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975
추천수 :
73
글자수 :
515,968

작성
24.07.20 22:04
조회
31
추천
1
글자
13쪽

함정

DUMMY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 태민은 제일 먼저 지한의 얼굴을 입에 올렸다.


“유 작가님, 롱 타임 노씨~ 나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어른티가 나네요.”


갑자기 훅 들어온 얼굴 공격에 지한은 살짝 열이 받았다.


“이봐요, 태민 씨. 나는 이미 어른인데다 나이도 태민 씨보다 여덟 살이나 많거든요?”

“아이 참, 유 작가님도. 동안이라는 건 칭찬입니다, 칭찬.”


태민은 전혀 굴하지 않고 생글거렸다. 오히려 태민을 따라온 매니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덩달아 지한 옆에 서 있던 병지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지한과 태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살짝 마동석을 닮은 태민의 매니저는 지한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유 작가님,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태민 씨 나름대로 긴장 풀려고 괜히 내 얼굴에 딴지를 거는 것 같네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지한은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태민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태민은 더욱 신난다는 얼굴이 되었다.


“유 작가님, 이번 예능 관찰 예능이라면서요? 연예인이 일반인으로 살고 그것을 시청자가 본다는. 여기 오면서 매니저 형에게서 다 들었어요.”

“맞아요.”

“그럼, 난 고등학생 할래요. 가수 데뷔한다고 학교생활을 많이 못 해봤거든요.”

“고등학생?”


지한은 태민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괜찮은 아이디어인데요. 태민 씨가 ‘모두의 학교’를 찍었으니 팬들이 받아들이는 것도 자연스럽겠네요.”

“그렇죠? ‘모두의 학교’에서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반장으로 학급 문제를 뚝딱 해결하는 그런 학생이면 될 것 같은데.”

“그건 자연스럽지 않은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평범한 인물로 살아가는 거거든요.”

“그래요?”

“예를 들어 착한 학급 반장이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간다거나.”

“그게 뭐예요. 재미없게......”


태민이 보란 듯이 얼굴을 구기며 툴툴거렸다. 그것을 보고 매니저가 끼어들었다.


“태민아, 유 작가님에게 떼쓰면 안 돼. 정해주신 대로 해야지.”

“아이 참, 갑수 형. 유 작가님에게는 가식적으로 안 굴어도 돼요.”


태민은 매니저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한 뒤 지한에게 웃는 얼굴로 물었다.


“그렇죠, 유 작가님?”


지한은 세븐럭 뮤직 비디오나 포스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민의 웃는 얼굴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너는 가식적으로라도 예의를 차렸으면 좋겠는데?’


지한은 차마 속엣말을 못 뱉고 있을 때 병지가 ‘흠흠’ 하며 목을 가다듬은 뒤 끼어들었다.


“태민 씨. 아무리 FN의 인기 아이돌이라고 해도 유 작가‘님’에게 예의를 갖춰야지요.”


병지의 말에 태민은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렸다가 편 뒤 제법 진지한 얼굴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유 작가님.”

“그래요.”


지한은 태민의 사과를 받아주면서도 그가 병지의 말에 기가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태민과 병지가 예능에 필요한 디테일을 의논할 때 갑수가 지한에게 다가왔다.


“유 작가님, 태민이 예의 없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지한은 태민을 한번 흘깃 본 뒤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뭐, 저렇게 행동하는 게 태민 씨 다운 것 같긴 합니다.”


지한의 말에 다소 딱딱하게 긴장됐던 갑수의 얼굴이 풀렸다.


“태민이 유 작가님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마음에 든 사람에게만 그렇게 짓궂게 굴거든요.”

“그래요?”

“예. FN의 다른 작가분들이나 피디분들과 다르게 유 작가님 만나러 올 때는 신나 했거든요. 아, 한 피디님도 예외긴 하네요.”


지한은 다시 태민을 힐긋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마음에 든 사람에게는 무례하게 굴거나 귀찮게 구는 녀석이라는 말이네.’


지한은 이마를 가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다시 갑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재현 씨에게 그렇게 툴툴댔던 거네요.”

“그것도 보셨습니까? 예, 맞습니다. 태민이 녀석, 거의 매일 재현이에게 싸움을 걸고 있죠.”


갑수는 환하게 웃으며 태민을 쳐다보았다. 그런 갑수를 보는 동안 지한은 한 피디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세븐럭의 매니저가 술자리에서 형섭과 예지와 준수가 현수에게 했던 악행을 들었다는 이야기. 그 매니저가 지금 지한의 눈앞에 있었다.


