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감각으로 멸망하는 로마를 되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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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작품등록일 :
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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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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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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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편. 내 눈엔 공적 덩어리로 보이는데?

DUMMY

메로베우스는 의아한 얼굴로 루키우스에게 묻는다.


“그러니까 우리 프랑크 부족에서 맥주를 따로 만드냐고?”


“그래. 형님이 들은 게 맞아.”


어느새 형 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 두 사람.


‘나 같은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다니. 이 녀석도 참 특이해.’


본래 로마 제국의 고위 귀족이라 하면 권위와 오만을 토가를 입은 것처럼 둘둘 만 놈이 대다수였다.


메로베우스도 고위 귀족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프랑크족 용병대의 대장이라고? 냄새가 나서 그러는데 좀 떨어져 주겠나?’


‘딱 봐도 덜떨어진 게 눈에 보이는군. 자네 글을 읽을 줄 아나?’


‘모습이 거지꼴이나 다름없군. 저기 공중 목욕탕이 있으니 한번 씻는 게 어떤가?’


기억을 떠올릴수록 절로 열이 받는다.


또 이걸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더더욱 열이 받는다.


자신이 봐도 로마인이 이룩한 문명이 훨씬 더 월등해 보였기 때문이다.


로마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메로베우스는 한숨을 내쉬며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자신이 문명과 동떨어진 야만인에 불과하다는 걸.


로마인들은 그저 자신의 힘을 탐낼 뿐 결코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그런데 그의 눈앞에 처음으로 자신을 온전히 봐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것도 자신의 실력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레가투스가 말이지.’


보면 볼수록 루키우스란 사내는 자신이 봐왔던 로마인과 다른 구석이 많았다.


어느새 자신들의 축제에 끼어들어 맥주를 마실 때, 프랑크족 용병들도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로마인은 보통 포도주를 마시지 않냐?’


‘맥주를 마시는 로마인은 처음이네.’


복장이 달랐다면 저놈도 프랑크족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착각할 만큼.


루키우스는 스스럼없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어느새 형 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됐고, 지금 루키우스는 자신에게 맥주를 같이 만들어 팔아보자고 제안을 던졌다.


“맥주야 별 거 있나? 보리와 물을 섞어 대충 발효시키면 그게 맥주잖아.”


“흐음···.”


루키우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을 내비친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맥주 이야기를 꺼내는 거야?”


“우리 부대가 이 도시에서 자급자족하는 건 알지?”


“내가 듣기론 이 도시에서 물자를 징발하는 권한을 가진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거야 긴급할 때 써먹는 권한이지. 무턱대고 막 쓰면 이 도시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보겠어?”


“너도 참 어렵게 간다.”


메로베우스의 대답에 루키우스는 피식 웃음을 짓는다.


“지름길로 위장된 낭떠러지로 가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야.”


“지름길로 위장된 낭떠러지?”


“그래. 우리가 도시 시민들에게 무작정 물자를 징발하면 어떻게 되겠어? 지금이야 우리가 무서우니까 순순히 따르겠지만 정말 위급한 시기에 그들이 과연 우리를 도울까?”


“흐음···.”


“공포라는 건 적절할 때에 써야지. 무작정 써먹으면 사람들에게 ‘시발. 좆같네. 오냐. 나 죽고 너 죽자!’ 는 식으로 달려들 수 있어.”


메로베우스는 새로운 걸 알았다는 얼굴을 내비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확실히 그런 감이 없지 않지.’


메로베우스도 겪은 게 있다 보니까 루키우스의 말에 동감했다.


“그래서 우리랑 같이 맥주를 만들어 도시에 팔아치우자고?”


“포도는 남쪽에서 자라니까. 더불어 요즘은 잘 자라지도 않아”


“잘 자라지 않는다? 무슨 소리야?”


“매년마다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있어. 풍요로운 땅이라는 것도 옛말이지.”


“암만 그래도 이 춥고 황량한 땅보다 나을 것 같은데?”


메로베우스의 말에 루키우스는 우습다는 얼굴을 내비친다.


