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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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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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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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편. 수에비 족은 전쟁을 선택했다.

DUMMY

루시타니아 남서부 올리시포.


훗날 이곳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대항해시대가 열릴 때, 이 도시는 급격하게 성장하였고, 대항해시대를 다루는 게임에서 리스본이 없다면 ‘이게 대항해시대냐?! 이건 대항해시대를 다루는 게임이 아냐!’ 라고 부정할 만큼 중요 도시로 자리매김한다.


대항해시대가 열리기 이전엔 그저 대서양을 마주 보는 항구 도시에 불과했다.


인구도 많아봤자 수천 명이 사는 일반적인 도시였다.


어찌 보면 이 도시는 아직 잠재력을 깨우치지 못했으리라.


루키우스가 배를 통해 이곳에 왔을 때, 이 도시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내가 생각하는 리스본의 모습이 아니네. 이 도시는 대항해시대가 열려야 비로소 중요한 도시가 되니까. 지금은 그저···.’


오히려 멸망에 한 발자국을 남기는 듯 보였다.


거리를 떠도는 행인들은 연일 불안한 기색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누군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했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상품을 내놓았지만 눈을 부라린 채 손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손님이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혹시 자신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리우비길드의 군대와 타라코 자경단의 출현은 이곳 시민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저 군인들은 어디서 온 거지?”


“항구에서 일하고 있는 녀석들이 말하기로는 고트 부족에서 온 병사와 타라코에서 온 병사라고 하던데?”


“그 황충같은 수에비 놈들을 막으려고 여기에 온 건가?”


“어찌 됐든 그 망할 황충 놈들을 빨리 쫓아냈으면 좋겠어.”


일말의 기대감이 군인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그나저나 저 번쩍이는 갑옷은 뭐지?”


“처음 보는 갑옷인 거 같은데···. 저기에 칼이 들어 가려나?”


한 사람의 무장이 올리시포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온 몸을 철로 뒤덮은 갑옷, 로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양식.


전투 주교 티치아노는 온 몸을 판금 갑옷으로 무장한 채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눈여겨보던 리우비길드는 퀸투스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저 번쩍이는 갑옷은 자네가 운영하는 대장간에서 만든 건가?”


“예. 그렇습니다. 저거 하나 만든다고 거의 반 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죠.”


“그럼 저 갑옷의 재질은 모두 강철이란 소리인가?”


퀸투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놀랍군. 나도 한번 만들어주면 안 될까?”


“뭐 저야 좋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뭐가?”


“그 갑옷을 만들어 형님께 전달해도 형님은 고트의 폐하에게 그 갑옷을 빼앗기지 않을까요?”


“어. 그러네.”


리우비길드가 생각해도 퀸투스의 말은 그럴싸했다.


현대에도 신입 사원이 회사 부장, 사장보다 좋은 차를 끌고 가면 개념이 없다느니 괜히 나댄다느니 한 소리를 듣는데.


그것보다 1600전 인 시기엔 어떻겠는가?


테오도리크는 분명 위계 질서를 바로 잡는다는 이유로 리우비길드에게서 그 갑옷을 빼앗으리라.


결국 리우비길드는 아쉽다는 얼굴로 티치아노의 그 갑옷을 바라봐야 했다.


그렇게 올리시포 시내를 돌아다니는 와중 올리시포의 주교와 여러 사제들이 이들을 맞이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수에비를 막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올리시포의 주교 네오브리다오의 환대에 타라코의 주교 티치아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환대 고맙습니다. 형제여. 혹시 켄소리우스는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있습니까?”


그 물음에 네오브리다오는 입을 닫고, 생각을 좀 하다 사실을 내뱉었다.


“대략 200명의 군사를 이끌고, 북쪽 스칼라비스(현재 포르투갈 산타렝)로 갔습니다.”


“확실히 거기라면 군사를 주둔하기 알맞겠군. 그런데 그곳은 예전에 반달 부족이 휩쓸어버린 걸로 아는데···.”


퀸투스의 물음에 네오브리다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 그대로 예전 반달 부족이 이곳 루시타니아를 휩쓸었을 무렵 스칼라비스가 그놈들 손아귀에 떨어졌습니다. 반달 부족이 아프리카로 넘어간 이후엔 다시 로마의 영토가 되었고요.”


“거의 폐허나 마찬가지겠군.”


리우비길드의 대답에 네오브리다오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네오브리다오에게 캐물을 건 다 캐물은 일행은 그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줬다.


“앞으로 이 도시에 배가 올 것입니다. 정확히는 우릴 위한 보급품이지요.”


“제가 시민들에게 손대지 말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렇게 네오브리다오의 협조를 받은 일행은 곧바로 켄소리우스를 만나기 위해 스칼라비스로 북상했다.


