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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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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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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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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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탈출루트

DUMMY

내 예상과 다르게 광장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여자들도 모두 옷을 갖춰 입고 정중하게 우리를 맞이해 줬다.


광장으로 오는 내내 인상을 쓰고 있던 최헌터와 나는 광장의 변화에 인상을 펼 수 있었다.


‘최헌터는 이 쉘터에 유일한 정상인이네.’


나는 그나마 정상인인 최헌터 옆자리에 착석했다.


황제는 술잔을 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그동안 수복하지 못했던 중요한 창고를 수복한 최헌터와 임헌터를 치하한다.”


‘저 또라이 새끼는 지가 진짜 황제인 줄 아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같이 잔을 들어 환호성을 질렀다.


깔끔해진 광장과는 다르게 인간들은 변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여자들을 히롱하는 모습에 다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중 제일 심한 사람이 있었는데, 술과 패치에 취해 여자의 옷을 찢어발기며 주먹질하는 남자가 보였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자리를 일어나려는데, 최헌터가 먼저 뛰쳐나가 남자의 머리를 벽에 메다꽂았다.


“내 앞에서 지랄하려거든 목숨을 걸어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행동이 멈추고 최헌터를 바라봤다. 그때 장총리가 나섰다.


“최헌터 그만하시게 기쁜 자리라네. 곧 여동생도 볼 수 있을 거야.”


“그렇다. 내 약속한 대로 오늘 네 여동생을 내어주마.”


남자의 얼굴을 터트릴 듯이 쥐고 있던 최헌터가 남자를 바닥으로 던졌다.


“그 약속 지켜야 할 겁니다.”


사실 황제가 최헌터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갓 각성해서 일반인들보다 조금 강한 정도였다. 하지만 비 오는 날 그는 폭발적으로 강해졌고, 지금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황제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최헌터가 지금은 자신보다 강했고, 그 힘이 두려웠다. 최헌터는 언제든 자신을 죽일 수 있지만, 여동생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장총리와 상의해서 최헌터를 내보내기로 했다.

최헌터는 여동생을 찾으면 바로 떠날 거라고 황제와 총리에게 못박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비 오는 날이 무서워서 여동생을 이용해 최헌터를 붙잡아 뒀지만, 최헌터만큼 강한 임헌터가 있는 이상 최헌터는 제국에 필요 없는 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걱정 말거라. 전에 말한 것처럼 여동생을 만나면 떠날 것이냐?”


황제는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눈엣가시 같은 최헌터를 빨리 치워버리고 싶었다.


“조용히 떠나겠습니다.”


여동생을 돌려 준다고 하는 이상 최헌터도 굳이 황제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동생의 안전만 보장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쓰레기에서 무릎 꿇는 일이라도...


“그렇다면 이제 남매 상봉의 시간이군! 여봐라 최헌터의 여동생을 데려오너라.”


본관 건물에서 눈을 가린 여자가 남자들 손에 붙들려 나왔는데··· 나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최헌터가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뛰쳐나갔다.


“유라야!”


최헌터의 여동생은 내가 알던 최유라였다.


“오... 오빠?”


최유라의 안대를 서둘러 벗긴 최헌터가 눈물을 흘리며 눈앞에 여동생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오빠? 살아있었어! 감사합니다. 하느님.”


최유라도 눈물을 흘리며 연신 하느님을 찾았다.


“허! 둘을 살 수 있던 건 내 덕이거늘! 어디 있지도 않은 하느님을 찾는 것이냐!”


황제가 노하자, 최헌터가 최유라를 감싸고 황제를 위협적으로 쳐다봤다.


최헌터의 분노 서린 눈빛에 황제는 겁을 집어먹고 서둘러 말을 돌렸다.


“이제 만났으니 된 것 아닌가! 나는 약속을 모두 지켰네.”


여기서 황제에게 대들어 봤자 이득이 되는 건 없었다. 최헌터는 분노를 가라앉히며 최유라를 데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차헌터의 사람들을 탈출시켜야 하는 중요한 일에 최유라가 필요했는데 최헌터가 오늘 데리고 나가버린다면 일이 꼬이게 된다.


