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좌 온라인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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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6:2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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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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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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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5회차

DUMMY

아빠가 음주 운전을 했다.


아빠는 축구를 좋아해서 주말만 되면 아침마다 조기 축구를 나갔다.

민우주도 초등학생 때는 아빠 손에 이끌려 참 많이 끌려갔었다. 중학생이 된 후에는 게임에 빠져 점차 멀어졌지만.


그날도 밤새도록 게임을 하다, 새벽부터 조기 축구를 나가는 아빠를 배웅하고 잠이 들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형! 우주 형!”


멍한 정신으로 고개를 든 민우주는 자신을 깨운 얼굴을 확인하고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5분만···”

“아, 형! 오늘 분기라고 깨워달라며?”


‘분기’라는 말에 벌떡 일어났다.

오늘은 일찍 접속해야 해서 야간 알바를 하는 룸메이트한테 깨워달라고 부탁했었지?


“그럼 난 자러 간다.”

“어, 고마워.”


가볍게 세수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가상방.

가상 현실이 대중화되면서 컴퓨터를 할 수 있는 PC방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가상방이 대체했다.


딸랑.

“좋은 아침입니다, 사장님.”

“어서 와. 라면 때리려는데 너도?”

“제가 준비할게요.”


민우주는 능숙하게 휴게실 겸 부엌으로 들어가 라면을 끓였다.

민우주는 룸메이트랑 같이 이 가상방에서 알바를 한다.

사장님이 오전, 민우주가 오후, 룸메이트는 야간. 이렇게 3교대로.


“후루룩! 오늘 분기라며? 할 수 있겠냐?”

“자신은 있어요. 변수가 없다면 가능해요.”

“랭커인 네가 그렇게 말하면 그렇겠지.”


성좌 온라인 회귀.

멸망하는 행성에서 생존해 업적을 얻고, 업적으로 쌓은 신성으로 신화를 대표하는 주신이 돼라!


주신에 오른 플레이어는 매일 한화로 1억을 받는다.

다만 중간에 주신의 자리를 빼앗기면 상금은 그날로 끝.

반대로 1년 동안 자리를 지키면 365억.

2년을 버티면 700억.

이론상으로 10년을 버틴다고 하면 3,650억이다.

10, 20억을 상금으로 거는 가상 현실은 흔했지만, 매일 1억씩. 그것도 한도가 없는 상금은 처음이었다.


성좌 온라인은 출시와 동시에 화제성이 폭발했고, 당연히 사람이 몰렸다.

다만 상금에서 느껴지듯이 신화의 주신. 그전에 멸망한 행성에서 살아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출시된 지 4년이 되어가는 지금.

상금을 받는 사람은 1회차의 주신 한 명뿐.

아직 다른 회차에서는 주신이 나오지 않았다.


민우주 또한 성좌 온라인의 상금을 노리는 25회차 플레이어다.


양치하고 일렬로 나열된 엘리베이터 크기의 접속 기기에 들어가는데, 계산대에 앉은 사장님이 응원을 보냈다.


“성공하면 늦게 나와도 된다.”


사장님이 오전, 민우주가 오후.

성공하면 교대 시간을 늦춰준다는 말이다.


“실패하면요?”

“2시간 일찍 교대해.”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의욕이 샘 솟네!


     *     *


쿵.

2시간에 달하는 전투 끝에 왕을 쓰러트렸다.


[악어 대륙의 원시 왕 ‘세베크’를 쓰러트렸습니다.]

악어 대륙이 분기점에 도달합니다.


[악어 대륙 세력도]

인간 세력  41%

+급진 부족  40%

+온건 부족  1%

원시 세력  39%

기타 세력  20%


[분기 계산 중···]

인간 세력 > 원시 세력(O)

단일 부족 > 원시 세력(O)

원시 왕 처치(O)


[축하합니다! 악어 대륙이 희망 분기 ‘인간의 땅’에 진입합니다!]