*****


며칠 간의 행군을 거쳐 스칼라비스에 도착하자 일행은 스칼라비스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


다들 입을 다물며 스칼라비스의 풍경을 바라봤다.


그을음 가득한 벽들, 거리 구석에 쌓인 재와 먼지들.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들이 일행들을 맞이했다.


이곳이 예전 로마의 도시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도시였다는 흔적들이 일행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그 순간 대략 몇몇의 군인들이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일행들에게 다가왔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나는 이번에 수에비 놈들을 막기 위해 이곳에 파견된 고트 왕국의 리우비길드다. 켄소리우스는 어디에 있지?”


그 대답에 군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장교가 리우비길드에게 다가가 말했다.


“현재 코메스(사령관)께선 브라카라로 떠났습니다.”


“브라카라? 그곳은 수에비 놈들의 수도일 텐데? 사절로 간 건가?”


“예. 그렇습니다.”


장교의 대답을 들은 리우비길드는 퀸투스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알기로는 켄소리우스는 몇몇 장교들만 히스파니아로 갔다고 했는데, 올리시포에선 200명의 병사들을 이끌었다고 했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무래도 히스파니아에 오는 도중 병사들을 모집한 게 아닐까요?”


“확실히 그게 맞긴 한데. 이건 물어보면 되겠지.”


리우비길드는 장교에게 다가가 그 사실을 추궁했고, 장교는 식은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병사들은 코메스가 여기에 오기 전부터 마실리아(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에서 모집했습니다.”


“그래?”


“뭔가 문제가 있으십니까?”


리우비길드는 실소를 하며 대답했다.


“아에티우스가 정말로 병력을 안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하는 소리지. 결국 저 병사들은 한 마디로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민간인들이 아닌가?”


장교는 그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눈빛 안엔 버림받았다는 음울함이 가득했다.


“따로 훈련을 받거나 하는 거 없지?”


“그건 알려드릴 수가···.”


“자네 뒤에 서 있는 병사들만 봐도 딱 티가 나는데 뭘.”


“······.”


장교는 말없이 한숨을 토해냈다.


골머리를 앓은 리우비길드는 퀸투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거 힘든 전투가 되겠는 걸.”


“여기 오기 전에 다 예상한 일들 아니었습니까?”


“암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젠장.”


리우비길드는 거듭 한숨을 내쉬었다.


저 로마군이 적이었다면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좋아하겠지만 지금은 저 로마군이 아군이었다.


자고로 전투에서 적을 상대하기보다는 아군의 트롤을 감시해야 하는 법.


1승만 하는 아군들 때문에 영원히 고통 받는 한니발이 되지 않으려면 더더욱 트롤을 감시해야 했다.


리우비길드가 보기엔 저 로마군은 트롤 그 자체였다.


아마 적의 기세에 사기를 잃어버리고, 우수수 도망칠 게 분명했다.


군사적 용어로 와해, 게임으로 치자면 모랄빵 사태다.


그리고 전투에서 사상자가 극대화되는 시점은 이 모랄빵이 일어날 때였다.


거기다 이 모랄빵은 멀쩡히 잘 싸우고 있는 부대에게 전염된다.


‘어어. 저 녀석들. 도망치고 있다.’


‘젠장. 그 부대를 상대하던 적들이 우리 쪽에 붙었어. 도와줘!’


‘우리도 살아야 하는 거 아냐!? 왜 저 녀석들 때문에 우리가 희생되어야 하는 거지?!’


사기란 기세다.


이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암만 오합지졸이라도 용기백배해지는 반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수년간의 실전 경험을 쌓은 정예 부대도 순식간에 와해되어버린다.


지금 자신이 이끌고 있는 저 500명의 병사들은 자기의 사병이나 마찬가지다.


저들을 잃는 건 자신의 힘이 깎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저 로마군이 와해되어 자신의 병력들에 영향을 미친다면···.


‘절대 그럴 수 없어. 이게 어떻게 만든 병력들인데!’


리우비길드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서고트 왕국에선 전사들을 얼마나 보유하는지에 따라 권력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알라리크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지금까지 자신의 군대를 키워냈다.


이번 전투에서 절대 소모되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들이다.


리우비길드는 활활 타오르는 눈길로 퀸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투를 치를 때, 저 로마군은 없다고 생각해야겠어.”


“그 정도입니까?”


“민간인들을 데려다가 옷과 무기를 쥐어 준 것에 불과해. 전장의 그 긴장감과 살기를 맛보면 분명 혼이 달아나겠지. 내 장담하는데, 그곳에서 도망치지 않고, 버티는 녀석은 몇 명에 불과할 걸?”


