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일반소설

새글

키코다
작품등록일 :
2024.05.29 11:17
최근연재일 :
2024.09.18 00:2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53
추천수 :
1
글자수 :
102,180

작성
24.08.17 03:55
조회
17
추천
0
글자
8쪽

늦은 밤 술자리

DUMMY

나는 한동안 쪽지를 남긴 남자에게 전화하는 걸 망설였다.



그에게 섣불리 전화를 하거나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회사에 발각되기라도 하면 잘리는 건 둘째치고 뭔가 계약위반으로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따박따박 들어오는 돈을 걷어차고 싶지 않았다.



지현은 계속해서 나에게 그를 만나보라고 독려했다. 아니면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관두라고 했다. 이 일로 인해 쉬는 날 언쟁이 붙은 적이 있는데 나는 내가 좀 더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내부 사정을 알게 되면 그 쪽지의 남자와 만나보겠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김창인은 2학기를 무난하게 다녔다.



유다혜와는 문자를 꾸준하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김창인 : 모하삼?


유다혜 : 나 과제하는뎅~


김창인 : 주말에 한강공원갈까? 치맥하러 ㅋㅋ


유다혜 : 쪼아*^^*


김창인 : 가서 돗자리 펴고 같이 누워있고 싶어 ㅋㅋ


유다혜 : 와~ 잼있겠당 ^^;;; ]



유다혜의 문자는 어느 때부터인가 답장하는 시간이 1시간내로 짧아지더니 요즘에는 5분 이내로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창인은 여전히 캠퍼스 내에서는 별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오전 수업을 들을 때 인사 정도 나누는 학생이 있었지만 그들과 특히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안성준의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 꾸준히 진행되는 듯 보였다.


[안성준 박사 : 요즘은 어떤가?


김창인 : 네, 많이 나아졌습니다.


안성준 박사 : 많이 안정이 된 거 같으니 이번 주는 복용약을 좀 줄여서 처방해 주겠네


김창인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슨 약을 처방받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전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고의 여파가 아닌 듯싶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교수님들의 문자에는 잘 답장하지 않았다. 예전에 그에게 문자로 프로젝트 참여를 독려하던 박인정 교수를 포함해 두어 명의 교수들이 그에게 컨택을 시도하는 문자를 보냈지만 그는 읽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학부생인 그가 연구에 매진한다거나 밤늦게까지 공부를 한 거는 거의 본적이 없다, 그는 중간고사 기간에만 바짝 공부했고, 과제를 할 때만 이틀 정도 열심히 하는 듯 보였다. 물론 경영학도인 내가 무슨 내용인지 알 수는 없었다.



대학원생도 아닌 그에게 교수들이 왜 그렇게 프로젝트를 권유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 무슨 특별한 재능이 있어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김창인을 관찰해온 바 그의 관심사는 유다혜와의 연애, 게임, 유튜브 보기 등이고 다른 것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전에 있는 그의 부모님도 그에게 드문드문 연락할 뿐 자주 얼굴을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혼자 사는 그에게 반찬을 택배로 부쳐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는 그것조차도 제대로 먹지 않고 냉장고에 그대로 보관해 뒀다가 버리기 일쑤였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김창인은 뭔가 돌발행동을 하거나 위험한 인물은 전혀 아니었다. 이전부터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계속 받고 있지만 뭔가 정신적으로 특이한 점은 딱히 없어 보였다. 단지 주변에 친구들이 별로 없고 사회적으로 약간 고립되어 있는 듯한 느낌은 받았다.


딱히 꼬집어서 특이할 만한 사항이 없어 보이는 김창인을 왜 모니터링하는 지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를 면접 본 중년의 사내가 나에게 말은 안 해주었지만 뭔가 특이한 질병이 있어서 그를 계속 모니터링하는 것일까?



면접을 본 이후 무슨 병인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라는 강요에 그냥 신경은 안 쓰고 있었지만 문득 김창인이 무슨 병을 겪고 있는 건지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새벽으로 모니터링 시간대를 바꾼 후 특이한 점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김창인 잠들었을 때 모니터가 초록빛으로 바뀐 것이다.



나는 새벽에 김창인이 잠든 지 세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모니터가 그의 방 천장에 고정되자 긴장이 풀리고 나른해져서 의자를 뒤로 최대한 젖혀서 눈은 반쯤 감은 채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모니터가 초록 불빛으로 바뀌었다.



