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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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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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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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다이너마이트쉘터로

DUMMY


"그 사실을 다른 쉘터들은 알고 있습니까?"


"몇몇 쉘터들은 알고 있지만, 대부분 쉬쉬하고 있다네. 좀비와 변이 좀비가 판치는 세상에 동물들이 변이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알린다면...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알리지 않는 쉘터가 대부분이고."


차헌터가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벽을 내려쳤다. 병실 벽이 힘없이 뻥 뚤려버렸다.


"그런 중요한 사실을 생존자들이 알지 못한다니..."


김소령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최하사에게 계속 방송하라고 명령했네. 하지만 각 쉘터장들은 믿을 수 없다며 내 의견을 무시하고 있어. 우리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한다며 통신을 끊은 쉘터가 한둘이 아니네."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김소령에게 질문하기 위해 스케치북을 들었다.


[아직 생태연구소와 연락을 하고 있습니까?]


"비 오던 날 이후 연결이 끊겼네, 우리도 연구소와 연결하기 위해 24시간 통신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네."


차헌터가 분노를 삭히며 말했다.


"연결되면 저에게 바로 연락해 주십시오."


"알겠네. 꼭 그리하겠네."


김소령의 확답을 주고 병실문을 나갔다. 김소령이 나간걸 확인하자 차헌터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임찬영 너도 이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겠지? 한시가 급하다."


차헌터가 나에게 구슬을 내밀었다.


"빨리 회복부터 하고 바로 실전 훈련부터 다시 시작한다."


차헌터가 다시 검술을 가리키겠다고 선언했다.


"으윽! 지옥 훈련을 바로 시작하겠다고? 그건 절대 안 돼!"


차헌터의 지옥 훈련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강행군이었다. 잠깐이라도 검을 멈추면 귀신같이 차헌터가 던지는 돌멩이에 맞아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대로는 훈련에 끌려간다고 생각하자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차헌터에게서 도망가고 싶어도 나에겐 가족이라는 족쇄가 있었다.


훈련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잔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 다이너마이트 쉘터로 가는 거야. 어차피 가야 한다면 스스로 들어가는 거다! 훈련하다 죽으나, 가서 죽으나 그게 그거다!'


더 이상 훈련하지 않고, 바로 다이너마이트 쉘터로 바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차헌터에게서 멀어지면서, 가족들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나는 구슬을 꿀꺽 삼켰다.


"궴! 과듸꼬 옥께혀"


침대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자, 차헌터도 자리를 비켜줬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자 차헌터가 문 옆 벽에 기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검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차헌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디론가 발길을 돌렸다.


나는 부모님을 뵙기 위해 부모님이 계시는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실 문을 열자, 엄마가 반가워하며 내 품에 안겼다.


"찬영아!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차헌터랑 원정 갔다 왔어요. 다친 데 없이 무사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내가 밝은 표정으로 웃어 보이자 엄마·아빠도 안심이 되셨는지 자리에 가서 앉으셨다.


"찬영아! 엄마가 걱정이 많으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제 도착했는데 인사가 늦었어요. 죄송해요. 근데 또 가봐야 해요]


엄마의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왜 자꾸 어린 널 위험한 곳에 데려가는 거야! 찬영아, 안 간다고 해!"


[걱정하지 마세요. 안전한 곳으로 가는 원정이에요]


나는 부모님이 심려하시지 않게 거짓말을 해야 했다.


아빠는 나를 이해한다는 듯이 엄마를 달래셨다.


[다녀올게요!]


잠깐이지만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가야 했다. 나에게 차헌터나 다이너마이트들이나 위험한 건 매한가지였다.


출발하기 전에 나는 차헌터에게 편지를 남기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스케치북에 차헌터에게 남길 말을 적었다.


이 편지를 받고 분노할 차헌터를 떠올리자, 온몸에 소름이 돋고 목덜미 뻐근해졌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다이너마이트로 쳐들어오진 않겠지?'


나는 다 쓴 편지를 들고 강할아버지가 계신 병실을 찾아갔다.


[ 똑! 똑! 똑! ]


"들어오거라."


내가 병실 문을 열자, 강할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녀석이냐? 올 줄 알았다."


내가 올 줄 알았다는 강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의아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찾아오면 놀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멍청한 얼굴 그만하고 여기 앉거라"


강 할아버지는 방석하나를 나에게 내어주셨다.


시키는 데로 방석에 예의 바르게 무릎 꿇고 앉은 나에게 강할아버지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오렌지주스를 컵에 따라 주셨다.


"네놈이 찾아올 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한가 보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할아버지의 시선이 스케치북을 향했다.