리우비길드는 앞의 장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말 틀리나?”


장교는 그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리우비길드에게 팩트로 두들겨 맞은 것이 상당한 굴욕감을 안겨주었는지 장교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주먹을 부르르 떨고, 이를 갈아댔다.


“켄소리우스 그 친구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겠군.”


“그게 무엇입니까?”


“위협.”


그 대답에 퀸투스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리우비길드를 바라봤다.


*****


히스파니아 갈레이키아 속주 브라카라 아우구스타(현재 포르투갈 브라가).


원래부터 이곳은 갈레이키아 속주를 다스리는 주도였던 만큼 수에비족이 수도로 삼기 딱 알맞은 곳이었다.


귀족들이 살던 빌라와 중산층이 살던 도무스는 수에비족 전사 및 가족들의 집이 됐고, 총독이 머무르던 총독궁은 그대로 왕궁이 됐다.


로마가 지었던 건물은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바뀐 건 사람과 국적뿐.


로마의 문화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 소수의 일원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에티우스의 명을 받고, 이곳 히스파니아로 파견된 켄소리우스였다.


그는 시내를 둘러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 건물들은 다 로마가 지었건만 여길 이용하는 건 저 약탈밖에 모르는 야만인들이구나.’


마음 같아서는 여기에 기생 중인 야만 부족들을 다 쫓아내 버리고 싶은데, 켄소리우스에겐 그럴 힘이 없었다.


현실의 암울함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켄소리우스는 수에비족 전사들의 호위 아래 왕궁 안으로 들어섰다.


왕궁을 지키는 수에비족 전사들의 위협적인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알현실에 들어선 켄소리우스와 그의 일행들.


옥좌에는 인상이 사나워 보이는 중년 남성이 보였다.


“로마에서 왔는가?”


“그렇습니다.”


“황제가 보내서 왔는가?”


그 물음에 켄소리우스는 순간 망설이다 곧 대답을 내놓았다.


“예. 그렇습니다.”


사실은 아에티우스가 보내서 왔지만 켄소리우스는 황제가 보내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런가? 흠. 황제가 보내서 왔다라···. 이제 막 12살을 넘은 그 꼬맹이가 직접 자네를 보냈다고? 날 너무 머저리 취급하는 건 아닌가?”


그 말에 켄소리우스는 얼굴을 굳혔다.


“바른 대로 말해라. 누구의 지시를 듣고, 여기에 온 거지?”


“······.”


“말하지 않으면 너희들을 전부 참수하고, 모든 전사들을 루시타니아로 내려보내겠다.”


수에비 왕국의 대왕 헤르메리크는 그렇게 말하며 켄소리우스를 노려봤다.


‘젠장. 안 통하는군. 그럼···.’


“황제를 보좌하는 모든 사람들의 총의로 여기에 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총의? 결국 황제를 뒤에서 조종하는 자들이 보냈다는 소리군.”


“그렇게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하. 좋아.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거지?”


“로마인을 해치거나 노예로 삼는 걸 금지하고, 로마인의 재산을 약탈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흐음···.”


헤르메리크는 손으로 자신의 턱수염을 빙빙 꼬면서 생각하다 곧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싫다면? 어떻게 할 거지?”


켄소리우스는 그 물음에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골랐다.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로마와 전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로마와 전쟁? 이거 참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소리구나. 옛 로마였다면 말이지.”


“······.”


헤르메리크는 옥좌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마치 연극하는 배우처럼 천천히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네놈들에게 진정 힘이 있다면 우릴 진작 라인강 너머로 쫓아 보냈겠지. 그런데도 너희들은 우리가 이곳 갈레이키아 속주에 자리를 잡는 걸 지켜만 보고 있었어.”


헤르메리크는 켄소리우스 바로 앞에 서서 이죽거렸다.


“너희들에게 진정 그럴 힘이 있다면 이렇게 사절이 아니라 직접 군대를 이끌고 여기에 왔겠지. 내 말 틀린가?”


“로마는 전쟁하기 앞서 먼저 상대방의 뜻부터 물어봅니다. 한니발이 사군툼을 향해 검을 빼기 이전에 로마는 한니발에게 사군툼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한니발이 그 경고를 무시하고, 사군툼을 함락시키니 로마는 카르타고에 퀸투스 파비우스를 보내 전쟁을 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으음···.”


“우리에게 힘이 있을지 없을지는 직접 맞붙어봐야 알 것입니다. 우리 로마인들은 한니발에게 매번 패배했지만 결국엔 그를 패망시키고, 수십 년 뒤엔 카르타고를 지웠습니다. 대왕께선 그런 전쟁을 원하십니까?”


“네놈들에겐 적이 많다. 우리를 신경 쓸 여력이 있을까?”


