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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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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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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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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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함정

DUMMY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사는 태민의 에피소드를 준비하면서 강 피디는 두 번째 출연자인 현진수를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열자고 메일을 보내왔다. 지한이 시간에 맞춰 병지와 함께 회의 장소로 가자 박 피디가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유 작가님.”


박 피디는 붙임성 있는 태도로 지한에게 인사했다.


“유 작가님이 주신 시나리오가 좋아 첫 번째 에피소드 촬영을 아무 문제 없이 마쳤습니다.”

“촬영이 잘 되고 있다니 반가운 소리네요.”

“강 피디는 작가들에게 시나리오 트집을 좀 잡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강 피디님이 작가님을 얼마나 믿는지 알겠더군요. 기껏 촬영한 것을 엎어버리는 일이 없어 저희 스태프들이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그래요?”

“예, 원래 기획도 엎어지고 촬영 날짜도 늦춰져서 저는 이번 프로젝트가 이대로 없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유 작가님 덕분에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 피디님께 들었습니다.”

“아, 예......”


지한은 서글서글하게 웃는 박 피디를 보며 애매하게 대답했다. 박 피디의 과한 칭찬이 부담스러웠지만, 호의를 보이는 상대에게 굳이 무례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 참, 아이디어 회의 들어가기 전에 병지 씨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박 피디는 병지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신 작가와 함께 촬영 장소를 다시 검토해줄래요? 현진수 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는데 그 사람이 들를 장소들이 좀 럭셔리한 것 같아서요. 현진수 씨야 그런 장소들이 편하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위화감을 줄 수가 있어요.”

“그런 거는 아이디어 회의 뒤에 해도 되지 않아요?”

“강 피디님이 지시한 거거든요. 첫 번째 에피소드가 만족스러워 두 번째 에피소드 촬영을 빨리하고 싶으신 것 같아요.”

“.....하긴 내가 있어봐야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아니고......”


첫 번째 에피소드 촬영을 앞두고 가졌던 회의에서 그 어떤 아이디어도 내지 못한 것을 떠올리고는 병지는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이렇게라도 밥값을 하는 게 좋겠죠?”


병지가 지한을 보고 말했다.


“음....., 병지 씨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각자 역할이 있으니 말이죠.”


지한은 에둘러 병지에게 촬영 장소 검토를 해줬으면 하는 뜻을 전했다. 웬만하면 보호자처럼 자신의 곁에 있으려는 병지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고 싶기도 했다.


“그럼, 얼른 촬영 장소 검토하고 회의에 참석하죠.”


병지는 강 피디가 지한에게 호의적인 것을 확인했고 그가 여는 회의라는 생각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라이프 스타일이 좀 현진수 씨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보조 작가로 참석하고 있는 이수영 작가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물론 현진수 씨에게도 성실한 면이 있죠. 성실히 연습해서 그런대로 프로에서 잘리지 않을 정도로 성적을 내고 있으니까.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현진수 씨는 평범과 거리가 좀 멀다고 할 수 있죠. 화려한 거 좋아하고 주목받는 거 좋아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며 자기 아빠나 지인이 처리해주길 바라는 사람이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면 분명 어긋나는 데가 있을 겁니다. 부자연스러우면 시청자들이 즉시 눈치챌걸요.”


현진수를 아는 이들이 수영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하는 게 어떨까요?”


잠자코 수영의 의견을 듣던 박 피디가 입을 열었다.


“그냥 평범하기만 한 회사원은 재미없지 않습니까? 상사의 잔소리에 욱해보기도 하고 회사에 소소한 반항도 하면 시청자들이 더 공감할 것 같은데. 어디 회사원이라고 모범적으로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만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 많지요.”

“그 조금이라는 이탈만으로 현진수 씨의 날티나는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수영 씨는 현진수 씨가 마음에 안 드나 봅니다. 날티라는 표현은 좀 심한 것 같은데.”

