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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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작품등록일 :
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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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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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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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접하다

DUMMY

그것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인턴자리 하나 얻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대학동기 한 명과 서울 변두리의 월세방을 얻어서 근근이 버티는 삶이었다.


지난 번 편의점 아르바이트 때 사장이 밀린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 여러 차례 실랑이를 벌이고 겨우 받아낸 후,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밤 같이 월세방에 사는 장현이 퇴근하고 소주 두 병과 마른 안주를 사서 왔다.


“야, 알바 자리는 좀 알아봤냐?”


9시도 채 안된 시간이었는데 붉그레한 뺨에 술 냄새가 어기적 풍겼다.


“어 뭐 그냥....”


장현이 가져온 비닐을 뒤적이다가 쥐포채를 발견한 나는 짜증이 났다.


“그놈의 쥐포채는 니 주식이냐? 좀 다른 것 좀 사와라”


“이게 소주 안주로는 딱인데” 장현이 피식 웃었다.


장현은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후, 소규모 앱 개발회사에 취직해서 1년 남짓 다니는 중이다.

대학시절 장현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좀 찐따 같다고 생각했다.


빛 바랜 청바지에 후드티는 교복처럼 입고 다녔고, 일부러 그런 색을 내기도 어려운 청록색 패딩은 대학교 4년 내내 장현의 최애 겨울 아이템이었다.


학교에서 장현을 처음 본 것은 도서관에서였다.


과제 때문에 급히 빌려야 하는 책이 있는데 학생증이 없었던 나는 늦은 밤 도서관에 홀로 앉아 있던 장현에게 말을 걸어 그의 학생증으로 책을 대출받았다.


며칠 후 과제를 끝내고 신이난 나는 같은 과 선후배들과 왁자지껄한 술자리에서 가방과 함께 그 책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엮였다.


같은 학교 학생이니 통성명도 안 하고 휴대전화 번호 교환도 안 했다.


그냥 자기 학생증으로 책을 빌려주면 어련히 반납하겠거니 생각한 장현은 도서관에서 독촉 전화를 받고 나를 찾아 캠퍼스를 휘젓고 다녔다.


캠퍼스 후문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내 뒷덜미를 움켜잡은 건 장현이었다.


“저기요! 책을 남의 학생증으로 빌렸으며 반납하셔야죠!”


버스장 주변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로 쏠리는게 느껴졌다.


나는 그 동안 내가 그 책을 잃어버렸다는 걸 잊고 있었다.


왜냐면 그 책은 이미 제 역할을 다 했기 때문에..



장현의 붉으락 푸르락 한 얼굴과 씩씩거리는 입을 보며, 금새 내가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사실 가방을 잃어버렸는데...하필 그 안에 그 책이...”


그 날 내가 장현에게 사과할 겸 학교 근처 술집에서 치맥을 쏘며 우리는 친해졌다.


이야기를 해보니 그는 아버지가 지방에서 조그만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원래는 아버지 영향으로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기계공학을 전공하려고 했는데,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그에게 컴퓨터가 앞으로 유망하니 지원해보라고 해서 합격해 다니기 시작했다.


컴퓨터학과 건물은 내가 다니고 있는 경영학과 건물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전형적인 문과생인 나는 수학, 공학, 과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에 대한 존경심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


특히 누가 컴퓨터를 가지고 앱이라던지 무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개발자라고 하면 나는 막연한 경외감을 느낀다.


장현은 평균 학점이 4.3으로 4년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교를 졸업했다.

나는 장현을 존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건 이후 자주 어울려 다녔다.


“요즘... 알바자리도 경쟁이 치열하다며?...”


장현이 내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어, 근데 당장은 별로 하고 싶지가 않네”


“그래... 뭐 굶어 죽는 것도 아닌데... 얼른 한잔 하자!”


두 병으로 시작한 술자리는 배달음식이 두 차례 오고 소주 빈 병 9개가 앉음뱅이 테이블 옆에 쌓이고, 장현이 거실 소파 옆에서 엎드려 코를 골 때 쯤 끝났다.



따가운 햇살이 이마를 달구고 전날 감지 않은 머릿결을 말리는 기분이 들 때 잠에서 깨었다.


오전 11시 20분


일어나 보니 장현은 출근하고 없었다.


나는 컴퓨터를 켜고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들어갔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없어서 나는 커피숍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제빵 분야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이나 식당 서빙, 주방보조, 물류센터 보조...


다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다 섭렵을 해 본 나이다.

그러한 아르바이트들을 더이상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것들은 이제 흥미를 끌지 않았다.

뭔가 색다르면서도 보수는 좋은 그런 아르바이트 자리를 원했다.


인터넷 창을 닫으려는 순간 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격일제 고소득 아르바이트, 하루 12시간, 자격증/경험 불필요, 단순 모니터링 업무, ㈜QB테크, 업무 한 달 해본 후 기간협의, 070-XXXX-XXXX ]


단기 고소득 아르바이트는 몇 번 해봤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삭발을 시키고 데모에 가담하게 하는 아르바이트도 있었고, 선거철에 후보 사무소에서 이런 저런 유세 알바를 해본 적도 있었다. 호빠에서 일한 적도 있다. 물론 새벽녘 삐끼로..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돈은 엄청나게 많이 주지 않아도 비교적 오래할 수 있는 그런 아르바이트였다.


노트북을 덮고 눈을 감았다.


고소득... 단순 모니터링......격일제


격일제이고 단순 모니터링 업무인데 고소득이라고?

그런데 무엇을 모니터링 한다는거지?


나는 궁금증이 몰려왔지만 그런 알바는 없다고 자신에게 되뇌었다.


나는 피로하고 지친 상태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휴식이다.


냉장고에서 플라스틱 통에 담아 둔 물을 한 컵 들이켰다.

어제 술자리로 인한 숙취도 남아 있고 해서 다시 이불속에 파고들었다.


그런데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재깍재깍‘


벽에 걸린 시계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눈을 감았지만 정신은 더 또렷해지는게 느껴졌다.


잠은 이미 달아난 지 오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음뱅이 책상에서 노트북을 켜고 좀전의 아르바이트 공고에 다시 들어갔다.


0, 7, 0 , .....


그 공고에 나온 번호로 바로 전화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뚜뚜뚜


어! 이건 뭐지?


그럼 그렇지. 세상에 그런 아르바이트가 어딨어?

무슨 보이스피싱이나 범죄조직이 자기들 대신할 얼간이를 찾고 있는 거 같군


없는 번호라는 것을 확인하고 홀가분해졌는데 마음 한 켠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이 세상에 아르바이트는 많으니까..


좀더 자고 나중에 알아보자


시간은 벌써 정오를 넘어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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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대2 미팅 24.07.17 27 0 10쪽
11 사고 후 24.07.13 2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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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의 사생활2 24.06.30 26 0 11쪽
8 그의 사생활1 24.06.25 25 0 8쪽
7 아르바이트는 이제부터 시작 24.06.22 29 0 10쪽
6 첫 아르바이트를 마치다 24.06.20 28 0 11쪽
5 첫 아르바이트 24.06.13 32 0 11쪽
4 비밀유지계약서 24.06.10 30 0 8쪽
3 면접을 보다 24.06.05 32 0 7쪽
2 면접 제안을 받다 24.06.01 3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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