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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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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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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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이딴것도 제국이라고? 1

DUMMY


한참을 쉘터 밖에서 대기하던 나는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이너마이트는 자칭 제국으로 불리며 철저한 계급사회로 거듭나 있었다.


김사춘이 황제로 등극해 사람들을 통치하고 있으며, 그에게 아부하거나 헌터가 되서 쉘터를 지킬 수 있어야 귀족이 될 수 있는 후퇴한 사회, 그들은 현재가 가장 완벽한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경비병이 신이 난 듯 말했다.


"우리도 귀족이 될 수 있을 거야!"


"맞아 헌터의 존재를 알렸잖아!"


"황제 폐하께서 우리를 크게 치하하실 거야!"


그들은 내 존재를 알린 것만으로도 신분이 상승할거라는 헛된 꿈을 꿨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위로 올라갈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경비들은 내 눈치를 봤지만, 나는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대화를 집중해서 듣고 있는데, 누군가 빠르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를 향해 경비병들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장총리님께 경례!"


"됐다! 헌터가 왔다고? 어디 있는 것이냐?"


경비병들이 정중하게 나를 향해 손짓했다.


키가 작고 빼빼한 남자가 정문에서 나를 주시했다.


내 위치를 파악한 남자가 스피커를 이용해서 나에게 말했다.


"그대가 헌터라고 들었다. 제국의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고?"


나는 경비병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기에 스케치북에 적었다.


[네! 다이너마이트 제국의 영광된 역사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기특한 녀석이로구나! 문을 열테니 들어오거라!"


총리라는 남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경찰서 정문이 환하게 열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리어카를 몰아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가지고 온 리어카를 확인하자, 총리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나를 환영했다.


"이것이 다 폐하의 선물인 것이냐?"


내가 스케치북을 들려고 하자, 총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왜 말을 안 하는 것이냐?"


[죄송하지만 저는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입니다]


내가 적어 놓은 글자를 본 총리가 잠시 생각하더니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헌터이면서도 자신의 아랫사람으로 굴릴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이 흡족했다.


지금까지 헌터들은 자신을 간신배라며 무시했다. 능력도 없으면서 아부로 총리 자리에 오른 인물이라며 배척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언제든 자신의 아래에 둘 수 있는 벙어리였다.


"흠... 능력에 비해 안타깝구나... 어찌 벙어리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장 총리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경계의 말을 잊지 않았다.


"다이너마이트 쉘터에 어떻게 오게 된 거냐?"


나는 미리 준비해 둔 대답을 스케치북에 적었다.


[김사영 헌터님의 추천이 있었습니다.]


장총리가 그 자리에서 나를 째려보았다.


'어? 이게 아닌가?'


장 총리의 분위기가 바뀌자 나도 움츠러들었다.


"김사영 님을 만난 게냐?"


이미 대답을 그렇게 한 이상 나는 김사영을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위대하신 김사영 님께서 저를 살려주셨고, 다이너마이트 쉘터로 합류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 스케치북을 본 장총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김사영 님이 죽기 전에 우리에게 큰 선물을 남겨 주셨구나."


크게 웃던 장총리가 이내 얼굴색을 바꾸고 말했다.


"이미 돌아가신 분이다. 폐하 앞에서는 언급을 하지 말거라"


[넵 알겠습니다.]


"그런데 폐하 앞에 가는데 그 이상한 안경을 쓰고 있으려고?"


하... 자괴감이 들지만 나는 또 한 번 중2병 걸린 미친놈 시늉을 했다.


"안된다! 이놈아. 폐하 앞에서는 안경을 벗거라."


위기였다. 누구든 내 눈을 보면 좀비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김사춘황제를 만나러 가는길에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가는 동안 쉘터안의 참상이 내 생각을 방해했다. 제국안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입술을 짓이겼다.


벗은 여자들이 광장에 제멋대로 매달려 남자들의 장난감이 되어 있었고, 어린 여자아이들이 경찰청 곳곳을 청소하고 있었다. 눈을 어디에 둘 지 모를 정도로 참담했다.