지한은 문득 갑수가 형섭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회사의 실력자가 시켰기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짓을 했다고 여길지 형섭이 나쁜 인간이라고 여길지. 하지만 지한은 굳이 갑수에게 형섭의 일을 물어보지 않았다. 자신과 현수의 관계를 진성이 알게 될 가능성은 없애고 싶었다.


*


우진은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은 곳으로 가서 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권 작가님, 유 작가와 강 피디가 곧 있으면 예능 촬영에 들어갑니다.”

“그래?”

“그리고 김 작가가 유 작가의 곁에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 작가가 김 이사 라인에 들어간 건가.....”

“그래 보입니다. 김 작가가 유 작가를 앞에 두고 저에게 경고했습니다. 유 작가에게 해가 가면 자신은 물론 김 이사님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경고였습니다.”


진성은 잠시 아무 말 없다가 김이 샜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결국 할아버지 말이 맞았어.”

“예?”

“내가 할 일이 늘었다는 말이야. 그 외에 주시할 만한 일은 없었어?”

“아직 없습니다.”

“계속 감시하고 신경 쓸 만한 일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우진이 전화를 끊고 돌아서다 흠칫 놀랐다. 기척도 없이 나타난 준수가 우진에게서 채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이봐, 신 작가. 우리 아직 한배를 탄 동료지?”

“무슨 말씀이신지?”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짜 동료 아니겠어? 이번에 날 도와준다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어.”


우진은 핼쑥한 얼굴이지만 눈빛만큼은 맹수처럼 이글거리는 준수를 잠시 쳐다보았다. 눈치 빠른 그는 준수가 자신에게 도움 요청한 이유를 단번에 알아챘다.


“혹시 유 작가 일이라면 명 작가님 부탁을 들어드릴 수 없겠는데요. 김 이사님 조카가 병정처럼 유 작가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제가 권 작가님 쪽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요.”

“허, 신 작가의 명성도 다 되었군. 누구보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신 작가가 초장부터 정체를 들키다니.”

“.....김 이사님의 정보력을 너무 무시한 것 같습니다만.”


우진의 말에 준수는 피식 웃었다.


“그래. 이제까지 그 양반은 경영 외의 회삿일은 간섭을 안 했지. 그래서 안심 아니 방심을 한 측면도 있지.”

“그러니 도움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니야. 정체가 드러났다고 해도 신 작가가 할 수 있는 게 있어. 우선 유 작가의 상황을 계속 알려주면 돼.”

“.....그것 뿐입니까?”

“지금으로선 그래. 신 작가가 도와준다면 방송국 진출을 적극 밀어줄 테니까.”


준수의 말에 이제껏 시큰둥하던 우진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명 작가님이 원하는 게 정보라면 도움을 드릴 수 있겠네요. 어차피 권 작가님 지시로 유 작가를 주시하고 있으니까요.”

“이래서 신 작가가 좋다니까. 말이 단번에 통하니까.”


준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가를 끌어올렸다.


*



태민의 컨셉이 정해진 뒤 지한은 가이드 라인으로 쓸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 뒤 영상화 작업까지 마치고 갑수를 통해 태민에게 전했다. 장소와 해당 에피소드 출연진이 정해지자 강 피디는 예능 촬영을 시작했다.


우진은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야구 선수인 현진수가 될 거라고 준수의 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두 번째 출연자가 현진수라...... 현진수는 분명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지......”


준수는 연락처 목록에서 박 피디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두어 번 울리고 나서 박 피디가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야, 박 피디.”

“명 작가님, 무슨 일이십니까?”

“박 피디가 이번 회사 프로젝트 예능의 조연출을 맡고 있다면서?”

“그렇습니다.”

“박 피디, 언제까지나 남 밑에서 조연출만 할 거야? 이제 슬슬 자기 프로그램을 해야지.”

“저야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죠. 그런데 기회가 없잖습니까?”

“박 피디가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 그 기회를 내가 만들어주려고 하는데.”

“정말이십니까?”

“그래. 대신 박 피디가 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제가 어떤 일을 하면 될까요?”

“전화로 말하긴 그렇고 박 피디의 얼굴을 보며 말하고 싶은데. 되도록 빨리 만나서.”

“오늘 오후 6시 이후로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면 6시 반까지 어디 한적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지. 저녁도 같이 먹을 겸 해서.”

“그러시면 저야 좋죠.”

“그래. 어디서 만날지는 메시지로 알려주지.”

“알겠습니다, 명 작가님.”


박 피디의 대답을 들은 뒤 준수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노을 한정식’이라는 상호명을 메신저로 보냈다.


노을 한정식에서 준수는 노란 서류 봉투를 박 피디에게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일단 열어봐.”