“절 보내신 분들의 총의를 얕보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여러 적들이 우리의 몸 여기저기를 찌른다 하더라도 하나만큼은 확실히 멸하고도 남습니다.”


‘다구리를 맞더라도 난 한 놈만 패!’ 라는 동귀어진 수법은 기세등등했던 헤르메리크의 기세를 한번에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속지 마십시오! 아버지!”


어느 한 청년이 알현실 안으로 들어가 헤르메리크에게 소리쳤다.


“무슨 소리지? 레칠라?”


‘레칠라’ 라고 불리는 청년이 헤르메리크 곁으로 다가와 켄소리우스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저놈은 그저 로마의 이름을 들먹이며 우리를 겁박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망을 앞둔 사자라도 한 놈만큼은 보낼 힘이 있다는 걸 알려드렸을 뿐입니다.”


“그 힘이 진정 우리 수에비 왕국에게 향할까? 그럴 힘이 있다면 우리 수에비가 아니라 반달 놈들부터 먼저 해결하겠지. 그놈이 아프리카를 집어삼켰으니까.”


“······.”


“저것 보십시오. 아버지. 저들은 반박할 수 없습니다.”


레칠라의 당당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헤르메리크는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갈리아를 지키는 아에티우스는 만만치 않는 상대다.”


“그놈이 여기까지 오려면 고트놈들의 영역을 지나쳐야 합니다. 고트놈들이 아에티우스를 반기겠습니까? 아버지.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행동을 하면 됩니다!”


“흐음···. 그래. 결정했다.”


헤르메리크는 켄소리우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옛 로마의 파비우스가 카르타고인들에게 이렇게 외쳤다지. ‘나는 여기서 네놈들에게 평화와 전쟁을 제시하겠다. 둘 중 하나를 골라라.’ 나는 그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겠다. 난 전쟁을 고르겠다.”


켄소리우스는 이를 갈며 말했다.


“후회하실 것입니다! 로마를 적으로 둔 이들은 모조리 파멸했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사절로 왔으니 죽이지 않겠다. 그것이 너희들에게 베풀어 줄 마지막 자비다. 뭣들 하는가? 저 놈들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그 순간 왕궁을 지키는 전사들이 켄소리우스와 일행들을 붙잡은 뒤 왕국 밖으로 쫓아냈다.


켄소리우스와 그 일행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헤르메리크는 레칠라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너에게 전사 1000여 명을 주겠다. 어디 한번 네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봐라.”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레칠라는 루시타니아 원정단의 대장으로 임명됐다.


*****


켄소리우스와 그 일행들은 며칠 만에 자신들의 본거지(?)인 스칼라비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암울한 눈빛으로 스칼라비스 전경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젠장. 어쩌지? 마기스테르께선 정녕 이곳을 포기할 참인가?”


“마기스테르께서 라에티카, 노리쿰의 사태를 진압하셨다면 이런 굴욕은 없었을 것입니다.”


켄소리우스는 한숨을 내쉬며 스칼라비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을음 가득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그는 수심에 잠긴다.


‘이젠 어쩌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절망감이 온 몸을 집어삼켰다.


아에티우스가 준 돈으로 마실리아에서 200명의 사람들을 모집했지만.


그들은 애초부터 전장의 향기조차 맡지 못한 오합지졸들.


전투가 벌어지면 자신부터 살겠다고 우르르 도망칠 게 분명했다.


켄소리우스는 주먹을 움켜쥐며 이 절망감과 분함을 곱씹었다.


‘젠장. 내가 왜 이런 꼴을···.’


바로 그 순간.


-와아아아아!-


저쪽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켄소리우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옆의 사람에게 물었다.


“뭐지? 자네도 들었나? 저 함성 소리.”


“예. 저도 똑똑히 들었습니다.”


“젠장.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건지···.”


켄소리우스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나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생소한 장면을 목도하며 속으로 소리쳤다.


‘이게 뭐야?!’


마실리아에서 모집한 잡병들이 누군가의 지시 아래 대형을 유지한 채 걸어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원래 역사에선 헤르메리크는 아에티우스의 위협에 쫄아 그들의 행동을 그만뒀다고 합니다.


이건 작중 시기와 원역사 사이의 차이점 때문에 그런데.


작중 시기는 아에티우스가 한창 곤란에 빠지던 때였고.


원역사에선 아에티우스가 로마 제국의 일인자로 등극했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헤르메리크의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원역사에서 일인자로 등극한 아에티우스는 히스파니아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못했고, 그걸 알아챈 헤르메리크는 ‘괜히 쫄았네.’ 라면서 다시 한번 약탈을 재개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댓글과 추천은 이 부족한 작가에게 큰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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