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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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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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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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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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한빛쉘터의 기상청

DUMMY

비빔밥 전투는 우리들의 패배였다.


할머니들은 우리들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사이에 밥을 짓고, 나물을 무쳐서 계속 옮겨다가 비볐다. 분명히 먹고 있는데 비빔밥 양이 줄어들지 않았다. 무한 증식 비빔밥은 모두가 못 먹겠다고 드러누운 후에야 끝났다.


다이너마이트의 생존자들은 배불리 먹고, 샤워실로 가서 깨끗하게 씻고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원래는 차헌터의 쉘터 식구 8명만 오기로 했는데, 지금은 다이너마이트에 있던 생존자 전부를 데려와 그 숫자가 35명이나 됐다. 여자가 15명 아이가 12명 남자가 8명이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몰리자, 한빛 쉘터는 포화상태가 되어버렸다.


남자들이야 군인들이 쓰는 막사에서 함께 지내도 되지만, 여자와 아이들은 달랐다. 결국 요양원은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7층짜리 요양병원은 더 이상 사람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꽉꽉 들어찼다.


사람들을 겨우겨우 끼워 넣다 보니, 원래 있던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끼리 문제도 생겨났다. 회의실에 모인 한빛 쉘터 수뇌부 들은 이 문제로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김소령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모두 아실 겁니다. 지금 한빛 쉘터는 포화상태입니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끄덕이며 동의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내주시죠.”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입을 닫았다.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와서 한빛 쉘터를 증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좁은 땅덩어리에 건물을 하나 더 지을 수도 없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강할아버지가 지도를 펴 한곳을 지휘봉으로 콕 찍었다.


“여기, 고래섬 여기를 수복해서 본거지를 옮기는 것도 좋은 생각 같네만.”


강 할아버지가 찍은 곳은 서울의 뚝섬처럼 사방이 깊은 강으로 이루어진 일자로 긴 섬이었다.


“크기는 대충 서울 뚝섬의 3배 정도 될 게다, 원래는 배를 타고 들어가는 관광지라서 그 안에 사람이 있을지 좀비가 있을지는 알 수가 없구나.”


“다녀와 봐야 알 수 있겠군요. 선배님의 제안을 실행해 줄 수 있는 분이···”


김소령은 대놓고 차헌터와 나를 쳐다봤다. 아니 김소령 뿐만 아니라 그곳에 모인 수뇌부들은 모두 우리를 쳐다봤다. 그리고 차헌터도 나를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지옥 훈련 훈련지가 정해졌구나.’


회의가 끝나가려고 하자 나는 서둘러 내 의견을 적어 보여줬다.


[연구소에 있는 박교수님을 모셔 오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차헌터가 나서서 말했다.


“그 박교수라는 분이 확실히 좀비 사태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인가?”


[예. 좀비 사태가 일어나고 좀비에 관하여 계속 연구하셨다고 했습니다.]


김소령이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만약 좀비 사태의 원인을 밝히고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게 없지. 당장 가서 데려와야겠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박교수의 조교들 문제입니다.]


김소령에게 무언의 눈치를 주자, 김소령이 부하들에게 나갈 것을 명령했다.


회의실에는 김소령과 강할아버지 그리고 차헌터 이렇게 네 명만 남았다.


[박교수를 따르던 사람들이 좀비가 됐는데, 그들은 인간을 먹지 않는 특별한 좀비들이었습니다.]


“그런 좀비가 있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김소령이 깜짝 놀란 듯 말했고, 나는 이제 김소령에게 내 정체를 밝히기로 마음먹었다.


[소령님 놀라지 마세요]


내가 고글을 벗으려 하자, 차헌터와 강할아버지가 내 앞을 막아섰다.


“이놈아 어쩌려고 이러는 게야!”


“그래 아직은 이르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쓰고 있던 고글을 벗고 눈앞에 김소령을 응시했다. 김소령은 깜짝 놀라며 나를 손으로 가리키고 굳어있었다.


“조...좀비.. 찬영군이.. 좀비였다니..”


[숨겨서 죄송합니다.]


나는 그간 있었던 일을 김소령에게 설명해 주고 그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가만히 기다렸다.


“음... 그간 사정은 알겠다. 하지만 섭섭하구나! 강 선배님과 이헌터도 알고 있었다니.”


