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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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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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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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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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함정

DUMMY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회사 회의실 안에 명훈을 비롯한 사람들이 모였다. 회의실에 제일 처음 나타난 사람은 길수와 진성이었다. 길수는 빈 회의실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둘러본 뒤 제일 상석에 앉았다. 그러고는 회의실을 들어오는 사람들 하나하나 관찰하듯 쳐다보았다. 얼굴에 근심과 궁금증을 드러낸 채 회의실로 들어오던 사람들은 길수와 눈이 마주치고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만큼 길수가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한이 진성에게 요청했던 사람들이 회의실을 채우자 길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알겠지만 지금 회사가 구설수에 올랐어. 이번에 맛뵈기로 선보인 예능에서 되지도 않는 장면과 대사로 말이지.”


길수는 험악한 눈으로 회의실 안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는 특히 지한과 강 피디를 더 오래 쳐다보았다. 길수의 행동에 강 피디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지만 지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길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놈 봐라. 지금 누구보다 쫄아야 할 놈이 왜 이렇게 당당해?’


그뿐 아니라 지한은 길수와 눈이 마주치자 입가에 미소를 띠기까지 했다. 그런 지한을 보고 길수는 버럭 소리쳤다.


“유 작가는 뭐가 그리 여유롭지? 이 일을 일으킨 장본인이?”


회의실 안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지한에게로 향했다. 지한은 급히 입가의 미소를 지운 뒤 말했다.


“그렇게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긴장을 풀려 제 나름대로 노력하다 보니 그런 오해를 줄 만한 행동을 했네요.”


지한은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길수에게 다시 눈길을 돌렸다.


“그래도 이 일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회장님의 말씀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


길수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진성과 명훈을 비롯한 사람들은 뜨악한 얼굴로 지한과 길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장면과 대사는 회사원으로 컨셉을 잡은 진수 씨가 복권을 사러 가는 장면과 ‘인생은 한 방이지’ 하는 대사입니다. 그 장면과 대사를 넣은 것은 제가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넣었던 다음 장면은 뺐더군요. 진수 씨가 복권 샀던 것을 후회하는 장면요.”


지한의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강 피디였다.


“복권 샀던 것을 후회하는 장면요? 박 피디가 가져다줬던 시나리오에 그 장면은 없었는데.”

“그러게요. 왜 그 장면이 없었을까요? 사실 박 피디님이 ‘인생은 한 방이지’ 하는 대사를 넣어달라고 했죠. 방송에서 그러면 한탕주의를 부추긴다고 비난받지 않겠냐고 했더니 어차피 진수 씨가 복권 샀던 것을 후회하니 문제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지한이 박 피디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한의 행동을 예상했는지 박 피디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글쎄요. 유 작가님이 착각을 하신 것 같네요. 저는 유 작가님과 그런 의논을 하지 않았습니다. 강 피디님에게는 유 작가님에게 시나리오를 ‘받은 대로’ 드렸고요.”

“보통 시나리오를 강 피디님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고 하지 제게서 받은 대로 드렸다는 말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박 피디는 여전히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박 피디에 대해서는 의아한 점이 있더군요. 두 번째 에피소드 아이디어 회의 때 박 피디는 유독 회사원의 일탈에 대해서 말하더군요. 모범적인 회사원은 재미없으니 일탈하는 장면을 넣자고요. 그 일탈의 하나로 작은 액수의 월급에 반발하는 의미로 주식이나 복권하는 아이디어를 냈죠. 그런 아이디어는 자칫 프로그램에 해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박 피디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죠.”


지한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강 피디와 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은 새침하게 말을 보태기까지 했다.


“유 작가님 말대로 박 피디님은 정말 그랬어요.”


수영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박 피디로 향했다가 지한이 말을 시작하자 지한에게로 옮겨갔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디어 회의에 앞서 박 피디님은 김 작가와 신 작가에게 두 번째 에피소드 촬영장을 봐달라고 하더군요. 회의 끝나고 해도 될 일을 굳이 회의 전에 부탁했습니다. 강 피디님의 지시라면서요. 그래서 두 사람은 아이디어 회의에서 빠졌죠.”


