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자의 밤 - 새로운 세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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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발
작품등록일 :
2024.07.0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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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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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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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몬스터 웨이브(2)

DUMMY

도시 외곽.


저 멀리 보이는 네 개의 미완성 건물이 눈에 띄었다.


“호준아, 여기 지난번에 우리가 갔던 곳 아니야?” 태산이 물었다.


“응, 맞는 것 같아. 하지만 뭔가 이상해.”


나는 대답하며 두리번거렸다.


길을 아는 내가 앞장서서 빠르게 내달렸다. 대형 마트가 보이고, 도로 건너편에 우리 집이 있어야 할 자리는 하얗게 빛나는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그 옆에는 파랗게 일렁이는 포탈이 보였다.


“너도 같은 생각이지?”


태산이 물었다.


“아마도.”


좀비들이 배회하다가 포탈에 겹치는 순간, 그들은 그대로 넘어가고 있었다.


“입구랑 출구가 다른 것 같아!”


내가 말했다.


“그럼 이 주변과 공사장을 미리 정리하면 되겠네?”


태산이 응답했다.

그런데 수한이 듣던 중 반대의견을 냈다.


“형님들, 우리 이 주변만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요. 가족들이 어떻게 됐을까 걱정돼요.”


“너는 왜 그런 걱정을 해? 뭔가 있다면 우리가 처리해줄게.”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나를 태산이 툭 쳤다.


“야!”

“어? 뭐야?”

“뭐 하냐? 정리하자.”


우리는 주변의 좀비들을 빠르게 정리한 후, 포탈을 넘어가려 했다.


“태산아!” 내가 외쳤다.

“왜?” 태산이 대답했다.


 “나는 공사장 한번 둘러보고 갈게. 둘이 먼저 가 있어.”


태산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너 무슨 왕따냐? 맨날 혼자 움직여! 네 맘대로 해라, 우린 간다. 가자.”


둘을 보낸 나는 공사장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네메시스, 이 자식. 모른다고 하더니 자기가 관리하는 몬스터를 소환시키네.”


생각을 뒤로 하고 몬스터 대기실에 도착했다. 철문을 부수고 내부를 확인했다.


텅 비어 있는 석실이 보였다. 인상을 쓰며 흡수한 기억을 되새기고, 정리를 마친 후 지하 3층으로 이동했다.


건축 폐기물로 막혀 있는 철문이 있었다.


“나름 성의 있게 숨겨 놨네.”


철문을 부수고 내부를 확인하자, 위층보다 더욱 많은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네메시스를 엿 먹일 수 있는 기쁨에 몸이 떨렸다.


지잉! 별들의 전쟁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이제는 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얗게 감싸인 검을 바라보며 작업을 시작했다.


푹! 서걱! 푹! ·········.

미동도 하지 않는 늑대들을 찌르고 벤다.

50마리 이후부터는 세는 것도 잊은 채 죽이다 보니, 석실 맨 안쪽에 위층에는 없던 거대한 녀석이 누워 있었다.


그립감이 좋아 보이는 녀석의 주둥이를 잡았다.


스읍.

“대박!”


녀석은 늑대 인간들의 왕이었다.


에테르를 뺀 검으로 녀석의 심장이 있을 법한 가슴을 헤집었다.


서걱! 서걱! 

500원짜리 동전과 비슷한 크기의 빨간 구슬이 보였다.


나는 지금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고민했다.

늑대 녀석의 기억대로라면 이걸 먹어야 했다.


“아오. 씨.”


어서 먹으라는 듯이 바람이 불었다.


··· ··· 꿀꺽. 읍! 읍! 

억지로 입을 막고 구토감을 참았다.

늑대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자리를 뜬다.


“젠장, 괜히 다 죽였나.”


***


마트와 집 사이의 도로.

포탈을 나와 집을 바라보았다.


“호준아!”


베란다에서 유경 누나가 손을 흔들었다.

가족들의 안전을 확인한 호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태산과 수한이 건너편의 빌라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한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피식! 공사장 확인을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천천히 걸어가는 내 앞에 좀비가 보였다.

근육질의 거대한 상체와 무릎까지 내려온 두꺼운 두 팔.


그 녀석과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좀비들이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나는 전전하면서 부드럽게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지잉!

이전까지는 반격을 소심하게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게 싫었다.


두부를 자르듯 부드럽게 녀석들을 잘라 버렸다.

다음 녀석들이 보였다. 에테르를 빼고 눈동자를 노리고 찔러 넣었다.


나는 다음 녀석들을 마주했다.

에테르를 빼고 그들의 눈동자를 노리며 찔러 넣는다.


기기기긱.

녀석의 두개골을 긁고 들어가는 거친 소음이 터져 나오고, 눈알을 관통하며 두개골이 함몰된다.