“사실 마음에 들지는 않죠. 연예인 데뷔를 원해서 여기저기 들쑤시다가 우리 회사 프로젝트에 자기 아빠 힘으로 들어온 사람이니까요. 딱히 유명해서 두 번째 에피소드 출연자가 된 건 아니잖아요? 들리는 소문으로는 현진수가 슬슬 은퇴각을 잡는다던데요? 야구 실력도 예전만 못하기도 하니까.”


수영의 굳은 얼굴을 보자 그녀가 정말로 현진수를 싫어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한은 수영의 말을 듣고 현진수가 두 번째 에페소드 출연자가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현진수는 지한이 처음 들어본 이름일 정도로 유명인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수영을 달래 듯 박 피디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말했다.


“에이,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합시다. 어쨌든 이번 예능 출연자로 정해졌으니 굳이 이제 와서 각을 세울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서로 불편해지고 프로그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박 피디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강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현진수가 마음에 들기만 한 건 아니지만 서로 얼굴 붉힐 일은 하지 맙시다. 서로 힘을 합치자는 분위기도 촬영에서는 중요하니까.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봅니다.”

“......예.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수영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것을 보고 박 피디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태민 씨의 경우도 악동이라든지 이탈하는 모습도 넣지 않았습니까? 진명 씨도 불성실한 회사원의 모습을 넣는 겁니다.”

“불성실한 회사원의 모습?”


강 피디가 물었다.


“예,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 회사를 조퇴하고 당구장이나 피씨방에 가거나 친한 동기들과 모여 상사 뒷담화를 까는 겁니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화가 나서 복권을 사거나 업무 시간에 몰래 주식 창을 들여다보거나 하는 겁니다. 이 정도 이탈이면 다른 평범한 회사원들도 하는 수준 아닐까요?”

“......괜찮을 것 같긴 한데..... 나만 해도 지루한 회의를 하는 중에 들여다본 적도 있으니까. 아, 물론 프로그램 회의가 아닌 데서 그랬죠.”


강 피디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나도 그런 적 있지’ 하는 말을 보탰다.


“그렇게 썩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해도 결국에는 회사원 생활을 어찌어찌 이어가는 그런 컨셉이 어떻겠습니까?”


박 피디가 이번에는 강 피디가 아닌 지한을 쳐다보며 물었다.


“괜찮네요. 수위 조절만 하면 그런 부분들이 재미를 더해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렇죠?”


박 피디는 지한의 동의에 마음이 놓인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회의를 마치고 강 피디가 지한에게 다가왔다.


“유 작가, 어때요? 이번 예능 시나리오 작업이? 원래 다루던 분야가 아니어서 힘들지 않나요?”

“좀 그렇기는 해요. 그래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같아 나름 재밌습니다.”

“오호, 마인드가 좋네요. 나야 관찰 예능이 처음은 아니니까 괜찮긴 한데 유 작가가 걱정됐죠.”

“감사합니다. 참, 제 시나리오를 믿어주신다고 박 피디에게서 들었어요.”

“박 피디가 그랬어요?”


강 피디는 음향 담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 피디를 힐긋 돌아본 뒤 말했다.


“야망이 큰 친구죠. 눈치를 보니 슬슬 자기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하더라고요. 조연출로서 연차도 쌓였고 실력도 있으니 곧 기회를 잡겠죠. 그러면 미래의 내 경쟁자가 늘어나는 셈이긴 합니다.”


강 피디가 엄살 섞인 목소리로 가볍게 푸념했다.


“그리고 박 피디는 권 작가 라인이 아닙니다.”


강 피디는 병지가 우진에게 했던 경고를 떠올리고 덧붙여 말했다. 그 말에 같은 장면을 떠올리리다 지한은 피식 웃었다. 지한은 자기의 생각이나 마음이 고스란히 행동에 드러나는 병지에 이제 차츰 익숙해지고 있었다.


