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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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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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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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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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영역 싸움 시작

DUMMY

넷플릭스 관계자는 존과 메간이라는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였다. 존은 키가 190에 가깝지만 몸이 말라 멀대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메간도 큰 키에 매력적인 얼굴을 하고 있어서 한때 모델로 활동했을 법한 사람이었다. 정수와 명훈까지 오고 나서야 회의실의 커다란 화면이 켜졌다.


예상했던 대로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기수의 연기에 가장 놀랐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둘 다 한국어를 했지만, 메간은 거의 네이티브 수준이었다. 그녀는 명훈에게서 기수가 이번에 데뷔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놀랐다.


“세상에. 누가 저 사람이 처음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하겠어요?”


메간은 진성 옆에 앉은 기수를 연신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얼굴이 붉어진 기수는 메간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만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지한은 떨어진 자리에서도 기수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병지 역시 그 정도 눈치가 있었다.


“와, 진짜 완전히 다른 사람 같네. 보기에는 순해 보이는 사람인데 화면에서는 진짜 사이코패스 살인마 같았거든. 나 아직도 팔에 소름이 돋아 있어.”


병지가 보란 듯이 자신의 오른팔을 지한에게 내밀었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

“아니, 제대로 봐. 여기 좁쌀 같이 오돌토돌 한 게 있잖아. 엄살이 아니라고.”


병지가 계속 우기자 지한이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가 있기는 있네. 뭐, 소름 돋은 것으로 쳐주지.”


지한이 인정하자 병지는 기분이 좋아 씨익 웃었다. 그러다 자신을 쳐다보는 정현과 눈이 마주쳤다.


“어, 왜 그러세요?”


병지는 어색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여기 공동 대표 조카라고 했지?”


정현은 턱으로 명훈을 가리켰다.


“그런데요?”


정현이 뭐라고 하려는 순간 명훈이 지한을 쳐다 보았다. 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 옆의 두 사람에게 말했다.


“넷플릭스 관계자 좀 만나고 올게요.”

“어, 그래.”


병지와 달리 정현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한이 멀어지자 정현이 병지에게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권 작가가 망나니짓한 거 알지? 그 때문에 유 작가가 입지도 않아도 되는 피해를 입고 있고.”

“그, 그건 알고 있는데요.”

“지금도 보면 유 작가는 권 작가에게 압박을 받고 있어. 그자는 절대 변하지 않지. 자기가 해 놓은 짓이 있는데도 절대 반성하지 않아.”


병지를 쳐다보는 정현의 눈빛이 엄격해졌다.


“유 작가는 자기와 친한 사람에게는 모질지가 않아. 그래서 당신의 응석을 들어주지만, 당신의 할 일은 그런 게 아니야. 권 작가와 맞서고 싶다면 권 작가 못지않게 대차게 행동해야 해.”


병지는 정현의 꾸지람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가 한 말이 옳은 말이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현은 병지가 자신 말에 쫀 것을 알지만 일부러 모른 척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회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지?”

“어, 어떤 것을 알고 싶은데요?”

“권 작가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말해달라는 말이야.”


정현은 매서운 눈빛으로 병지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지한은 정수와 눈인사를 나눈 뒤 명훈 옆에 섰다. 그러자 명훈은 지한을 가리켜 존과 메간에게 말했다.


“이 드라마를 쓴 작갑니다.”


메간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지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메간 맥과이어입니다. 드라마 잘 봤어요.”

“유지한입니다.”


지한이 메간과 악수하고 나자 정수 옆에 선 존도 손을 내밀었다.


“존 캐넌입니다.”


지한은 존과도 악수하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악수가 끝나자 존이 명훈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조금 전 메간과 이야기 나눈 대로 이 드라마, 우리와 계약합시다.”

“정말입니까?”


명훈이 지한이나 정수보다 더 밝은 얼굴로 존의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예스. 계약합시다.”


