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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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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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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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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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각자의임무

DUMMY

“으~와~아~악!”


좀비들에게 쫓기는 꿈을 꾸면서 가위에 눌렸었는데 겨우 꿈에서 벗어나 잠에서 깼다.


“이 새끼가! 깜짝 놀랐잖아. 소리는 왜 처지르는 거야? 다시 좀비로 변한 줄 알고 식겁했네.”


정신을 차린 내가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는 차헌터의 병실이었다. 그리고 김한석이 총구를 나에게 겨누며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투항의 자세로 두 손을 높이 들었다.


“찬영이 버전이네, 좀비 된 줄 알고 진짜 쏠뻔했잖아.”


‘나 방금 일어나자마자 죽을뻔한 거네?’


땀으로 축축한 옷에 고드름이라도 핀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내가 지른 비명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쉘터 여기저기서 내 비명 소리를 듣고 뛰어나와 이쪽으로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새 총을 내려놓은 김한석이 나에게 스케치북을 내밀었다.


“필요할 것 같아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한석은 내가 죽을 때까지 호의를 보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나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


“다이너마이트 일 고맙다.”


김한석이 나에게 고맙다고까지 했다. 다이너마이트에 다녀와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김한석의 사과로 조금이나마 위로받았다.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서둘러 글자를 적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일이 많으니, 회의실로 모이시죠.]


문이 열리자, 나는 적어놓은 스케치북을 높게 들었다.


내 메시지를 확인한 사람들은 두말없이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고, 나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회의실로 향했다.


노크하고 들어간 회의실 상석에는 김소령이 아닌 강할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왔느냐? 어서 앉거라”


강할아버지의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그곳에 앉았다. 내 맞은편에 앉은 차헌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깨어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비 오는 이틀 동안 내리 자더니 비가 개니 귀신같이 일어나는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우린 이틀 밤낮 쉘터를 지키느라 녹초가 됐는데”


김택현이 다크써클이 잔뜩 내려앉은 눈으로 나를 보고 억지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요.]


내가 몸 둘 바를 몰라 하자, 강할아버지가 말을 돌려서 구조해 주셨다.


“지금 이런 얘길 나눌 때가 아니라네, 할 일이 너무 많아”


강할아버지 손에는 두꺼운 A4 용지가 들려있었다. A4용지를 회의실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며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 쉘터의 과제를 분담하겠네.”


회의실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였다.


“먼저 축사는 이헌터가 관리하고, 어장은 최헌터가 관리하게. 그리고 연구소에 있는 연구 물품은 차헌터가 옮겨 줬으면 하네, 물론 짐꾼들을 붙여줄 거라네. 찬영이는 내가 말한 고래섬을 수복하는 일을 하거라. 그리고 고헌터는··· ”


“전 찬영씨와 함께 다니겠습니다.”


모두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처음부터 고헌터는 쉘터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고 의사를 밝혔다. 헌터를 강제로 편입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고헌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헌터가 벌떡 일어났다.


“나도 고래섬으로 갈래!”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를 힐끗 쳐다봤다. 이헌터를 알아서 처리하라는 눈초리였다.


[이헌터님 축사를 관리하는 일은 우리 쉘터에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저는 이헌터님이 꼭 맡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헌터님은 뛰어나시니까요.]


내 메시지를 보고 조용히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전해준 내용대로 각자 잘 수행해 주게.”


그때 차헌터가 나섰다.


“어디를 가든 찬영이가 있어야 일이 해결됩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축사와 어장은 아직 다이너마이트 쉘터 부하들이 관리하고 있어서 들어가려면 공성 비슷한 전쟁을 해야 했다. 비 오는 날까지 이겨낸 축사와 어장이었다.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축사는 제가 이 신분 패를 가지고 가면 되고, 어장은 장총리를 끌고 가면 됩니다. 저와 장총리를 본다면 그들은 바로 문을 열어 줄 거에요.]


강할아버지가 기특하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아주 좋은 생각이구나. 그럼 힘들더라도 네가 수고 좀 해 주거라. 이미 김소령과 회의한 내용이라 언제든 갈 준비를 끝마친 상태다. 각자 데려갈 군인들을 만나서 다녀오너라. 이상이다. 다들 어여 움직여!”


강할아버지의 재촉에 떠밀리듯 회의실로 나온 헌터들은 장일병의 안내에 따라 각자 군인들을 만나 한빛 쉘터를 떠났다. 


우리도 축사를 수복하러 원정길에 올랐다.


한빛 쉘터에서 나오는데 차헌터가 나에게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굉장히 불쾌했지만 무시했었는데···

나는 얼마 안 가 그 미소의 이유를 알게 됐다.


원정을 가는 동안 계속 싸우는 이헌터와 고헌터 때문에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았다.


“뭐래? 아무리 잘 싸워도 좀비 앞에서 벌벌 떨면 무소용이지.”


“그러는 이헌터야 말로 힘으로만 좀비를 잡지 않나요?”


귓구멍에 이상이 생겼는지 귀 안이 간지러웠다. 계속 후벼파니 손가락에 피가 묻어 나왔다.


‘하···빨리 조용한 좀비들 곁으로 가고 싶다.’


오죽하면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가고 싶었겠는가. 


둘은 끝없이 말싸움을 했지만, 좀비들을 만나면 자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싸웠다.


방어를 주로 하는 고헌터는 좀비들의 발을 묶었고, 공격형 이헌터는 묶여있는 좀비들을 큰 낫으로 일격에 처리했다. 변이 좀비조차 둘의 완벽한 호흡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봤어? 내가 한방에 좀비 4마리를 처리하는걸?”


