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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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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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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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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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축사의평화

DUMMY

밖이랑 다르게 교도소 안은 평화로웠다. 소와 돼지들이 내는 소음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오히려 관리자가 소란스럽게 관리인들을 소집하는 소리가 더 시끄러웠다.


튼튼한 방비 덕에 안전하다고 생각한 관리인들은 한낮에도 걸쭉하게 취해 정신을 못 차렸다.


‘밖은 지옥인데 정말 태평들 하구나.’


관리인들이 옥상으로 모이는 틈에 두 여자 헌터가 좀비들을 다 처리했다고 신호탄을 보냈다. 나는 쪽문으로 가서 문을 열고 그녀들을 기다렸고, 여전히 투닥거리면서 달려온 두 여자가 나에게 찡긋 웃어 보였다.


이제 정리의 시간이었다. 


관리인들이 모두 모인 옥상에 올라가니 인원수가 꾀 많았다. 하지만 다들 술과 약에 취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한 사람도 남김없이 다 모인 건가?]


내 양옆에 서 있는 여성헌터들을 보고 관리인이 꿀꺽 침을 삼키며 변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 총원 30명 중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다 모였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시는 아리따운 여성분들은 누구십니까?”


이헌터는 관리대장의 변태스러운 표정을 견디지 못하고, 낫을 들어 목을 베어버렸다. 베어진 머리는 여전히 변태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으악! 끔찍한 변태 새끼 때문에, 온몸에 소름 돋았어! 이거 봐.”


이헌터의 오버스러운 표정과 목소리가 옥상에 울려 퍼졌고, 갑작스럽게 관리대장을 잃은 관리인들은 기겁하며 도망치는 사람과 싸우려고 무기를 찾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고헌터는 내가 적어준 메모를 큰 소리로 읽었다.


“다이너마이트는 한빛 쉘터와의 전쟁에서 패배했다. 이제 다이너마이트는 없다. 투항하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관리인들은 무기가 없었다. 내가 관리인들을 소집할 때 무기는 놓고 오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헌터로 알고 있었고, 내 옆에 있는 두 여성 또한 헌터였다. 그것도 무시무시한 무기를 들고 있는 헌터. 무기가 없는 그들로서는 항복만이 살길이라 생각했는지 하나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을 들었다.


범죄자들에게 의리라는 것은 이용하기 좋은 대상일 뿐 충성이나 의리 같은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강할아버지의 예상대로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모두 투항했다.


이 헌터가 투항한 관리인을 묶으면서 투덜거렸다.


“이거 묶다가 밤새겠네. 고헌터 빨리빨리 좀 해!”


“저는 이헌터보다 한 명 더 묶었습니다만.”


제29차 주둥이 전쟁이 발발하였다. 나는 서둘러 자리를 피해 죄없이 끌려와 노예처럼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갔다.


영혼 없이 끙끙거리며 처참한 몰골로 일하고 있던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분에게로 다가가 메모지를 보여줬다.


[이제 이런 일 그만하셔도 됩니다. 다이너마이트는 끝났습니다.]


내 메시지를 보고도 할아버지는 묵묵히 자기 일하셨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줬지만, 모두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일만 했다. 이들은 폭력에 길들여져 있었다.


너무 화가 났다. 사람을 어떻게 대했길래 정신까지 무너져 있는 걸까?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제일 토실토실한 관리자 한 놈을 붙잡아 내려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관리자를 신나게 팼다.


자기들을 괴롭히던 관리자가 반항도 못 하고 얻어맞자. 사람들은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저... 정말인가 봐?”


“다이너마이트가 망했다는 말이 진짠가 봐!”


죽지 않을 정도로 매타작을 한 관리인을 일으켜 세워 메시지를 보여줬다. 바로 고개를 끄덕인 관리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다이너마이트 제국은 망했고, 모두 죽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더 이상 노예가 아닙니다. 앞으로는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다.”


처음 내가 메모지를 보여줬던 할아버지가 나에게 다가왔다.


“정말입니까? 이제 저희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겁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하나둘씩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내 뒤에서 관리자들을 모두 결박한 이헌터가 강할아버지가 준 축사 수복 계획서를 읽어 내려갔다.


1. 앞으로 축사의 관리자는 한빛 쉘터의 이지영헌터다.


2. 앞으로 축사의 노동은 다이너마이트의 관리인들이 한다.


3. 축사의 노동자들은 자유롭게 원하는 데로 가도 좋다. 한빛 쉘터로 합류를 원할 경우 합류해도 좋다.


4. 한빛 쉘터로 합류를 원할 경우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 줄 것을 약속한다. 이상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노동자들이 우리를 향해 큰절했다.


“생각할 시간을 드릴 테니 말씀들 나누시고, 교도소장실로 오시면 됩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삼삼오오 모여 토론을 시작했다. 


이헌터는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분노하며 관리인들을 참교육하기 위해 옥상으로 서둘러 올라갔다.


끔찍하게 매타작당할 관리인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지만 나는 혹시나 결정을 끝냈을 축사 노동자를 기다리기 위해 교도소장실로 향했다.


노동자들이 신변을 결정하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똑똑똑]


나는 말을 할 수 없기에 직접 문을 열어줬다.