메간이 옆에서 존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초반부터 이렇게 사람의 시선을 확 끄는 드라마는 잘 없어요. 오히려 우리가 계약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데요.”


메간의 말에 진성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까? 마음에 드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한 피디님과 유 작가 덕분에 회사에도 좋은 일이 생겼네요.”


진성은 조금 전 일을 잊기라도 하듯 한 피디와 지한을 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마치 지한의 공을 칭찬하기라도 한 것 같은 행동이었다. 지한 역시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운이 좋게도 이런 기회를 얻게 되네요.”

“그래요. 다음에도 이런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진성의 말에 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꼭 그러도록 하죠.”


지한의 대답을 듣고 진성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그러나 포커 페이스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존과 메간 쪽으로 몸을 틀었다.


진성과 명훈이 존과 메간과 계약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정수는 지한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유 작가, 지금 혹시 유 작가에게 곤란한 상황인가요?”

“예?”

“조금 전 권 작가가 그러더군요. 자신은 황 피디와 재계약을 맺고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황 피디는 유 작가와 계속 함께 할 줄 알았는데.”

“저나 권 작가님이나 같은 회사 사람인걸요. 그러니 권 작가님이 황 피디님과 작품 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유 작가, 나도 눈이 있습니다. 그동안 권 작가와도 얽힌 일이 있는데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어요?”


정수는 살짝 눈을 찡그리며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수가 그렇게 나오자 지한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사실은 지금 곤란한 게 맞습니다. 다음 드라마를 쓰려고 해도 같이 일해줄 사람이 없네요.”

“방송국에도 권 작가의 영향력이 미치니까 더 힘들겠네요. 우리 사단의 스태프도 권 작가를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정수는 잠시 눈앞의 상황을 쳐다보다가 더욱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나도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어서 유 작가를 도울 수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이라면 유 작가를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현 씨가요?”


지한의 말에 정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그래요.”


지한은 정수가 말한 정현의 도움이 무엇일지 거의 곧바로 알아차렸다. 계약이 마무리되고 정수를 포함해서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와 스태프가 서로 축하 인사를 건네는 동안 지한은 정현과 병지가 앉은 곳으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기수 녀석은 좋겠어. 배우 데뷔와 동시에 유망주로 떠오를 테니까.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부럽나 봐요?”

“그럼, 부럽지. 나는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있는데 누구는 시작부터 크게 주목받으니 말이야.”


정현은 툴툴거리다 피식 웃어버렸다.


“누굴 탓해. 내가 저지른 짓인데.”


지한은 의자에 앉은 다음 정현에게로 몸을 돌렸다.


“정현 씨,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정현은 부탁이 뭔지 궁금하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정현 씨는 연극 무대에서 꽤 오래 섰잖아요? 그러는 중에 여러 극단도 접해보셨을 테고요. 혹시 그중에 쓸만한 극단 없을까요? 당장 TV 극에 나올 만한 배우들이 있는 극단요.”


이미 병지에게 FN 사정을 들어 알고 있기에 정현은 지한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그런 극단이라면 당연히 있고 지한 씨에게 소개해 줄 수 있지. 그런데 지한 씨, 피디는 안 필요해?”

“피디님도 소개해 주면 좋죠.”

“그래. 권 작가 눈치 안 볼 만한 피디라면 한 사람 있지. 거기다 우리 형보다 더 능력 좋은 실력파야. 그런데 걸리는 게 하나 있어.”

“걸리는 거라뇨?”

“그 피디, 나보다 더 문제가 많아. 그것도 정신적으로.”


그 말에 지한의 눈가가 움찔하며 떨렸다. 진성의 방해건 뭐건 간에 정현이 말한 피디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달리 부탁할 데가 없기에 지한은 할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어, 어떻게든 되겠죠. 일단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네요.”

“고마워할 필요 없어. 공짜로 소개해 주는 건 아니니까.”