“제가 다리를 묶어놔서 쉽게 처리하신 거죠. 안 그랬으면 벌써 좀비 밥이 되셨을 겁니다.”


두 여자는 좀비들을 잡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입을 나불거렸다.


‘아···내가 어장으로 간다고 할걸··· 말 수 없는 최헌터가 그립다.’


우여곡절 끝에 축사로 도착했을 때, 내 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교도소 축사 앞은 몰려온 일반 좀비들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었다.


“저걸 다 언제 잡아?”


“이헌터님은 자신 없으신가 보죠?”


나는 27차 주둥이 전쟁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검을 뽑아 교도소 정문을 향해 뛰었다.


교도소 정문에는 변이 좀비 한 마리가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는 일반 좀비를 포식하고 있었다.


얼마나 먹었는지 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이 오른 변이 좀비의 머리를 일본도로 내리찍었다.


변이 좀비는 정수리부터 허리까지 두 갈래로 갈라지며 쓰러졌다. 그 후부터는 일방적인 살육의 시간이었다.


밤마다 좀비들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고 있지만, 이곳을 수복해야 한빛 쉘터 사람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단백질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다.


나는 그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편히 보내드릴게요”


차헌터는 항상 좀비의 목을 쳐서 일격에 죽였다. 지금은 나도 그러고 있다. 살아있는 그들이 고통을 최대한 느끼지 못하게 신경 써서 목을 베었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 점점 차헌터를 닮아가고 있었다.


30분 동안 쉼 없이 좀비를 잡았고 이헌터에게 나머지 좀비를 정리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두 헌터가 나오자, 40~50마리 정도 되는 좀비들이 헌터들을 향해 뛰어나갔다.


너무 많은 힘을 써서 그런지 눈앞이 흐릿해졌고, 서둘러 넉넉하게 챙겨온 구슬 중 하나를 입에 넣고 삼켰다.


교도소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쪽문이 열렸고, 열린 쪽문으로 관리인이 허리를 굽신거리며 뛰어나왔다.


“임헌터님 오셨군요! 좀비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얼마나 심장 떨렸는지 모릅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말이 있으니, 관리자들을 모두 불러라.]


관리인이 메모를 확인하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따라서 쪽문 안으로 들어갔다.


내 뒤로 두 여자가 좀비들을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좀비들을 유인하면서 잡느라 점점 멀어지는데도, 내 귓가에는 28차 주둥이 전쟁을 치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청인가?’


나는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


차헌터는 한빛 오토기동대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서 제약회사 앞에 도착했다. 


차헌터의 칼춤으로 완벽히 정리된 제약회사의 본관으로가 정문을 부쉈고,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 물품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물품은 유리로 된 것이 많았기 때문에 조심해서 운반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였다.


오토기동대들은 가지고 온 신문지와 옷가지들을 최대한 활용해 꼼꼼히 포장하고 오토바이에 짐을 실었다.


차헌터가 창밖을 바라보며 오토기동대를 호위하고 있다가 별안간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번에 봤던 그 괴물들이군.”


서둘러 본관 1층으로 내려가서 입구를 막아섰다.


“캬악 캬르르륵”


제일 앞에 있던 조교 좀비가 위협적으로 차헌터에게 맞섰다.


하지만 차헌터는 검을 내려놓고 가슴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조교 좀비들에게 던졌다. 그 안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박교수와 조교들이 있었다.


사진을 확인한 조교 좀비들이 더 이상 가까이 오지 않고 두 손을 내밀었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좀비를 또 보게 되다니, 정말 어이가 없군.”


찬영이 알려준 데로 가방에서 육포를 꺼내 그들에게 던졌다. 그러자 눈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 눈앞에 벌어졌다.

조교 좀비들은 일렬로 줄을 서서 눈빛을 반짝거렸다.


오토바이에 실어 온 식료품 박스를 조교 좀비 앞에 놓아주자, 냄새를 맡던 조교 좀비들이 신이 났는지 흥얼거렸다. 그리고 가볍게 목례까지 하고서는 뒤돌아 가버렸다.


“허···내가 뭘 본 거지? ”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좀비에 대한 지식과 지금 보고 있는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정말···이 망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가?”


차헌터의 가슴에 희망이라는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최헌터는 아까부터 같은 자리를 빙빙 돌자, 인내심이 폭발해버렸다.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끔찍한 고문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묶여있던 장총리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윽. 어차피 죽을 거 네놈들에게 어장을 알려줄 수 없다.”


김택현도 인내심이 끝났는지, 장총리의 멱살을 잡았다.


“곱게 죽고 싶으면 제대로 해라.”


“크크큭 내가 알려 줄 성싶으냐? 이대로 숲을 헤매다가 변이 좀비를 만나서 다 같이 죽는 거다.”


“아오 저 새끼 죽을까 봐 패지도 못하겠고...”


이 상황을 예상한 강할아버지는 김택현에게 물건을 하나 건네줬었다. 김택현이 가방에서 또 하나의 가방을 꺼냈다.


“이거 강할아버지가 맡겼는데 말이야.”


가방을 확인하자 장총리는 사색이 돼서 오줌까지 질질 흘렸다.


“아··· 안돼! 알려드리겠습니다. 제발···알려드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뭐? 넌 절대 알려 줄 수 없다고? 어쩔 수 없네! 그럼.”


“아닙니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택현이 아저씨 이놈이 협조를 안 한다고 한 말 들으셨죠?”


“들었지! 들었어!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다! 라고 했지.”


김택현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열었고, 숲에서는 한동안 기괴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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