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새글

부용지
작품등록일 :
2024.07.25 14:3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25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166
추천수 :
26
글자수 :
341,228

작성
24.08.19 22:05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전세 사기 사건(8)

DUMMY

“뭐, 오토 형과 렉스 형은 교회를 다니지 않으셨다니 제가 얘기할게요.”


오토와 렉스는 놀라웠다.

유령 님께서 교회를 다녔다는 사실이.


“아, 참고로 저도 교회를 다닌 적은 없어요. 고등학교가 미션 스쿨이어서 수요일마다 목사님 설교를 들었어야 했거든요.”


그럼 그렇지.


“예수님께서 한 번은 사람들이 헌금함에 얼마를 넣는지 보셨대요.”

“... 엄청 부담스러웠겠네요?”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려고 그러신 건 아닌 것 같고··· 아무튼요. 부자들은 돈을 아주 많이 넣었답니다.”

“그렇겠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예수님이 쳐다보고 계신데··· 당연하지 않습니까?”


눈치 빠른 오토가 자꾸 헛소릴 해대는 렉스의 등짝을 짝 쳤다.


“아, 하하. 죄송합니다. 형님. 계속 말씀하십쇼.”

“아뇨, 뭐. 신선한 시각이네요. 그런데 한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을 넣었답니다.”


듣도보도 못했던 단위가 나오자 오토가 질문했다.


“두 렙돈이요?”

“음···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컵라면 하나 사먹을 정도 돈이라는데요.”


렉스가 피식거렸다.


“예수님이 보고 계신데 겨우 그 정도 돈을 넣다니. 깡도 좋은 아줌마였네요.”

“오히려 예수님은 흡족해하셨다고 해요.”


“왜요?”

“총량이 아니라 비율을 보신 거죠. 부자들이 낸 돈은 그들에게는 적은 돈이었으나, 가난한 과부가 낸 돈은 전재산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기특하냐, 하셨대요.”


“목사님은 왜 그런 소릴 하셨대요? 그러니까 너희도 전재산을 투척해라, 이런 의미인가?”

“렉스 형. 불경한 소리는 좀 그만 하시고요.”


렉스는 여전히 유령이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꺼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발도 손도 눈치도 빠른 오토는 유령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


“알겠습니다. 유령 님. 그러니까, 사람들을 빚쟁이로 만든 죄에 대한 값을 치르질 않았다는 얘기이시군요?”

“오토 형. 정답입니다.”


렉스는 팔에 돋은 소름을 싹싹 비볐다.


“와··· 그러니까, 조 회장 돈을 탈탈 턴 걸로도 모자라서 빚까지 지게 만드시겠다, 이거에요?”

“그래야 계산이 맞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근데··· 그렇게 의심 많은 사람을 어떻게 빚까지 지게 만들어요?”

“쉽게쉽게 가야죠, 뭐.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지만요. 실패해도 이젠 별로 상관 없어서요.”


유령은 손에 쥐고 있는 패를 남김없이 깔끔하게 써 보기로 했다.



***


“자, 잠깐만···! 최 부장! 나한테 이러기야!”

“뭐요. 씨발, 주인이 사료를 안 주면 충직한 개도 주인을 무는 법이라고요.”


버려진 부두, 아무도 오지 않는 창고.

슬레이트로 만들어진 벽과 지붕은 녹슬어 구멍이 뚫렸고 먼지 쌓인 창고 안은 피비린내 같은 쇳내로 가득했다.


조 회장은 두드려맞고 묶인 채 드럼통에 들어가 있다.


“뭔가··· 뭔가 계좌에 오류가 나서 그래. 돈 준다고! 우리 옛 정이라는 게 있는데 진짜 이러면 안 돼.”

“씨팔 그러니까 장기 싹 빼내서 통나무로 만들려던 거 많이 봐드렸잖아요. 아니 진작에 우리한테 착수금 주셨으면 이런 일 없죠. 후불 후불 그 지랄하다가 이 꼴 난거 아녜요.”


“내가··· 내가 진짜 미안해. 최 부장! 나 황금알 낳는 거위야. 이렇게 거위의 배를 가를 셈이야?”

“지랄하지 마시고요. 거위가 황금알 낳으면 뭐 합니까. 어따 꿍쳐놓고 내놓지를 않는데. 좆같아서라도 배때지 갈라 버려야죠. 아, 아니다. 그건 안 하기로 했지. 거위시니까, 어디 헤엄 한 번 잘 쳐 보세요. 깊은 바다에 빠뜨려 버릴라니까.”


최 부장의 부하가 시멘트 혼합물을 촤악 촤악 드럼통에 부었다.

약수터 파란 바가지로 조 회장 머리통 위로 대충대충.


“잠깐, 잠깐만! 제발 목숨만이라도 살려 줘! 내가, 내가 돈 마련 해볼게.”

“무슨 수로요.”


“대출! 대출받으면 될 것 아닌가! 나 그래도 아직 건설사 회장이야. 영혼까지 끌어당겨서 다 줄게!”

“쓰읍··· 얼마나 진심이신지 봅니다. 한 푼도 빠짐없이 다 내놓으세요.”