경찰청 앞마당을 지나 청사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이미 지나오면서 보았던 모습만으로도 대성통곡할 수 있었다.


장총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이리 우는 게냐?"


나는 꺽꺽 소리까지 내면서 울었다.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미친 듯이 울어 재껴서 눈동자 색에 대한 변명 거리를 만들었다.


[너무 영광스러워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기특하구나! 이제 곧 황제 폐하를 알현할 것이다. 안경을 벗거라"


나는 안경을 벗고 눈도 뜨지 못한 채 끝없이 눈물을 쏟았다. 눈물의 원인은 분노였다.


곧 청장실 문이 열리고 나는 장 총리의 안내에 따라 청장실로 들어갔다.


"폐하! 폐하의 백성이 되고자 찾아온 이가 알현을 청합니다."


근육질의 황제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내게 앞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나는 재빨리 황제 앞에 엎드려 앉았다.


"흐윽 흑흑..."


나는 황제 앞에서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까 적어놓은 영광이라는 단어가 쓰여있는 스케치북을 높게 들어 보였다.


황제는 만족스러운 듯 나에게 물었다.


"우리 제국에 들어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선물을 준비했다고?"


장총리가 나서서 말했다.


"네 폐하 이 녀석이 술과 담배를 가득 실어 왔습니다."


장총리가 유리창 밖에 있는 리어카를 가리키자, 황제가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우하하! 기특하도다. 그만 울고 고개를 들라!"


나는 목숨을 건 인생의 도박을 시작했다. 제발 황제가 그냥 넘어가길 바랄 뿐이었다.


고개를 들고 눈을 살짝 떠서 황제를 바라봤다.


"푸하하. 녀석 얼마나 울었는지 눈동자가 벌겋구나!"


나는 순간 긴장이 풀렸다.


"내 너에게 귀족 작위를 주마! 앞으로도 제국을 위해 물자를 바치도록 하라!"


들고 있던 머리를 다시 바닥에 내리찍으며 몇번이고 절을 하자 황제가 물었다.


"네놈 왜 말을 하지 않는 거냐?"


그때 장총리가 나서서 말했다.


"폐하 이놈은 선천적인 벙어리라 하옵니다"


"벙어리?"


장총리가 황제의 귓가에 다가가 소곤거리며 말했다.


"정말 다행 아닙니까? 헌터인데 말을 못 합니다. 사람과 교류할 수 없으니 세력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황제가 잠시 생각하더니 크게 만족하며 웃었다.


"그래 저놈의 이름이 뭐라 했지?"


"임지웅이라고 합니다"


"임지웅 너에게 백작 작위를 수여하노라!"


황제가 명령을 내리고, 나가라는 듯이 손짓했다.


끝까지 영광스럽다는 듯이 명연기를 펼쳤다.


쓰러질 듯이 울고 있는 나를 장총리가 일으켜 세워 개처럼 끌고 나왔다.


내 행동이 영 거슬렸던 장총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만 오버하거라"


장총리는 황제의 오른팔이었다. 어찌 보면 그가 실세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찍히지 않기 위해 서둘러 눈물을 닦고 고글을 챙겨 썼다.


"영광스러운 제국을 안내해주겠다."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작은 경찰서 하나를 제국이라 칭하며 제멋대로 황제 놀이를 하는 것이 역겹기까지 했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경찰서가 이제 폭력과 강간이 난무하는 무질서의 본거지가 된 상황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엉망인 쉘터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신기했다.


내 앞을 걷고 있는 장총리가 걸음을 늦추며 말했다.


"우리 다이너마이트 제국에는 용맹스러운 네명의 귀족이 있다. 네명의 귀족 모두 헌터지"


 '헌터가 네명이나 있다고?'


"그리고 우리 황제 폐하께서도 헌터시지"


그의 설명에 어떻게 다이너마이트 쉘터가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쉘터에 헌터가 있는지 없는지는 생존자들에게 삶과 죽음을 가르는 척도와 같다.


그런 헌터가 무려 5명이나 있다고 했다.


