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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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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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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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의약품 연구소 1

DUMMY

아무리 헌터가 둘이나 출동하는 원정이지만, 원정 준비는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각자 알아서 무기를 준비하고, 원정에서 사용할 물건을 알아서 보급받는 형식이었다.


각자의 준비 시간이 다르다 보니, 원정 출발시간은 한없이 뒤로 밀렸다.


그나마 장총리가 원정 성공을 위해 작전을 짜와서 원정대원들에게 알려왔다. 장총리의 작전을 듣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정말 허술했다.


최헌터와 내가 길을 뚫고, 나머지 사람들은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기 위해 짐꾼으로 동행한다. 이게 장총리의 계획이었다. 초등학생도 짤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계획이었다.


성공하면 장총리의 계획이 성공한 것이고, 실패하면 헌터들의 탓으로 돌리려는 게 확실했다. 역시 아부만으로 총리에 오른 사람다웠다.


원정길은 걸어서 대략 3시간인데, 이들은 주로 오토바이로 움직였다. 운전을 할 수 없는 나는 최헌터의 오토바이 뒤에 타기로 했다. 처음에 나를 태우는 걸 거부하던 최헌터가 장총리의 긴긴 설득 끝에 겨우 허락했다.


“야 사냥개! 내 몸에 닿을 생각은 접어라.”


닿지 말라는 명백한 협박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괜히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겨우 원정대가 출발할 수 있었다.


선두에 있던 최헌터가 창을 돌리며 일반 좀비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했고, 그 덕에 뒤에 있는 7대의 오토바이들은 편하게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가끔 몰려있는 좀비들이 있어서, 처리하느라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긴 했지만, 이동 수단이 있는 덕분에 제약사 창고까지 가는 길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출발 전 장총리가 신신당부 했었다. 원정의 제일 큰 걸림돌은 창고 안에 있는 변이 좀비이며, 일반적인 변이 좀비가 아니라 진화한 변이 좀비라는 것이다. 의약품 창고 안에 있는 변이 좀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총을 맞아도 공격에만 전념해서 잡기가 까다로웠다고 했다.


제일 위험한 건,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찰병이 확인한 것만 3마리라고 했다. 확인한 것만 3마리라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창고 앞에 무사히 도착한 최헌터와 나는 짐꾼들이 숨어있을 수 있도록 임시대피소를 만들었다.


“변이 좀비만 너를 인식한다고 했지? 너는 내가 일반 좀비를 모두 처리할 때까지 변이 좀비의 시선을 끌어 유인한다. 어그로 제대로 끌어 나한테 변이 좀비가 오지 않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창고 안에 있는 변이 좀비의 시선을 끌기 위해 소란스럽게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다.


내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창고를 두 바퀴쯤 휘저었을 때 4마리의 변이 좀비가 나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깡마른 체구에 골룸같이 몸에 털이 하나도 없는 변이 좀비들은 하나 같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나를 잡아먹을 듯이 쫓아왔다.


‘이 변이 좀비들 이상해... 주변에 좀비들이 있는데도 먹지 않고 깡말랐어...’


뭔가 수상했지만 일단 변이 좀비를 몰아야 했다.


확실히 어그로를 끌어서 창고 밖 공터로 나왔다.


위협적인 공격은 없었지만, 숫자가 많아서 좀비들을 유인하는 데 애를 먹었다.


내가 창고 밖으로 나오자, 창고 안에는 좀비들의 비명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최헌터 실력이 엄청난걸? 비좁은 창고 안에서 좀비를 잡다니...’


감탄의 탄성이 입으로 흘러나올 때였다.


내 앞으로 변이 좀비의 팔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재빨리 몸을 뒤로 굴려 팔을 피해냈다. 그러자 내 뒤에서 다른놈이 나를 노리고 팔을 휘둘렀다.


‘이 변이 좀비들 뭔가 이상해...’


좀비들은 이성이 없었다. 서로 대화가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눈앞에 4마리 변이 좀비는 협공을 하고 있었다. 서로 대화하듯이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었다.


“좝깍,긔뫅!”


내가 소리를 지르자. 좀비들이 움찔해서 뒤로 물러났다.