“사람들은 모르고 있어. 이 땅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말이야. 저 라인 강 너머의 게르마니아가 얼마나 비옥한 땅인지.”


“너 정신이 나갔냐? 저곳이 무슨 비옥한 땅이야?! 진짜로 비옥했다면 우리가 왜 여기로 넘어오겠냐? 아니 우리 뿐만 아니라 여러 게르만인들이 여기로 왜 넘어오겠냐고.”


메로베우스의 외침에 루키우스는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럼 내기할까?”


“내기?”


“그래. 차후에 저 땅이 옥토가 될지 말지를 결정하는 내기.”


“크크. 내기라···.”


“다만 시간이 걸려. 그건 알고 있으라고.”


“네가 지면 어떻게 할래?”


그 물음에 루키우스는 검지로 자신의 목을 가리키며 말한다.


“도끼로 이 목을 내려쳐.”


“목숨을 거시겠다? 그만큼 확신하는 거야?”


“그래. 만약 형님이 진다면···.”


“당연히 내 목을 걸도록 하지.”


“무슨 소리야? 형님은 평생 이 동생을 뒷바라지해줘야지.”


루키우스의 대답에 메로베우스는 피식 웃음을 짓는다.


“그래. 그래. 내가 지면 네 노예가 되어 평생 뒤를 받쳐 줄게.”


“좋아. 형님의 입으로 직접 말했다.”


“믿지 못하면 계약서라도 쓸까?”


“아니 됐어. 형님 같은 사람은 자기가 내뱉을 말을 죽어도 따른다는 건 잘 알고 있거든.”


루키우스의 말에 메로베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내기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 그러니까 우선은.”


“우선은?”


“맥주부터 맛있게 만들어 팔아먹자고!”


“흐하하하. 좋아! 좋아!”


둘은 어느새 형제처럼 의기투합했다.


*****


이 당시 맥주 제조법은 그저 맥아와 물을 뒤섞어 발효한 것에 가까웠다.


즉 한 마디로 맥주의 영원한 친구 홉이 쓰이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맥주에서 홉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맥주가 썩지 않게 해주고, 우리가 아는 맥주의 향을 부여하고.’


근세 독일에서 맥주 순수령을 발표할 때, 괜히 깨끗한 물, 맥아, 홉 이 세 가지만 다루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루키우스는 호위병을 대동한 채 도시 주변에 있는 야생 식물들을 뒤지며 홉 암꽃를 찾아냈다.


“아니 왜 갑자기 맥주를 만든다고 난리입니까?”


“포도주가 없는데, 맥주라도 마셔야지.”


“아니 그 덜떨어진 놈들이나 입에 대는 걸 도대체 왜···.”


“닥치고 열매나 따.”


그 말에 메투스는 투덜거리며 홉 암꽃를 수확한다.


얼마 뒤에 바구니에 홉 암꽃을 가득 채우자 루키우스는 도시로 복귀했고, 곧바로 메로베우스를 찾았다.


“바구니에 든 건 뭐야?”


“맥주의 맛을 확 끌어올리는 천상의 꽃.”


“흐음···. 좀 의심스러운데.”


“보고 있으라고. 그래서 맥주를 발효하는 곳은 어디야?”


“너도 참 식성이 특이하다.”


“아. 그러니까 어디냐고.”


루키우스의 재촉에 메로베우스는 한숨을 내쉬며 맥주 제조소로 루키우스를 안내했다.


서늘한 방안, 나무통 여러 개가 나열된 게 눈에 보인다.


“저기에 맥주를 담은 거야?”


“그래. 시민들에게 보리를 좀 얻어오고, 물을 뿌려 싹을 튀운 다음 저 나무통 안에 물과 함께 집어넣지.”


“다른 건 안 넣고?”


“그 부분은 취향에 따라 달라. 꿀을 넣는 놈도 있고, 고기를 넣는 놈도 있고, 하여튼 많아.”


“고기는 좀 그렇잖아.”


“사람 입맛이 다 다른데 뭐 어쩌겠어? 어차피 너도 이 홉이라는 열매를 집어넣으려고 하잖아.”