악어 대륙에서 인간 세력이 폭발적으로 활동합니다.

악어 대륙에서 활동하는 원시 종족의 레벨이 절반으로 하락하며, 육식종이 나타날 확률이 낮아집니다.


[업적 희망 분기]

조건 : 멸망을 이겨낼 빛을 발견했다.

업적 가치 : 50


[후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광기, 지식, 마법 : 25만(희망)

장난, 거짓말, 계략 : 25만(희망)

지혜, 전쟁, 문명 : 25만(희망)

    :


눈앞에 나열되는 글자를 보고 민우주는 왼손에 든 창을 강하게 쥐었다.


“헉, 헉··· 해냈다!”


지구에 이어 원시 행성에서도 멸망을 견뎌냈다.

지금 25회차에서 세 번째 멸망을 견뎌내고, 심지어 희망 분기에 들어선 플레이어는 민우주가 처음이다.

민우주가 혼자 싸운 건 아니다.


“으아! 죽겠다!”

“모, 못 움직이겠어요.”


이번 전투를 같이 치른 그의 신화원(길드원)들이 바닥에 철퍼덕 드러누웠다.

민우주가 속한 투쟁 신화(길드)의 동료들이다.

신화원들과 함께 싸웠지만 투쟁 신화에서 플레이어는 민우주뿐이다.

다른 동료들은 모두 NPC. 가상 현실에서만 존재하는 주민이니까.


민우주는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창을 지팡이 삼아 걸을 정도로 팔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보금자리인 신화로 복귀해서 쉬는 게 안전하다.


푹-.

그렇게 다리를 뗀 순간 가슴을 뚫고 나온 검날.


[심장을 꿰뚫렸습니다.]

즉시 피해 : 최대 체력의 50%

지속 피해 : 1초마다 500

부상 : 4분 안에 치료받지 않으면 한 달간 모든 능력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적이···”

‘남았었어?’


당황해 고개를 돌리자, 증오심으로 가득 찬 앳된 얼굴이 보였다.

15, 16살 또래로 보이는 얼굴.


“경호···야?”


나는 저 소년을 안다.

이번 전투에서 같이 싸운 신화원이자, 지구에서부터 함께한 동료니까.


“대장!!!”

“우주 씨!”


내 모습을 본 동료들이 경악을 뱉으며 달려왔다.


“떨어져!”


이동 기술을 사용해 벌써 접근한 투사가 내 뒤에 서 있는 소년을 향해 도끼를 찍었다.

깡!

난 마지막 힘을 다해 창을 들어 경호에게 떨어져 내리는 도끼를 막았다.


“대장?!”


도끼를 휘두르던 동료나 달려오던 동료들이 내 행동에 놀라 멈춰 섰다.

증오심으로 가득 찬 앳된 얼굴에서도 적의가 흐려졌다.


“경호야···”


지금이라도 소년을 밀치고 검을 뽑으면 살 수 있지만, 경호의 얼굴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그저 묻고 싶었다.


“언제부터 원망한 거니···”


너의 부모님을 죽였을 때?

너한테 하나 남은 누나를 지키지 못해서?

네 친구를 버리고 돌아선 순간?


앞이 어두워진다.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는데···


[체력이 다해 사망했습니다.]


     *     *


“형! 우주 형!”


멍한 정신으로 고개를 든 민우주는 자신을 깨운 얼굴을 확인하고 반사적으로 물었다.


“혼자 오셨어요? 좌석은 어디로···”

“뭔 소리야? 정신 차려!”

“아, 미성이구나. 나 근무 중인데···”

“이미 퇴근 시간이거든?”


멍하게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11시.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

꼬르륵.

“배고프네. 점심 먹어야지···”

“······”


밤 11시에 점심을 찾는 민우주를 보며 서미성은 고개를 저었다.


“심각하네, 진짜!”

“내가 그랬잖냐, 넋이 나갔다고.”