내 눈치를 보면서 들어온 세 명의 남자들은 한 줄로 서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앉아서 얘기하시죠. 저는 듣기만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헌터님이 자유롭게 떠나도 좋다고 하셨지만. 이곳 사람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이미 저희가 있던 쉘터는 다이너마이트 놈들이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상의해 본 결과 한빛 쉘터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만··· 저희는 한빛 쉘터로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헌터님이 허락하신다면 저희가 이 축사의 관리인이 돼서 이헌터님과 함께 축사를 꾸려나가겠습니다.”


의외의 수확이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축사 일을 하던 사람들이 이곳에 남아 계속 관리해 준다면 축사 관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기다가 이미 포화 상태의 한빛 쉘터로 데려가지 않아도 되니 일거양득이었다.


[알겠습니다. 여러분이 사람처럼 사실 수 있게 주기적으로 물자를 보내겠습니다. 앞으로 이헌터를 따라 축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헌터는 강할아버지가 시킨데로 무기를 거둬들여 이제는 관리자가 된 노동자들에게 보급했다.


그리고 이곳 축사와 똑같은 일이 경원시 대물낚시터에도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 저는 가보겠습니다.]


아쉬운 눈빛을 보내는 이헌터에게 땅콩 캔디를 건넸다.


[쉘터 사람들을 위해 화이팅 해주세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는 거 참 좋아해.’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맞잡았다.


“몸조심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 제발 쓰러져서 오지 말고.”


“어머! 걱정 마세요. 제가 찬영씨를 지킬 거니까요.”


30차. 주둥이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서둘러 고헌터를 끌고 고래섬 방향으로 뛰었다.


‘휴 큰일 날뻔했어. 오늘 출발도 못 할 뻔했네.’


두 귀를 어루만지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게 수다 지옥을 벗어났다.




***


연구소 물품을 모두 챙겨 한빛 쉘터에 도착한 차헌터는 도착하자마자 박교수를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차영진입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왔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성호 교수라고 합니다.”


박교수가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자, 차헌터는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조교 좀비들을 봤습니다.”


박교수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들을 해쳤나요?”


“아닙니다. 좀비들은 식료품을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좀비라는 말에 박교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좀비가 아닙니다. 제 조교들이고 그들은 이성이 있는 인간입니다.”


“확실히 인간을 공격하진 않더군요. 찬영이처럼요.”


“알고 있으셨군요. 그럼 숨김없이 말하겠습니다. 찬영이와 저는 좀비에 대해 연구할 생각입니다.”


“좀비들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겁니까?”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아마 힘들 겁니다. 좀비들은 이미 뇌가 퇴화해서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해도... 찬영이가 특별한 경우죠."


“그렇군요.”


“하지만 면역제는 희망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도 좀비가 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할 생각입니다.”


차헌터는 희망과 지옥을 넘나들며 박교수의 말에 집중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제가 최대한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두 남자가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


우리가 고래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달빛이 강물을 비추고 있을 때였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그대로 고래섬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주변에 머물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고나영은 건물 옥상에서 대기하고 나는 하룻밤 묵을 숙소를 찾아 건물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고래섬을 정리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 안전한 숙소가 있는 것도 좋겠지.’


건물들 중 가장 깔끔한 모텔로 들어가 1층 프런트에서 제일 꼭대기 층 방 키를 구하고 출입구를 침대와 가구들로 막았다. 그리고 바로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잠겨있던 방은 파티룸이었는지 수영장도 있었고 방도 넓어서 둘이 자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서둘러 나가서 꼭대기 층부터 샅샅이 뒤져 숨어있는 좀비들을 찾아내 모두 2층 창밖으로 던졌다. 한 시간의 노력 끝에 모텔 건물은 안전한 쉘터로 탈바꿈되었다. 


‘이제 고헌터를 불러와야지.’


완벽한 임시대피소를 만들고 기분이 좋아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건물 옥상을 넘나드는 발길도 가벼웠다.


하지만··· 고나영은 나와 다르게 안녕하지 못했다.



바짝 긴장한 얼굴을 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고나영의 뒤로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서 있었고, 아줌마 손에는 칼이 들려있었다. 그 칼이 고나영의 목에 작은 상처를 남겼다.


“오지 마! 오면 이 여자는 죽는 거야.”


고나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에요. 작물을 훔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멸망한 세상에 정직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 훔쳐 가려다가 걸리니까 발뺌하는 거지!”


두 여자의 대화를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옥상 여기저기에 농작물이 심어져 있었다. 농작물은 모두 아줌마가 심어 놓았는지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아주머니는 헌터였다.


나는 가방을 열어서 잔뜩 챙겨온 식료품을 바닥에 쏟아 보여드렸다.


[일단 놓고 말해요. 저희는 정말 농작물을 훔치려는 게 아니에요.]


“너 거기 가지고 있는 칼부터 버려.”


할 수 없이 칼을 바닥에 놓았다. 


[저희는 한빛 쉘터에서 왔어요. 고래섬을 수복하러 가는 길이에요.]


고래섬이라는 말에 아줌마가 움찔하며 반응했다.


“거긴 못 가는데야. 이미 좀비들로 가득해.”


[고래섬에서 나오셨나요?]


“그래. 때마침 힘을 얻어서 겨우 살아남았지.”


[각성한 헌터시군요.]


“각성? 헌터 그게 뭐니?”


아줌마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며 경계했다.


“아줌마 일단 이거 놓고 대화해요. 절대 해치지 않을게요.”


고헌터와 내가 몇 번이나 사정하자. 아줌마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내렸다.


그리고 우리에게 고래마을에 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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