나는 재빨리 안경을 벗어 그들이 볼 수 있게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의 눈빛이 변했다. 더 이상 공격도 하지 않았다.


내 생각이 맞다면, 이들도 나처럼 지성을 가지고 있는 좀비들 같았다.


혹시 몰라 바닥에 글을 썼다.


[사람입니까?]


바닥을 유심히 쳐다보던 변이 좀비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쓴 글씨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졌지만, 그들은 더이상 나를 공격하지 않고, 내 주위를 빙빙 돌며 탐색하기 시작했다.


“킁~킁~ 크르륵 퀘악”


내 냄새를 맡다가 토하는 시늉까지 하는 좀비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내 몸 냄새를 맡았다. 


확실한 건 이들은 좀비를 먹지 않는 변이 좀비였다. 


그리고 더 확실한 건 그들에게서는 변이 좀비에게서 나오는 구슬이 없었다. 


‘일반 좀비의 진화형인가?’


나는 그들을 자세히 관찰했다. 사람도 아니고, 변이 좀비도 아니고, 좀비도 아닌 내 존재를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때 우리를 쫓아온 짐꾼 무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내 쪽으로 달려와 변이 좀비 앞에 포댓자루를 하나를 던졌다.


“임헌터님 위험하시면 좀비들한테 이놈 던지고 피하세요!”


‘이런 미친놈들 사람을 미끼로 쓰다니... “


살아있는 사람이 안에 있는지 포댓자루가 쉼 없이 움직였다. 나는 재빠르게 포댓자루로 뛰어갔지만, 이미 포댓자루는 변이 좀비들 손에 들어가 있었다.


“줵쫭”


안타까운 마음에 욕설이 육성으로 튀어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포댓자루를 확인하던 변이 좀비가 포댓자루를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다가 조심히 들어서 내 앞에 가져다 놓았다.


어리둥절한 상황에 잠시 넋을 놓고 있는데, 변이 좀비가 재촉이라도 하듯 포댓자루를 손으로 가리켰다.


일단 자루를 열어 안에 들어간 사람을 꺼내 괜찮은지 확인했다.


자루에서 탈출한 남자의 입과 양손이 결박돼 있길래 서둘러 풀어주었다.


“으아악!!! 좀비야 변이 좀비야!! 괴물이야!”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지금 고글을 쓰고 있지 않았다.


남성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 버렸다. 이곳은 좀비들이 널리고 널린 공장단지 한복판이었다. 남성의 안전을 위해 따라가서 붙잡았지만, 남자는 너무 겁을 먹었는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나는 투덜거리며 남자를 다시 포댓자루 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변이 좀비들이 다시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인간도 먹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에서 육포를 꺼냈다.


순간 변이 좀비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서로 자기가 먹겠다며 달려들면서 나를 공격하려고 했다.


내가 다시 한번 경계의 포효를 내지르자, 움찔한 좀비들이 다시 뒷걸음질 쳤다.


“쭐 쒝”


나는 변이 좀비들에게 줄을 서라는 듯이 명령하고 방향을 가리켰다. 이들은 내가 포식자라고 생각했는지 말을 알아듣고 고분고분 실행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줄을 선 좀비에게 육포를 건네자, 다른 변이 좀비들의 눈빛도 초롱초롱해졌다.


일렬로 차분하게 기다린 변이 좀비들에게 공평하게 육포를 나눠주고, 나도 육포 하나를 입에 넣었다.


‘이들은 왜 다른 거지?’


육포를 다 먹은 변이 좀비들이 두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이들이 사람인지 좀비인지 아니면 나와 같은 존재인지 확실히 알아야 했다.


아무리 아포칼립스 세상이지만 나를 공격하지 않는 존재를 죽이는 건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내 가방에 지퍼를 열어 내용물을 바닥에 쏟았다.


변이 좀비들은 두 눈을 빛내며 음식들에 다가가 서로 하나라도 더 갖겠다며 괴성을 질러대고 싸웠다.


한참 실랑이 끝에 음식들의 분배를 모두 마친 변이 좀비 중 한 마리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같이 가자는 건가?’


