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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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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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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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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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시간대 모니터링

DUMMY

중년사내의 말은 맞았다.



밤 12시부터 시작된 모니터링은 그 다음날 7-8시까지 거의 할 게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이 꼭 맞지 않는 날도 있었다. 어떤 날은 창인은 날밤을 새우며 뭔가를 했다.



그런데 평소처럼 게임을 하거나 웹툰, 유튜브, 숏츠 따위를 보는 때도 있었지만, 뭔가 일기장을 뒤척거리면서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고, 알 수 없는 수학 공식들을 노트에 마구 적었다가 찢어버리기도 했다.



그가 다른 뭔가를 할 때는 솔직히 별 신경을 안 쓰고 간식을 시켜 먹으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모니터링을 했지만, 일기장을 보며 회상에 잠길 때는 일기장의 내용을 유심히 봤다.



뭔가 그의 과거에 대한 순전히 내 호기심 때문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그의 과외 부분이었다.



[2021년 8월 11일


정말 공부속에 파묻혀 있는 느낌....해도해도 끝이 없다. 과외 선생들은 뭔가 나를 괴롭힐 듯이 숙제를 많이 내준다. 존나 싫다. 그냥 웹툰이나 보면서 뒹굴거리고 싶다. 이런 걸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쓸데없는 지식의 창고가 되어 가는 느낌.... 근데 안 할 수 없다. 부모님이 매우 걱정을 하신다. 요즘은 아버지도 그런다. 왜???? 너무 너무 하루하루가 공부의 연속이어서 싫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제발 ㅠㅠ]



일기를 보자 문득 김창인이 대전에 내려갔을 때 같이 저녁을 함께했던 그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마 창인의 학업 때문에 과외를 많이 시켰던 모양이다.



보기에는 굉장히 인자해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있으셨나보다. 하기야 우리 어머니만 봐도 나 대학 보내려고 엄청나게 공부를 시키셨다.



그는 부모님과 마찰로 가출한 일기도 있었는데 2019년의 피씨방 일탈보다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가출이었다.



[2021년 9월 24일



성적 문제로 엄마한테서 꾸지람을 듣고 오후에 집을 나왔다.


정처 없이 걷다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을 사먹었다. 어디 갈 데가 없어서 저녁 늦게까지 집에서 좀 떨어진 공원을 어슬렁거렸다. 예전에 독서실에서 같이 공부하는 녀석들이 가져와 소주를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갑자기 술 생각이 간절해서 편의점에서 한 병 샀다. 별 생각없이 마시다보니 난 취해서 잠들었나보다.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워서 눈을 떠보니 경찰 아저씨가 이름이 뭐고 어디사냐고 물어봤다. 내가 집에 안가겠다고 버티자. 경찰 아저씨는 아버지께 전화를 하셨고 아버지가 나를 데릴러 오셨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뺨을 맞았다. 평소라면 주로 엄마가 나를 회초리로 야단치고 아버지가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대체로 아버지는 그냥 조곤조곤 잔소리만 길게 하신다.


근데 이번에는 아버지가 격노하셨다. 마구 화를 내셨다. 엄마는 옆에서 아버지를 뜯어 말리셨고 나를 방에 밀어 넣었다.


나는 무섭기도 하고 짜증도 나서 침대에서 울다가 잠들었다.


담임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평소보다 부드럽게 나를 대해 주셨다. 그래도 공부가 지겹고 따분하긴 마찬가지다. 빨리 독립하고 싶다.]



저 나이때는 뭔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출을 생각할 나이다. 나도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갔다. 하지만 난 가출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갔을 때 소주를 처음 먹어봤다.


그 당시는 한 모금만 먹고 너무 써서 안 먹었다. 그런데 창인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면서 소주를 몇 번 했다고 하니 놀랍게 느껴졌다. 근데 술은 어떻게 샀지? 요즘 편의점에서 신분증 없으면 미성년자한테 안 팔텐데...



이렇게 밤에 일기장을 들춰보거나, 웹툰 등을 늦게까지 볼 때가 아니면 그는 대게 12시에서 1시경에 잠들었다. 내가 모니터링을 시작하는 밤 12시에 이미 잠들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창인은 수업이 없을 때는 아침 10시나 11시까지 자는 경우도 있었다.