그 동안 전투를 했던 경험 덕분인지 이제는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좋아.”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실소가 터져 나온다.

기분 좋은 약간의 흥분과 전신에 퍼지는 소름이 느껴진다.


“전투가 즐겁네.”


이런 기분이 있었던가? 그동안은 지독한 긴장감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뿐이었는데, 이제는 다르다. 가자.

느긋하게 좀비들을 사냥하며 공사장으로 향한다.


공사장 입구.


몬스터 대기실로 바로 이동한다. 지하 3층 석실에는 늑대들이 누워 있다. 그들의 왕도.

모두 죽은 채로 있다. 이러면 어느 정도 가설이 맞는 것 같다.


아파트 사이의 공터로 올라와 서서 에테르를 집중한다.

내가 흡수한 구슬로.


우웅. 나를 중심으로 에테르가 퍼져나간다.


“아우우우~” “크르릉.” “크르르.”


크고 작은 늑대와 늑대 인간이 다가온다.


“이제 진짜 내 강아지네.”


실험 삼아 가까운 늑대의 머리에 손을 가져간다.


벌렁. 녀석이 배를 까고 재롱을 피운다.

튜토리얼에서 나를 가지고 놀던 놈과 비슷한 놈이 저러고 있으니 왠지 우쭐해진다.


“가라.”

“아우우우~” “크르릉.” “크르르.”


늑대들이 사방으로 달려 나간다.

으드득! 깨앵! 쾅!

녀석들의 전투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공사장의 몬스터를 정리한다.


***


XX 서밋 아파트 7층.


안호준의 집이다.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저 멀리서 비명과 몬스터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짜증이 밀려온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지켜보기로 했다. 네메시스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동료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잠깐 쉬기로 하고 베란다의 벽에 기대어 앉아 휴식 시간을 가지는데, 갑자기 차가운 컵이 귀에 닿았다.


“놀랄 줄 알았는데 안 놀라네. 냉커피 좀 가져와 봤어.”


“어. 고마워.”


호준은 건너편의 대형 마트를 바라본다. 2층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와 출입구.


“저길 막고 유리창에 쇼핑 카트를 쌓아야 하나? 아니, 박스들을 써야 하나. 아냐, 카트가 더 빠르게 할 수 있어.”


호준은 생각의 정리가 안 되자 혼자 자책했다.


“무슨 생각해?”

“아니야. 그냥.”


이수정은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남편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살짝 부딪친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나가서 많이 힘들었나 봐?”


이수정이 환하게 미소 짓는다. 그녀는 미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추녀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를 향해 미소 짓는 그녀의 미소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욱더 매력적이다.


***


토비아스 집무실.


“그에게 주었느냐?”


토비아스는 황금색 자수가 새겨진 회색 로브를 입고, 손에는 황금색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인 네메시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회색 로브 위에 섬세하게 수놓아진 황금색 장식은 마치 그의 위엄과 권위를 상징하는 듯했다. 황금색 지팡이는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예, 마스터.”


“수고했다. 이로써 그가 선두에 나설 발걸음이 한층 더 나아가겠지.”


그의 말에 네메시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마스터, 어째서 마스터의 에테르를 소모하면서까지 그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토비아스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내가 모하마드를 상대하는 데 첨병의 역할을 할 것이다. 아니, 첨병으로 만들어야지.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여러 샘플 중에서 가장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어.”


“하지만 저희는 그를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지 않습니까?”


“물론 인간이 에테르를 얻게 되고 각성하면서 신체 능력이 향상되면, 그것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지구인들을 소환하고 시련을 주는 인물이 바로 그였다.


세상에 혼란을 가져다준 장본인.


“하지만 그것은 내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약간의 장치를 해 두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지금도 조금씩 징조가 나타나고 있지 않으냐.”


“혹시···?”


“그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세뇌될 것이다. 이를 숨기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 두었으니 걱정 말거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 그리고 모하마드가 운석 소환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카르텐 부족을 조사해 보아라.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우리가 모르는 일을 벌이는 것을 막아라.”


“예, 마스터.”


네메시스가 자리에서 물러나자, 토비아스는 복잡한 도형이 맞물린 바닥의 마법진 위에 섰다.


***


김수한과 이유경을 집에 남긴 우리는 길 건너편 마트를 공략하기 위해 나섰다.


마트 입구에 다다르자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우리를 주눅 들게 하였다.


키가 4미터는 되어 보이고, 울퉁불퉁한 근육과 멀리서도 보이는 튀어나온 힘줄. 검은색의 피부와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대가리.


오우거였다.


각성자들이 공략을 시도하며 간간이 공격했지만, 오우거의 무차별적인 주먹질에 밀려 뒤로 물러났다.


“야,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남들이 먼저 손댄 걸 우리가 낼름 하면 싫어하지 않을까?”