“알겠어. 고마워, 고마워 최 부장!”

“아··· 그런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그냥 그 돈 없었던 셈 치고 살래요. 조 회장님,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절대 안 잊으시는 분이잖아요? 씨발, 그러니까 진작 좀 주시지 그랬어요.”


“으아아아아아! 아니야. 아니야. 나 기억력 안 좋아. 어? 누구세요? 누구시지?”


조 회장이 목숨을 구걸하며 발악하는 모습에 최 부장의 부하들이 키득키득거렸다.


“웃지 마. 씹새들아.”


모두가 아가리를 묵념한 가운데 최 부장이 저벅저벅 조 회장에게 다가갔다.


“어이. 기억력 안 좋은 양반. 돈 싸그리 인출해서 이 차 트렁크에 실어 놓고 사라져 버려.”

“응··· 응. 진짜 목숨 살려줘서 고마워.”


최 부장은 조 회장의 뺨때기를 짜악 짜악 갈겼다.


“이 씨발람이 아직도 지가 회장인 줄 아네. 끝까지 반말하는 것 좀 봐. 손가락 몇 개 짤라 줄까?”

“죄송합니다. 최 부장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쫄지 마. 마음 아프게. 어차피 인생사 공수래 공수거 아니겠어? 바닥부터 올라오신 양반이니까, 다시 한 번 잘 해보셔. 전세 사기당한 피해자들한테도 직접은 아니지만 그렇게 말씀하셨잖아. 인생 끝난 것도 아닌데 존나게 징징거린다고.”


조 회장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최 부장은 피우던 담배를 조 회장의 얼굴에 팍 튕겼다.


“인생 끝난 것도 아닌데 존나게 징징거리네.”


그러고는 침을 탁 뱉고 먼저 자동차를 타고 사라져 버렸다.



조 회장은 낙원에 가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빚을 가득 안은 채 사회에 내던져지는 것이 더 지옥일 것이므로.


그리고 최 부장 또한 낙원에 취직하는 일 따윈 없을 것이었다.



***


“아니··· 렉스 형님. 대체 저한테 왜 그러십니까! 이러지 마십시오, 형님!”

“내가 너보다 어린데 왜 기분 나쁘게 형님이래? 말조심하자, 최 부장.”


“시키는 대로 다 했잖아요! 조 회장 관련된 정보도 다 드리고, 대출금도 싹 가져 왔는데 이러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야. 이게 바로 사기라는 거야.”


파악! 최 부장의 뺨에서 폭죽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렇게 최 부장은 정신을 잃었다.


···


최 부장이 정신을 차렸을 때, 목이 답답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 일어나셨네요.”


양아치는 검은 머리 가발을 벗고 다시 노란 머리로 돌아온 상태였다.


“아니, 이 바닥 오래 사셨다면서 그렇게 맷집이 약해서 어떡합니까.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고요.”


최 부장은 목에 걸린 개목줄 같은 것을 만지작거렸다.

전자시계 스트랩같은 재질인데··· 목젖 쪽에는 뭔가 묵직하고 두툼한 게 달려 있었다.


“이건··· 뭡니까?”

“안 그래도 설명해 주려던 참이었어요. 자, 거울 보세요.”


얼굴 한 쪽은 완전히 뭉개졌고 목에는 전자발찌같은 게 떡하니 달려 있었다.


“요거는 말이죠. 폭탄이에요, 폭탄.”

“...예?”


“귓구멍에 좆 박으셨어요?”


최 부장은 실제로 귀가 잘 들리지 않긴 했다.

렉스가 오른손 싸대기 왼손 싸대기를 치는 바람에 양쪽 고막이 너덜너덜했으니까.


“그래도 함께 작업한 정이 있으니까 친절히 설명해 드릴게. 이건 폭탄이고, 터지는 조건에는 네 가지가 있어요.”


첫째. 방전시키는 것. 충전 간격은 네 시간이니까 깊이 잠들지 마세요. 보조 배터리 이딴 거 안 되고 줄 짧은 전용 충전기만 쓰셔야 됩니다.


둘째. 위치를 벗어나는 것. 그때그때 위치는 바뀌지만 반경은 1킬로미터 정도로 매우 좁게 설정돼 있고 지역 이탈하면 경고같은 거 없이 팍 터지니까 조심하세요.


셋째. 장치를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것. 무슨 원리가 있다고 했는데, 까먹었어요. 그냥 제거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마세요.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 신지 말라는 말 아시죠? 괜히 억울한 일 만들지 말자고요.


넷째. 일하지 않는 것.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일하지 않는 것?”

“뭐, 알게 될 겁니다. 바깥으로 나오세요. 이미 금월 사람들은 다 일하고 있다고요.”



금월은 처음으로 사업 신고된 대로 일을 했다.

최 부장이 나가서 본 풍경은 아파트를 짓는 동료들의 모습이었다.


“이게··· 뭡니까?”

“씨팔, 궁금한 것도 많으셔. 몸으로 때우세요. 평생 해왔던 대로.”