지한의 말에 강 피디가 입을 열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어요.”


강 피디와 눈이 마주친 뒤 지한은 다시 박 피디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그래요. 회의가 끝나고 나서 강 피디님에게 물었어요. 김 작가와 신 작가에게 촬영 현장을 봐달라고 지시한 적이 있냐고. 강 피디님은 없다고 했죠.”


지한은 한 템포 쉰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박 피디님이 김 작가를 아이디어 회의에서 빼고 싶은 이유가요. 그래서 김 이사님에게 전화를 걸었죠. 프로그램 이야기를 나누다 진수 씨 이야기가 나왔죠.”


지한은 명훈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눈이 마주치자 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 이사님은 명진수 씨가 2년 전에 도박했던 사실을 알려주셨어요.”


이제 사람들의 시선은 박 피디에게 집중되었다. 그때까지도 박 피디는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런 박 피디를 보던 명훈이 지한에게 물었다.


“그런데 박 피디는 그런 행동을 왜 했나요? 도박을 옹호하는 장면을 넣으면 프로그램에 해가 되는 것을 알 텐데.”


그러자 박 피디는 명훈이 자신의 편을 들기라도 한 듯 지한을 향해 따졌다.


“김 이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왜 프로그램을 망치는 짓을 하겠습니까? 제가 김 작가의 입을 막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 전에 촬영 현장 체크를 부탁했다고요? 그건 유 작가의 생각입니다. 저는 진수 씨가 2년 전에 도박했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아이디어 회의하기 전에 김 작가와 신 작가에게 촬영 현장 체크를 부탁한 건 그저 촬영을 막힘없이 진행하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강 피디님 지시라면 더 잘 따를 것 같아 그렇게 말한 거고요.”

“정말 오늘 아침 전까지는 진수 씨가 2년 전에 도박했다는 사실을 몰랐단 말입니까?”


지한이 박 피디의 눈을 똑바로 보고 물었다. 박 피디는 이제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는 노력을 포기한 듯 사나운 얼굴로 지한에게 경고했다.


“그렇습니다. 유 작가님이 자꾸 거짓을 진실인 양 말한다면 명예 훼손으로 고소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박 피디와는 달리 지한은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러고는 낮고 분명한 톤으로 말했다.


“그런데 박 피디는 이 작가와 강 작가와 왜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지한의 말에 박 피디는 사나운 눈길을 유빈과 수영에게로 돌렸다. 유빈은 박 피디의 시선을 피했고 수영은 몸을 움찔 떨었다.


“그것을 제가 어떻게 압니까?”

“박 피디님에 대한 의심이 생겨서 제가 수영 씨에게 부탁했습니다. 잠시 박 피디님을 몰래 따라다니라고요. 유빈 씨가 그랬거든요. 수영 씨라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뭐라고요?”


박 피디가 얼굴을 구겼다.


“저를 염탐한 겁니까?”

“박 피디님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수영 씨는 제 부탁을 잘 들어주었죠. 박 피디님이 진수 씨에게 복권 샀던 것을 후회하는 장면을 빼는 게 좋겠다고 설득하는 장면을 목격했죠. 게다가 시나리오를 박 피디님이 고쳐서 강 피디님에게 주는 것도 봤고요.”


지한의 말에 회의실 안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던 박 피디가 충혈이 인 눈으로 지한을 쏘아보았다.


“거짓말입니다. 저 말은 다 거짓말입니다.”


그러자 이제껏 잠자코 있던 진수가 불쑥 입을 열었다.


“박 피디님이 저에게 복권 산 것을 후회하는 장면을 빼자고 한 건 맞는데요.”


진수에 이어 수영도 말했다.


“박 피디님이 시나리오 한 페이지를 새로 쳐서 강 피디님에게 주는 것도 봤어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이수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박 피디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저 자가 우리 진수에게 감히 그런 짓을 했다고? 내 이 자식을 그냥......”


이수가 박 피디에게로 향하자 명훈과 강 피디가 그를 잡았다. 명훈이 이수에게 말했다.


“이수 씨,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진정하세요.”