나는 탁자에 스케치북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일단 그 못난 안경부터 벗거라. 네놈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강할아버지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나는 제일 먼저 이헌터부터 의심했다.


[이헌터가 알려드렸나요?]


"지영이? 지영이도 알고 있는 게냐? 지영이 성격에 네 녀석 안 죽은 게 용하구나"


나는 이미 알고 계신다는 말에 고글을 벗고 강할아버지를 응시했다.


"뭐 눈 벌겋게 되고 말 못 하는 거 말고는 사람이구먼. 왜 그렇게 숨긴 게냐?"


[죄송합니다. 좀비라고 죽일까 봐 숨겼습니다.]


안쓰러운 눈빛을 하던 강할아버지가 다시 물어 오셨다.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 귀에 들어온단다. 모든 정보를 조합하니 네 녀석이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 들더구나."


[숨겨서 죄송합니다.]


강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팔을 붙잡아 옷을 들쳤다. 그리고 좀비가 된 선생님이 물었던 내 팔의 상처를 쓰다듬어 주셨다.


"많이 아팠겠지... 어린 나이에 이런 몹쓸 일에 휘말리고 쯧쯧... 차헌터도 알고 있는게지? 너를 이용하는 중일 테고..."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겨우 삼켰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 가지 말라고는 않겠다. 하지만 몸조심하거라"


[네. 부탁드릴 게 있어요.]


"뭐든 말하거라"


[이 편지를 차헌터가 저를 찾는 때 전해주세요.]


"벌써 떠나는 게냐?"


[네 어차피 할 일이라면 빨리 끝내고 쉬고 싶어요.]


"내 잘 전달해 주마. 더 필요한 건 없고? 말하거라."


이제 병원 안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속 깊은 강할아버지뿐이었다.


강할아버지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상담하고, 병원 후문을 통해 쉘터를 빠져나왔다.


후문을 빠져나와 다이너마이트 쉘터로 가는 길, 내 손에는 차헌터의 애 검이 들려있었다.


'이거 잡히면 진짜로 죽이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몇 시간 뒤 한빛 쉘터에는 짐승의 포효소리가 병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나는 무작정 다이너마이트로 가는 것보다, 뇌물을 먼저 구하기로 했다. 적당한 리어카도 준비하고, 근처 백화점에 도착해서 비싼 술과 안주들을 박스에 넣어 리어카에 차곡차곡 정리해 실었다.


짐을 실어 나르는 솜씨가 점점 좋아진다. 다 실어낸 리어카의 물품은 그냥 보기에도 양이 꽤 되어 보였다.


다이너마이트 쉘터의 위치는 강할아버지가 알려주셨다.


그들은 세진시의 경찰서를 점거해 살고 있다가, 패가 나뉘면서 경원시 경찰서와 세진시 경찰서로 나뉘게 되었고 서로 적대적으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세진시 경찰서 생존자들은 파괴자로, 경원시 경찰서 생존자들은 다이너마이트로 불리고 있었지만, 차헌터는 두 그룹 모두를 파괴자라고 불렀다.


서로 적대적이지만 그들이 하는 저열한 짓거리는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차헌터의 쉘터 사람들이 끌려간 것으로 제일 유력한 경원시의 다이너마이트 쉘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사영 그 여자가 다이너마이트 소속이었다고 했다.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열심히 리어카를 끌고 갔다.


그리고 경찰서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차헌터에게 남긴 편지의 내용대로 하기 위해 검으로 나무에 별 모양 상처를 만들었다.


앞으로 차헌터와의 연락은 이 나무를 통해서 하기로 편지에 적어놨기 때문이다.


최대한 깊숙하게 별 모양으로 나무 껍데기를 깎아내고 다시 길을 따라 리어카를 끌고 갔다.


 경찰서가 보이기 시작하자, 속이 울렁거렸다.


경찰서 담벼락에 빼곡하게 머리만 남은 시체들이 쇠꼬챙이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미친놈들이군. 사람을 죽여서 저렇게 매달아 놓다니...'


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입구로 가기 전 그들에게 보여줄 글을 스케치북에 적어 넣었다.


[저는 각성자 임지웅입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을 그들에게 불리기 싫었다. 그래서 학교일진 중 나와 성이 같은 제일 악랄했던 녀석의 이름을 대신 적었다.


[위대한 쉘터의 명성을 듣고 합류하고 싶어 선물을 들고 왔습니다.]


역겹지만, 그들에게 합류하려면 감수해야 했다.