“흐흐. 그렇지. 그래서 어느 통에 집어넣으면 될까?”


그 물음에 메로베우스는 루키우스에게 한 나무통 앞에 안내했다.


“저기에 집어넣도록 해.”


“좋아.”


루키우스는 나무통 안에 홉을 몇 개 집어넣었다.


“저 열매가 얼마나 맥주의 맛을 확 끌어당길지 지켜보자고.”


며칠이 지나 맥주가 완성되자 두 사람은 새로 만든 맥주를 시음하는데.


“흠. 생각했던 맛이 안 나는 걸.”


“오. 이거 맛있는데? 아까의 맥주보다 훨씬 낫다.”


메로베우스는 맥주의 맛에 감탄한 반면 루키우스는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내보인다.


“아무래도 홉의 양을 한번 조절해서 맛을 끌어당겨야 할 것 같아.”


“야. 이 정도만 해도 이 도시 사람들이 엄청 좋아할 걸?”


“내 혀는 부족하다고 소리치고 있어.”


“아니 무슨 맥주 제조에 목숨이라도 걸었냐?”


메로베우스는 맥주의 맛에 목숨을 거는 루키우스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하여튼 신나는 맥주 제조는 계속 되었고, 시간이 지나자.


“캬! 이번 맥주는 맛있네.”


“저 로마군 레가투스도 참 특이해. 보통 로마인은 맥주를 입에 대지도 않잖아.”


“우리야 좋지. 흐흐흐. 저 사람 덕분에 맛있는 맥주를 접하고.”


프랑크족 용병대는 한결 나아진 맥주의 맛에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발레리아 빅트리스의 병사들도 호기심에 맥주를 맛보게 되는데.


“어? 이게 뭐야?”


“포도주와는 좀 색다른 맛인데?”


병사들도 하나 둘 새로운 맥주에 만족스러움을 느낀다.


그걸 본 자경단 병사들도 호기심에 그 맥주를 마셨고.


“우와. 저번에 맛봤던 맥주보다 훨씬 맛있는데?”


“캬. 좋다. 안주랑 먹으니까 맛이 더 좋은데!”


시민들도 자경단 병사들이 맥주에 손을 대는 걸 보고, 호기심을 느껴.


“저 용병대만 마시던 걸 왜 로마군과 자경단이 마시는 거지?”


“궁금한데, 한번 마셔볼까?”


“어라? 꽤 맛있는데?”


그런 식으로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의 전체 구역으로 새로 만든 맥주가 퍼져나갔다.


난데없이 돈을 벌게 된 메로베우스는 루키우스를 찾아가.


“그냥 용병대 때려치우고, 여기서 술집이나 열까?”


“그렇게 벌이가 좋아?”


“말도 마라. 네가 오기 전에 우리 말고는 입도 대지 않았던 맥주를 사람들이 저렇게 마셔대다니.”


메로베우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내가 말했지. 이 맥주는 통한다고.”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맥주나 같이 마시자고.”


“명색이 레가투스인데, 포도주를 마셔야 하는 거 아냐?”


“포도주도 매번 마시면 질려. 특히 연당 섞인 포도주는 진짜···.”


루키우스는 질색이라는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저 녀석, 로마인이 아니라 게르만인으로 태어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메로베우스는 루키우스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평화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


아우구스타 트레베레룸 동쪽 보르마티아(현대 독일 서부 보름스).


이곳은 현재 부르군트 왕국의 수도인 곳이다.


로마와 달리 이곳 일대는 온통 목재로 지어진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현대 독일과 달리 이곳은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 그렇다.


개발되지 않았다는 소리는 숲이 많다는 것이고, 숲이 많다는 건 게르만인들에게 있어 나무만큼 값싸고, 편리한 건축 재료가 없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게르만인들이 나무로 건물을 짓는 건 무척 당연한 일이었고, 로마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야만의 상징이라고 흉을 보곤 했다.


하여튼 그런 목재 건물들 중에서 가장 큰 건물 안엔 한 사람이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빌어먹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아에티우스 그놈이 훈족 용병들로 하여금 우릴 말려 죽일 것입니다.”