“그게 무슨 말이요. 저 자식이 우리 진수를 건드렸다는 말을 당신도 들었을 텐데?”

“이수 씨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모든 게 밝혀진 뒤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습니다.”


명훈의 차분한 말에 이수는 박 피디에게 향하던 발길을 멈췄다. 그러나 여전히 씩씩거리며 박 피디를 노려보았다. 명훈의 행동에 회의실 안 사람들은 불안한 얼굴로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지한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준수를 쳐다보았다. 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다 지한과 눈이 마주쳤다. 준수는 공격적인 시선으로 지한을 쏘아보다 먼저 눈을 돌렸다. 지한도 눈을 돌리다 자신으로 향한 찌르는 듯한 시선을 느꼈다. 진성이 타는 듯한 눈으로 지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봐, 유 작가. 당신, 고소하겠어.”


이제는 얼굴이 벌게진 박 피디가 지한을 보고 소리쳤다.


“고소라...... 오히려 이쪽에서 박 피디님을 고소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지한은 차분하지만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이익을 위해 프로그램의 명성은 물론 회사의 명성에 손해를 끼쳤으니 말입니다.”

“내 이익을 위해? 무슨 소리야?”


박 피디가 거칠게 소리쳤다. 지한은 박 피디에게서 눈을 떼고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박 피디님이 왜 이런 일을 꾸몄는지가요.”


지한의 말에 길수가 입을 열었다.


“유 작가, 뜸 들이지 말고 저자의 꿍꿍이나 말해줘.”

“알겠습니다, 회장님. 수영 씨와 유빈 씨가 한 가지 더 해준 것이 있습니다.”


지한은 녹음기를 탁자에 올리며 말했다.


“사실 이것을 듣기 전까지 박 피디가 왜 그러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박 피디가 하라는 대로 시나리오를 썼죠.”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 지한은 준수를 잡기 위해 박 피디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지한이 녹음기의 버튼을 누르자 박 피디가 준수가 전화 통화했던 내용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준수가 지시했던 대로 문제의 장면과 대사를 촬영했다는 것과 문제의 장면을 빼고 타이핑한 시나리오를 강 피디에게 전했다고 말하는 박 피디의 목소리를 들었다. 거기다 준수가 진성에게 이번 예능을 파일럿 형식으로 하자고 설득하겠다는 말도 함께 나왔다.


녹음을 들은 준수와 박 피디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래졌고 진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모두가 경악에 차 있는 때 지한이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아쉽게도 녹음본을 일찍 듣지 못했습니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녹음기를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두고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늦게라도 생각나서 녹음을 듣고 저는 권 작가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에피소드에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 있어 파일럿 방송을 취소해달라고요. 저는 권 작가님이 어떻게든 해결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것 역시 거짓말이었다. 사실 지한은 진성이 손을 쓸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려 늦게 전화를 걸었다.


지한의 말이 끝나자 이수의 고함 소리가 회의실 안을 울렸다.


“앞으로 FN과 거래는 없어.”


이수는 부들거리는 손가락으로 진성과 준수를 가리켰다.


“당신들, 고소해버리고 말겠어. 두고봐.”


그러고는 화나고 혼란스러운 얼굴로 지한과 명훈을 번갈아 보았다. 마치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 같았다.


‘왜 저러지?’


지한이 궁금증을 풀기도 전에 진수의 손을 거칠게 끌고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길수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 이봐, 누가 저 두 사람을 데리고 와. 누가 이수를 말려 보라고!”


길수는 눈을 부릅뜨고는 회의실 안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그때 명훈이 입을 열었다.


“안 됩니다, 회장님. 지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일으킨 장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겁니다.”

“뭐?”


길수는 자신의 말을 거역한 명훈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자네가 어째서 내 말을 반대하는 거지?”

“회장님의 말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자는 겁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명훈은 길수의 사나운 눈길을 그대로 받아내며 냉정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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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함정 +2 24.07.23 30 1 12쪽
56 함정 24.07.22 30 1 12쪽
55 함정 24.07.20 3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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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마약 스캔들 +2 24.07.17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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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권 회장 24.07.09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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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요구 24.07.02 3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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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미끼 24.06.29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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