당분간 나는 임지웅이다. 악랄한 인간쓰레기 임지웅. 나는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다 적은 스케치북을 들고 경찰서 입구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내가 스케치북을 들어올려 그들에게 적은 글자를 보여주자, 경찰서 정문에 경비를 서고 있던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저 녀석 헌터라는데?"


"저 녀석이 가지고 온 거 봐. 저거 다 술 아니야?"


"헌터가 합류하겠다는데 보고 해야지!"


나는 리어카 뒤에 숨어 그들이 대장에게 보고하기를 기다렸다.




경찰서 제일 위층 경찰청장실에는 남자들이 껄껄껄 웃는 소리와 여자들이 신음하는 문란한 소리가 끝없이 흘러나왔다.


"폐하 그년 맛은 어떻습니까?"


폐하라고 불린 근육이 우락부락한 남자가 나체로 축늘어진 여자에 머리채를 잡아 앞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맛없다. 너희들이나 가지고 놀아라. 새로 들어온 년 데려와!"


남자가 불만인 듯 말하자, 벽에 쪼르르 서 있던 남자들 중 하나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작은 체구에 남자가 양손을 비비며 아부를 떨다가, 이미 기절해서 바닥에 나체로 누워있는 여인들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쓸모없는 것들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다니! 여봐라 당장 치워라!"


그러자 황제라고 불린 남자가 아부를 떨던 남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야 나대지 마. 내 전리품들이다. 구경은 해야지!"


지독한 고통에 숨조차 쉬지 못하던 남자가 최선을 다해 입을 열었다.


"윽...예 폐하 소신이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작은 체구의 남자가 자신 앞에서 비굴하게 굴자,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하하 내 저년들의 신음소리가 듣고 싶으니까 당장 깨워!"


벽에 서 있던 남자들이 밖에 나가 양동이에 물을 받아와서 여자들에게 끼얹었다.


여자들이 차가운 물에 반응해 물고기처럼 파닥거렸다.


황제라고 불린 남자는 흡족한 듯 다음 명령을 내렸고, 벽에 줄지어 서 있던 남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들을 범했다.


끝없이 들려오는 여자들의 교성은 멈출 줄 몰랐다.


그때 황급히 서장실 문을 열고 경비병이 들어와 작은 체구의 남자에게 귓속말을 했다..


"뭣? 헌터라고? 때마침 잘됐구나!"


작은 체구의 남자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폐하 방금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뭐야?"


"폐하의 백성이 되기 위해 헌터가 찾아왔다고 하옵니다"


"뭐? 사실이냐? 지금 어디에 있느냐?"


"정문 앞에서 폐하께 드릴 선물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옵니다"


자신에게 줄 선물이라는 말에 표정이 한껏 밝아진 황제가 부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내 앞에 데려오라"


"예 폐하 명을 받들겠습니다."



작가의말

오늘의 찬영이 언어







"검! 가지고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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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변이 동물의 번식 +1 24.09.12 12 1 12쪽
51 51#좋은 소식들 24.09.11 15 1 11쪽
50 50# 모녀의초대 +1 24.09.10 18 1 11쪽
49 49#고래섬과아줌마 24.09.07 23 1 11쪽
48 48#축사의평화 +1 24.09.06 23 1 11쪽
47 47#각자의임무 +1 24.09.05 22 1 11쪽
46 46#차헌터의고민 +1 24.09.04 23 1 11쪽
45 45#한빛쉘터의 기상청 +1 24.09.03 32 1 12쪽
44 44# 다이너마이트제국의 멸망 +1 24.08.31 32 1 12쪽
43 43# 단죄의시간 +1 24.08.30 29 2 11쪽
42 42#탈출루트 +1 24.08.29 28 2 12쪽
41 41#축사의비밀 24.08.28 29 2 12쪽
40 40#미친세상 +1 24.08.27 32 2 12쪽
39 39#의약품연구소2 +1 24.08.24 39 3 12쪽
38 38#의약품 연구소 1 +1 24.08.23 40 2 12쪽
37 37# 어디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 +1 24.08.22 44 1 12쪽
36 36#이딴것도 제국이라고? 2 +1 24.08.21 44 2 11쪽
35 35#이딴것도 제국이라고? 1 +1 24.08.20 47 2 12쪽
» 34#다이너마이트쉘터로 +1 24.08.17 53 3 12쪽
33 33#살기위한 몸부림 +1 24.08.16 56 3 12쪽
32 32#미모의여인! +1 24.08.15 62 3 12쪽
31 31#피나는 노력 +1 24.08.14 63 2 12쪽
30 30#새로운 보금자리 +1 24.08.13 65 2 12쪽
29 29# 안전한 쉘터로 가는 길 24.08.10 6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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