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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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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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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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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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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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함정

DUMMY

박 피디는 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명 작가님, 아이디어 회의가 원하는 데로 흘러갔습니다. 회사원으로 분하는 현진수가 도박을 떠올릴 만한 장면을 집어넣기로 했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로 김 작가와 신 작가를 뺀 회의에서요. 여지를 남겼으니까 만약 유 작가가 시나리오에 그 장면을 넣지 않더라도 임의로 넣을 수 있죠. 강 피디님을 설득해서.”

“역시 박 피디야.”


준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박 피디를 칭찬했다.


“이제 박 피디가 한 가지만 더 해주면 돼. 유 작가가 현진수에게 시나리오를 넘기면 그때 박 피디가 좀 더 극을 실감이 나게 하기 위해 대사 하나를 추가하자고 설득했으면 해.”

“대사요?”

“도박 관련 장면에서 현진수가 해야 할 말이 있어.”


준수는 박 피디가 넣어야 할 대사를 말해주었다.


“아, 알겠네요. 분명 그 대사라면 논란을 일으킬 수 있겠네요. 그런데 그런 대사를 허락할까요? 그리고 대사만으로 문제를 일으키긴 힘들지 않나요? 대중은 아직 현진수의 과거를 모르잖습니까?”

“이 일에서 중요한 건 유 작가가 그 대사를 직접 넣었다는 사실이야. 유 작가는 현진수의 과거를 모르니까 박 피디가 설득하면 받아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하지만. 일단 유 작가가 그 대사를 시나리오에 넣으면 그다음은 나에게 맡기면 돼.”

“그런데 현진수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의 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당연히 그래야지. 그 부분도 내 노림수니까.”


준수의 말에 머리를 굴리던 박 피디가 입가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 재밌는 일이 일어나겠네요.”

“역시 박 피디.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안다니까.”

“과찬이십니다.”

“어쨌든 잘 부탁해. 첫 번째로 박 피디가 애써 주어야 계획대로 흘러갈테니까.”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박 피디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


아이디어 회의가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 지한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현장을 찾았다. 강 피디를 대신해 박 피디가 지한을 맞았다.


“유 작가님이 쓴 시나리오는 흥행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니까 이번에도 믿고 있습니다.”


박 피디가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잠시 시나리오를 훑어봐도 되겠습니까?”

“예.”


박 피디가 공손한 목소리로 부탁하자 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한은 이유 없이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싫어했지만 이렇게 너무 저 자세로 나오는 사람도 부담스러웠다.


박 피디는 시나리오를 훑어본 뒤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마음에 안 드세요?”

“아니,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 회사원이 너무 모범적이지 않나 해서요. 아이디어 회의에서 했던 대로 일탈하는 부분이 좀 있었으면 한데......”

“그래요?”

“예. 여기 복권 사러 갈 때 ‘인생은 한방이지’ 하는 대사를 넣어주셨으면 해요.”

“방송에서 그러면 한탕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까요?”

“에이, 복권 당첨되지 않아서 후회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한탕주의에 눈이 돌아갔다가 진심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한탕주의 조장이라고 할 수 없죠.”


지한은 박 피디를 보며 잠시 입을 다물었다. 박 피디는 진성이 그런 것처럼 지한의 표정에서 의도를 읽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그러죠. 그럼, 이 부분은 다시 써오도록 하죠.”


지한이 수긍하자 박 피디는 안도의 숨을 속으로 삼켰다. 그러고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지한에게 시나리오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유 작가님.”


*



지한이 수정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오자 박 피디가 기다렸다는 듯이 지한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시나리오를 받았다.


현진수가 촬영 현장으로 오자 박 피디가 그에게 다가갔다. 180이 넘는 키에 어깨가 떡 벌어진 그는 제법 보기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지컬이 좋아 은퇴 뒤 연예계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꿨겠지만 아쉽게도 머리는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진수 씨, 어때요? 평범한 회사원 컨셉 마음에 들어요?”


진수는 흐릿한 눈으로 박 피디를 쳐다보았다. 전날 과음을 해서 말할 때마다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자신도 느낄 정도였다.


