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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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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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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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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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미친세상

DUMMY

해가 지고 늦은 저녁 원정대가 제국에 도착했고 경찰서 문이 활짝 열렸다. 문 앞에는 황제 김사춘이 활짝 웃으며 마중 나와 있었다.


“으하하하 제국의 용사들이 제국의 번영을 위해 큰 공을 세웠구나! 짐이 그대들의 공을 잊지 않겠노라.”


황제는 우리를 향해 뛰어나왔다. 아니 정확히는 진통제 패치를 향해 뛰어왔다. 


탐욕스러운 얼굴로 짐들을 뒤져 패치를 꺼낸 황제가 침을 질질 흘리며 패치를 몸에 붙였다.


자기 몸에 충분히 패치를 붙인 황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패치를 높게 들고 외쳤다.


“제국의 용사들을 위한 귀한 선물이다. 누구든 제국을 위해 충성하면 이 패치를 내릴 것이다.”


황제가 큰 소리로 외치자, 근처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황제 폐하 만세!”


“다이너마이트 제국 만만세”


진통제 패치의 효과가 시작됐는지 황제는 비틀거렸다. 옆에 있던 장총리가 재빠르게 황제를 부축하며 말했다.


“최헌터, 임헌터 일단 들어가 쉬고 있게. 정리하고 부름세.”


하지만 최헌터는 이미 제국에 들어오고부터 안절부절 못 했다.


“내 동생부터 내놔!”


“지금 폐하께선 휴식이 필요하단 말이네! 황제 폐하의 휴식을 방해했다가는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네!”


최헌터의 얼굴에 힘줄이 불끈 올라왔다.


“약속 꼭 지켜라.”


최헌터가 자리를 떠났지만, 나도 장총리에게 볼일이 있었다.


“임헌터 곧 부를 테니 쉬고 있거라.”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도착하면 황제 새끼가 우릴 환영하는 환영회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 그들은 오로지 약에만 꽂혀있었다.


‘오자마자 약부터 찾다니, 약쟁이들은 정말 쓰레기구나'


그들은 하는 행동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정상인들이 하지 않을 비정상적인 행동을 정상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 제국은 법을 어기는 게 당연했고, 예전처럼 법을 지키면 바보 취급당했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것이 당연했고, 약자는 강자가 시키는 데로 노예가 되어야 했다.


한빛 쉘터와 정반대였다.


숙소에 도착하자, 내 방 문 앞을 지키던 남자가 일어서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방 정리는 완벽하게 해놓았습니다. 목욕과 여자를 준비할까요?”


그들의 환영 인사였다.


[어제 제 방에 들어왔던 여자를 불러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목욕하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남자는 마치 내시 같은 행동으로 나를 경찰청 샤워실로 안내했다.


샤워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 서넛이 들어갈 조잡스럽게 만들어진 욕탕이 보였다.


“이곳은 헌터님들만 사용이 가능한 욕조입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남자가 나가자마자, 냄새나는 옷을 벗어 던지고 욕조 안으로 다이빙했다.


마이홈에서 욕조를 사용하긴 했지만, 이렇게 넓은 목욕탕 욕조는 아주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적당한 온도의 뜨거운 물이 그동안 긴장했던 내 몸의 근육들을 풀어주었다.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욕조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데 문 앞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럼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문 앞을 등지고 앉아 잠시 벗어두었던 고글을 다시 착용했다.


“뭐야 너도 있었냐?”


몸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최헌터가 근육질 몸을 뽐내며 헐벗고 서 있었다.


“다른 데로 꺼져.”


나는 그럴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욕조를 즐기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나는 무시하고 욕조의 포근함을 즐겼다.


“아오 벙어리 새끼 귀까지 처먹었나?”


최헌터는 욕지거리를 쉼 없이 뱉다가 결국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욕조의 포근함과 편안함이 최헌터의 화를 가라앉혀 주었는지 쉬지 않고 욕을 내뱉던 최헌터가 조용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용하던 최헌터가 입을 열었다.


“너 패치 안 하던데? 약쟁이 아니었나?”


목욕탕이라 스케치북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고개만 저었다.


“특이한 놈이군, 미친 세상에 약도 없이 버티다니...”


그러는 본인도 약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창고에서 돌아와서도 패치를 붙이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뭐 상관없으려나. 나는 곧 여길 떠날 거니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면서 나를 힐끗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온 지 얼마 안됬다고 했지? 여긴 너 같은 애들이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여긴 미친놈들 천국이야··· 같이 미친놈이 되고 싶지 않다면 빨리 도망가.”


그는 진심으로 충고하고 있었다. 


‘황제에게 충성하는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사람은 여기에서 유일한 정상인인가 보네.’


그를 제국을 무너뜨리는데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일단은 조심해야 했다.


확실히 제국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몸도 풀었고, 곧 최유라도 만나봐야 했다.


나는 최헌터에게 간단하게 목례로 인사한 후 자리를 떠나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안에는 최유라가 침대에서 이불로 몸을 가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어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늘은 문밖을 지키는 경비원도 없었다. 나는 서둘러 가방에서 원정길에 챙겨온 원피스를 꺼내 내밀었다.


“앗! 감사해요”


등을 돌리자, 이불 소리와 함께 부스럭거리며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렸다.


흥분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어젯밤도 애국가를 부르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 됬어요.”


내가 돌아보자 화사한 미소를 띤 최유라가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았다.


“정말 감사해요. 이곳에 오고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어요...”


최유라의 몸 곳곳에 남겨진 멍이 그동안의 힘든 생활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같이 끌려온 사람들과는 함께 계신가요?]


“네 저녁에는 각자 끌려가서 남자들에게 바쳐지고, 낮에는 본관의 청소와 빨래를 해요”


[8명 모두 무사한가요?]