나에게는 참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 경우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모니터링에 노하우가 생겼고 중년 사내도 나를 좋게 평가해줘서 새벽에 창인이 잠들었을 때 종종 딴 짓(?)을 할 수 있었다.



그 시간에 나는 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컴퓨터를 가져와서 노트북을 하는 건 금지였고, 통화도 긴급한 통화만 허락을 받고 할 수 있었다.



나한테 긴급한 통화는 간혹 알바할 때 오는 어머니 전화밖에 없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가끔 내가 전화를 하신다. 물론 긴급한 용건의 거의 전혀 없다시피 하지만 어머니 전화는 받게 허락해줬다.



지난 달에는 어머니께 돈을 300만원 부쳐드렸다. 어머니는 나를 대견해 하면서 전화로 몇 번이고 고맙다고 하셨다.



지현에게는 한 달만 더 일하고 이 모니터링 알바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여기서 그만두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관두고 싶지는 않다.



이 일이 경력에 전혀 도움은 안 되지만 뭔가 색다르고 고액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


창인은 대게 아침 8시경에 기상을 한다.



아침 식사를 거의 거르기 일쑤다. 아침에 뭔가를 먹는다면 전날에 사두었던 빵이나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다.



냉장고와 냉동실에는 그의 어머니가 보내주셨는지 각종 반찬들과 김치들이 보였지만 그가 그것들을 꺼내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근처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학교에서 학식을 먹을 때 그는 거의 혼자였다.



지난번에 2:2 미팅을 같이했던 재원이란 단짝 친구는 창인이 학교 캠퍼스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서울대생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창인은 그에게 유다혜와의 데이트나 연락한 내용에 대해서 간혹 톡을 보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재원은 창인에게 짧게 답장했다.



[노재원 : 잘해봐~ 친구!]



아 그리고 유다혜란 여자에 대해서 말하자면 창인과의 관계는 내가 예상했던대로 진전이 별로 없다.



카톡의 내용을 보면 거의 100프로 김창인의 요청으로 데이트(?)는 하지만 대화 내용은 항상 짧고 별 내용없이 무미건조했다. 저녁이나 점심 식사를 같이 하고 커피나 쉐이크 등 디저트를 먹고 헤어진다,



[김창인 : 오늘 저녁 즐거웠어요! 커피는 잘 마셨어요~


유다혜 : 네^^ 저두요]




[김창인 : 오늘 점심 파스타 진짜 맛있는데 다혜씨랑 같이 먹어서 그런 듯!


유다혜 : 아공~ 감솨 ^_^


김창인 : 더운 날 쉐이크를 사주는 센스 굿!


유다혜 : 더울 땐 쉐잌~ ]



한 번은 둘이 4시간 만난적이 있는데, 그 중 2시간은 영화 관람이었다.



[김창인 : 우와, 우리가 첨으로 4시간 만났어요! 짝짝짝


유다혜 : 영화 꿀잼~ 2시간 순삭 ㅋ


김창인 : 담에는 더 잼있는 영화 보러가요! 저도 로맨틱 코메디 좋아해요~


유다혜 : 네^^ ]



유다혜의 톡은 여전히 창인이 보낸 후 1시간 후에나 온다. 질릴 법도 한데 창인은 밀당도 없이 톡이 오면 바로 답톡을 보낸다.



아르바이트가 밤 시간대로 바뀌고 난 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의 데이트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창인은 유다혜와의 카톡을 여러번 수시로 확인했기 때문에 나는 낮 시간대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둘 사이에 카톡에서 별다른 깊이 있는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아서 유다혜가 어느 학교를 다니고 무엇을 전공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아마 미팅 때 소개를 하면서 말을 했을 수도 있지만 난 대화 내용은 들을 수 없다.



그의 카톡 대화방이나 이전에 낮시간대 모니터링을 한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창인은 부모님과는 거의 연락을 안 하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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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의 사생활1 24.06.25 25 0 8쪽
7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29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8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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