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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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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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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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의약품연구소2

DUMMY

박성호는 머뭇거렸다.


“저들을 원래 대로 되돌려 놓기 위해 이것저것 실험을 했었지... 하지만 우리 연구소 시설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네... ”


박성호가 벽에 걸린 액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박성호의 시선을 따라 벽에 걸린 수많은 상장들을 주목했다.


그는 생명,과학,의학까지 두루 섭렵한 세계에서 알아주는 박사였다.


“사람인지 좀비인지 알고 싶다고 했나? 그들은 사람도 좀비도 아니라네 숨을 쉬고 생각하는 인간이라네 어째서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존재를 배척하고 적대하는지 난 그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네.“


박성호는 조교 좀비들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들은 그저 내 조교들이네.”


머리에 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사람이라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몰라!’


자신의 비밀을 오픈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러려면 박성호의 동의를 받아서 한빛 쉘터로 안전하게 그를 데려가야 했다.


[쉘터가 있습니다. 헌터들이 당신을 안전한 쉘터로 모실 겁니다.]


박성호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패치를 가져가려고 한 그 쉘터 말인가? 나는 가지 않겠네!”


[한빛 쉘터라고 어르신들이 많은 평범한 요양병원 쉘터입니다.]


“그래도 가지 않겠네. 나는 조용히 이곳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다네.”


박성호의 고집에는 이유가 있었다. 만약 자신이 이곳을 떠나면 자기 조교들은 이곳에 버려져야 했다.


박성호는 조교들과 삶을 함께하고 싶었고, 그 바람은 꺾이지 않았다.


“한데 진통제 패치는 꼭 가져가야겠나?”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쓰레기 청소라, 창고에 쳐들어온 무리를 잠깐 본 적이 있네. 살아있는 사람을 오토바이에 매달고 다니더군, 그들을 청소하기 위한 건가?”


[네 맞습니다]


“알겠네! 가져가는 걸 허락하겠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만 이들과 함께 있어 주실 수 있나요?]


“알겠네! 조교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내 조처하겠네”


박성호가 조교 좀비들을 향해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조교 좀비들이 애완동물처럼 서로 박성호에게 가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일단 식량을 두고 가겠습니다. 제가 제시한 제안 잘 생각해 보세요.]


당장이라도 박성호를 끌고 가고 싶었지만, 차헌터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먼저였다.


조교 좀비들이 그를 지켜주는 이상, 그는 좀비들로부터 안전했기 때문에 가지고 온 모든 식량을 박성호에게 넘겼다. 족히 일주일은 먹을 양 이었다.


박성호는 나가려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쓰레기를 깨끗이 청소하길 기원하겠네.”


서둘러 본사 밖으로 나와 창고를 향해 달려갔다.


창고 안은 이미 정리가 모두 끝났는지 고요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산처럼 쌓인 시체 맨 꼭대기에 최헌터가 앉아 쉬고 있었다.


“변이 좀비는?”


[제가 멀리 떼어놓고 왔습니다.]


최헌터가 내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떨궜다.


최헌터는 박성호의 조교 좀비들이 일부러 모아놓은 좀비까지 합해서 백 마리가 넘는 좀비를 혼자 잡았다.


“가서 짐꾼들 데려와. 오는 길에 나오는 좀비는 네가 처리하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체력의 한계를 느낀 최헌터가 고개를 떨궜다.


차헌터에 비하면 조금 모자라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무력이었다. 이 수많은 좀비를 혼자 처리하다니, 차헌터가 다이너마이트를 치는 데 엄청난 걸림돌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원정을 나왔으니 차헌터에게 소식을 알려야지’


최대한의 속도로 짐꾼들을 창고에 데려왔다. 이미 한번 정리가 끝난 길이어서 오는 데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창고에 도착하자마자 최헌터를 찾았다. 그는 창고 한쪽에서 편히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그의 성질을 알고 있지만, 차헌터에게 소식을 전하려면 그를 깨워야 했기에 최헌터를 흔들어 깨웠다.


[최헌터님 저는 근처에 제 숙소가 있어서 짐을 좀 챙겨오겠습니다.]