최유라가 자리로 오는데 나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리곤 두 남매가 서로 귓속말을 시작했다.


“오빠 언제 헌터가 된 거야?”


“제국에서 쳐들어온 날, 네가 끌려가는 걸 보고 각성했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오빠...”


최유라가 주위를 둘러보며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옆에 있는 헌터님 차헌터님이 보내신 분이야.”


최헌터가 놀라서 소리치려는데, 최유라의 손에 막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놀라지 말고 들어. 우리 쉘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오셨데... 쉘터 사람들의 복수도 하고, 그래서 임헌터님에게 협조하는 중이야.”


최헌터가 나를 벙진 얼굴로 바라봤다.


나는 최유라가 하는 말을 다 듣고 있었다. 그리고 최헌터를 향해 방긋 웃어줬다.


“저 벙어리···아니 임헌터가?”


“택현이 아저씨랑 한석이 아저씨가 앙숙인 걸 알고 있었어! 확실히 차헌터님이 보내신 분이야. 오빠도 임헌터님을 도와서 쉘터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게 도와줘.”


남매의 귓속말을 지켜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장총리가 한 남자에게 귓속말하는 걸 듣게 됐다.


“저 남매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아 와.”


명령을 받은 남자가 남매의 쪽으로 다가왔다. 


‘안돼 이대로는 걸릴 거야’


나는 술잔을 들고 벌떡 일어나 최헌터 앞으로 가서 술잔을 내밀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최헌터가 술잔을 내민 내 새끼손가락의 방향을 바라보곤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부딪쳤다.


“유라야 나머지 얘기는 환영회가 끝난 다음에 하자.”


최유라도 눈치를 챘는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헌터는 연회가 진행되는 내내 깊게 생각에 잠겼다. 최유라도 힐끗힐끗 내 눈치를 봤지만, 다행히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장총리가 내 앞으로 다가와 술잔을 내밀었다.


“임헌터 안타깝게 되었구나. 네 여자는 최헌터의 동생이라 더 이상 네 수발을 들 수 없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최헌터와 내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한 계획. 내보내야 하는 최헌터와 내가 친해져서 같이 나가는 상황이 된다면 그들로선 곤란했다.


 최헌터의 목에 핏대가 섰다. 최유라는 최헌터가 도발에 당하지 않게 마주 잡은 손을 꽉 쥐었다.


“총리님 저야말로 아쉽습니다. 임헌터님이 밤에 대단하시거든요.”


최유라가 오히려 장총리를 도발했다.


“네년은 입을 닫고 있거라!”


최헌터가 옆에 있던 긴 창을 총리의 목에 겨눴다.


“네놈이야말로 그 입 닫아야 할 텐데? 내 여동생에게 수치스러운 일을 시킨 게 네 놈이지??”


이 연극을 끝내기 위해 내가 나서야 할 때였다. 


총리의 목에 겨눠진 창을 쳐내고 장총리를 내 뒤로 숨겼다. 장총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내 뒤로 숨어 최헌터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떠날 거면 곱게 떠나시오!”


원래 싸움은 말리면 더한다고 장총리가 딱 그 짝이었다.. 나는 장총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황제 쪽으로 총리를 데리고 갔다. 황제 근처로 오자 장총리는 다시 눈치를 보며 분을 삭였다.


긴 연회가 거의 마무리될 때쯤 장총리가 황제 앞에 나섰다.


“폐하 연회는 어떠셨습니까?”


“지루하구나.”


“죄송합니다. 폐하 급히 준비한 거라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삼 일 뒤 폐하의 생일은 오래 준비한 만큼 성대하게 치를 것이니 기대하여 주십시오.”


“알겠다. 내 기대하고 있으마. 오늘은 피곤하구나.”


“예 연회를 끝마치도록 하겠사옵니다.”


장총리가 연회를 마치겠다고 선언하자, 아쉬운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나는 미련 없이 연회장을 빠져나와 헌터들의 숙소로 가는 길에서 최헌터를 기다렸다. 최헌터도 내가 기다릴 거란걸 눈치챈 듯 최유라를 데리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따라 숙소 쪽으로 향했다.