“폐하. 이 정도면 참을 대로 참았습니다.”


전사들로 보이는 자들이 의자에 앉아있는 왕에게 간청한다.


하지만 왕은 이를 갈 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지도자이니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누구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그때, 한 전사가 급한 발걸음으로 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왕은 그 전사를 보자마자 굳게 닫혔던 입을 연다.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의 상황은 어떻지?”


“헉헉···. 최근 로마군 한 개 군단이 배치됐습니다.”


“한 개 군단? 그러니까 그쪽에 리미네타이(국경 수비대)가 배치되었다는 소리인가?”


그 물음에 그 전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다.


“절대 아닙니다. 폐하. 그쪽에 배치된 군단은 잡스러운 리미네타이가 아니라 그 무엇보다 무장이 충실한 정예 병력입니다!”


“정예 병력? 그러니까 아에티우스가 그쪽에 정예 병력을 배치했다고?”


“예. 그쪽을 오고가는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그쪽 군단의 이름은 ‘발레리아 빅트리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 밖에 알아낸 건?”


전사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자신의 왕에게 이어서 설명한다.


“일단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도시에 배치된 자경단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병사들마다 투구와 갑옷을 갖췄고, 또 기병도 있는 모양입니다.”


“기병? 기병이라고 했나?!”


왕은 그 소식에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 시대에서 기병은 양성하기 어려운 병종이었다.


그 강대하고 부유하기 그지없는 로마 제국조차 기병을 양성하기 힘들어 다른 민족이 가지고 있는 기병을 포에데라티(프랑스 외인 부대와 비슷하다.)로 고용하고 있다.


한 마디로 로마군의 군단에 기병이 속해있다는 소리는 그 군단이 아주 강력한 정예 부대란 소리였다.


부르군트 왕국의 왕 ‘군다하르’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에티우스가 그런 부대를 그쪽에 배치했다는 소리는 우릴 대놓고 조지겠다는 소리군.”


“폐하. 저쪽에 전력이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먼저 쳐야 합니다.”


“이대로 있다간 우리 왕국은 훈족에게 압살당할 것입니다! 어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사실 부르군트 왕국이 로마 내부로 들어가고자 하는 이유는 다른 게르만 부족들처럼 이곳 땅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왕국 동부에서 훈족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군다하르는 가장 먼저 훈족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아에티우스에게 사절을 보냈다.


‘저기. 훈족이 너무 무서워서 그러는데. 저쪽 보고 보르마티아에 오지 말라고 하면 안 될까?’


아에티우스는 그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걔네 말린다고 해서 말려지는 놈들이 아냐. 오히려 내가 그쪽에 사절을 보내면 ‘로마인이 말대꾸?!’ 라며 우릴 조져버릴 걸?’


‘그럼 우리도 로마 내부로 들어가면 안 됨? 훈족이 너무 무서워서 그래!’


‘그냥 거기서 살지? 안 그래도 고트족, 반달족, 수에비족, 그외 여러 부족들이 제국 내부로 들어와 깽판을 치는데, 너까지 들어가면 로마가 위험해.’


‘시발! 그럼 나보고 여기서 뒤지란 소리야?!’


‘우리가 너 챙겨 줄 만큼 한가로운 줄 아냐? 썩 안 꺼져?!’


‘님! 님! 내가 좀 말을 잘못 했음. 그럼 어떻게 하면 로마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음?’


‘그럼 여기에 사인해.’


‘사인하라고? 내용이 어디···. 시발! 이건 우리 보고 노예가 되라는 소리잖아!’


‘그럼 너희들이 요구하는 건 뭔데?’


‘우리는 말이지···.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뭐야? 이건 이게 지금 주인 보고 방을 빼라는 거냐? 어?! 이게 지금 상전 행세를 하네?’


‘아니 안 쓰는 땅도 많으면서! 그거 하나 못 주냐?!’


