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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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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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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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축사의비밀

DUMMY

장총리의 집무실에 들어가자, 장총리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제국의 영웅 임헌터! 어서 들어오거라.”


미친놈들에게 패치를 가져다줬더니 어느새 나는 영웅이 되어있었고, 장총리는 그런 나를 뿌듯하게 바라봤다.


“임헌터 마침 축사로 가야 할 일이 있는데... 어제 말했던 축사 구경을 오늘 가보겠느냐?”


나야말로 장총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할 뻔했다. 그토록 원하던 축사의 위치를 드디어 알 수 있게 됬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좋아할지 알았다. 마침 식료품이 떨어져서 축사로 갈 원정대를 꾸리게 됬으니 합류하거라.”


[언제 출발합니까?]


내가 서두르자 눈치 빠른 장총리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축사에 가고 싶은 게냐?”


그의 의심을 사서는 안 된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제 꿈이 수의사였습니다. 살아있는 소를 직접 보고 싶습니다]


장총리는 미심쩍어하면서도 자기 개로 부릴 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빠르게 거뒀다.


“자 이거 받거라.”


장총리가 내어준 것은 작은 지도와 편지였다. 지도안에는 축사에 위치가 x 자로 표시되어 있었다.


“가서 담당자에게 소 한 마리를 도축하라고 하고 네가 가지고 오너라. 그간 노예들 시켜서 가지고 왔는데 위치를 알고있는 노예들을 매번 죽이자니 인력이 부족해서 안 되겠더구나. 이제부터 네가 담당하거라.”


사람을 도구로 생각하는 장총리의 말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축사의 위치를 숨기기 위해 많은 사람을 죽여왔을 것을 생각하니, 그간 차헌터에게 단련된 가식적인 표정이 아주 잠깐 관리가 힘들 정도였다.


“왜 그러고 있는 게냐?”


장총리가 다시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나는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살아있는 소를 보게 되다니, 감격스러워서 그렇습니다.]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가서 도축하거들랑 관리자에게 육회나 한접시 달라고 해서 먹고 오거라. 아주 맛있을 거다.”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장총리에게 90도로 인사를 한 후 집무실에서 빠져나왔다.


나와서 몇발자국 가지도 못하고 그동안 참아왔던 구토를 쏟아냈다.


쓰레기라는 말도 부족했다. 하루빨리 이 범죄자 집단을 단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겨우겨우 속을 진정시키고 잠시라도 머물고 싶지 않은 이곳을 빠져나갔다.


제국을 빠져나오니 울렁이던 속도 괜찮아지고 머리도 맑아졌다.


‘축사에 가기 전에 패치 창고부터 가봐야겠어.’


박성호 교수는 축사만큼 중요했다. 어쩌면 그가 좀비 사태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겠다는 강한 믿음이 생겼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먹을 것을 최대한 많이 챙겼다.


창고에 도착하자 조교 좀비들이 먼저 나를 맞이했다.


내가 준 음식 덕분일까? 그들의 몰골이 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듯 보였다.


내가 가지고 온 식료품을 본 조교 좀비들이 크게 포효하더니 물건을 대신 들어 줬다.


나는 가벼워진 몸으로 박성호 교수가 있는 본관 건물로 들어갔다.


“자네 또 왔군. 설득하려고 해도 소용없네. 나는 내 조교들과 생을 함께할 거야.”


박 교수의 생각이 변하길 바랐지만, 박 교수는 여전히 조교들을 걱정하며 떠나길 거부했다.


[방법이 있습니다.]


박교수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대의 쉘터에서 우리 조교들을 받아줄 수 있다는 말인가?”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 쉘터와 가까운 곳에 제가 마련한 임시 쉘터가 있습니다. 거긴 물자도 풍족하게 준비해놔서 이들이 지내기 불편하진 않을 겁니다.]


내가 쓰고 있는 스케치북을 보던 박 교수의 단호한 표정이 조금 풀렸다.


나는 박 교수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게 고글을 벗어 박 교수를 바라봤다.


“헉! 자네 좀비··· 좀비인가?”


내 눈을 확인한 박 교수가 뒷걸음질 쳤다.


[네 정신은 인간이지만 몸은 좀비입니다.]


“자네도 사람을 먹나?”


[아닙니다. 좀비에게 물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 상태였을뿐 사람을 공격하진 않습니다.]


“신기한 일이로군. 보통 좀비가 되면 뇌가 퇴행하는데···”


박 교수는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내 상태를 살폈다.


“정말 신기해··· 좀비의 타액은 몸에 독이 퍼지듯 혈관을 타고 뇌에 침투해서 뇌를 지배하는데, 한번 좀비 타액에 지배당한 좀비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 경우는 없었어! 그런데 내 눈앞에 그런 존재가 나타나다니! 우리 조교들도 다시 이성을 찾을 수 있다는게 아닌가!”


[제가 특별한 경우일까요?]


“내 자네를 연구해봐야 알 것 같네”


박 교수는 내 예상대로 과학자의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늘이 우리를 완전히 버린건 아니였던거야.”


박교수가 나와 조교 좀비들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그렇다면 저를 연구해주세요.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박교수의 표정이 처음과 다르게 더 없이 밝아졌다.


“알겠네. 그럼 그간 사정을 나에게 자세히 말해보게”


나는 박 교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박 교수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알겠네. 내 함께 가겠네.”


그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럼 제가 조만간 모시러 오겠습니다.]


“아 그 다이너마이트인가 뭔가 하는 쓰레기를 단죄한다고 했지? 알겠네!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겠네.”


내가 준비해 온 물자라면 박 교수와 조교 좀비들이 한 달은 먹고 남을 양이었다.


나는 이곳의 걱정을 접어두고, 축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축사가 있는 곳을 보고 황당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축사는 다름 아닌 교도소 안에 있었다.