최헌터는 따라붙는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주시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모두 연회를 즐기느라 술과 약에 취해 뒤따라 붙는 사람은 없었다.


“차헌터님이 보냈다고 말하지 그랬어...아! 내가 차헌터 쉘터에서 온 걸 몰랐겠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쉘터 사람들을 구조하는 일 나도 돕겠다.”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


[이틀 뒤 황제의 연회 날 계획을 실행할 생각입니다.]


“임헌터님의 지시대로 억지로 끌려온 사람들은 제가 신호하면 한 곳으로 모이기로 했어요.”


똑똑한 최유라 덕분에 일이 순조로웠다. 이제 생존자들을 탈출시킬 루트를 찾아야 했다.


[아직 탈출 루트를 찾지 못했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런 거라면 걱정 말아라. 이곳이 싫어서 유라만 찾으면 도망가려고 탈출 루트 정도는 구해놨으니까. 탈출은 경찰청 지하 주차장 출입구 쪽으로 하면 된다.”


[경찰청에 밖으로 연결된 지하 주차장이 있다고요?]


“그래 경찰청 공영주차장이지. 별관 건물 옆에 차량 출입구가 있다. 지금은 주차 된 차량으로 막아놔서 아무도 드나들지 않지. 물론 경비가 드문드문 와서 상황을 살피지만, 저녁에는 아무도 없는 곳이다.”


“맞아요. 별관은 끌려온 생존자들이 잠시 눈을 붙이는 숙소 같은 곳이예요. 저도 처음에 끌려와서 별관에 머물렀어요.”


[그럼, 내일 탈출 루트를 짜도록 하죠.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말해 뭐든 들어주겠다.”


[황제에게 하루만 무릎 꿇어 주세요. 이 계획은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


턱을 만지며 깊게 고민하던 최헌터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빠... 우리 쉘터 사람들 구해야 하잖아...”


유라의 설득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목욕탕에서 뵙겠습니다.]


나는 간단하게 목례하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차헌터에게 보낼 메시지를 적었다.


[축사 위치 확인했음, 박교수 합류 예정, c구역 쉘터 생존자 중 최유라의 오빠 최강 이라는 헌터가 우리와 협조하기로 함. 남은 헌터 4명은 차헌터와 최헌터 만으로도 충분히 상대 가능, 경찰청 별관 옆 주차장으로 생존자들 탈출 예정. 시간은 내일 모레 저녁 10시 생존자 인솔을 위해 이헌터,고헌터의 도움이 필요함. ]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 적은 메모지를 가슴팍에 집어넣고 은밀하게 문밖을 나섰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검은 옷을 입은 그림자가 달빛을 받으며 담벼락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행히 가는 길에 변이 좀비는 만나지 않았지만, 처참한 몰골을 한 좀비들을 만나서 등골이 오싹해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혼자 달리는 숲길은 납량특집, 귀신의 집 저리가라였다. 무서워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에이씨, 그냥 아침에 핑계대고 나올걸... 개무섭네’


나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이미 공포에 지배된 나의 심장은 터질 듯이 세차게 뛰었다.


으스스한 숲 길을 멈추지 않고 달렸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이놈에 편지 빨리 넣어 놓고 공포 체험을 종료하고 싶었다. 드디어 표식이 있는 나무에 도착했다.


내가 했던 것처럼 차헌터도 나무 구멍에 돌을 쌓아 놓고 갔다. 서둘러 돌들을 걷어내고 구멍 안을 살폈다.


그 안에는 작은 주머니와 편지가 담겨 있었다.


[찬영이 봐라. 파괴자 놈들을 칠 준비는 끝났다. 너만 똑바로 하면 된다. 내 애 검에 흠집이라도 생길 경우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다. 이상]


‘이 아저씨는 참 변함이 없어. 아주 대쪽 같은 싸가지야.’


투덜거리며 주머니 안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변이 좀비에게서 얻어낸 구슬이 가득 들어있었다.


‘배려심 넘치는 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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