“내 어쩔 수 없었네. 군인 신분인 소령이 이 사실을 알았다간 찬영이를 죽일 것 같았으니까.”


“선배님 그래도 말씀해 주셨어야 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숨기시다니 이번에는 실망이큼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찬영이가 좀비인 걸 알았다면 바로 죽였겠죠.”


“찬영이를 죽이는 건 허락하지 않겠다.”


차헌터는 여전히 내 앞을 막아서고 김소령의 행동을 주시했다.


“걱정 말게 그동안 봐왔던 찬영이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아이였네. 내 손으로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네.”


그의 말투에 긴장이 풀렸다.


[저와 비슷한 좀비가 존재합니다. 그들과 제가 연구 대상이 되면 좀비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나는 조교 좀비를 한빛 쉘터로 들일 수 없다. 너 또한 마찬가지다. 한빛 쉘터에 있는 동안에는 차헌터와 항상 동행해야 한다.”


김소령은 참 군인이어서 사적인 친분보다는 대의를 우선에 두는 사람이었다. 한빛 쉘터에는 지켜야 할 사람이 많았고, 쉘터를 최우선에 두는 그가 참 듬직했다.


[박교수님만 모셔 오겠습니다. 조교 좀비는 따로 머물 곳을 마련해 뒀습니다.]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동의 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차헌터와 함께 회의실을 빠져나와 간절한 눈빛으로 차헌터를 보자, 차헌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겠다. 같이 가자는 거지? 준비해서 정문으로 와라.”


‘괌삭함디닥.’


“감사 인사는 가는 길에 쏙 들어갈 텐데?”


뒷 목이 서늘해졌다.


‘그냥 혼자 갈 걸 그랬나..?’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



경원시 경찰청에는 죽어있는 시체들에 파리가 꼬여 알을 까고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런데 조용하던 경찰청 앞에 많은 수의 오토바이가 줄을 이어 들어왔다.


“좀비 습격이라도 있었나? 여기 왜 이 모양 이 꼴이야?”


제일 앞에 있던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인상을 찌푸리며 손으로 코를 막았다. 


“쉘터 장님, 시신들을 확인해 봤는데 사람이 공격한 것 같습니다. 시신에서 총알과 칼자국을 확인했습니다.”


“여기가 어떻게 망했던 관심 없다. 여기 있던 물자는 어떻게 됐지?”


“지금 확인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아까 보고를 올렸던 사람이 다시 쉘터 장에게 다가왔다.


“쉘터 장님, 보고드리겠습니다. 현재 이곳에 있는 물자는 술 담배 진통제 패치 빼고는 남아있는 게 없습니다.”


쉘터 장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 피해 없이 진통제 패치는 얻게 되다니, 이거 여기를 쓸어준 사람들한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겠는걸? 어서 패치를 가져와!”


파괴자 쉘터 쉘터 장 강철한헌터는 현재 상황이 만족스러웠다.


“남아있는 걸 모두 챙겨서 돌아간다.”



***



차헌터와 나는 박교수를 데리고 올 길을 만들며 제약회사 앞에 도착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조교 좀비들이 우리를 맞이했고, 그들은 차헌터 주위를 빙빙 돌며 경계했다.


내가 차헌터 앞을 막아서자, 조교 좀비들은 뒤로 물러서서 박교수에게 갈 수 있는 길을 터줬다.


“허 참.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군, 지능이 있는 좀비가 또 있다니.”


‘탈인간급 헌터도 있는 세상이에요. 이 아저씨야!’


속마음과 달리 빙그레 웃고, 조교 좀비들을 따라 본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연구실 안에는 박교수가 분주히 서류들을 박스에 넣어 정리 중이었다.


“오! 찬영군 반갑네, 내 그렇지 않아도···”


하던 말을 멈추고 박교수는 차헌터에게 시선을 보냈다.


[교수님을 함께 모실 차헌터님이십니다.]


두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는 사이 나는 밖으로 나가 박교수의 실험 보고서를 옮길 수뢰를 준비했다. 다행히 창고 안에는 짐을 옮기는 수뢰가 있었는데, 내가 수뢰를 본관으로 가지고 가자, 조교 좀비들이 일사불란하게 연구자료를 수뢰에 옮겼다.