‘좆이나 까잡숴. 그 땅을 어떻게 넓혔는데, 너네 같은 거렁뱅이들에게 그냥 주냐? 저리 안 꺼져?’


‘시발! 거렁뱅이?! 거렁뱅이라고 했겠다! 어디 두고 봐! 너네 좆될 거야! 좆될 거라고!’


‘어. 엿이나 쳐 잡숴.’


참으로 어지럽기 그지없는 과정이었다.


결국 협상은 파토나고 말았다.


그러나 부르군트 왕국은 협상이 파토났다고 물러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부르군트 왕국이 멸망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로마 내부에 정착하지 않으면 굶주려 죽든 훈족에게 압살당하든 둘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


그야말로 목이 잘릴래? 아니면 대갈통이 부숴질래? 같은 고르기 힘든 선택지.


그러니 군다하르는 ‘로마를 공격한다!’ 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전사들도 그걸 알기에 군다하르에게 결정을 재촉하는 것이고.


‘문제는 지금 당장 전 병력을 일으키기엔 준비가 부족하다는 거다.’


전사들 중에서 철제 갑옷을 갖춘 전사만 해도 10%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저 천 옷이나 가죽 갑옷만 입었을 뿐.


‘결국 병력으로 압살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인데.’


상대방이 오합지졸이라면 통할 지 모르는 전략이지만 문제는 그 상대방이 병력 숫자에 꿈쩍도 하지 않는 정예 병력이라면.


‘오히려 우리가 겁을 집어먹게 될 거다.’


군다하르는 이걸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을 거듭했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먼저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 주변을 싹 다 초토화한다. 그런 다음 그 도시에 배치된 적들을 우리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유인한다.”


군다하르의 대답에 신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하지만 군다하르는 알지 못했다.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에 있는 발레리아 빅트리스는 그런 방면에서 무척 경험이 많은 군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군다하르가 전사들을 이끌고, 보르마티아 밖으로 나갈 때.


망원경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사들이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에 복귀해 루키우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 병영 작전 회의실.


이곳 안엔 메로베우스와 레온하르트, 그외 여러 사람들이 루키우스가 펼친 지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허. 이렇게 정교한 지도라니.”


“이런 건 어디서 구한 거지?”


여러 사람들은 지도의 상세함에 감탄을 거듭했다.


루키우스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행히 적들은 한 덩어리로 뭉치며 이쪽으로 진군하지 않고, 병력을 쪼개 이 지역을 싹 약탈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레가투스께선 이걸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레온하르트의 물음에 루키우스는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한 덩어리로 뭉쳐진 적들은 무서우나 여러 개로 쪼개진 적들은.”


“한 마디로 각개격파를 하겠단 소리군!”


“그래. 우리에겐 기병대가 있으니까 그들로 하여금 약탈하는 적들을 쳐부술 생각이야. 그리고 형님네 부대는 우리 병사들이랑 합류해서 적은 숫자의 적들을 발견하면···.”


“족치란 이야기군! 알겠다!”


메로베우스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했고, 그걸 본 루키우스는 이번엔 메투스에게 시선을 던진다.


“메투스. 전령은 보냈지?”


“그거야 당연히 보냈습니다. 다만 마기스테르에게 대답을 들으려면 며칠 시간이 걸립니다. 루시타니아와 달리 이곳은 망원경 신호 체계를 만들지 않아서···.”


“그 부분이야 어쩔 수 없지. 마기스테르께서 빨리 도착하셔야 할 걸?”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도련님 아니 레가투스.”


“그거야 이 지도 위에 발견된 놈들을 싹 다 잡을 생각이니까.”


루키우스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지도를 바라봤다.


지도 위에 표시된 적의 말은 많았지만 루키우스 눈엔 이게 다 공적 덩어리로 보였다.