'젠장! 헌터들이 이쪽에서 우르르 몰려 각성할 게 뭐람!'


나는 신을 다시 욕할 수밖에 없었다.


장총리가 경찰청 뒤편에 임시로 지어진 숙소로 나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잡혀 온 생존자들이 노예로 부려지며 컨테이너 구조물 옆에 건물을 짓고 있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헌터들의 숙소를 건설하고 있다! 곧 완벽한 숙소가 제공될 거야 임시로 이곳에서 묶거라."


컨테이너 구조물을 여러 겹 쌓아 올린 숙소에는 마치 원룸처럼 푹신한 침대와 깨끗한 이불이 놓여 있었다.


푹신한 이불의 유혹은 강력했다. 


나는 끌리듯이 침대 곁으로 가 펄쩍 뛰어올라 침대의 스프링을 한번 느끼고 다시 일어났다.


“크크크흣 이런 편안한 잠자리는 처음인게지? 네가 내 말만 잘 듣는다면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모두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주마 크하하하”


장총리는 크게 웃으며 우월감에 도취했다.


“이 모든 게 내가 널 이끌어주기 때문임을 잊지 말거라!”


그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자신을 따르라는 가스라이팅을 멈추지 않았다.


역겹지만 그의 비위를 맞춰 신임을 얻고 쉘터에 관한 정보를 캐내야 했다. 


너무 오버스럽지 않으면서 그를 추켜세울 단어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총리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가 아닌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자, 총리는 흡족한 얼굴을 하며 나에게 말하는 목소리 톤부터 부드럽게 바뀌었다.


“그래그래 나도 너를 자식같이 생각하마!”


아무리 많이 봐야 40대 초반일 것 같은 장총리의 수양아들은 사양하고 싶었지만,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렸다.


“자 이제 식사를 하러 가자, 헌터들은 특별히 요리사들이 준비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으니 기대하도록 해”


장총리는 쉘터의 요리에 자신 있다는 듯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나를 이끌었다.


경찰청의 별관 2층 구내식당에는 피죽도 못 먹은 것 같은 여자들이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고 분주히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둘 곳을 못 찾고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부끄러운 것도 부끄러운 거였지만, 식당은 불을 다루는 요리를 하는 곳이었다.


기름이나 뜨거운 물이 튄다면 여자들은 그대로 화상에 노출되고 말 것이다.


화상이 인간이 견디기 제일 어려운 고통이라고 배웠던 나는 화가 나서 결국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왜? 부끄러운 게냐? 아직 동정인 거야?”


장총리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할 수만 있다면 있는 힘껏 욕하고 밟아줬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게 한이 맺혔다.


“이 녀석 아직도 동정이라니! 큰일이구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을 아직도 모르다니, 내 이따 저녁이 되면 잘 알려주마 크하하하”


장총리가 얘기하는 저녁이 오지 않길 바랐다.


사랑 없이 육체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저들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죽어도 싫었다.


나는 대충 고개만 끄덕이고, 여인들을 등진 상태로 의자에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장총리는 음식을 기다리는 내내 여자들을 보며 입을 쩝쩝거리고 입맛을 다셨다. 정말 더러워서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일어나려는데, 음식을 만들던 여인들이 다가와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를 탁상 앞에 가지런히 가져다 놓았다.


멸망한 세상에서 이토록 신선한 스테이크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크하하 이게 우리 쉘터 장점이지! 우리는 멸망 초기에 축사를 수복 했다! 그 덕분에 쉘터에 고기 떨어질 일은 없지!”


가축을 기르는 건 손만 간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가축에게 먹일 여물도 필요하고 축사도 필요했다. 하지만 경찰서 어디에도 축사는 보이지 않았었다.


[축사가 다른 곳에 있나요?]


“궁금한 게냐?”


축사의 위치가 너무나 궁금했다. 나중에라도 한빛 쉘터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장총리를 달래 축사의 위치를 알아내기로 했다.


“이건 다른 헌터들도 모르는 기밀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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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안전한 쉘터로 가는 길 24.08.10 6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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