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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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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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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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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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르바이트

DUMMY

나는 내 인생에서 오전 10시 이후까지 잠을 자본 적이 거의 없다.


친구들과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시고 잠들어도 항상 10시 이전에는 꼭 깼다.

하지만 나는 11시까지 가야 하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알람을 8시에 맞춰놓았다.


그런데 아침 7시도 되기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어이, 첫 출근 행운을 빈다.”


장현은 8시경 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서둘러 나갔다.


9시경에 일어나 샤워를 하면서 나는 근무 시 입어야 하는 복장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뭘 입고 가야하지?’


중년의 사내는 나에게 복장 규정에 대해서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았고, 계약서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그냥 평상시 캐쥬얼한 복장으로 갈까? 아니면 면접을 위해 사놓았던 네이비색 양복에 구두를 신고 갈까?

아무래도 너도 편한 복장은 업무하는 데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만 보는데 양복을 입는 게 웃기게 느껴졌다.

나는 사무직 정직원도 아니지 않은가...


나는 되도록 편하게 입었는데 너무 편안해 보이지 않는 복장을 골랐다.


아이보리색 면바지에 회색 반팔티, 흰색 운동화 그리고 위에는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10시 45분 경에 앨린빌딩에 도착해서 바로 3층으로 올라가자 중년의 사내와 처음보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복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중년의 사내가 나를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근무지는 여기가 아니라 차로 30분 정도 이동해야 합니다.”


"네?" 내가 어안이 벙벙해서 되묻자 중년의 사내는 지하 주차장으로 나를 안내했다.


거기에는 검정색 밴이 있었는데 20대 사내는 운전석에 타고 나는 중년 사내와 가운데 좌석에 탔다.


차량 내부는 개조되어 있어서 트렁크는 없고 커다란 긴 소파 같은 좌석이 마치 지하철 좌석처럼 창문과 평행하게 놓여 있었다.


나와 중년 사내는 서로 마주 앉았다.


차의 내부는 LED 불빛으로 매우 환했는데, 무슨 코팅을 했는지 창문 밖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거울처럼 반사된 내 모습만 비췄다.


운전석과 내가 앉은 공간도 그런 반사유리 같은 막으로 차단되어 있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차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리고 차는 서서히 주차장 밖으로 빠져나가는게 느껴졌다.


“일하는 곳은 어디에 있나요?” 내 목소리는 긴장돼 있었다.


“알다시피 보안이 생명인 업무라 일하는 곳도 보안상 알려줄 수 없습니다.”


중년의 사내는 줄곧 테블릿 PC를 보며 말이 없다가 대답하면서 좌석 옆 검정 간이 냉장고에서 탄산수를 꺼내서 나에게 권했다.


나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것을 느꼈다.


나를 납치하는건 아니겠지?


설마 어디 무인도에 팔아버리는 건 아닐까?


아니면 장기매매?


그냥 내리겠다고 말할까? 차가 멈췄을 때 문을 열고 내려버릴까? 문이 안 열리면 어떡하지?



별의 별 생각으로 머릿속이 엉켜있는 나는 중년 사내의 목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혹시 못 먹는 음식 있나요?”


“아....아니..요.”


“외부 음식이나 음료는 반입금지라 식사나 간식은 회사측에서 제공하는데 혹시 알러지가 있나 해서 물어본 겁니다.”


“전혀 없습니다. 다 잘먹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중년의 남성은 태블릿 PC로 뭔가를 열심히 두드렸다.


차가 파킹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 체감상으로는 1시간 넘게 온 것 같았지만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11시 25분이었다.


10시 50분에 출발했으니 35분 정도 걸린 것이다.


20대 운전기사가 차문을 열었다.


지하 주차장이었는데 우리가 타고 온 검정색 밴 외엔 어떠한 차도 보이지 않았다.


중년 사내의 안내로 주차장 모퉁이를 돌자 엘리베이터가 나왔다.


그가 손바닥을 대자 엘리베이터문이 바로 열렸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지하 2층에서 4층까지 있었는데 우리는 4층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복도가 보였는데 왼쪽으로 방이 세 개 정도 있었다. 방에 들어가는 문은 마치 영화관에 들어갈 때처럼 두꺼운 방음문이었다.


중년 사내가 맨 끝 방의 입구에 설치된 금속판에 손을 얹자 문이 스르륵 거의 소리 없이 열렸다.


그는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약 5평 원룸 크기 정도의 방은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입구에 들어서서 오른쪽을 보니 벽에 거대한 모니터가 벽 안쪽에 심어져 있었다. 그 앞에는 가벼워 보이지만 견고한 1인용 책상과 인체공학적 의자가 놓여 있었다.


비상 시 누르라고 알려 준 빨간색 버튼은 책상 왼쪽 윗 귀퉁이에 달려 있었다. 책상위에는 빨간색 버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왼쪽 벽에는 하얀 인터폰이 달려 있었다.


모니터 위에는 전자 시계가 달려 있었고, 화장실은 책상 오른쪽에 있었다.