사장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대답했다.

퇴근 시간을 한참 지나쳤는데도 사장은 집에 갈 수 없었다.


“아까 기기에서 나온 뒤로 계속 저 상태다.”


아침 일찍 접속한 녀석이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돌아왔다.

멍청한 얼굴로.


처음에는 분기를 실패해서 멍때리는 줄 알았는데, 분위기를 보니 뭔가 미묘.

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저러나 싶어 접속 기기의 설정을 이용해 녹화 영상을 확인했다.


그리고 본 배신으로 인한 죽음!


성좌 온라인 회귀에서 죽음은 초기화다.

사망하면 모든 걸 잃고 1레벨로, 심지어 시나리오 진행도도 초기화되어 다음 회차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놓은 노력과 시간. 민우주가 이뤄놓은 모든 게 날아갔다는 소리다.


“와, 하필이면 경호한테?”


사장님이 보여준 영상을 본 서미성도 고개를 저었다.

죽음도 충격적이지만 진짜 놀라운 건 믿었던 동생의 배신!


송경호는 민우주가 처음 발견한 영입 1순위 주민이다.

그만큼 애정을 보이며 대했고, 함께 성장하며 서로를 형제처럼 여겼다.

적어도 민우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형! 다시 시작해!”


냉장고에서 가져온 샌드위치의 비닐을 벗기지도 않고 깨물다, 사장에게 등짝을 맞던 민우주가 멍하게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경호와 진짜 형제가 되는 거야!”


매달 1일.

성좌 온라인은 한 달마다 평행우주를 추가한다.

게임식으로 말하면 새로운 서버를 늘린다.


평행우주를 추가한 이유는 신규 플레이어를 유입하기 위해서.

성좌 온라인은 주신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진행한다.


문제는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보면 게임 전체에 영향을 주는데, 이 변화가 뒤늦게 시작하는 신규 플레이어한테는 험난하다는 점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한 달마다 추가되는 평행우주.


평행우주의 시작은 성좌 온라인이 처음 출시된 1회차의 첫날과 똑같다.

1, 2, 3회차부터 다음 달에 시작하는 37회차의 플레이어들이, 모두 같은 상황에서 출발한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다음 달 1일에 성좌 온라인에 접속하면 민우주를 모르는, 부모님과 누나. 친구를 잃기 전의 송경호를 만날 수 있다.


“다시··· 하라고?”


민우주의 눈이 천천히 생기를 되찾았다.

민우주는 25회차에서 주신이 되기 위해 이득이 되는 길로만 다녔다.

덕분에 오늘까지만 해도 가장 앞서나갈 수 있었지만, 자신이 달렸던 길이 올바른 경로가 아니었는지 중간에 길이 끊어졌다.


민우주는 주먹을 꽉 쥐었다.


“경호에게 용서를 구하고 함께 끝을 보는 거야!”


민우주는 돈을 위해, 주신이 되어 상금을 얻기 위해 성좌 온라인을 시작했다.

주신이라는 목적지는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른 길로 달려볼 생각이다.


꼬르륵.

“와, 배고파! 사장님, 라면 드실래요? 미성이도 먹을 거지?”


정신 차리자마자 밥부터 챙기는 민우주의 모습에, 사장과 서미성은 피식 웃으며 짜장 라면도 끓이라고 주문했다.


     *     *


성좌 온라인 커뮤니티.


-대박이다! 지금 드라마 보는데 희망 분기 떴어!

-미친, 희망 분기라고?! 채널 어디야?

-25회차의 악어 대륙!

-악어 대륙이면 투신 있는 곳 아냐?

-맞아! 투신이 악어왕 잡고 분기 탐!


놀랍다는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멸망이 찾아온 행성에는 지역마다 분기점이 존재하며, 어떤 분기가 펼쳐지냐에 따라 이후 해당 지역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희망 분기는 생존율을 10배 이상 올려주는, 분기점에서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다.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고.


