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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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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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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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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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이딴것도 제국이라고? 2

DUMMY

가축을 기르는 축사 문제는 한빛 쉘터에 꼭 필요한 정보였다.


한빛 쉘터는 자체적으로 농작물을 생산하지만, 축산물이라고는 농장 한편에 위치한 닭장 하나였다. 그 닭장에서 생존자들이 먹을 고기와 달걀이 나오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닭과 달걀만 먹을 수는 없었다. 만약 소와 돼지가 한빛 쉘터에 공급된다면 더 나은 삶을 부모님께 드릴 수 있었다.


장총리의 대답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뜬금없는 불청객이 장총리를 찾아왔다.


“여 인간 파리가 황제 폐하 곁을 벗어날 때가 다 있네?”


20대 중반에 샛노란 머리를 하고 곱상하게 생긴 남자가 장총리의 어깨에 한쪽 손을 올리고 다른 한쪽 손으로 장총리의 머리를 쿡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너 황제 폐하 곁에서 떨어지는 날이 네 제삿날이라고 했냐? 안 했냐?”


장총리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더니, 곧 두려움에 덜덜 떨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아! 조헌터님 아니십니까! 식사하러 오셨습니까?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장총리가 급히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조헌터는 일어나려는 장총리를 다시 의자로 밀어버렸다.


“내가 가라고 했던가? 손만 싹싹 비빌줄 아는 병신이. 감히 내 앞에서 시키지도 않는 짓을 해?”


장총리가 식은땀을 흘리며 나를 쳐다보자, 조헌터가 장총리 앞에 앉은 나를 힐끗 쳐다봤다.


“아! 이 새끼가 새로 들어왔다는 벙어리 병신 새끼구나?”


조헌터가 이번에는 나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아... 예감이 안 좋다.’


조헌터는 내 쪽으로 자세를 바꾸면서 왼손에 힘을 실어 나에게 내질렀다.


‘맞아야 하나? 피해야 하나?’


맞으면 장총리에게 찍혀 축사의 정보나 쉘터의 정도를 얻는 데 힘들어질 것이고, 피하면 조헌터에게 찍혀서 쉘터 생활이 힘들어질 게 뻔했다.


조헌터의 주먹을 피하며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자신이 내지른 주먹을 정중한 인사로 피하자, 조헌터는 얼굴이 처참하게 뭉게졌다. 장총리 또한 표정이 좋지 못했다.


세 사람 모두 정지 상태가 되었다.


정적을 깬 사람은 장총리였다.


“허허... 조헌터 새로온 신입이 조헌터를 존경하나 봅니다. 저리 정중히 인사하지 않습니까?”


조헌터는 다른 사람의 이목이 쏠리자, 어쩔 수 없이 장총리에게 말했다.


“개 하나는 제대로 들였네? 아주 꿍짝이 잘 맞아 크크으하하하”


장총리가 일어나라는 신호로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폐하 앞에서 충성을 맹세한 충직한 신하랍니다.”


장총리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장총리의 행동에 조헌터의 뚜껑이 제대로 열렸다. 


“이 개새끼가 !”


조헌터가 옆에 있던 의자를 장총리에게 던졌다. 장총리의 신임을 얻을 절호의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나는 날아오는 의자를 잡아 챘다.


“허? 잡아? 네가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 했구나?”


조헌터가 옆에 있는 의자를 다시 집으려고 할 때, 조헌터와 같이 온 듯한 남성이 조헌터를 말리며 말했다.


“그만그만 황제 폐하 귀에 들어가서 좋을 거 없어. 폐하가 장총리를 버리면 그때 찢어 죽이면 돼.”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수려한 외모의 남성은 목소리마저 감미로웠다.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설득된 조헌터가 의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박헌터 봐서 참는다 진짜! 에잇 밥맛 다 떨어졌네!”


조헌터가 던지려던 의자를 발로 차면서 박헌터와함께 구내식당을 나갔다.


장총리가 매우 흡족한 얼굴을 하며 나를 바라봤다.


