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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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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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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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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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연구소의 비밀

DUMMY

[여기 오는 동안 변이 동물을 만났습니다. 그것들이 번식을 하고 있는 것도 확인했고요.]


나는 연구소로 오는 동안 만났던 지네에 관해서 홍소장에게 자세히 얘기했다.


“이거 큰일이군요. 저희가 연구할 때는 분명 번식은 하지 못했는데... 번식이 가능하다면 세상은 정말 멸망할 겁니다. 정말 큰일 하셨어요.”


우리가 없앤 고치들이 부화했다면, 이곳 연구소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알아낸 걸 말씀드리죠. 우리는 초기 감염자들의 동선 파악에 주력했어요. 그들의 SNS와 휴대폰 위치추적을 해본 결과 초기 감염자들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좀비 사태가 일본과 관련이 있다고요?]


“네. 초기 감염자들의 정보를 청와대에서 넘겨받아 조사했으니 확실할 겁니다. 모두 일본 원전 근처 바닷가를 여행한 것으로 밝혀졌어요. ”


[그럼 일본도 우리와 같은 상황이라는 건가요?]


“네. 일본은 아니라고 우겼었지만, 우리나라가 국가기능을 상실하는 데는 2주라는 시간이 걸렸다면 일본은 3일도 되지 않아 국가 기능을 상실했죠.”


[근데 어떻게 동시다발적으로 감염이 활성화됐을까요?]


“그날 태양 폭풍에 의해 역대급 방사선이 지구를 꿰뚫었어요. 일부 지역은 전자기기가 먹통이 될 만큼 엄청난 폭풍이었죠. 여러 가지를 대조한 결과 태양의 방사선이 신호탄이 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해결할 방법도 찾으셨나요?]


“그건 아직이에요. 저희는 대통령님의 명령에 따라 바이러스의 원인에만 주력했어요.”


[이제 저희와 함께 해결할 방법도 찾아보시죠.]


홍소장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저희는 이곳 연구소를 포기할 수 없어요. 방대한 자료와 완벽한 방어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위험한 곳으로 모험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연락드렸던 건 생존 물품을 보급받고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차헌터가 기가 차서 머리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여기까지 목숨 걸고 달려온 사람한테 먹을 거나 내놓고 꺼지라는 건가?”


이들은 처음부터 연구소를 떠날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았다. 살려면 물자가 필요했고 도움받기 위해 쉬지 않고 방송하고 연구를 지원 받을 생각이었다. 위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니 살아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도와야 한다는 마인드였다. 


멸망 전 세상에서는 당연히 국가적인 지원으로 편하게 먹고 쉬며 연구를 했을 것이다. 그게 이들에게는 당연했고 자신들의 능력을 과신하며 아직까지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떠날 생각이 없다면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차헌터는 차갑도록 단호했고, 그런 차헌터를 보며 홍소장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자... 진정하세요. 이렇게 완벽한 연구시설을 포기 할 수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저희야 안전할 쉘터로 따라가고 싶지요. 하지만 이곳이 너무 완벽해서 버리기 아까워 그랬어요.”


한발 물러서듯 차헌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곳은 위성으로 연결된 통신망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일본의 상황도 알 수 있었던 거죠. 저희에게 물자를 주신다면 위성통신으로 충분히 교류가 가능하게 하겠습니다.”


나는 아직 마음에 차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는 이들을 데려가 박교수와 함께 좀비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임무였는데, 그들은 한빛 쉘터에 합류를 거부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글쎄... 조금 더 생각..”


[꼬르르륵 꼬록꼬록]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배속에서 배고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일단 살려놓고 생각하자.”


[여러분 저를 따라오세요.]


나는 트럭을 주차해놓은 주차장으로 가서 오면서 챙긴 통조림과 과자를 연구직원들에게 넘겨줬다.