“네 아직은 8명 모두 살아있어요... 빨리 이 지옥에서 나가고 싶어요...”


[혹시 다른 생존자도 있나요?]


“네. 이곳에 끌려와 노예처럼 생활하는 사람들이 몇 있어요.”


[함께 탈출할 만한 사람들이 있나요?]


“다들 탈출을 꿈꿔요...”


[몇 명이나 되죠?]


“그건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정말로 저희를 탈출 시켜주실 수 있나요?”


[차헌터를 믿으세요.]


내말 한마디에 그녀는 안심이 된 듯 안고 있던 베개에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울고 있는 최유라를 달래기 위해 옆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여 줬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



차헌터는 찬영이 남긴 쪽지를 보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의 쉘터에서 끌려간 여성을 벌써 만났다니, 그들이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차헌터는 서둘러 쪽지 하나를 넣고 한빛 쉘터로 달려갔다.


한빛 쉘터에는 김소령과 강할아버지 그리고 김택현이 회의실에 모여있었다. 모두들 찬영이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편지를 확인하자, 김소령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


“약쟁이들이 모여서 제국이라고 참칭하다니 정말 미친놈들 아닌가!”


“그들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헌터가 5명이라니...”


“한명빼곤 나머지는 떨거지 실력이라지 않는가! 작전만 잘 짠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네. 차헌터 내가 준 쪽지는 잘 전달했는가?”


“예 말씀하신 데로 넣어놨습니다.”


“찬영이에게 경찰청 임시지도를 그려서 넣어놨다네. 경찰서를 자기 집 드나들 듯 드나들던 변호사 배 할아범이 그린 것이니 확실할 거야. 이제 찬영이가 지도에 표시된 곳에 개구멍만 만들어주면 다이너마이트 쉘터를 쳐들어가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지.”


김소령이 강할아버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것보다 축사와 좀비를 연구하는 연구원이라니 대단한 성과가 아닌가!”


“내 말이! 찬영이 녀석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게야. 기특한 녀석”


강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던 김택현이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쉘터 사람들을 구조하는 게 제일 우선입니다.”


“걱정하지 말게나, 나도 그 부분을 간과 하지 않아. 사람 목숨이 제일 먼 저지. D-Day가 잡히면, 이헌터와 고헌터가 투입될걸세.”


이번에는 김소령이 나섰다.


“이헌터와 고헌터 뿐만이 아니라, 우리 부대 내에 정예병 20명을 붙여주지. 헌터를 상대하진 못하더라도 일반인들을 상대할 수는 있을 거야. 그들은 범죄자들이니 단죄를 내려야지.”


지금까지 소극적이던 김소령이 나서서 자신의 부대원들을 보내주기로 하자, 차헌터와 김택현은 고마움에 어쩔 줄 몰랐다. 


“저희 쉘터를 대표해서 감사 인사드립니다.”


“이제 한빛 쉘터 사람들이라네!”


김소령의 마지막 말은 차헌터에겐 감동이었다. 그동안 김소령을 막대한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강할아버지는 김소령과 차헌터가 화해한 듯 보여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김택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청승 좀 그만 떨 거라.”


김택현은 강할아버지에게서 차헌터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



[쾅쾅쾅]


어제처럼 방문이 부서질 듯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최유라가 가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겁을 잔뜩 집어 먹었지만 최유라의 표정은 비장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방문을 열었다.


바로 들어온 남자들이 어제처럼 최유라의 머리채를 잡고 우악스럽게 끌고 나가려고 했다.


그 모습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검을 들어 남자의 목에 겨눴다.


“사... 살려주십시오.”


우악스럽게 잡아챈 손을 풀고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를 향해 종이 쪼가리를 던졌다.


[함부로 하지 말아라.]


오늘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미리 글자를 적어 놓았다.


“예! 알겠습니다. 잘 모시겠습니다.”


남자는 최유라가 임헌터의 마음에 들어 이제 자신도 함부로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참 임헌터님 총리님이 찾으십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최유라가 남자의 손에 붙들려 가는 것을 쭈욱 지켜봤다.


이제 나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였다.


축사 문제를 마무리 짓고, 강할아버지가 시킨 미션을 완료해야 했다.


장총리의 방으로 가기 위해 가방과 검을 챙겨 나왔다.


가는 동안 강할아버지가 말한 개구멍을 만들 곳을 둘러보았다.


나름 체계를 갖춘 제국이었지만, 지키는 경비들의 마음가짐은 한빛 쉘터와 달랐다.


그들은 경비를 서면서 술을 마시고, 어떤 이는 약에 취해 해롱거리며 횡설수설했다.


내 생각에는 장총리가 체계를 잡지 않았다면, 이곳은 비 오는 날 벌써 사라지고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하듯 경찰청을 한 바퀴 휘 돌아보며, 이곳의 참상을 마주하게 됬는데. 여기는 차헌터의 쉘터에서 끌려온 여성뿐만이 아니라, 무고하게 끌려와 노예처럼 부려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어린여자아이들이 손에 걸레를 들고 본관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에 분노를 삭히느라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이곳의 참상을 최유라에게 들었지만, 그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한게 더 끔찍했다.


인간 대접도 받지 못한 채 남자들은 노동했고, 재수가 없으면 좀비들을 유인하는 미끼가 되어 죽어 나갔다. 여자들 또한 낮에는 노동하다가 밤에는 남자들의 장난감이 되어야 했다.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던 나는 될 수 있으면 그들도 함께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다.


다행히 장총리가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는지 오늘은 따로 사람을 붙이지 않았다. 그래서 여유롭게 경찰청 외곽을 한 바퀴 더 돌고 장총리의 집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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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이딴것도 제국이라고? 1 +1 24.08.20 4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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