그들의 손에 이끌려 본사 건물 앞으로 갔는데,

본사 정문은 단단히 봉쇄되어 있어서 정문으로 들어갈 순 없었다. 


변이 좀비는 이층 깨진 창문을 가리키며 점프해 올라갔다.


이제 탈인간급 체력을 갖게 된 나에게 이 층 높이를 뛰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본사 안으로 들어와 보니, 이상하리만치 좀비가 없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본사 건물은 5층짜리였는데, 그들은 나를 3층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기숙사 숙소 문 앞에 멈춰서서 안으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표했다.


내 기민한 기척이 알려주고 있었다. 이 문안에는 분명 사람이 있었다.


재빨리 고글부터 착용하고 문을 열었다.


기숙사 안에는 남자 한 명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자네들 또 먹을 걸 구해 온 건가?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하지 않았나... 나도 이제 쉬고 싶네.”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변이 좀비라고 생각한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내 자네들 볼 낯이 없어... 이렇게 연명하는 게 너무 힘들다네... ”


나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존재를 알리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


“큼큼”


남자가 놀란 듯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은 뭔가? 좀비인가? 사람인가?”


가방에 넣어 놓은 스케치북을 꺼냈다.


[헌터 임찬영이라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말을 못 합니다.]


“사람이라고?”


양심에 찔리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생존자를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


[네, 이들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잠시 침 음을 삼키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들은 물려서 저렇게 된 게 아니라네... 죽이지 말아 주었으면 하네... 부탁이네.”


헌터라는 말에 내가 그들을 죽일 거라 생각했는지 남자는 변이 좀비들부터 걱정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모습이 된 겁니까?]


“우선 내 소개부터 하지. 의약품 연구를 했던 박성호 연구원이네, 저들은 내 조수들이었네.”


박성호가 변이 좀비들을 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우린 새로운 진통제를 계발하기 위해 외출하지도 않고 연구에만 몰두했었다네. 휴대폰도 베터리가 다 돼서 우린 세상과 단절된 상태였지... 우리가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는 걸 안건 매번 식사때마다 오던 도시락이 오지 않아서라네... 그날 이상함을 느끼고 나갔다가 조교 한 명이 좀비로 변했고 우리는 다시 고립되었다네...”


박성호의 행색을 보니 한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뚝심 있어 보이는 인상이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우리는 연구소 탕비실에 있는 식품들로 3주를 버텼지만, 탕비실에 음식이 다 떨어지면서 문제가 생겼지. 배가고팠던 조교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어.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좀비가 된 사람을 잡아서 연구실 기구로 구워 먹었다네...”


끔찍했다. 사람이 사람을 먹다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표정이 심각해지자, 박성호의 말이 빨라졌다.


“그들을 말릴 사이도 없었네... 조교들 모두 열흘을 굶었고, 아사한 사람도 나왔으니... 살기 위해 눈이 뒤집혔던 거지...”


[그럼 이들은 감염된 좀비를 구워 먹고 감염된 겁니까?]


“그렇다네. 하지만 밖에 있는 일반 좀비와는 다르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네.”


[쉘터에서는 저들이 먼저 공격했다고 했습니다. 저도 공격 받았고요.]


“그들은 진통제 패치를 지키려고 싸운 것뿐이야. 자네도 이곳에 왔다는 건 패치를 가져가려는 목적이 아닌가?”


[맞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멸망했다지만, 사람을 해칠 수 있는 패치라네... 우리는 패치를 지키기로 했네. 그리고 그들이 가져갈 수 없게 밖에 있는 좀비들을 창고 안에 잔뜩 몰아 넣어 놓았지... 그리고 저들이 먼저 내 조교들을 공격했어.”


내 예상이 맞다면 다이너마이트 놈들은 패치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다. 패치는 제국을 지탱할 만큼, 사람들을 이용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나와 대화하는 내내 변이 좀비를 감싸던 박성호에게 제일 궁금한 걸 물어봤다.


[그렇다면 저들은 사람인가요? 아니면 좀비인가요?]



작가의말

오늘의 찬영이 언어!




"잠깐, 그만"

"젠장"

"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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