작가의말

이제 웨이브가 시작됐습니다. ㅎㅎㅎ


다음 편에 전투가 시작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은 복받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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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0

  • 작성자
    Lv.56 winteris
    작성일
    24.09.20 04:53
    No. 31

    나눠서 온다고? 감사합니다 하고 있는 주인공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9.20 07:00
    No. 32

    옙. ㅎ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dodoman
    작성일
    24.09.20 08:17
    No. 33

    추운 북쪽땅이 옥토가 되는 건 천년 후에나 가능한 거 아님? 지금은 갈리아조차도 개간도 개척도 안 된 야만의땅인데 더 북쪽 땅은 말할것도 없을것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9.20 08:27
    No. 34

    루키우스가 말한 건 추운 북쪽 땅이 비옥한 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 땅에 개척이 이뤄진 건 중세 시절부터였죠.

    삼포제가 퍼지면서 독일 너머의 가능성이 재확인되면서 개척이 이뤄졌죠.

    루키우스가 한 건 그 가능성을 일찍 발굴하려는 것 뿐입니다.

    일단 옥토가 될 가능성을 보여야 사람들이 이 땅을 개척할 마음을 품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울란바타르
    작성일
    24.09.20 08:45
    No. 35

    맥주 주조에 사용되는 홉은 열매가 아니라 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9.20 08:50
    No. 36

    아.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장 수정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명원절임
    작성일
    24.09.20 10:18
    No. 37

    첫빠따가 부르군트네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9.20 10:24
    No. 38

    예.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Gustav
    작성일
    24.09.20 10:31
    No. 39

    니벨룽의 반지가 불숭 가문의 시구르드 이야기인데 부르군트 왕가와 엮인 이야기라 부르군트가 없어지면 마치 식당으로 치면 국밥을 먹으러 국밥집을 갔는데 사실 국밥집은 망해버렸고 파스타 집이 되버렸던 것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9.20 10:33
    No. 40

    ㅎㅎ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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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편. 내 눈엔 공적 덩어리로 보이는데? NEW +40 14시간 전 1,230 88 18쪽
58 58편. 용병대에게 실력을 내보여 인정받다. +36 24.09.18 2,053 142 20쪽
57 57편. 코인의 왕 아에티우스. +48 24.09.17 2,330 120 20쪽
56 56편. 잠깐의 휴식, 드디어 마주 보다. +36 24.09.16 2,453 149 18쪽
55 55편. 본격적인 무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58 24.09.15 2,577 158 20쪽
54 54편. 루키우스가 베풀어 주는 은혜. +58 24.09.14 2,709 171 19쪽
53 53편. 약탈할 때 좋았지? 너희도 그대로 당해봐. +40 24.09.13 2,785 175 17쪽
52 52편. 약탈단 퇴치와 거대한 특권. +28 24.09.12 2,831 182 18쪽
51 51편. 약탈 부대를 싹 때려잡을 비법. +32 24.09.11 2,955 176 18쪽
50 50편. 루키우스, 세상으로 나아가다. +64 24.09.10 3,081 231 20쪽
49 49편. 왜 너네 부대만 사정이 좋음? +56 24.09.09 3,206 181 20쪽
48 48편. 그녀와 재회하다. +38 24.09.08 3,224 165 19쪽
47 47편.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한 줄기의 빛. +48 24.09.07 3,259 188 19쪽
46 46편. 입 벌려. 과학 혁명 들어간다. +48 24.09.06 3,316 167 21쪽
45 45편. 서기 435년, 루키우스의 나이 15세. +38 24.09.05 3,479 190 18쪽
44 44편. 그들의 꿈은 루키우스의 꿈이 되었다. +54 24.09.04 3,485 195 20쪽
43 43편. 드디어 용광로를 쓸 때가 왔다. +50 24.09.03 3,540 216 18쪽
42 42편. 콜로나투스가 불태워지는 걸 보고 싶나? +56 24.09.02 3,660 231 18쪽
41 41편. 당신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습니다. +76 24.09.01 3,773 255 19쪽
40 40편. 망원경 통신 체계와 추종자. +56 24.08.31 3,783 192 19쪽
39 39편. 보다 더 멀리 보다. +24 24.08.30 3,929 193 20쪽
38 38편. 환호와 유리, 그리고 보상. +34 24.08.29 4,138 191 18쪽
37 37편. 희망의 등불. +32 24.08.28 4,213 20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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