화장실 좌변기 옆 벽에도 작은 모니터가 심어져 있었고, 그 옆에 빨간 버튼이 붙어 있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도 이 모니터를 주시하다가 비상사태 시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중년의 사내는 말했다.


빨간 버튼은 적어도 3초 이상 누르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사는 오후 1시, 저녁 7시에 방으로 조리사가 직접 갖다 주고, 마실 거나 간식은 인터폰을 통해 요청하면 갖다 줄 겁니다.” 중년 남성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는 나가면서 임시 직원용 출입증을 책상에 두었다.


나중에 앨린빌딩으로 돌아갈 때 검은색 밴 운전기사한테 반납하면 된다고 했다.


휴대폰은 기본적으로 금지였다. 모니터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급한 통화나 문자는 인터폰으로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모니터링을 하면서 해야 했다.


"자 행운을 빕니다."


중년의 사내가 인사를 건내고 나가자 방에는 나만 남겨졌다.


중년 사내가 나가자 모니터에 불빛이 들어오며 자막이 나타났다.


[모니터링 하는 환자의 위급 상황 시 빨간 버튼을 누르시오]


시계를 보니 11시 58분이었다.



12시가 되자 모니터에 갑자기 화면이 떴다.


건물들이 즐비한 서울의 어느 길거리였다.


마치 누군가가 카메라로 정면을 비추면서 걷고, 나는 그 사람이 찍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모니터링 대상자는 길을 정처없이 계속 걸었다.


보폭은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로 가늠해보니 키가 175cm 정도 되는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적막 그 자체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중년 사내가 카메라가 환자 신체에 심어져 있다고 했는데, 마이크로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다.


이 방에도 모니터만 있지 스피커는 어디에도 없었다.


모니터는 정처 없이 걷다가 어떤 공원으로 접어들더니 화면이 공원 안쪽으로 고정됐다.


아마 벤치에 앉아서 쉬는 모양이다.



모니터는 공원을 나와서 다시 길거리, 버스, 다른 길거리 등으로 이어졌다.


오후 1시가 되자 인터폰이 울렸다.


“네?” 얼떨결에 인터폰을 들자 점심이 문 앞에 배달됐다고 한다.


문을 열어보니 바퀴가 달린 이동식 테이블 위에 흰쌀밥, 제육볶음, 된장국, 멸치볶음, 시금치나물, 김치, 생수 한 통, 요거트 하나 가 놓여 있었다.


특별히 맛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학교에서 먹던 학식보다는 푸짐하게 나온 것 같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계속 모니터를 봤다.


마치 스피커가 고장난 컴퓨터로 재미없는 일상 브이로그를 보는 듯 했다.



처음에는 이런 모니터링이 새롭고 신기해서 모니터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특별한 사건은 없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니 점점 지루하게 느껴졌다.


모니터링 하는 사람은 혼잡한 시장을 활보 하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도 하다가 골목 사이사이를 배회했다.


단순히 모니터만 보는 일이었지만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만 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휴대전화조차 사용할 수 없으니 좀이 쑤시는 듯했다.


지쳐갈 때쯤 모니터링 대상자가 대로변에서 깊숙이 자리잡은 어느 원룸으로 들어갔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지만 이 동네가 어딘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는 신발을 벗고 화장실로 보이는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갑자기 긴장이 됐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화면이 급격히 화장실 바닥을 비췄다. 그리고는 바닥의 타일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위기상황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 사람은 지금 넘어져서 화장실 바닥에 쓰려져 있다! 누군가에게 뒤에서 가격 당했을 수도 있다.


나는 황급히 책상 위 빨간 버튼을 눌렀다.


삐이이~ 삐이이~ 삐이이~


싸이렌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 순간 화장실 바닥을 비추던 모니터가 초록빛으로 바뀌고 초록빛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47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몇 분간 모니터는 초록빛 그대로였다.


마른 침을 삼키고 나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혹시 내가 뭘 실수한 건 아닐까?


인터폰을 들어 물어볼까?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모니터에 다시 화면이 떴다.


방 천장을 비추고 있었는데, 천장에는 오래된 듯한 구식 형광등이 달려 있었다.


모니터링 대상자는 방에 누워 있는 듯 화면은 계속 천장만 비췄다.


도대체 무슨 일은 일어난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비상버튼을 눌렀는데 왜 화면이 녹색으로 바뀌고 지금은 천장만을 비추고 있는 것일까? 대상자가 누워 있는 걸까?


그렇게 천장만 비추기를 1시간째.....


저녁을 주는 시간이 다가왔다.


모니터 위의 전자시계가 7시가 되자 어김없이 인터폰이 울렸다.


“네”


내가 대답하자 인터폰속 남성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저녁식사입니다.”


이동식 테이블에는 스테이크와 통감자구이, 샐러드, 사과, 콜라가 놓여 있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모니터는 천장의 형광등만 비출 뿐 다른 곳은 전혀 비추질 않았다.


밥 먹을 때는 어지럽게 도로나 거리를 배회하는 것보다 이게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다 먹고 한참 후에도 모니터는 천장을 계속 비추었다.


‘윙~ 윙~’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 진동 알림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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