“뭐, 그래도 권 작가 라인 사람과 몇 번 어울리는 것을 보긴 했지만 말입니다.”


강 피디의 말에 지한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


“그래요?”

“뭐, FN에 권 작가 라인 사람들이 많으니 누구나 다 그 정도는 어울리는 게 자연스럽죠.”

“하긴 그렇죠.”


지한은 박 피디를 힐긋 쳐다본 뒤 강 피디의 말에 대답했다.


*


우진과 함께 두 번째 에피소드 촬영 장소를 회사 컨셉에 맞는 것으로 조정하고 온 병지는 작업실로 향하다 복도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지한을 발견했다. 얼마 전 지한이 누나와 통화하는 것을 몰래 듣다 들켰기 때문에 병지는 이 상황이 불편했다.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다 병지는 지한과 눈이 마주쳤다. 병지가 제발이 저린 것처럼 흠칫 놀라자 지한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빨리 예지 씨를 대체할 배우를 찾으셨네요.”

“예지 씨 역은 단역이라 빨리 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형사 역을 맡을 배우로 아직 마음에 드는 사람을 구하지 못했어요.”

“그건 큰 문제네요. 정현 씨만큼 연기를 해줄 배우도 많지 않으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정현 씨는 어떻게 지내나요? 지금 회사 프로젝트를 하느라 신경을 못 썼는데......”


지한의 걱정에 정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동생이 당분간 FN 소속사에 그대로 있겠답니다.”

“아니, 왜요? FN 소속사가 한 짓 때문에 피해를 봤잖아요? 지금 배우 활동을 못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그동안 마음고생한 것도 그렇고.”

“그래야 권 작가가 유 작가에게 해를 덜 끼칠 것 같아서라고 하네요. 사실 동생과 나는 행동이 자유로운 편이죠. 직접적으로 권 작가와 얽혀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유 작가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게 걱정입니다.”


지한은 정수의 말에 소리 없이 슬쩍 웃었다. 세계적인 피디가 자신을 걱정해줄 날이 있을 거라고는 지한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유 작가,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냥 FN 나와서 내 사단으로 오지 않을래요?”


정수의 말에 지한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한 피디님 사단이요?”

“유 작가라면 무조건 환영입니다. 유 작가 실력도 알고 있고 동생도 좋아할 테니까요.”


정수의 진지한 목소리에 지한은 조금 난처해졌다. 세계적인 피디의 제안을 뿌리치기가 힘들었고 혹시 정수가 오해할까 걱정되기도 했다.


지한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나중에라도 한 피디님 사단에 들어가도 될까요? 지금은 FN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나중에라도 괜찮죠. 유 작가와는 여러 작품을 같이 만들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유 작가, FN에서 몸조심해요.”


정수는 반 장난조로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지한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것을 보고 병지가 지한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지한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왜 그래요?”


지한은 병지의 행동이 이상해서 물었다.


“지한 씨, 한 피디님 사단에 안 가면 안 돼요? 이쪽에서도 지한 씨는 필요한 인재인데.”

“지금 당장 갈 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아니, 나중에라도 여기 있어 주면 좋겠는데..... 그러면 이쪽에서 너무 욕심을 내는 게 되겠네요. 한 피디님 사단에 들어가는 건 진짜 작가들 꿈인데...... 더구나 여기는 권 작가도 있고.....”


병지는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병지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FN 입장에서 한 배우가 남아줘서 다행이겠네요.”

“......그렇긴 하죠.”


병지는 지한을 보다 마지못해 입을 열어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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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영역 싸움 시작 24.07.31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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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함정 24.07.27 28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58 함정 24.07.24 30 1 12쪽
57 함정 +2 24.07.23 30 1 12쪽
» 함정 24.07.22 30 1 12쪽
55 함정 24.07.20 32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2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30 1 12쪽
52 마약 스캔들 24.07.16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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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권 회장 24.07.10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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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미끼 24.06.29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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