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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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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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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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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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고래섬과아줌마

DUMMY

고래섬은 좀비 사태 초기 생존자들이 피신했던 쉘터였다고 했다.


고래 마을 사람들은 방송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 심각한 사태라는 것을 직감하고 고래섬으로 피난을 갔고, 그곳에서 다시 마을을 이루며 방송을 주시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방송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의미 없는 재난 문자만 계속 날아들었다고 한다.


고래섬은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나뉘어 생활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고래섬에서 나가지 말자는 의견이었고, 관광객들은 집에 가야 한다며 밖으로 나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고래섬의 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때쯤, 한 남자가 선착장에서 돌아와 소리쳤다.


“선착장에 좀비가 없어요! 다들 다른 데로 가버렸나 봐요.” 


그 말의 파장은 엄청났다. 관광객들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었다. 결국 관광객들은 배를 타고 나가기로 결정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배를 빼앗아 섬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배를 몰았다.


그렇게 선착장에 거의 도착할 때쯤 배 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는 멈추지 않고 선착장에 도착해 버렸고, 고래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좀비들이 배를 향해 뛰어와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런데 배가 다시 고래섬 방향으로 움직였다. 배를 조정하던 남자가 살기 위해 고래섬으로 배를 돌려버렸고, 배는 고래섬으로 달렸다. 배를 조정하던 남자도 끝내 좀비 밥이 되어버린 상황.


고래마을 사람들은 좀비가 가득한 배를 돌리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다가가 배끼리 서로 부딪혀 방향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제법 큰 배였던 고래호는 끄떡도 하지 않고 고래섬 선착장에 부딪혔다.


고래섬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아줌마의 남편은 고래호를 돌리기 위해 나룻배를 타고 있어서 아줌마와 딸은 그 배를 올라탔지만, 나룻배는 사람이 직접 노를 저어야 해서 느렸다. 나룻배를 향해 뛰어오던 좀비 한 마리가 배 위로 올라왔고 남편을 잡아 팔을 물었다. 아줌마의 남편은 한마디를 남기고 좀비를 잡고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은영엄마 은영이를 부탁하네.”


“은영아빠!”


“아빠 안돼!”


아줌마의 남편도 그날 아주머니와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아주머니는 남편이 죽는 걸 보고 알 수 없는 힘을 얻었고, 지금은 그 힘으로 딸을 지키고 있었다.


[쉘터로 들어가실 생각은 없으세요?]


“쉘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몰리면 좀비도 몰리더구나. 그래서 움직이지 않는 거란다.”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던 고나영이 말했다.


“아주머니 저도 이해해요. 제가 있던 곳도 비 오는 날 좀비들에게 전멸당했어요. 그래서 쭈욱 혼자 다녔어요.”


고나영이 슬픈 표정을 하자, 공감대가 형성됬는지 아주머니는 가까이 다가가 고나영을 끌어안아 줬다.


“괜찮아···괜찮다···다들 좋은 데로 갔을 거야.”


둘은 쉘터를 잃고 겨우 목숨만 건진 사람들이었다. 잠깐의 대화만으로 둘은 친밀해졌다.


나는 한빛 쉘터에 관해 설명해 드렸다.


“그런 마을이 있다니! 아니 쉘터라고 했나?”


조금 관심을 보이던 아주머니가 이내 고개를 떨구셨다.


“아니야 사람이 몰리면 위험해. 사람들은 이기적이거든”


[저희는 당분간 고래섬을 수복하느라 저기 있는 고래 호텔에서 지낼 생각이에요. 마음이 바뀌면 찾아오세요.]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나는 은영이아줌마라고 부르면 된단다. 오고 가다 만나면 인사하자꾸나.”


아줌마가 빙그레 웃어주더니 건물들 사이를 가벼운 몸놀림으로 빠르게 넘어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가요.”


내가 마련한 고래 호텔에 도착한 고나영은 큰 소리로 감탄했다.


“우와 여기는 멸망한 세상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하겠어요”


고나영은 깔끔한 방과 푹신한 이불이 마음에 들었는지 폴짝 뛰어 침대에 몸을 맡겼다.