“아, 네, 뭐......”


진수는 마음에 든다는 것인지 아닌지 그냥 애매하게만 대답했다. 그러고는 시나리오를 읽었다.


한참 뒤 명진수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매니저한테 듣고 각오는 했지만 따분한 역할이네요. 클럽에 가거나 아가씨들과 노는 것도 없고......”

“일단 시청자들이 보기에 좋아야 하니까요. 그래도 가끔 일탈하는 게 이 컨셉의 공감 포인트죠.”

“일탈요?”

“실제로 많은 회사원들이 호주머니나 책상 서랍에 사직서를 넣고 회사를 다니죠. 상사가 잔소리하고 실력파 후배에게 무시당하고 그러면서도 월급은 쥐꼬리만 하죠. 어때요? 진수 씨는 한 달에 3, 400만원 받고 하루의 삼분의 일을 회사에서 꼼짝 못 하고 일만 한다면 어떻겠어요?”

“어휴, 끔찍한 일이죠.”


진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소름끼친다는 듯이 몸서리쳤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푼돈으로 한 달을 사는지 모르겠어요. 내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보다 못한 돈으로 말이죠.”

“사람들이 괜히 주식에 매달겠어요? 회사에서 푼돈밖에 못 버니까 일확천금이라도 노려야지.”

“서민들의 삶이란......”


진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그런 서민들의 심정을 나타내야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장면은 빼도록 해요. 복권을 산 것을 후회하는 장면은 빼죠. 그러는 게 더 실감 나니까.”


진수는 뭐가 실감 나는지 의아했지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서 어서 빨리 쓰린 속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진수는 벤츠를 몰고 자주 가는 식당으로 향하다 콩나물국밥 가게를 보게 되었다. 무심이 지나치다 진수는 콩나물국밥을 먹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택하지 않을 선택이지만 서민인 회사원으로 예능 출연을 하는 이상 그 기분을 먼저 느끼고 싶었다. 마침 해장하고 싶었고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해장으로 콩나물국 같은 것을 먹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진수는 길을 다시 돌아와 콩나물국밥 가게 주차장에 차를 댔다. 가게 안에 들어가니 아직 11시도 되지 않았는데 대여섯 테이블에 사람들이 않아 국밥을 먹고 있었다. 진수는 50평 밖에 되지 않는 가게 내부를 둘러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 가게는 좁지만 깨끗하고 국밥 냄새도 좋으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하네......’


진수는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콩나물국밥을 먼저 주문한 뒤 다소 딱딱한 의자에 엉덩이를 걸쳤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밑반찬과 함께 국밥을 놓고 돌아서자 진수는 영혼 없는 표정으로 국밥 국물을 떠서 입 안에 넣었다. 진수는 한 모금만으로도 속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밥을 말아서 국밥을 입 안으로 퍼넣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자신의 아버지였다.


“어디냐?”


진수가 전화를 받자마자 진수 아버지인 이수가 대뜸 물었다.


“밥 먹고 있어요.”

“이 시간에?”

“일어나서 바로 FN으로 가는 바람에 아침을 못 먹었어요.”

“FN?”


되묻는 이수의 목소리에 못마땅한 기색이 느껴졌다.


“니가 하도 졸라서 FN에서 하는 예능에 나갈 수 있도록 권 작가에게 부탁을 했다만 난 아직도 마음에 들지는 않아.”

“에이, 아버지. 이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회라고요. 아버지가 제가 은퇴하고 집에서 노는 건 싫잖아요?”

“은퇴라고? 벌써 야구에 싫증났냐? 야구도 어중간한 정도로밖에 못해 놓은 놈이?”

“그건 아니고......, 그냥 야구 잘하는 어린 녀석들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부담이죠. 이대로 얼마나 야구 선수를 할 수 있을지 장담 못하니까.”

“하긴 니 녀석이 고분고분 회삿일을 배울 녀석이 아니니까. 이 때문에 내가 권 작가에게 빚지게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어라.”

“그건 알고 있죠.”