민재의 말에 유경 누나가 동의하며 덧붙였다.


“그냥 우리는 구경만 하자. 쟤는 좀 아닌 거 같아.”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리는 멀찍이 떨어져 그들의 레이드를 지켜봤다. 오우거는 일정 범위에 들어오는 각성자만 공격하고, 거리를 벌리면 굳이 공격하지 않는 듯했다.


팅!

한 각성자가 활을 들어 화살을 쏘자, 오우거가 우렁차게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물러서!”

“빨리!”


우리는 가뜩이나 멀었던 거리를 더 벌리며 눈치를 봤다.


“제발 도로를 건너지만 말아라.”


오우거에게 상처를 입힐 만한 실력자가 없는 듯했다. 치고 빠지며 공격하고는 있었지만, 한 번의 실수면 그대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오우거가 휘두른 주먹에 스친 듯 창을 들고 있던 각성자의 허벅지가 쓸려나가면서 사방에 새빨간 피와 살점이 튀어 올랐다.


그런데 그들 중 한 명이 낯이 익었다.


“어! 호준. 지구에서 보니 더 반갑네.”


대기실에서 안면을 튼 조성진이었다.


“안녕하세요, 형님.”

“지켜만 보지 말고 한 손 거드는 게 어때?”

“형님들이 고생하시던 녀석을 저희가 손 대기 그래서 지켜만 보고 있었어요.”


메인 딜러 격인 조성진이 빠지자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고, 오우거가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혹시나 다시 달려드는 건 아닌지 눈치를 보던 각성자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인사해. 나랑 동업하던 친구인데 세상이 이 지랄 되면서 요즘 이러고 다녀.”


등산복을 입은 남자가 과하게 반겼다.


“오, 네가 말로만 듣던 노란 싹수구나?”

“예? 노란 뭐요?”

“아냐. 저놈 하는 말 신경 쓰지 마. 너는 우리끼리 농담하는 걸 왜 얘기하고 그러냐.”


조금 전 동료 한 명이 크게 다치는 걸 봤을 텐데도 생각보다 분위기가 밝았다.


“저희가 지켜보니 한 분 크게 다치신 것 같던데, 약이라도 좀 챙겨드릴까요?”

“아냐. 괜찮아. 호준아, 너 게임 좀 해봤냐?”

“네. 뭐, 게임도 하고 소설도 보고 했었죠.”


조성준 형이 그럴 줄 알았다며 귀에 손을 대고 소곤거렸다.


“너 힐러 알지? 그 게임에서 보면 치료해주는 애 있잖아.”


“네. 알죠. 그럼?”


“응. 우리 안사람이 에테르를 쓰면 치유가 되더라고. 그래서 저 녀석도 노려보는 거고.”


나는 매우 놀라 되물었다.


“이야. 힐러라니. 더군다나 형수님이?”


“야야. 말소리 죽이라고. 너는 결혼했냐? 했다고? 제수씨도 각성자냐?”


“저는 가족 중에 저만요.”


“그게 좋은 거야. 이건 사냥하면서도 바가지야.”


왠지 서늘해서 성준 형과 내가 동시에 두리번거리자, 저 멀리서 형수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얘긴 여기까지 하고요. 정말 우리가 같이해도 괜찮은가요?”


“우리도 저 녀석 빨리 정리하고 마트 들어가서 물자 좀 확보하려고. 우리가 딸린 식구가 좀 많아야 말이지.”


“이 난리 전에 한 번 갔다 와봤는데, 거의 안 남았을 텐데요.”


“뭐, 일단은 가보려고. 그러니까 한 손 보태라고. 알았지?”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동료들을 바라보자, 태산이 윙크하며 몰래 신호를 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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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초대 받지 않은 손님들. 24.08.17 14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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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함정. 24.08.15 17 2 15쪽
19 포탈 너머의 성(2). 24.08.14 14 2 16쪽
18 포탈 너머의 성. 24.08.12 22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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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내실을 다지다. 24.08.12 29 2 15쪽
15 낙오(4) 24.08.11 30 2 15쪽
14 낙오(3) 24.08.10 30 2 17쪽
13 낙오(2) 24.08.10 41 2 17쪽
12 낙오 24.08.10 43 3 14쪽
11 콜로세움(3) 24.08.08 47 3 17쪽
10 콜로세움(2) 24.08.06 48 3 14쪽
9 콜로세움 24.08.06 58 3 13쪽
» 몬스터 웨이브(2) 24.08.06 62 3 12쪽
7 몬스터 웨이브 24.08.05 75 3 13쪽
6 다크 엘리시움(2) 24.08.05 77 3 13쪽
5 다크 엘리시움 24.08.04 92 3 13쪽
4 새로운 도전 24.07.13 224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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