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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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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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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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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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안전한 쉘터로 가는 길

DUMMY

좀비들로 인해 세상이 멸망한 후,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간 적이 없던 사람들은, 경원 쉘터가 안전하다고 믿고 나가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자신들을 지켜주던 군인들이 이동을 결정하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짐을 꾸려 나왔다.


생존자 중에는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지금 이 자리에 딱 5명이 부족했다.


김택현과 안 대위가 열심히 설득해 보았지만, 그들은 단호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넉넉한 물자를 보급한 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들을 설득하자고 모두를 살릴 기회를 버릴 수 없었다.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한 경원 쉘터 생존자들은 점심쯤 되어서 모두 집합을 끝냈다.


다행히 하늘은 맑았지만, 피난을 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안 대위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가는 길은 이미 차헌터가 다 정리해 놓았다고 합니다."


안 대위의 강단 있는 언사에도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차 헌터가 일본도를 뽑아 들고 칼을 휘두르며 말했다.


"좀비가 될 일은 없다. 내가 그렇게 두지 않는다."


사람들의 탄성이 나오고, 하나둘 근심 어린 표정을 거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차헌터가 정문 셔터를 조정해서 들어 올렸다.


생존자들이 모두 빠져나오자, 셔터를 닫은 차헌터가 테라스를 통해 뛰어 내려왔다.


"자 출발한다."


피난 행렬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차 헌터와 나는 피난 행렬 앞쪽에서 움직였고, 차 헌터의 동료들과 군인들이 생존자들을 감싸는 형식으로 행렬이 정해졌다.


아무리 대단한 차 헌터가 정리했다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후라 좀비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생존자 중 처음으로 좀비를 가까이 보게 된 아주머니 한 분이 좀비의 등장에 겁을 집어먹고 행렬을 이탈했다.


나는 빠르게 아주머니를 따라가 아주머니를 향해 달려드는 좀비의 머리를 도끼로 찍어 쓰러뜨렸다.


 자기를 지켜주기 위해 어린 찬영이 달려온 것을 보고 미안했던 아주머니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셨다.


"찬영아 고맙다. 그리고 정말 미안해..."


나는 아주머니에게 밝게 웃어주었고, 주위를 경계하며 다시 행렬에 합류했다.


피난 행렬에 합류한 아주머니는 엄마에게 다가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찬수 엄마 이렇게 듬직한 아들을 둬서 정말 부럽네요."


"그렇죠? 우리 아들들이 하나같이 착하고 예쁘게 커 줬어요."


"나도 찬영이 같은 아들 하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엄마.아빠는 형을 잃었지만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계셨다. 자신들이 무너진다면 내가 힘들어할 거란 생각에 힘든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다.


그렇게 한동안 평화로운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여전히 내 뒤에서 내 자랑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본능적으로 익숙한 향과 함께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뒤에 있는 군인들에게 멈추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차헌터님 앞에 변이 좀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차 헌터가 얼굴을 찡그리며 일본도를 검집에서 꺼냈다.


"택현이랑 안 대위가 여기에서 생존자들을 지킨다. 찬영이랑 나는 안전을 확보하고 돌아오겠다."


김택현과 안 대위가 한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우리는 피난 행렬이 완전히 멈추는 것을 보고, 앞으로 피난 행렬이 지나가야 할 길가 옆에 위치한 하우스 농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이번 변이 좀비는 좀비들을 사냥해 하우스 안에 가둬두고 먹었는지, 하우스 안에 살아있는 일반 좀비들과 먹다 만 좀비 사체가 뒤섞여 있었다.


차 헌터가 힘차게 문을 열자, 하우스 안에 갇혀 있던 좀비들이 일제히 우리가 있는 문으로 돌진했다.


좀비들은 차 헌터의 칼춤에 속절없이 썰려서 생명을 다했다.


편하게 차 헌터의 칼춤을 구경하다가 갑작스럽게 날아온 나무토막에 맞았고, 겨우겨우 균형을 잡았다.


'큭... 방심했어...'


고개를 들어 눈 앞에 변이 좀비를 확인했다.


변이 좀비는 험상궂은 인간형 얼굴에 네발로 기어 다니는 동물형이었는데, 등에도 손이 두 개 달려있었다. 그 손으로 또 다른 나무토막을 집어 던졌다.


날아오는 나무토막을 쉽게 피한 차헌터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좀비 새끼가 그것도 못 피하냐?"


'참나 갑자기 날아오는 걸 어떻게 피하라고! '


속마음을 외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때 차헌터의 옆쪽에 조금 작은 네발형 좀비가 또 한 마리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엽에! 픠핵"


나는 급한 마음에 육성이 터져버렸다.


차헌터는 급하게 방향을 돌려 작은 변이 좀비의 몸통 박치기 공격을 피했다.


"땡큐 좀비."


차 헌터가 여유롭게 몸을 돌리며 작은 변이 좀비의 몸을 반으로 분리했다. 그러자 우리를 향해 계속 나무토막을 던지던 변이 좀비가 괴성을 지르며 포효했다.


“이 작은 변이 좀비가 새끼인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고 꿈틀거리는 좀비의 머리를 차 헌터가 발로 짓이겼다.


변이 좀비의 안광이 번뜩이며 우리를 향해 돌진했다.


차헌터는 여유롭게 공격을 피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도끼를 들고 공격하려고 할 때마다, 다른 다리에 맞아서 나가떨어졌다.


"이제부터 가르침의 시간이다. 잘 보고 배워"


차헌터는 그때부터 좀비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차헌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난 변이 좀비는 바닥에 있는 벽돌을 들어 차헌터를 향해 휘둘렀다.