짜악! 채찍이 최 부장의 등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


“안녕하십니까. 생방송 9시 뉴스. 유성현입니다. 오늘은 시청자 분들이 아주 관심 있어 하는 소식을 들고 왔는데요, ‘빌라왕 사건’. 기억하십니까? 정의철 전 의원이 피해액을 모두 환수했을 뿐 아니라 청년희망주택 건설까지 도맡아 하겠다는 소식입니다. 정의철 전 의원님 나와 주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하여! 정의철입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피해액을 환수하신 건가요?”

“진심은 통하는 법이랄까요. 사기 사건의 주범을 추적했고, 돈을 돌려 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설득··· 이요?”

“사람들 설득하는 게 정치인이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뭐랄까, 일종의 재능 기부랄까, 그런 걸 한 셈이죠. 구구절절 설명하면 지루하니까 청년희망주택 얘기로 넘어갈까요?”


“아, 예. 피해자들에게 피해 본 금액 이상을 돌려주셨을 뿐 아니라, 환수금 중 남는 돈은 피해자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쓰신다고요.”

“이게 다 결국 질 좋은 주택이 없기 때문에 생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전세 사기는 대부분 빌라를 매개로 일어나거든요. 매물도 각양각색이고 그래서 평가액을 조작하는 일이 가능해서죠. 그러니까 이번 사태는 시민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보급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생긴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까.”

“아 그럼요. 하지만 문제가 있는데, 저렴하게 양질의 주택을 보급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정의철 전 의원님께서는 해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셨습니까?”

“주식회사 금월··· 아차, 법인명을 언급해도 되나요? 에이, 뭐. 아무튼 금월에서 갖고 있던 부지를 기부했을 뿐 아니라 노동력도 공짜로 제공해 주기로 했습니다.”


“와···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그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말은 쉽지만 설득하기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참, 곧 총선이 다가오는데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니까······.”



***


공원에서 노숙하는 꼬질꼬질한 중년 남성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


“조갑철?”

“...누구세요?”


남자는 엉덩이 쪽에 깁스를 하고 있었고 강아지처럼 순해 보이는 인상.

하지만 화가 나면 늑대로 돌변할 것 같은 건장한 체구를 지녔다.


“정보 팀에서 그러더라···. 우리 형한테 사기친 ‘마음씨 좋은 집주인’이 바로 너였다고.”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기억을 못 하겠지. 너한테는 우리 형이 수많은 먹잇감 중 하나였을 뿐일 테니까. 하지만 나한테는 하나 뿐인 우리 형이었어.”


남자는 노숙자의 손을 거칠게 잡아채 무슨 기계에 지문을 갖다 댔다.


“왜 이러세요!”

“하하하하하··· 맞네. 조갑철.”


“아닙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듯 한데···.”

“전형적인 거짓말쟁이의 눈빛이네. 씨발··· 내가 조금만 더 나이를 먹었더라면. 형이 계약서를 쓸 때 내가 따라갔었다면···.”


남자는 눈을 부릅뜬 채 눈물을 줄줄줄줄 흘렸다.


“차에 타라. 조갑철.”

“아아아아아아악! 사람 살려요! 여기 ··· 읍읍!”


스타렉스에서 덩치 큰 빡빡이가 냅다 뛰어나와서는 조갑철을 차 안으로 던져 넣었다.

차 안에는 양아치같이 생긴 놈이 하나 타고 있었는데, 재빠르게 조갑철을 결박해 머리에 두건을 씌웠다.


우는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너는 내가 산 채로 1000 조각으로 찢어줄게. 맨손으로. 하하하하···.”


어둠 속에서 손이 스윽 나와 우는 남자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로 제목 변경 예정입니다. 24.08.07 32 0 -
64 해외 출국 NEW 12시간 전 3 0 16쪽
63 매국노(2) 24.09.15 4 0 14쪽
62 휴가 계획 24.09.15 4 0 15쪽
61 휴식 24.09.14 8 1 17쪽
60 사이비 종교(7) 24.09.13 8 0 16쪽
59 사이비 종교(6) 24.09.12 9 0 14쪽
58 사이비 종교(5) 24.09.11 8 1 14쪽
57 사이비 종교(4) 24.09.10 10 0 14쪽
56 사이비 종교(3) 24.09.09 10 0 14쪽
55 사이비 종교(2) 24.09.08 11 0 12쪽
54 사이비 종교(1) 24.09.07 9 0 13쪽
53 특별 훈련 24.09.06 11 0 13쪽
52 대통령의 의뢰 24.09.05 10 1 12쪽
51 필요악 24.09.04 11 0 13쪽
50 대통령의 진노 24.09.03 11 0 12쪽
49 호들갑 24.09.02 12 0 12쪽
48 사형수(7) 24.09.01 11 0 13쪽
47 사형수(6) 24.08.31 10 0 11쪽
46 사형수(5) 24.08.30 10 0 11쪽
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9 0 11쪽
43 사형수(2) 24.08.27 12 1 11쪽
42 사형수(1) 24.08.26 11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3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39 층간소음 보복 임무(3) 24.08.23 15 0 13쪽
38 층간소음 보복 임무(2) 24.08.22 15 1 10쪽
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8 0 11쪽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