“잘했다. 앞으로도 나를 지키는 데 온 힘을 다하거라. 그래야 너도 제국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개가 되란 소리다. 아까의 대화에서도 조헌터가 나에게 개라고 칭했을 때, 장총리는 부정하지 않았다. 나에게 은연중 위치를 상기시켜주며, 조헌터에게도 내가 장총리 사람임을 상기시킨 것이다.


뭐가 되었든 지금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축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니, 자존심 따위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나는 허리를 굽신거렸다.


[총리님이 시키시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식사가 거의 마무리되어갈 때 쯤, 장총리가 내 옆으로 옮겨와 앉았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을 너에게 지시할 것이다. 잘 듣고 꼭 성공해야 한다.”


장총리가 품에서 고이 접힌 종이 한장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종이를 펼쳤다. 종이는 세진시가 자세히 그려진 지도였다.


“내가 표시해놓은 곳이 보이느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총리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귓속 말을 했다.


“그곳이 세진시에 있는 의약품공장이다. 진통제 패치가 만들어지던 곳이지.”


장총리의 표정을 보고 나는 패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마약성 패치 그들은 마약을 얻기 위해 나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네가 패치를 가져오기만 한다면 이 다이너마이트 제국에 우리 앞에 설 사람은 없을 거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들이 더욱 망가져서 전투 불능이 된다면, 차헌터의 계획도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만 아니면 되는 건, 만국 공통 심리였다.


[제가 성공한다면 축사라는 곳을 가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궁금한 게냐? 좋다 축사의 위치를 알려주마!”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당장 출발하려고 돌아서려는데, 장총리가 다시 나를 붙잡았다.


“너 혼자 가는 게 아니다. 너와 함께 갈 헌터가 있다. 따라오너라.”


장총리와 식당을 나서서 끔찍한 광장을 지나 다시 본관에 들어왔을 때 현관 로비에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하얀 민소매 티셔츠에 쫙 붙은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나를 반겼다.


“네가 사영이가 보낸 헌터라고 들었다. 나는 김일봉헌터다. 사영이랑 의남매였지... 날 제국으로 이끌어준 게 사영이었거든! 사영이가 그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너도 제국에서 떵떵거리고 살았을 거다.”


남자는 아련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래 앞으로 내가 형님이 되어주마! 사영이가 제국에 마지막으로 보낸 선물 같은 녀석이니 내 특별히 아껴주지, 앞으로 불편한 게 있거든 나에게 말하거라”


‘하... 저는 아저씨 자체가 불편해요... 내 앞에서 꺼져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아주 많이 겉과 속이 다른 녀석이다. 세상이 멸망하고 그 증세는 점점 더 심해졌다. 지금도 얼굴은 너무 반갑다고 웃고 있었다.


김일봉이 나에게 주먹을 내밀며 말했다.


“사내들만의 우정의 악수를 나눠야지?”


정말 닿고 싶지 않았지만,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장총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김일봉의 주먹에 내 주먹을 살짝 가져다 댔다.


“사내 녀석이 힘이 그게 뭐냐? 좀 더 빡! 남자답게! 응? 남자는 의리!!”


왼손은 주먹을 쥐어 나에게 내밀고, 오른손은 주먹을 불끈 쥐어 울락불락한 가슴을 툭툭 쳤다.


‘하... 정말 오글거려 미치겠네...’


김일봉은 내가 다시 주먹을 맞댈 때까지 그러고 있을 작정인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한 번에 끝내기 위해 한번 당해보란 심정으로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김일봉은 내가 온 힘을 다한 줄 모르고 웃고 있다가 주먹끼리 맞부딪히자 뒤로 쭈~욱 밀려나 벽에 꽂혀버렸다.


잠시 정신을 잃었는지 움직임이 없는 김일봉을 보고, 장총리가 큰일이라도 난 듯 수선을 떨며 말했다.


“이 녀석아 미친개냐? 김일봉헌터님은 폐하께서 아끼시는 분이시다! 어쩌려고 이런 짓을 한계야!”