그들은 식당으로 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음식들을 마구 입안으로 욱여넣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제약회사에 있던 조교 좀비들이 떠올라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서둘러 차 안에서 물과 음료수를 꺼내 그들에게 나눠줬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여러분이 오시지 않았다면 저희는 굶어 죽었을 거예요.”


주변을 둘러보니 홍소장이 없었다. 문득 홍소장이 없는 연구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소장님이 안 계시네요? 배고프실 텐데.]


연구원들 모두 식사를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들에겐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들 중 가장 뚝심 있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에게 대화를 걸었다.


[여기 계신 분들.. 뭔가 사정이 있어서 못 움직이고 계시는 거죠?]


그가 나를 빤히 보다가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짧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홍소장님 때문인가요?]


그가 주변을 둘러보다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먹는 데 집중했다. 더 이상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없다는 묵언의 거절이었다. 연구소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밝혀내고 해결하는 건 나와차헌터의 몫이라는 뜻이다.


사실 연구소에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신경 쓰이었던 게 있었는데 연구소 지하에 좀비가 있다는 것이었다.

홍소장은 분명 좀비를 연구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분명히 지하에 좀비가 몇 마리 있다는 것을 내 기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원들이 한빛으로 합류할 수 없는 이유는 연구소가 완벽해서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다. 이들은 홍소장의 압박과 협박에 못 이겨 연구소에 남아서 홍소장의 말을 들어야 했을 것이다. 당장 홍소장을 처리하고 이들을 데려갈 수도 있겠지만, 홍소장옆에있는 김창진 헌터가 걸렸다. 물론 차헌터와 내가 전력을 다해 싸운다면 못 이길 것도 없겠지만 김창진도 홍소장의 협박을 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용히 차헌터를 불러 작은 메모지에 내 의견과 함께 방금 상황을 작은 글씨로 적어서 전달했다.


메모지의 글자가 너무 작아서일까? 차헌터는 메모지를 한참 쳐다보더니 별안간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 똥멍청아! 아오 좀비 되더니 뇌가 썩어서 퇴화한 게 분명해! 나가서 얘기하자고 하면 되잖아!”


 아! 라는 멍청한 표정으로 차헌터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검집이 내 등을 강타했다.


“아오 똥 멍청이 뭘 할 때는 생각이라는 걸 좀 해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목덜미를 잡고서 홍소장에게 물자를 가져오기 위해 밖으로 원정을 나갔다 오겠다고 얘기한 뒤 우리는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자! 이제 말해봐.”


“연. 구. 소.에. 비.믤.이..”


[퍽!]


“답답해 적어”


[연구원들에게 듣기로는 홍소장때문에 연구원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분명 협박을 받고 잡혀있는 것 같습니다.]


“그 비밀이란 게 뭔데?”


[연구원들은 아주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만큼 홍소장이 두려운 거죠. 그래서 비밀이 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연구소에 비밀이 있고 그걸 풀면 연구원들을 데려갈 수 있을 거란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근데 그 비밀이 뭘까... 짐작 가는 건 없어?”


[제 느낌으로는 연구소 안에서 좀비를 연구하는 것 같습니다.]


“홍소장은 분명 좀비를 연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좀비가 지하에 있다고?”


[확실합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대여섯마리는 확실히 있습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정보를 더 모은다. 뭐든지 확실할 때 쳐야 효과가 좋지.”


우리는 근처에 편의점을 털어 식료품을 잔뜩 가지고 연구소로 돌아갔다.


“오! 엄청난 양이군요. 이 정도면 며칠은 끄떡없겠어요!”


홍소장은 우리는 쳐다도 보지 않고 가지고 온 식료품으로 달려와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


[아까 식사 시간에 오지 않으시던데 따로 드셨나요?]


“아 저는 소장실에서 따로 먹었습니다. 아 참 오늘 두 분이 쉬실 곳을 마련했습니다.”