“2시간 준다. 더 늦어지면 버리고 간다.”


그는 의외로 쉽게 수락해 줬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차헌터에게 표시한 메시지 나무로 온 힘을 다해 뛰어갔다.


메시지 나무는 내가 표시한 그대로 서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차헌터에게 건넬 메시지를 적기 시작했다.


[이곳은 자칭 제국으로 부르고 있음. 잡혀간 사람들과 접선 시작. 헌터는 모두 5명 그 중 한명은 차헌터와 실력이 비슷해 보임. 나머지는 강하지 않음. 곧 진통제 패치를 구해다가 쉘터에 뿌릴 예정, 축사 운영 중임 알아낼 예정. 좀비를 연구하는 박사와 만났음. 설득해서 함께 갈 예정.] 


간략하게 그들의 정보와 그동안 알아낸 정보들을 잘 요약해 적었고, 딱따구리가 만든 구멍 안으로 잘 접어서 넣어놓았다. 혹시나 산새들이 건들일 수 있어서 입구를 돌로 잘 막아놓았다.


‘이제 돌아가야지’


최헌터와 약속한 시간에 맞춰가기 위해, 다시 한번 전속력으로 공장 창고를 향해 달렸다.



***


한빛 쉘터에는 지금 고성이 난무하고 있었다.


고나영 헌터와 이지영 헌터가 대치하며 서로를 노려보고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제가 가는 게 더 찬영이한테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싸움으로는 절 따라오지 못하실 텐데요? 제가 가는 게 맞아요”


차헌터는 찬영이의 메시지를 가지러 다이너마이트로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두 여자가 자신을 찾아오더니 앞을 가로막고 싸우고 있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차헌터가 입을 열었다.


“거기가 어딘 줄은 아는 건가? 파괴자 놈들에게 가면 여자는 성노예밖에 안 돼.”


두 여자가 동시에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도 갈 거예요! 헌터니까 대우는 받겠죠.”


“저는 찬영씨를 따라온 거예요! 처음부터 여기에 자리를 잡을 생각은 없었어요.”


특히나 고나영은 억울했다. 


자신은 이미 한번 쉘터를 잃어서 더 이상 쉘터와 엮일 생각이 없었다. 충분히 혼자 살 수 있을 능력이 있는데 굳이 사람들과 엮여서 가슴 아픈 경험을 하긴 싫었다.


두 여인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결국 참지 못한 이헌터가 먼저 낫을 휘둘렀다. 고나영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쇠사슬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


차헌터가 한숨을 쉬며 난감해하자, 김택현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고헌터,이헌터 잠시 진정하고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찬영이를 위한 일입니다.”


찬영이를 위한 일이라고 하자 두 여자가 무기를 거뒀다.


“두 분 모두 찬영이를 걱정하고 있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다이너마이트에서 여성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잘 알고 계시잖아요. 물론 두 분이 그런 대우는 받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찬영이를 돕고 싶으시다면 일단 여기 한빛 쉘터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김택현의 말을 듣고 있던 차헌터가 한마디 보탰다.


“맞아. 찬영이는 부모님의 안전을 본인 목숨보다 중요시했다.”


차헌터의 말에 이헌터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당신이 빡쳐서 좀비들을 학살한 덕분에, 한빛 쉘터 근처는 좀비 청정구역인 걸로 아는데? 군 병력도 경계근무를 대폭 축소할 만큼 한빛 쉘터 근처는 안전해졌다고 강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걸 잊을 수 없지.”


김택현이 차헌터를 노려봤다. 차헌터는 머쓱한 얼굴로 천정을 응시했다.


“이제 찬영이 도우러 가도 되죠?”


고나영이 먼저 선수 쳐서 말하자 이지영이 아차 싶었는지 바로 말을 이었다.


“나도 갈 거야!”


차헌터는 마지막 패를 꺼냈다.


“김소령과 강할아버지가 허락한다면 데려가겠다.”


서로를 쳐다보던 두 여자는 김소령의 직무실로 서로 겨루듯 달려 나갔다.