장총리의 행동을 보아하니 김일봉이 어지간히 중요한 사람인가 보다 생각했다.


[쎄게 치라고 하셔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쓰러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김일봉을 장총리가 흔들어서 겨우 깨웠다.


“김헌터님 괜찮으십니까? 제가 걱정했습니다.”


“큭... 어떻게 된 일이지?”


아픈 머리를 붙잡고 두어번 고개를 흔들며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했다.


“뭐 이 정도는 살짝 스친 거지! 내가 잠깐 생각할게 있어서 가만히 있었던 거야!”


장총리와 나의 얼굴이 동시에 썩어갔다.


‘분명히 기절했는데!’


‘안 죽은 게 다행인데?’


장총리와 눈이 마주쳤지만, 서로 시선을 회피했다. 장총리와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는 게 기분이 나빠졌다.


“김헌터님 혹시 모르니 원정 가기 전에 진료소에 가셔서 검사를 해보시는..."


장총리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진료소 검사를 권하자, 김일봉은 보디빌더처럼 근육을 자랑하는 포즈를 하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크하하 걱정하지 말게! 명색이 헌터인데 한참 어린 동생한테 맞아서 쓰러지겠는가! 나는 괜찮다네.”


그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손목이 덜렁덜렁 이리저리 꺾였다.


“으악! 의사! 의사! 빨리 불러와 의사!”


장총리의 외침이 경창청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원정은 다음 날로 미뤄졌다.


장총리는 나를 숙소로 데려다 주고 나무를 깎아 만든 작은 신분 패를 건네주며 숙소에서 잠시 대기하기를 명령했다.


그리고 본인은 쓰러진 김일봉에게 부랴부랴 달려갔다.


멸망한 세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숙소는 푹 쉬기에 너무나 완벽했다.


침대에 걸터앉아 가방을 열어 주머니를 꺼내고구슬의 갯수를 확인했다. 모두 14개의 구슬은 진주 같이 영롱했고, 크기는 모두 재각각 이었다.


‘이거 소설에 나오는 마력석 같은 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슬을 몇번이고 먹었다. 내 정신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쭈욱 먹어야 했다.


‘근데 찝찝한 건 정말... 어쩔 수 없구나, 그래도 생존이 우선이겠지?’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차헌터의 복수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돕는 것이었다.


이곳에 와서 벌써 4명의 헌터를 만나 봤지만, 차헌터만큼 강한 사람은 없었다. 장담하건대 4명이 모두 차한터에 덤빈다고 해도 차헌터의 승리일 것이다.


차헌터를 생각하자 몸이 먼저 반응해 소름이 돋았다.


잡념을 떨치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니, 생존자들의 비참한 모습만 확인하는 꼴이라 나가는 것을 관뒀다.


컨테이너 숙소라 창문조차 없어서 갑갑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문이라도 열어 놓으려고 문 쪽으로 다가가는데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자,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여인이 던져지 듯 내 품에 안겼다. 그 뒤에는 험상궂은 남자가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궁시렁거리다 말했다.


“새로 오신 헌터님. 오늘은 그년으로 만족하시라는 장총리님의 지시가 있으셨습니다.”


내 품에 안겨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는 여인에게도 한마디 건넸다.


“야 이년아, 잘 모시라고 우리 제국을 번창하게 만들어 주실 헌터님이시다. 잘못 모시면 너는 바로 쇠꼬챙이 행이야 알겠냐?”


협박이 가득 담긴 말에 두려움에 떨던 여인의 심장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릴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여인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고, 손이 결박되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어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임헌터님 부족하지만 이년 처녀입니다! 아직 아무도 안 건든 쌔삥이죠! 땡잡으셨습니다!”


남자는 부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쇼!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문을 닫으며 비릿한 미소까지 보인다.


‘하··· 명존쎄를 부르는 얼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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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이딴것도 제국이라고? 1 +1 24.08.20 48 2 12쪽
34 34#다이너마이트쉘터로 +1 24.08.17 5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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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새로운 보금자리 +1 24.08.13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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