[저는 밑에 층에 다른 호실에서 잘 테니 편히 쉬세요.]


고나영은 알 수 없다는 눈빛을 하고 나에게 물었다.


“여기 침대가 두 개나 있는데 왜 다른 데 가서 주무세요?”


[저는 내일 일찍 일어날 거라서 고헌터가 깰까 봐요.]


내일 고래섬에 혼자 들어갈 생각이었다.


첫날부터 고나영을 데려가면 일반 좀비까지 상대해야 한다. 일단 섬에 있는 변이 좀비와 변이 동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내일은 혼자 다녀올게요. 여기서 쉬고 계세요. 일반 좀비는 저를 못 보니까 탐색만 하고 올게요.]


“그럼 제가 따라온 의미가 없잖아요.”


[고래섬이 넓잖아요. 저 혼자 일반 좀비들을 다 찾는 건 불가능해요. 고헌터가 꼭 필요해요.]


최대한 머리를 굴려 고나영이 섭섭하지 않게 변명했다.


장총리를 만나고 좋아진 점이 있다면 엄청난 아부 능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네 찬영씨 의견이니까 따를게요.”


이렇게 순종적이고 착한 헌터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물론 이헌터와 만나면 다른 사람이 되지만··· 나와 있을 때는 천사였다. 


“그래도 다른 데 가지 말고 함께 있어요. 혼자 있으면 무서울 것 같아요.”


예쁜 여자가 울먹이며 귀여운 부탁을 한다.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네 저는 저쪽 침대에서 잘게요.]


엑스트라베드로 보이는 일인용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고헌터는 처음부터 내게 친절했다. 물론 마이홈을 마음대로 사용해서 빚을 갚은 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 그녀는 나에게 맹목적으로 친절했다.


오늘은 그녀에게 이유를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고헌터의 곁으로 갔지만 그녀는 피곤했는지 잠깐 사이에 잠들어 있었다.


‘피 끓는 남자 앞에서 너무 무방비 한 거 아닌가?“


나는 다시 되돌아가 침대에 누워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 구슬을 삼켜야 했다. 무방비한 여자를 옆에 둔 피 끓는 남자의 정신력 소모는 엄청났다.


누워있던 창밖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자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항상 꾸는 악몽에 쫓겨 몇번이고 자다 깨다 보니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제 자기 전 삼킨 구슬 덕분인지 몸은 상쾌했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고나영이 자고있는 걸 확인하고 내 물건을 챙겨 객실 밖으로 조심히 빠져나왔다.


어제 만난 아주머니가 고래섬으로 가지 말라며 나룻배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으려고 하셨지만 우리가 끝없이 설득한 끝에 결국 나룻배의 위치를 알려주셨다.


나룻배는 선착장에서 조금 떨어진 "빠지", 라고 부르는 바지선에 정박해 놓았는데 좀비 사태가 벌어진 게 3월이라서 수상 레저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바지선 위에는 좀비가 없었다.


아주머니 말대로 나룻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나룻배에 올라 노를 저어 고래섬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배 위에서 본 고래섬은 고요했다. 간간이 보이는 좀비들도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멈춰버린 세상 같았다.


빠르게 노를 저어 고래섬을 한 바퀴 돌았는데, 섬 크기가 커서 한 바퀴를 도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좀비가 몰려있는 선착장이 아닌 반대편 절벽에 나룻배를 대고, 가지고 온 나무토막을 바닥에 깊게 박아 배를 고정시켰다.


손에 땀이 흘렀다. 흐르는 땀을 바지에 닦고, 구슬이 들어있는 조끼를 착용하고 고래섬 안을 달리기 시작했다.


섬 안은 고요했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간간이 좀비들이 보이긴 했지만, 아줌마가 얘기해준 것과 달리 숫자는 많이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변이 좀비나 변이한 동물이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여기저기를 쉼 없이 돌아다니며 변이한 생명체들을 찾기 위해 소란스럽게 손뼉까지 쳤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해 느낌이 안 좋아.’