“그럼 난 출발한다. 뒤를 부탁한다.”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차헌터가 길을 떠나려 하자, 김택현이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또 저에게 폭탄을 돌리십니까? 안 됩니다.”


김택현이 강하게 막아섰지만, 차헌터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두 여자와 함께 가면 기 빨려서 가다가 죽을 것만 같았다.


고작 하루 지났을 뿐인데 두 여자는 차 헌터의 곁에서 끝없이 쫑알거리며 앞 담화 같은 뒷담화를 했다. 두 여자의 여파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했고, 지쳤다. 그런 여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차헌터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귀가 터져서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비켜”


“안 됩니다. 차헌터님을 보내면 그 화살이 저에게 돌아옵니다.”


김택현은 단호했다. 아무리 차헌터라도 이번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차헌터는 김택현의 단호함에 흠칫 놀랐지만, 자신도 살아야겠기에 몸을 돌려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그녀들의 수다를 더 겪느니 차라리 귀를 포기하고 싶은 정도였기 때문이다.


“차헌터님~ 안 됩니다~! 살려주십시오!”


김택현의 애타는 외침에도 그는 생존을 택했다.


“너의 희생을 잊지 않으마!”


차헌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뛰어나갔다.


차헌터가 도망간 것을 알 리 없는 이헌터와고헌터는 병원 안을 휘저으며 동시에 김소령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벌컥! 쾅]


제일 먼저 문을 열어젖힌 건 이헌터였다. 그리고 그 뒤를 고헌터가 따라 들어왔다.


“우리 쉘터의 꽃들께서 이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김소령은 당황하지 않고 그녀들을 맞이했다.


“소령님 나 찬영이한테 갈래요.”


“저는 이제 한빛 쉘터를 떠나 찬영님께로 가겠습니다.”


김소령은 예상했다는 듯이 서랍을 열어 편지 봉투를 꺼내 두 여자에게 내밀었다.


“강선배님이 주시더군요. 여성분들께서 찾아오시면 전해달라고요.”


그 편지는 찬영이가 이헌터와 고헌터에게 남긴 편지였다.


찬영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헌터와 특히 고헌터는 자신을 돕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로 올 거라고 예상했다.


편지를 받은 이헌터와 고헌터는 진지한 표정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편지는 먼저 다 읽은 고헌터가 김소령에게 말했다.


“찬영씨는 예상하고 있었군요.”


김소령이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참 똑똑한 녀석이죠”


이헌터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뭐야! 결론은 걸리적거리니까. 오지 말란 개소리를 이쁘게 포장한 거잖아.”


“그런가요? 하지만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 찬영이가 그렇게 쉽게 그들에게 당할 것 같습니까?”


이헌터와 고헌터가 쌍둥이라도 된 듯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믿고 기다립시다. 찬영이가 도움을 청할 때까지.”


이헌터와 고헌터가 쌍둥이라도 된 듯 동시에 고개를 격하게 위아래로 저었다.




***



내가 창고에 도착했을 때, 최헌터는 휴식을 끝냈는지 창고 안에서 맥주를 기울이고 있었고, 짐꾼들은 짐 정리가 끝났는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휴식을 취하는 짐꾼들의 팔에는 패치가 덕지덕지 붙어있었지만, 최헌터는 패치를 붙이지 않았다.


‘이 사람은 약을 안 하나? 제일 강한데. 큰일이야. 작전에 큰 걸림돌이 되겠어.’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최헌터가 나를 흘깃 보더니 술 냄새를 확 풍기며 말했다.


“왔냐? 버리고 갈까 하다가 잠깐 기다려줬다.”


[감사합니다]


“됐고 출발이나 하자.”


최헌터는 그냥 보기에도 걸출하게 취해 있었다. 그런 그가 오토바이에 올라타서 나를 바라보았다.


‘젠장 아무리 법이 없어졌다지만, 대놓고 음주운전이라니. 정말 개 같은 세상이 됬구나.’


법치국가에 도덕을 배우며 바르게만 살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은 오늘도 변해버린 세상에 한숨만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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