럼 이제 월세도 내가 반 부담할게”


“그럼 난 땡큐지~”


“아르바이트생 치고는 귀족일세. 격일로 일하는데 돈도 많이 주고”


“뭐, 잘 찾은 거지”


“나도 때려치고 너가 하는 알바 같이 할까?”


장현의 농담에 순간 긴장했다.


“야 뭘 놀라냐? 내가 너 자리라도 뺏을까 봐? 됐다 하하 난 지금 내 업무에 만족이다.”


내가 얼어붙은 표정을 짓자 장현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족발에 소주를 하며 티비를 봤다.


평소에 야구를 즐겨보는 장현은 항상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꼭 챙겨봤다.


나는 내일부터 시작하는 실제상황 모니터링에 대한 긴장감 때문인지 소주를 한 병 다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다.


장현은 한 병을 거의 다 비운 후 티비를 보다 어느 순간 소파에서 코를 골고 있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언젠가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둔 성공한 창업인들을 소개한 책이었다.


한 1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 졸음이 쏟아져 잠이 들었던 것 같다.


#


뚜르르 띠르리리링


알람 소리에 일어나 보니 오전 여덟 시


장현은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나는 뭔가 긴장한 마음에 아침을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한 잔 마신 후 동네 한 바퀴 조깅을 하니 기분이 꽤 상쾌해졌다.


그래, 긴장할 거 없어. 그냥 하던대로만 하자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날씨는 상당히 덥고 습해졌다.


하늘은 구름이 가득 껴서 막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날씨였다.


10시 40분쯤 평소처럼 지하철역에서 내려 앨린 빌딩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여느 때처럼 젊은 운전기사가 나를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바래다 주었다.


나는 내가 일하는 방으로 들어가서 바로 모니터 앞에 앉았다.


꺼져있던 모니터 화면은 12시 정각이 되자 켜졌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모니터는 어떤 카페테리아를 비추고 있었는데, 앞에 식판이 보였다.


메뉴는 김밥과 라면


모니터 속의 인물은 김밥과 라면을 먹고 있었다.


깁밥과 라면은 천천히 줄어들었다.


그 옆에는 핸드폰이 놓여 있었는데, 인스타그램 사진들이나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는 손이 보였다.


남자 손이었다.


딱히 어떤 주제를 골라서 본다기보다는 그냥 손이 가는데로 클릭하는 것처럼 보였다.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마친 남성은 걸어서 식판을 반납하고 밖으로 천천히 나갔다.


가방을 멘 내 나이 또래 학생들이 보이는 거로 봐서 대학교가 분명했다.


그는 캠퍼스의 큰 광장을 가로질러서 학교 건물 중 하나로 들어갔다.


학생인지 교수인지 아니면 그냥 학교를 방문한 외부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처음에 학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가는 몇몇 학생들이 이 모니터링 대상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져서 난 외부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1층에 있는 남자 화장실로 향했다.


소변기 앞에 한 동안 서 있던 그는 세면대 앞에 섰다.


세면대 거울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내 예상대로 학생이었다.


곱슬머리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멍한 표정으로 손을 씻고 안경테를 고쳐 올렸다.


학창시절의 장현은 멋있어 보일 정도다.


키는 165 안팎 정도 돼 보였고, 피부는 여드름 자국이 오른쪽 뺨에서 턱선 부위까지 심하게 나 있었다.


옷은 청바지에 체크무늬 반팔 남방을 입고 있었는데, 산 지 오래돼 보이는 낡은 옷들이었다.


나는 소위 ‘환자’인 이 학생이 무슨 돌발행동을 할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는 화장실을 나와 건물 3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강의실 앞에 있는 공용 책상에 가방을 두고 이어폰을 꺼내는 게 보였다.


한동안 책상 옆 창문을 응시하는 것으로 보아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몸 어딘가에 심어진 카메라에 마이크 기능은 없어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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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사생활1 24.06.25 26 0 8쪽
7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29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9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4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1 0 8쪽
3 면접을 보다 24.06.05 32 0 7쪽
2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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