좀비가 습격해도 철창 안에 있는 가축들은 건들 수 없다.


그리고 제국에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출처를 알 수 있게 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경비를 서고 있는 경비원에게 장총리가 준 신분 패를 보였다.


경비들이 웅성거리더니 큰 문에 달린 쪽문을 열었다.


‘내 생전에 교도소를 다 와보네.’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자,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장총리 님께서 보내셨습니까? 오늘은 노예들을 안 보내고 헌터님을 보내 주셨군요.”


[이곳의 관리자인가?]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은 내가 말을 안 하고 스케치북에 의사 표현을 하자. 굽신거리던 허리를 펴고 깔보듯 나를 쳐다봤다.


“말을 못 하는 겁니까? 따라 오슈 도축해 놓았으니 가져가시게.”


그는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됬다.


나는 장총리가 준 편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낚아채듯 편지를 읽더니 얼굴이 찌그러지듯 뭉개졌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국의 영웅이신 분을 못 알아보고 이놈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는 납작 엎드려 나에게 큰절을 했다.


[축사 안내나 하거라.]


이들의 출처를 알아버린 이상 그에게까지 예의를 갖추고 싶진 않았다.


“편안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등은 다시 굽어있었고, 수많은 열쇠가 달린 열쇠 꾸러미를 철컹거리며 앞서 나갔다.


“저희 다이너마이트 제국 축사는 a 동과 b 동이 있습죠. a 동은 소를 키우고, b 동은 돼지를 키웁니다.”


[몇 마리나 키우고 있지?]


“소는 25마리를 키우고 있고, 돼지는 40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먹이는 어떻게 충당하지?]


“소는 원래 있던 축사에서 데려올 때 창고에 있던 먹이를 가지고 와서 먹이고 있고, 다음 주면 운동장에서도 소의 먹이로 키우고 있는 식물들을 수확할 예정입니다.”


교도소 안 운동장이 풀들로 가득한 게 이제야 이해가 됬다.


“그리고 돼지는 잡식 동물이라 개나 고양이 사료를 먹이고 있습니다. 근처에 애완동물 사료 창고가 있어서 거기서 사료들을 가져와 먹이고 있습니다.”


의외로 가축을 체계적으로 키우고 있었다.


교도소 축사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분노라는 감정이 끓어올라 감정을 숨기느라 애를 써야 했다.

가축을 돌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잡혀 온 노예들로 보였는데 인간 대접을 받은 지 오래됬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좀비라고 해도 믿을 만큼 처참한 모습이었다.


“제국의 영웅이신 최헌터님과 임헌터님을 위해 제일 튼실한 소를 잡았습니다.”


관리자가 마지막으로 인도한 곳에 도축이 끝난 소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방금 잡은 거라 싱싱합니다. 육회를 대령할까요?”


가죽을 벗긴 소를 보고 있자니 또다시 헛구역질이 나왔다.


[됐다. 바로 가져가겠다. 준비해라.]


속이 울렁거려 이곳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운동장으로 빠져나왔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자 울렁거리던 속이 조금 진정됬다.


관리자는 준비가 다 됬는지 뛰어나와 허리를 굽신거리며, 공손하게 준비된 리어카로 나를 안내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축사는 제가 완벽하게 관리 중이니 장총리님께 말씀 좀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걸 겨우 참고, 리어카를 끌어 다시 지옥 같은 곳으로 향했다.


창고와 축사에 다녀오니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제국에 도착하자 경비들은 나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철문을 열었다.


문 안에는 장총리와 황제가 나를 반겼다.


“어려운 임무인데, 무사히 다녀왔구나. 역시 제국의 영웅이다. 그대를 위한 환영회를 열 것이다. 가서 준비하고 오라”


‘저 정신병자는 황제 놀이에 아주 푹 빠졌구나.’


속으로는 욕하면서도, 몸은 그를 향해 기사의 포즈를 취하며 경배하듯 행동했다.


황제가 환영의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자, 장총리가 다가왔다.


“고생 많았다. 안내할 사람을 보낼 테니 씻고 오너라”  


고개를 끄덕이고 광장을 보지않으려고 애를 쓰며 내가 지내는 숙소로 향했다. 벌써 이틀이나 지났지만, 광장의 참상은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다.


“크크 순진한 녀석 아직도 적응을 못 했구나.”


장총리가 껄껄거리며 웃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이럴 때는 기민해진 내 청력이 원망스러웠다.


이곳에 온 후 정신적인 대미지가 많이 쌓여서인지 전투를 치르지 않았는데도 아찔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나는 서둘러 구슬을 삼켰다.


구슬을 삼키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임헌터님 준비를 도와드릴 시녀를 들이겠습니다.”


내가 헛기침을 하자 문이 열리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감격스럽다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여자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최유라가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여자가 들어오자, 여자를 데리고 왔던 남자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여자는 주최할 수 없는 감정을 숨길 수 없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를 탈..”


나는 서둘러 여자의 입을 막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문밖에는 여자를 데려온 남자가 서 있었다.


내 육체는 이제 모든 감각이 최고치를 달리고 있었다. 주변 십미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문밖에 남자가 탈출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다면, 탈출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여자의 입을 막고 바닥에 글씨를 적었다.


[감시 중]


여자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여자를 침대에 걸터앉히고 뒤돌아서 환영회에 갈 준비를 했다.


여자가 들고 온 옷으로 깔끔하게 갈아입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주머니에 구슬을 하나 더 챙겼다.


문밖을 나서자, 정중한 태도의 남자가 나를 광장으로 안내했다. 그토록 피하고 싶던 광장으로 가는 길에 최헌터를 만났다.


“벙어리가 목숨도 질기군.”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는 경험은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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