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일반소설

새글

키코다
작품등록일 :
2024.05.29 11:17
최근연재일 :
2024.09.18 00:2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60
추천수 :
1
글자수 :
102,180

작성
24.08.21 00:05
조회
12
추천
0
글자
8쪽

등산

DUMMY

나는 드디어 결심했다.



쪽지의 남자와 통화한지 열흘 정도 지난 때였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간단히 점심을 먹을 후, 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공중전화 부스를 찾았다.



거기는 낮에도 사람들이 거의 오가지 않는 한적한 곳이었다.



쪽지에 적히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5-6 차례 신호음 후에 그가 받았다.



“네, 결정했나요?”



“네” 난 간결하게 답변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내서일까? 목소리는 예전처럼 떨리지 않고 차분했다.



그는 나에게 내일 청계산입구역에서 오전 7시에 보자고 했다. 평일 오전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라고 했다.



맙소사..



오전 7시는 내가 거의 자고 있을 시간대였다. 게다가 나는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한강공원이나 서울의 올림픽공원 아니면 보라매공원 등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나는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좋아요”



그는 일단 역에서는 서로에게 연락할 수 없으니 1번 출구 밖 자전거 대여소에서 보자고 했다.


내가 서로를 어떻게 알아보냐고 묻자 자기가 정확히 7시 3분부터 15초 간격으로 1분 동안 모자를 벗었다가 썼다를 반복할 테니 자기인지 확인하라고 말했다.



만일의 경우 내가 불가피하게 늦게 도착하면, 7시 13분, 그 후에는 23분에 15초 간격으로 1분 동안 모자를 벗었다가 쓰겠다고 했다.



그는 자기한테 와서 청계산 라운지 멤버냐고 물으라고 했다.



그렇게 7시 33분까지 기다렸다가 안 나타나면 그는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잘 알아들었다고 대답했고, 그는 내일 보자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얼떨떨했다.



아르바이트도 뭔가 비밀투성이에 알 수 없는 모니터링의 연속이어서 황당한데, 쪽지의 남자는 무슨 비밀 작전 수행하는 듯이 자기와 만나자고 한다.



나는 갑자기 망설여졌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 남자를 만나야 하는가.



갑자기 모든 것을 다 그만두고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이 남자가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나는 지현에게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내일은 하루 데이트를 다음으로 미루자고 전화를 했고 지현은 흔쾌히 잘 놀다 오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간단히 샤워를 한 후 잡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이전에 사두었던 세무사 관련 수험서를 공부했다. 막상 책상에 앉았지만, 공부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내일 쪽지의 남자와 만날 생각으로 긴장한 탓이었다.



저녁에는 장현과 간단히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일찍 잠들었다.



#


다음날



나는 새벽 5시에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장현은 아직 자기방에서 자고 있었다.



천천히 샤워를 한 후, 나는 청바지에 반팔티를 입고 편한 운동화를 신었다. 아침은 별생각이 없어서 바나나 하나와 우유로 대신했다.



6시 쯤에 집 밖으로 나왔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날씨는 아침부터 구름이 많이 끼고 흐려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이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십여 명 눈에 띄었다.



요즘 직장인들은 참 부지런하다고 문득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고 청계산입구역에 다다르자 약속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근처의 커피숍에 잠깐 들를까 하다가 지하철역 안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의 말대로 평일 이른 오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등산복 차림의 노인분들이 간혹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가고, 역무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지나갈 뿐 그 외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15분은 정말 천천히 흘러갔다. 혹시나 약속 시간을 깜박할까 봐 휴대폰을 보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아무것도 안 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이렇게 지루한지 처음 알았다.


7시 정각이 되자 나는 지하철역 밖으로 빠져나왔다. 1번 출구 근처 자전거 대여소로 갔는데 한 남자가 모자를 쓴 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그를 못 봤는데 그는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혹시 나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자전거 대여소에는 나와 그 모자쓴 남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 핸드폰 시계가 7시 3분이 되자, 그는 예상했던 대로 모자를 벗은 후 15초 후에 다시 썼다. 나는 지체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혹시............청계산 라운지 멤버이신가요?” 나는 살짝 긴장하며 그에게 물었다.