진수가 아직도 김이 나는 국밥을 내려다보는 동안 휴대폰에서 이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일로 FN에 밑지고 들어가는 셈이 된 거지.”

“FN 정도면 우리가 좀 숙여도 괜찮지 않아요? 친구들이 FN과 연결고리가 생겨 부럽다고 하던데.”

“친구들? 니 주위에 있는 돈 많은 놈팽이들 말이냐?”

“아버지, 그래도 제 친구들인데 놈팽이라뇨?”

“제 손으로 일군 것 없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게으르게 사는 녀석들이 얼마나 옳은 소리를 했을려고. FN이 유망해서 투자를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믿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FN이 싫어요?”

“내 위신에 먹칠하는 녀석들이 싫을 뿐이지.”

“먹칠하는 녀석들요?”

“내 아들을 도박장으로 이끈 딴따라가 있는 곳 아니냐?”

“아, 그 녀석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그 녀석은 FN에 없으니까. 그리고 FN에서 사과했잖아요?”

“애초에 그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 했어. 또 한 번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도 FN도 가만 안 둘 테니 처신 잘해라.”

“......예, 알겠어요.”


진수의 말을 듣고 콧김을 한번 내뿜고는 이수는 전화를 끊었다. 진수는 다시 숟가락을 들어 국밥을 입에 퍼넣었다. 조금 전과 달리 국밥이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꺼끌꺼끌했다. 입맛이 사라진 진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숟가락을 국밥 그릇 옆에 두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



진수와 헤어진 박 피디는 다시 촬영 현장으로 발길을 돌리다 멈칫 제 자리에 섰다. 복권 산 것을 후회하는 장면을 빼자고 진수를 설득할 수 있었지만, 강 피디에게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방법을 쓸지 생각하다 박 피디는 수영이 근처에서 서성이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이 작가. 여긴 무슨 일입니까?”


박 피디가 놀란 목소리로 묻자 수영이 약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혹시 유 작가님이 오시지 않았나 해서요. 두 번째 에피소드 시나리오를 주실 때가 됐는데.”

“시나리오라면 내가 대신 받았어요. 그리고 이미 현진수 씨에게 전달했고 강 피디님에게 줄 겁니다. 유 작가는 시나리오만 준 뒤 촬영장을 떠났어요.”

“그래요? 안타깝네요. 유 작가님 만나서 직접 말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수영의 말에 박 피디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혹시 현진수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려고 그러는 겁니까? 이제 그만 좀 해요. 이미 결정된 일을 이 작가 불평으로 바꿀 수 없으니까.”


수영은 화난 표정을 지었지만, 할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알겠어요.”


박 피디는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뒤돌아 가는 수영의 등을 노려보았다.


*


박 피디는 노트북을 열고 시나리오의 해당 페이지를 옮겨 타이핑했다. 진수가 복권을 사러 가면서 하는 대사를 넣고 복권을 샀던 것을 후회하는 장면은 뺐다. 그런 뒤 프린트를 해서 페이지를 바꿔치기했다.


“감쪽같군.”


박 피디는 시나리오 페이지를 넘겨보며 이질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문제의 장면을 촬영할 때 유 작가가 현장에 못 오도록 하는 것만 남았어.”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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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영역 싸움 시작 24.08.02 27 1 12쪽
63 영역 싸움 시작 24.07.31 29 1 12쪽
62 함정 24.07.30 30 1 12쪽
61 함정 24.07.29 26 1 12쪽
60 함정 24.07.27 28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58 함정 24.07.24 30 1 12쪽
» 함정 +2 24.07.23 30 1 12쪽
56 함정 24.07.22 29 1 12쪽
55 함정 24.07.20 31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2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30 1 12쪽
52 마약 스캔들 24.07.16 31 1 12쪽
51 마약 스캔들 24.07.15 33 1 11쪽
50 마약 스캔들 24.07.13 37 1 12쪽
49 권 회장 24.07.12 32 1 13쪽
48 권 회장 24.07.10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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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화상회의 24.07.08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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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미끼 24.06.29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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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미끼 24.06.26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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