초록색 불빛은 김창인이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바뀐 적이 있다. 내가 긴급 버튼을 누르고 난 직후였다. 하지만 새벽에 김창인이 잠들어 있을 때 어떠한 사고도 없고 내가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모니터가 갑자기 녹색 불빛으로 바뀌어서 황당했다.



나는 뭔가 고장난 게 아닌가 싶어서 인터폰을 들고 물어봤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정상입니다.” 인터폰 너머로 들리는 사내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예전에 김창인 모니터링 전 테스트 모니터링을 할 때도 뭔가 긴급 상황 시 모니터가 초록색으로 바뀐 걸 본 적이 있다.



근데 아무 일도 없는 새벽 시간에 초록색으로 바뀌는 건 이상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명확히 대답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


어느 날은 출근해서 모니터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밤 12시였는데 창인과 유다혜가 함께 있는 것이었다.



내가 모르는 공간이었다.



자세히 관찰하니 남자의 방 같지는 않았다. 깔끔한 아이보리 톤의 침대와 책상 그리고 의자가 놓여 있고, 커튼은 연한 핑크빛이 감돌았다. 침대 한 켠에는 몇 개의 인형들이 놓여있었다.



바닥에는 빈 맥주캔 여러 개와 소주 3병 정도가 뒹굴고 있었다. 배달로 시킨 치킨과 과자 봉지도 2개 정도 보였는데 남은 음식의 양은 절반 이하였다.



유다혜의 얼굴을 보니 이미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이들은 술을 마신 지 최소 1-2 시간은 돼 보였다.



유다혜의 얼굴을 보니 창인을 보며 간간히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입을 가리며 크게 웃는 모습도 보였다. 데이트 때보다 그녀의 화장은 옅었고, 그래서 그런지 더 어려보였다.



나는 이 둘이 최근 문자로 가까워진 것도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둘이 자정 넘어서까지 술을 마시고 있는 게 놀라웠다.



게다가 2:2도 아니고 밖에서도 아니고 유다혜의 집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둘이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전혀 알 수는 없었다.



술을 마시는 동안 유다혜는 본인 휴대폰을 집어 들고 잠시 방을 나갔다가 몇 분 후에 다시 들어오곤 했다. 아마 전화를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모양이다.



그동안 김창인은 유다혜의 방을 둘러보거나 빈 술병들과 안주들을 응시하기도 했다.



새벽 3시가 지날 무렵 유다혜는 또 한 번 방을 나갔다.



이번에는 한참 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창인도 지루했는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릴스나 숏츠를 보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기도 했다. 손을 입가로 가져가는 것으로 보아 하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그는 바닥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허리가 아팠는지 천천히 일어나 깔끔하게 정리된 아이보리 톤의 침대 한 켠에 앉았다.



유다혜가 나간 지 30분이 넘어갔다. 창인은 거의 침대에 눕다시피 걸터 앉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유다혜가 들어왔다.



그녀는 샤워했는지 흰색 샤워 가운을 걸치고 있었고 머리에는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머릿결은 물기에 젖어 축축했다.



유다혜가 들어오자 창인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떤 아르바이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앞으로 수요일만 연재합니다. 24.08.27 12 0 -
24 면접을 보다 NEW 13시간 전 2 0 12쪽
23 면접 준비를 하다 24.09.11 7 0 12쪽
22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 두번째 이야기 24.09.04 11 0 11쪽
21 24.08.28 15 0 11쪽
20 쪽지 남자의 모니터링 대상 24.08.25 15 0 9쪽
19 등산 24.08.21 12 0 8쪽
» 늦은 밤 술자리 24.08.17 18 0 8쪽
17 통화 24.08.14 16 0 7쪽
16 쪽지를 발견하다 24.08.07 18 0 12쪽
15 바뀐 시간대 모니터링 24.08.04 22 0 8쪽
14 시간 변경 제안 24.07.30 19 0 12쪽
13 미팅 그녀와의 데이트 24.07.23 21 0 12쪽
12 2대2 미팅 24.07.17 27 0 10쪽
11 사고 후 24.07.13 22 0 7쪽
10 사고가 터지다 24.07.05 28 0 10쪽
9 그의 사생활2 24.06.30 26 0 11쪽
8 그의 사생활1 24.06.25 25 0 8쪽
7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29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8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4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0 0 8쪽
3 면접을 보다 24.06.05 32 0 7쪽
2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8 0 8쪽
1 아르바이트를 접하다 +1 24.05.29 55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