홍소장이 김창진에게 턱짓하자 김창진이 정중한 자세로 우리들을 숙소로 안내했다. 숙소로 가는 동안 나는 김창진에게 메모지 하나를 건넸다.


[협박받고 있나요?]


그를 움찔하더니 걸음을 멈췄다가 벽에 달린 CCTV를 턱짓했다. 우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걸음을 옮겨 우리를 숙소 안까지 데리고 들어와서 우리에게 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이 우리 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 그년은 이 연구소 사람이 아닙니다.”


“홍소장말이 모두 거짓이란 말 입니까?”


“네. 대부분 거짓말입니다. 그년은 제 어머니의 요양보호사였습니다. 좀비 사태가 일어나고 제가 어머니 집으로 갔을 때 그년은 제 어머니를 숨겨놓고 나를 협박했습니다. 좀비가 된 자기 아이와 남편을 다시 인간으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는 제 어머니를 내놓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당신은 이곳 연구원이 맞고요?”


“네. 연구소를 지키다가 헌터가 돼서 그년을 제압하고 어머니가 계신 곳을 알아내려고 했지만, 죽기 직전까지 패도 입을 열지 않더군요.”


“어머님이 생존해 있다는 걸 어떻게 확신하고 그 여자 말을 듣는 거지?”


“그년의 여동생이 헌터입니다. 가끔 이곳으로 와서 어머니가 살아계신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고 가곤 합니다. 제 어머니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더이상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그는 어머니라는 약점이 있었다. 내가 우리 부모님 때문에 차헌터의 위험한 부탁을 들어준 것처럼 그도 이용당하고 있었다. 왠지 모를 연민이 그에게 느껴져서 김창진헌터의 어깨를 진심으로 토닥여줬다.


[저도 그랬던 적이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내가 적은 글을 보고 차헌터가 양심에 찔렸는지 먼 곳을 보면서 딴청을 했다.


“그래도 나는 너희 부모님의 생명을 구했다.”


‘아저씨 동료들을 구하다가 겸사겸사 그렇게 된 거겠죠.’


콧방귀가 절로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표정 관리를 못했다.


[딱!]


어김없이 검집이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와 고통을 안겨줬다.


[때.리.지.마.라!]


“아놔 이게 반말이 습관이 됬지?”


우리 둘을 쳐다보던 김창진이 어두운 얼굴을 거두고 말했다.


“하핫. 두 분은 사이가 좋으시네요. 부럽습니다.”


[헌터님도 연구소 동료들이 계시잖아요.]


“그들에게 저는 홍소장의 꼬봉일 뿐이죠. 홍소장이 연구원들을 감시하는 일에 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의 마음도 백번 이해되었다. 자기 동료가 이상한 여자를 데려와 자신들을 협박하고 감금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도 서슴치 않았을 것이고, 힘든 연구소 생활로 인해 모든 일의 원흉을 홍소장이 아닌 가까웠던 김창진이라고 생각하고 원망했을 것이다.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헌터님 어머니 탈출시켜 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차헌터는 내가 내린 결정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매섭게 쏘아봤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나는 흔들리지 않고 메모를 적었다.


[약속드립니다. 저희를 도와주세요. 차헌터와 저는 실력이 좋은 헌터입니다.]


김창진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좋습니다. 저희 어머니를 구출하고 안전을 확인하면 적극적으로 돕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이 연구소의 비밀을 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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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의약품 연구소 1 +1 24.08.23 41 2 12쪽
37 37# 어디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 +1 24.08.22 45 1 12쪽
36 36#이딴것도 제국이라고? 2 +1 24.08.21 45 2 11쪽
35 35#이딴것도 제국이라고? 1 +1 24.08.20 48 2 12쪽
34 34#다이너마이트쉘터로 +1 24.08.17 5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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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미모의여인! +1 24.08.15 6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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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새로운 보금자리 +1 24.08.13 65 2 12쪽
29 29# 안전한 쉘터로 가는 길 24.08.10 6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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