내 기민한 감각이 위험을 알려왔다. 서둘러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둘러보지 않은 곳을 찾으려고 다시 발길을 돌렸을 때였다. 내 뒤로 무언가가 빠르게 달려와 내 팔을 물었다.


깜짝 놀라 확인한 팔에는 고양잇과로 보이는 동물이 내 팔에 달라붙어있었다.


팔을 바닥에 내리찍어 떼어내려고 하자, 빠른 몸놀림으로 피해서 내 앞에 착지했다.


순간 나무 위에서 또 한 마리가 나를 공격하기 위해 뛰어내렸다.


일단 자리를 피해야 했다 아까 보았던 넓은 공터를 향해 뛰었다.


공터에 도착에 뒤를 보았을 때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큰 대형 견만한 고양이들 열댓마리가 나를 둘러싸고 붉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이거 쉽지 않겠는 걸, 도망가야 하나?’


변이해버린 괴물 고양이들이었다.


‘섬이라 먹을 게 없어서 좀비를 먹을 건가.’


괴물 고양이들은 나를 한참 주시하더니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많은 숫자에 방어만 하는데도 벅찼다.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나는 방어하는 와중에 구슬을 꺼내 서둘러 삼켰다. 


구슬을 삼키자, 보이지 않던 고양이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이기만 한다고 괴물 고양이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괴물 고양이들의 민첩한 움직임을 내 검이 따라잡지 못했다. 공격이 모두 실패하자 나는 절망했다.


‘고래섬은 수복할 수 없는 건가.?’


점점 몸이 지쳐갔다. 그때였다. 


내 뒤에서 은영이 아줌마가 소리쳤다.


“고개 숙여!”


내 머리 위로 양동이 하나가 밧줄에 매달린 채 날아와 괴물 고양이들 앞에 떨어졌다.


양동이에서 쏟아진 살색 액체가 바닥을 적셨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양이들이 액체를 한 방울이라도 더 먹기 위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기까지 했다.


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로 뛰어가 괴물 고양이의 목뒤에 검을 찔러 넣었다.


한 마리가 그 자리에서 풀썩하고 쓰러졌다.


나는 쉬지 않고 괴물 고양이의 머리에 검을 찔러넣었고, 괴물 고양이의 수는 반으로 줄어있었다.


아줌마가 또 하나의 양동이를 던졌다. 괴물 고양이들은 옆에서 자기 동족들이 죽어 나가는 데도 먹는 데 열중했다.


아주머니 덕분에 나는 손쉽게 괴물 고양이를 모두 처치할 수 있었다.


“괜찮니? 내가 미친고양이들이 있다는 걸 깜빡하고 얘기해주지 않았더구나, 도와주러 왔다.”


감사한 마음에 큰절까지 올렸다.


“오호호 정말 고마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구나.”


[근데 양동이에 든 게 뭔가요?]


“오호호 고양이들이 환장하는 쮸루라는 간식이지, 어제 밤새 간식을 짜느라 손에서 비릿내가···”


아주머니는 배 위에서 끝없이 자신이 어제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늘어놓았다.


사실 누군가 고래섬으로 배를 타고 오는 소리가 들리길래 고헌터인줄 알았는데 아줌마였다니 조금 놀랐다.


멸망한 세상에서 남을 돕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은영아줌마의 오지랖이 나를 살렸다.


아줌마는 내가 있는 곳에 나룻배를 대고 내가 올라타자 엄청난 속도로 고래섬에서 빠져나왔다.


“사실 그놈에 고양이들 거슬렸단다. 혹시나 섬 밖으로 나오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지. 없애줘서 정말 고맙구나. 뭐 겸사겸사 너도 살았으니까. 깜빡하고 고양이가 위험하단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건 봐줘.”


아줌마도 역시 헌터였다. 그리고 뻔뻔함이 하늘을 찔렀다.


“밥은 먹었니? 밥은 먹어야지.”


역시 세상이 멸망했어도 아줌마의 습성은 멸망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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