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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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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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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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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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유지계약서

DUMMY

“야, 무슨 면접을 그렇게 빡세개 봤길래 초저녁부터 자빠져 자냐?”


장현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을 희미하게 뜨니 퇴근 후 돌아온 장현이 침대에 쓰러져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알바생 하나 뽑는데 면접관 10명이서 압박 면접이라도 본 겨? 하하”


장현은 농담을 던지면서 부엌으로 향했다.


“아 그게 말이지.......” 나는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장현에게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무거운 입’을 강조하던 중년의 면접관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뭐? 뭐? 얼마나 대단한 회사래?” 장현이 냉장고 안을 뒤적이며 물었다.


“그냥 ....... 시장조사 ...”


“무슨 시장조사? 컴퓨터 가격비교 사이트라도 운영하나?” 장현은 여전히 웃으면서 대꾸했다.


“하긴 니가 경영학 전공이니깐 그런건 잘하겠네.”


“허허..그럴려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아직 합격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오자마자 뻗을 정도로 기빨린 면접이라면 난 이미 붙었다고 본다. 저녁은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 장현은 가스 버너에 후라이팬을 얹으면서 말했다.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며 우리는 넷플릭스를 봤다.




다음 날 지현과 통화할 때 나는 시장 조사 알바라고 둘러댔다.


괜히 사실대로 말하면 안 그래도 회사를 못 미더워하던 지현의 의구심을 증폭시킬게 뻔했다.


“그런데 돈을 그렇게 많이 줘?” 지현이 물었다.


장현에게는 이 아르바이트의 보수에 대해 말을 안 했지만 지현에게는 대략 말한 터였다.


“발로 겁나 뛰어야 한데. 지방 출장 뭐 이런거 교통 숙박비 다 포함이래”


나는 이래저래 둘러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빠 그래도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그만 둬.” 지현은 걱정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물론이지. 너무 걱정하지마. 내가 알바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몸이라고 하하”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지만, 내 웃음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어색했다.


지현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우리는 이런 저런 학교 관련 잡다한 이야기를 하다가 끊었다.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잘 지내니? 밥은 먹고 다니니?”


“네 저 취직했어요. 컴퓨터 관련 회사 경영팀에서 일하게 됐어요.”


평소 아르바이트만 하고 취업은 번번히 실패하는 아들이 걱정스러우셨는지 어머니는 졸업 이후 자주 전화를 하셨다.


게다가 대학동기 장현이랑 함께 살지만 거의 얹혀살다시피 하는 턱에 아들이 더 걱정되고 장현한테도 미안해 하셨다.


이번에는 단순 편의점이나 일회성 단기 알바가 아니고, 보수 또한 일반 회사원보다 많으므로 어머니께 거짓말을 했다. 물론 QB테크가 사기꾼 조직이 아니고 보수 약속을 지킨다면 말이다.


“어머나, 잘 됐구나!” 어머니는 깜작 놀라신 듯 한 동안 말이 없으셨다.


“언제부터 다니니?” 어머니가 이렇게 물었을 때, 행여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엄습해와서 불안해졌다.


“아...저 근데 ....1개월 수습기간이라, 정식 직원은 아니에요” 겨우 둘러댔다.


“그렇구나, 최선을 다해서 성실한 모습 보여주렴”


“네, 알겠어요. 제가 7월초에 찾에 뵐께요.”


어머니는 최근 청주에서 외삼촌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아서 조그만 카페를 여셨다.


나는 대학교 때부터 어머니와 외갓집을 자주 방문하지 않았다.


바쁘기도 했지만 갈 때마다 없는 형편에 용돈을 꼬박 주시려는 어머니께 미안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원래 아버지와 결혼 하신 후 전업주부로만 살아오시다가 내가 고2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생계를 위해 식당 주방 등에서 일을 하시다가 최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셨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졸업하고 지금까지 등록금이나 생활비에 보태느라 아르바이트를 안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졸업 후에 취직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내가 졸업한 학교는 유명한 대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울 소재 대학이었고 나름 괜찮은 대학이라 생각했지만 나를 기꺼이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면접을 본 일주일 후,

그날은 이제 한여름의 시작을 알리듯 오전부터 후끈한 기운이 공기에서 느껴지던 때였다.


아침 10시경에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에 물을 받고 있는데 070 번호로 전화가 왔다.

QB테크였다.


“안녕하세요, 주원호씨. 저희 QB테크 파트타임 업무에 합격하셨습니다.”


“아...감사합니다..” 예상을 못 한 바는 아니지만, 막상 합격 소식을 전화로 들으니 얼떨떨했다.


“계약을 원하시면 내일 오전 9시까지 신분증을 지참하셔서 면접 봤던 구로디지털단지 앨린빌딩 306호로 오시면 됩니다.”


합격이다.


전화를 끊고 창밖을 내다보니 눈부신 햇살이 여름의 아스팔트를 달구고 있음이 느껴졌다.


밖에서 들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도 나를 축하해주는 연주곡처럼 들렸다.



다음 날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이지만 지하철역에서 나오자 어딘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3층에 도착해서 벨을 누르자 저번에 보았던 곱슬머리에 금테 안경을 쓴 중년의 면접관이 나를 직접 맞이해 주었다.


높은 파티션들을 지나 면접을 봤던 방에 이르자 중년 남성은 나에게 서류를 들이 밀었다.


[비밀유지계약서]


그는 내가 서류를 받자마자 자기가 들고 있던 사본을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을’ 주원호씨는 아래의 항목들에 대한 비밀유지계약에 서명함으로써 ‘갑’ QB테크에서 진행하는 업무에 대해서 일절 발설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이렇게 시작한 비밀유지계약서의 내용에는 내가 아르바이트 업무 시 모니터링하는 인물, 내용 및 사실들에 대해서 평생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과 이를 어길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다.


또한 이러한 모니터링 업무 자체에 대해서도 발설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 비밀유지계약서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아르바이트에 대해 어떠한 것도 말 안하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그 누구에도.”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중년의 사내는 나를 부드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서둘러 비밀유지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중년의 남자는 업무 시간에 대해 설명했다.


업무는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이고 격일제였다. 하루에 여섯 시간 일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주말도 나와야 했다. 금요일에 일하면 일요일에, 목요일에 일하면 토요일에 나와야 했다.


“자 이제 됐습니다. 근로계약서는 따로 없고 구두로 우린 근무시간과 보수액을 이미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은 수습으로 보수액의 절반만 지급합니다. 동의합니까?”


내가 멍하니 있자 중년 사내가 말했다.


“지금이라도 서명한 이 비밀유지계약서를 파기하고 없었던 일로 해도 됩니다. 이건 전적으로 주원호씨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아닙니다. 좋습니다. 언제부터 일하러 나오면 되나요?” 내가 대답했다.


중년의 사내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 오전 11시까지 여기로 오면 됩니다.”


그는 나를 배웅하면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지난번에 깜박 잊고 못 준 면접비라고 했다.


얼떨결에 받아서 나는 지하철 역까지 걸어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봉투를 너무 세게 움켜잡아서 봉투는 구겨져 있었다.


봉투를 뜯어서 열어보니 5만원권 2매가 들어 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다소 흐릿하고 공기는 후텁지근했다.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자리가 많이 남았지만 난 계속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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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9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1 0 8쪽
3 면접을 보다 24.06.05 32 0 7쪽
2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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