“좔륵 브탁드릭니칵”


고개를 끄덕인 차헌터가 박교수를 어깨에 들쳐매고 달렸다. 


조교 좀비들도 준비가 됐다는 듯이 나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그들을 마이홈으로 데려갔다.


사실 마이홈은 생존자들을 구조하는데 쓰겠다고 결심한 곳인데 좀비들이 사용하게 되다니 입안이 씁쓸했다.


마이홈에 도착한 조교 좀비들은 많은 음식과 푹신한 잠자리에 매우 만족한 듯 웃어 보였다. 마이홈을 내어준 나는 왠지 모르게 뿌듯해졌다.


그들에게 마이홈에 관해 모두 알려주고, 나는 한빛 쉘터로 연구자료를 가져가기 위해 수뢰를 끌었다. 자료의 양이 방대하다 보니 무게가 꽤 나갔지만, 나에게 이 정도는 가벼운 운동 거리도 되지 못했다. 내 신체 능력은 이제 변이 좀비라고 불러도 할 말 없을 만큼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


신체 능력을 초월한 건 잘된 일이었지만, 정말로 내가 괴물이 되어버린 건 아닐지 걱정도 됐다. 되도록 빨리 박교수가 내 신체에 대한 비밀을 풀어 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렇게 한빛 쉘터에 수뢰를 가지고 도착하자, 멀끔하게 머리와 옷을 갖춰 입은 박교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찬영군! 기다렸네. 우리 조교들은 잘 안내해 줬나?”


고개를 끄덕이자, 박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바로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는 군 간부를 뺀 김소령과 강할아버지, 그리고 헌터들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모여있었다.


“곧 비가 내릴 것 같네.”


“그걸 어떻게 아나요? 지금은 기상청도 없는데.”


“강선배님이 주변의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렸네.”


강할아버지가 나서서 말했다.


“우리 쉘터 할매들이 아침부터 관절이 아프다며 약달라고 난리들이야. 오후부터는 먹구름도 끼기 시작했고, 오늘 밤사이 아니면 내일 아침 일찍은 비가 올 거라고 보네.”


‘우리 할머니도 비 오는 날은 귀신같이 맞추셨었지.’


그때 최헌터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할머니들이 아프다고 비가 온다니 정말 웃기네요.”


“최헌터 할머니들은 기상청보다 정확하다네! 지금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각자 지켜야 할 구역을 정해주겠네.”


최헌터가 막무가내라며 투덜거렸다.


헌터들은 각자 정문과 후문에 배치되었다. 최헌터와 고헌터, 그리고 나까지 이렇게 셋이 한 팀이 되었다. 우리 셋은 돌아가면서 6시간씩 정문에서 경비를 섰다.


구름이 많이 껴서 달빛조차 없는 밤은 고요했다. 


나는 교대 시간이 다 돼서 시계를 계속 쳐다보며 최헌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툭. 툭..후두둑둑]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이런 젠장 진짜 비가 내리잖아!” 


최헌터가 내리는 비를 맞으며 정문에 도착했을 때, 병원에서 비상 상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잠자리에 들려고 준비하던 모두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는지 병원 창문으로 병실 불이 모두 켜지고 있었다.


정문에는 유공자 할아버지들이 투덜거리며, 총을 들고나오셨다.


내가 없는 동안 쉘터는 비 오는 날에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실전같이 연습했다. 그 덕분인지 쉘터를 방어하기 위한 준비가 순식간에 끝났다.


모래를 쌓아 올린 방벽에 할아버지들이 자리를 잡고 말했다.


“찬영아. 마음대로 날뛰거라. 저번처럼 오발하는 일 없이 보호 사격해 줄 테니까. 뒤는 우리에게 맡기거라.”


할아버지 한 분이 다른 할아버지의 귀에 보청기를 껴주면서 말했다.


“이 영감탱이야 보청기 껴라. 했어? 안 했어?”


“보청기 끼면 총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데! 이 영감탱이야!”


좀비들이 오기도 전에 할아버지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하··· 할아버지들 제발 집중해 주세요...’


할아버지들은 내 한숨 소리를 듣고도 모른척했다.


작가의말

오늘의 찬영언어!

"감사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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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한빛쉘터의 기상청 +1 24.09.03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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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미모의여인! +1 24.08.15 6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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