“그럼, 소개비를 드릴까요?”

“나 돈 많아. 아마 지한 씨보다 많을걸?”

“그렇다면 뭘로?”


정현은 싱긋 미소 지었다.


*


지한은 병지의 차를 타고 서울 근교에 있다는 윤 피디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보기보다 한 배우가 의리 있는 사람이네. 극단 ‘혼’ 뿐만 아니라 윤 피디까지 소개해 주는 것을 보니.”


코너를 돌기 위해 핸들을 돌리며 병지가 말했다.


“그래.”


지한은 조금 떨떠름한 기분으로 병지의 말에 대답했다. 정현에게서 들었던 윤 피디에 대한 이야기가 여전히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대회의실을 나와 회사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 정현이 지한에게 말했다.


“윤 피디를 실제로 만나보면 놀랄 수도 있어. 나는 처음에 그 사람이 무당인 줄 알았다니까.”

“무당요?”

“스튜디오에 제단 같은 걸 만들고 그 앞에서 부적을 들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어?”

“......괴상한 취미를 가진 분이네요.”

“취미야 재밌어서 하는 게 취미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하는 게 아니라.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꼭 귀신 들린 사람 같다니까.”

“귀신 들린 사람요?”

“흠......, 귀신 들렸다기 보다 과거라는 귀신에 사로잡혔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

“무슨 말입니까?”

“학생 때부터 정성을 쏟은 작품에서 아직도 놓여나지 못하고 있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으면 빨리 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지. 다른 작품을 하다가도 결국 과거에 실패한 작품으로 돌아와 버려. 그 미련 때문에 자기의 재능을 갉아먹고 있어.”

“학생 때부터의 작품에 아직도 미련이 있다고요? 정말 오랜 세월을 한 작품에 메인 거네요.”


지한의 말에 정현이 피식 웃었다.


“설마 내 이야기를 듣고 윤 피디의 나이를 많게 본 거야? 윤 피디는 나보다 두 살이나 적어.”


정현의 말에 지한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무속에 관심이 있고 피디님이기도 해서 나이가 많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네요. 실제로 한 피디님도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은데.”


사실 정수는 젊은 나이에 세계에서 알아주는 피디로 우뚝 섰기에 더욱 주목받았다.


“단도직입으로 말해 윤 피디는 천재야. 천재들은 곧잘 괴상해지기도 하잖아. 어쨌든 당신이 윤 피디를 얻는다면 누구보다 큰 힘이 될 거야. 그것은 장담할 수 있어.”


정현은 지한을 보며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만약 정수라면 지한에게 협조적이고 편한 피디를 소개해 줬을 것이다. 하지만 정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신과 기수를 움직였던 지한이라면 윤 피디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윤 피디와 작품을 하고 싶은 게 정현의 솔직한 바람이었다.


지한은 차에서 내린 뒤 오래된 기와집 같은 스튜디오 앞에 섰을 때 난감한 기분을 느꼈다. 그와 달리 병지는 재밌다는 듯이 문 앞에 붙은 네 장의 노란색 부적을 쳐다보았다. 윤 피디가 너무 유별나지 않기를 바라며 지한은 초인종을 눌렀다. 두 번을 눌러도 반응이 없어 스튜디오에서 돌아섰을 때 문이 열렸다. 떡진 머리에 얼굴이 유난히 창백한 남자가 지한과 병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윤형민 피디님이십니까?”


지한이 묻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 지한입니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지한은 움찔 눈가를 떨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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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영역 싸움 시작 24.07.31 30 1 12쪽
62 함정 24.07.30 31 1 12쪽
61 함정 24.07.29 26 1 12쪽
60 함정 24.07.27 29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58 함정 24.07.24 30 1 12쪽
57 함정 +2 24.07.23 30 1 12쪽
56 함정 24.07.22 30 1 12쪽
55 함정 24.07.20 3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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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마약 스캔들 +2 24.07.17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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