“가시죠”



그는 손으로 등산로 입구 쪽을 가리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 속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자세히 관찰하니 그는 검은색 츄리닝 바지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위에는 얇아 보이는 회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옆으로는 A4 용지 정도 크기의 남색 크로스백을 메고 있었다.



키는 한 180 정도 되어 보였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 보였다. 나보다 겨우 2-3살 정도밖에 차이 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의 뒤에서 두세 발짝 떨어져 그를 따라 조용히 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미 가을에 접어 들었지만, 비가 올 듯한 습한 날씨와 오랜만에 하는 등산 탓에 이마에는 벌써 땀에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오르자 그는 등산로에서 벗어나 산 안쪽으로 향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그가 굳이 왜 안으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문득 아무말이 없는 이 남자가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어느 정도 안쪽으로 들어섰을 때 그가 모자를 벗고 땀을 닦으면서 내게 말했다.



“오느라 수고했어요.”



“아닙니다.”



그는 크로스백에서 플라스틱 통에 담긴 생수를 두 개 꺼내 하나를 나에게 권했다. 뚜껑을 따고 우리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목이 말랐는지 나는 한 번에 거의 다 마셔버렸다.



“아르바이트는 언제부터 했어요?” 그가 대뜸 나에게 물었다.



“한 6월 말부터 했습니다.”



“그렇게 오래 된 건 아니군요”



나는 그냥 침묵한 채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자신이 작년 2월부터 약 1년 가량 이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알려줬다. 그도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QB테크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 마찬가지로 그도 한 달 테스트 후 정식으로 모니터링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혹시 원호씨도 비밀유지 계약서를 썼나요?”



“아 네...저도”



모든 상황이 나와 거의 비슷했다. 그도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빌딩에서 면접을 봤고, 인상착의를 들어보니 내 면접관이었던 똑같은 중년 사내한테서 면접을 봤다.



그도 나처럼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빌딩의 지하주차장에서 검은색 밴을 타고 2~30분 가량 이동해서 아르바이트 장소에 매번 도착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다가 주변에서 인기척 비슷한 소리가 들리면 그는 말하는 것을 멈추고 주변을 면밀히 둘러봤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혹시 모니터링 대상자는 누구였나요?” 그가 나에게 물었다.



내가 서울대에 다니고 있는 김창인이란 학생이라고 말하자 그는 자기가 모니터링한 대상자는 다른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떤 아르바이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앞으로 수요일만 연재합니다. 24.08.27 12 0 -
24 면접을 보다 NEW 13시간 전 2 0 12쪽
23 면접 준비를 하다 24.09.11 7 0 12쪽
22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 두번째 이야기 24.09.04 11 0 11쪽
21 24.08.28 16 0 11쪽
20 쪽지 남자의 모니터링 대상 24.08.25 15 0 9쪽
» 등산 24.08.21 13 0 8쪽
18 늦은 밤 술자리 24.08.17 18 0 8쪽
17 통화 24.08.14 16 0 7쪽
16 쪽지를 발견하다 24.08.07 19 0 12쪽
15 바뀐 시간대 모니터링 24.08.04 22 0 8쪽
14 시간 변경 제안 24.07.30 19 0 12쪽
13 미팅 그녀와의 데이트 24.07.23 21 0 12쪽
12 2대2 미팅 24.07.17 27 0 10쪽
11 사고 후 24.07.13 22 0 7쪽
10 사고가 터지다 24.07.05 28 0 10쪽
9 그의 사생활2 24.06.30 26 0 11쪽
8 그의 사생활1 24.06.25 26 0 8쪽
7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29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9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4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1 0 8쪽
3 면접을 보다 24.06.05 32 0 7쪽
2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9 0 8쪽
1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1 24.05.29 55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