"찬영아,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앞으로 나를 도우려면 이 정도는 쉽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차헌터는 한참 뒤로 물러나 내가 있는 자리까지 왔다.


"자 이제 네가 해치워 힘은 어느 정도 빼놨으니까 네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차헌터는 나에게 생존의 기술을 알려주려고 하고 있었다.


'다이터마이트쉘터의 첩자로만 사용될 줄 알았는데... 내가 오해했나?'


"변이 좀비를 잡을 줄 알아야 파괴자 놈들의 쉘터에 들어갈 수 있을 게 아니냐? 내 복수 돕는다며?"


'역시나... 이용이 목적이었냐!'


하기야 나도 그를 이용하고 있으니 할 말 없다.


여전히 벽돌을 휘두르며 차 헌터를 위협하던 변이 좀비는 제 새끼의 복수라도 꿈꾸는지 나는 신경도 안 쓰고 차헌터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차헌터와 바통터치하고, 변이 좀비의 공격패턴을 알아내기 위해 집중했다.


변이 좀비의 공격패턴이 단순해 금방 약점을 알아낼 수 있었다.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동물형 몬스터는 다리를 공격해 이동성을 없애는 게 우선이다."


나는 차헌터의 충고대로, 변이 좀비의 뒷다리를 도끼로 찍어 부러뜨렸다.


그렇게 네 다리를 부러뜨리자, 등 뒤에 있는 두 개의 손이 다리를 대신해 일어나기 위해 땅을 짚었다.


공격할 손이 없어 당황했는지, 우리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변이 좀비의 최종 선택은 생존이었다.


그대로 등 돌려 하우스 벽을 향해 힘차게 뛰어나갔다.


나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힘껏 땅을 박차 올라 좀비의 정수리를 향해 있는 힘껏 도끼를 내리찍었다.


변이 좀비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변이 좀비의 최후를 확인하고 변이 좀비의 뇌에서 도낏자루를 꺼내려고 했다.


'윽... 구슬냄새... '


나는 슬쩍 뒤에 있는 차헌터를 확인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구슬을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 바로 삼키고 싶었지만, 피범벅이 된 구슬을 먹는다면, 차 헌터가 날 살려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차헌터에 입에서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먹어"


내가 잠시 멈칫하자, 차헌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먹으라고, 그 구슬! 좀비 폭주를 막아주는 거라며, 이헌터에게 들었다. 내가 널 죽이려고 찾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더군. 좀비가 되지 않을 방법이 있다고, 너를 죽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더라."


내 비밀을 차헌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어졌다. 차헌터는 무표정으로 내 주머니에 구슬을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쉘터 사람들 구하기도 전에 폭주해서 네가 다 죽일래? 빨리 먹어 시간 없어."


나는 시키는 데로 구슬을 입에 넣었다.


변이 좀비와 싸우면서 생겼던 상처들이 순식간에 다 나았다.


"이게 네 치트 키인가? 파괴자 놈들에게 가기 전에 여유롭게 챙겨주마."


차헌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등 돌려 하우스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차헌터도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모두 알고 있진 않았다. 나는 지금 진화하고 있다. 마치 변이 좀비처럼...


 그 후로 간혹 좀비들이 튀어나왔지만, 가는 길이 모두 국도였기 때문에 좀비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일은 없었다.


"차헌터님 이대로 30분만 더 가면 한빛 쉘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모두 지쳤는데 잠깐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산더미 같은 짐을 들고 쉬는 시간 없이 5시간을 강행군으로 걷고 또 걸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너무 힘이 들어 뒤처지는 그룹까지 생겼다.


"그럼 재정비 차원에서 10분만 휴식한다. 그 이상은 안 돼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거야."


차헌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는 구슬을 먹은 후 차 헌터의 눈치를 보며 행군 내내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나마 나를 위해주는 김택현을 찾아가 옆에 앉았다.


"왔냐? 꼬맹이! 물 좀 마셔 너도 힘들 건데."


김택현이 군용 수통을 나에게 건넸고, 수통을 받아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찬영아, 한빛 쉘터에 가면 본격적으로 우리를 도와줄 거지?"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나 싶어질 정도로, 재촉하는 듯한 말투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부탁한다. 우린 널 믿어 너라면 잘해 줄 거라고 믿고 있다."


[비가 오던 날 그들도 온전하진 못했을 텐데요?]


"지난번 비 오는 날 좀비들이 습격했을 때, 우린 그들이 모두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아니었다. 네가 기절해 있을 때, 차헌터가 파괴자 놈들 쉘터를 다녀왔는데 건재했다고 하더군. 아직 우리 쉘터 사람들의 목이 걸리지 않은 걸로 봐서 살아있는 것 같다. 그들을 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다오."


택현의 말에 양심이 아팠다. 다이너마이트에 김사영은 나 때문에 죽었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들은 그곳에서 우연히 좀비들을 정리하고 있던 차헌터가 김사영을 죽였다고 오해하고, 복수한다며 차헌터의 쉘터를 무참히 짓밟았다.


차헌터의 쉘터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김택현이 말해줄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쥐어뜯고 싶었다.


[사람들을 다 죽이실 겁니까?]


김택현은 차헌터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차헌터님의 선택에 달려있겠지... 사실 그 안에는 무고한 사람들도 끌려가 있어서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수뇌부 헌터들은 모두 죽일 생각이다."


아련한 김택현의 표정에, 나는 죄책감을 감출 수 없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안 대위가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자 곧 안전한 쉘터가 나오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일어들 나라고~"


짧은 휴식에 다들 투덜거렸지만,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경원 쉘터 사람들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곧 도착할 거라는 희망을 품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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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안전한 쉘터로 가는 길 24.08.10 6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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