박 피디는 봉투를 열어 안에서 경찰 조서 복사본을 꺼냈다. 조서는 2년 전 작성된 것으로 FN 소속 배우 김희수가 도박을 한 일로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박 피디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준수를 쳐다보았다.


“3년 전에 희수가 도박을 했는데 일행이 있었어. 그 일행 이름이 밑에 적혀 있을 거야.”


그 말에 박 피디는 희수와 함께 도박했다는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5명의 일행에 현진수도 들어있었다.


“현진수가 도박을 했네요.”

“그래. 이 녀석, 선수 은퇴하면 연예계에 진출하려고 FN 연예인과도 꾸준히 인맥을 쌓더군. 희수와 놀다 도박 문제가 터졌는데 녀석은 자기 아버지의 빽을 써서 도박했다는 이들의 명단에서 이름을 뺐지. 정확히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바닥 몇몇 정보통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

“그런데 이 정보를 저에게 주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박 피디의 질문에 준수가 입가에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난 정말 운이 좋다고나 할까. 좀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권 작가님이나 회장님 눈 밖에 나나 싶었지. 그런데 과거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생긴 거야. 그것도 나에게 유리한 패가 있는 현진수가 녀석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간 거지.”


준수는 꼬았던 다리를 풀고 박 피디에게로 조금 몸을 기울였다.


“당신이 해줄 일이 있어. 프로그램 회의를 할 때 현진수가 도박이나 내기 같은 것과 관련된 장면을 살짝 넣도록 해.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칠 정도로 사소하게 말이야. 물론 그 회의를 하기 전에 김 작가와 신 작가를 핑계를 대고 회의에 참석 못하게 하고.”

“그 두 사람을 왜.....?”

“김 작가가 자기 삼촌에게서 현진수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어. 도박의 주범이 FN의 연예인이었으니 그쪽에도 정보가 들어갔다고 봐야지. 헌데 김 작가만 회의에 빠지면 유 작가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챌 수 있어. 그래서 신 작가도 회의에 들어가면 안 되는 거야. 그러면 크게 문제는 없을 테니까.”


준수의 말을 듣고 박 피디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현진수를 건드려도 될까요? 현진수 아버지가 FN 투자자가 될 거라는 말이 있던데?”

“우리가 현진수를 건드리는 게 아니지. 유 작가가 건드리는 거지.”

“유 작가가 현진수를 건드린다?”

“게다가 현진수 아버지는 우리 눈치를 보는 입장이야. 그러니 일이 잘못되더라도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야.”


준수는 진성을 떠올리며 말했다. 만약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으면 준수더러 가만히 있으라고 할 터였다. 진성이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어느정도 위험을 안더라도 지한을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내 말대로 회의를 진행 시켜. 강 피디야 자신의 분야가 아닌 데는 무관심한 사람이니까 현진수의 과거를 모를 가능성이 커서 괜찮을 거야.”

“만약 안다면 아이디어 회의에서 현진수의 과거 이야기를 하겠죠.”

“그렇지. 일이 잘되면 박 피디는 진수에게 해야 할 말을 알려줬으면 해.”

“어떤 말입니까?”

“그것은 나중에 알려주지.”


준수는 다시 입가에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윤 피디 24.08.06 19 1 11쪽
66 윤 피디 24.08.05 26 1 12쪽
65 영역 싸움 시작 24.08.03 27 1 12쪽
64 영역 싸움 시작 24.08.02 27 1 12쪽
63 영역 싸움 시작 24.07.31 29 1 12쪽
62 함정 24.07.30 30 1 12쪽
61 함정 24.07.29 26 1 12쪽
60 함정 24.07.27 28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58 함정 24.07.24 30 1 12쪽
57 함정 +2 24.07.23 30 1 12쪽
56 함정 24.07.22 29 1 12쪽
» 함정 24.07.20 32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2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30 1 12쪽
52 마약 스캔들 24.07.16 31 1 12쪽
51 마약 스캔들 24.07.15 33 1 11쪽
50 마약 스캔들 24.07.13 37 1 12쪽
49 권 회장 24.07.12 32 1 13쪽
48 권 회장 24.07.10 31 1 13쪽
47 권 회장 24.07.09 35 1 12쪽
46 화상회의 24.07.08 36 1 11쪽
45 화상회의 24.07.06 36 1 12쪽
44 요구 24.07.05 37 1 11쪽
43 요구 24.07.03 39 1 12쪽
42 요구 24.07.02 37 1 11쪽
41 미끼 24.07.01 40 1 12쪽
40 미끼 24.06.29 39 1 12쪽
39 미끼 24.06.28 43 1 11쪽
38 미끼 24.06.26 4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