-투신, 시나리오 속도 진짜 빠르다!

-시나리오 보상으로 뭐 선택했어? 타일? 보물 지도? 돈?

-조만간 신성 하나 더 얻겠네!

-나도 투쟁 신화에 들어가고 싶다!


25회차 플레이어 민우주.

뛰어난 전투 감각으로 시나리오를 쭉쭉 풀어가며 랭커로 불리더니,

1회차부터 24회차까지, 무려 24개월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천재 주민을 찾아 폭발적으로 성장.

불과 7개월 만에 신성 ‘혈투’와 ‘투쟁’을 획득해 투신이란 별명을 얻었다.

덕분에 25회차 플레이어가 이끄는 신화 중에서는 가장 넓은 타일을 지니고 있고.


-헉! 투신 죽었다!

-??? 뭔 소리야? 악어왕 잡았다며?

-아니! 악어왕은 잡았는데, 경호가 배신했어!

-경호? 장비의 주인 송경호?!

-아니, 걔 투쟁 소속이잖아???

-그 경호가 투신을 뒤에서 찔렀다고!

-!!!


장비의 지배자, 보물의 주인. 송경호.

1회차부터 24회차까지는 초반에 사망하기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25회차에서 우연히 민우주가 살려주며 처음 알려진 주민.

그 사기적인 재능으로 인해 플레이어들이 분류한 영입 등급에서 당당히 1순위에 오르며,

26회차부터 이번 달에 시작한 36회차까지 압도적인 영입 경쟁을 일으켰다.


-진짜 경호가 배신한 거야?

-초창기부터 함께한 녀석이 배신했다고?

-다른 회차에서 배신하는 건 이해해도, 투신을 배신했어? 1년 가까이 했는데?

-이래서 1티어들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


성좌 온라인에서는 NPC, 주민이 배신하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어에게 성좌 온라인은 가상 세계, 게임일 뿐이지만,

주민에게는 현실. 그것도 멸망이 찾아온 최악의 세상이니까.


주민들은 플레이어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욕망에 충실하게 행동한다.

괴물을 보고 무서워서 울거나 혼자 도망치는 행동은 귀여운 편.

괴물을 쓰러트렸더니 보상을 뺐겠다며 뒤통수치는 놈들도 있으니까.


-투신, 이제 끝이지? 오딘한테 한 번 죽어서 저승 갔다 왔잖아?

-그러네. 부활은 한 번뿐이니까.


죽음은 끝이지만 딱 한 번 살아날 기회가 있다.

문제는 투신이 이미 그 기회를 썼다는 거고.


-다음 주부터 37회차였지?

-응응. 37회차는 투신도 참가하겠네!

-아, 망했다! 나 37회차에서 경호 영입하려 했는데 투신이랑 경쟁하게 생겼네···

-말은 제대로 하자. 경쟁(X). 털리게(O).

-아, 망했다! 나 37회차에서 경호 영입하려 했는데 투신한테 털리게 생겼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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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나리오 : 전투 24.09.13 7 1 13쪽
26 시나리오 : 정찰, 결집 24.09.12 6 1 13쪽
25 선배 : 저승 할망(2) 24.09.11 9 1 13쪽
24 선배 : 저승 할망 24.09.10 11 1 13쪽
23 시나리오 : 점령(3) 24.09.06 16 1 13쪽
22 시나리오 : 점령(2) 24.09.05 12 1 13쪽
21 시나리오 : 점령 24.09.04 17 1 13쪽
20 처용무 24.09.03 17 2 13쪽
19 보조 시나리오 : 가족 24.08.30 20 2 13쪽
18 2티어 좀비 24.08.29 14 2 14쪽
17 엄마 24.08.28 15 2 12쪽
16 영입 2순위 24.08.27 15 2 13쪽
15 시나리오 : 이사(2) 24.08.23 21 5 14쪽
14 시나리오 : 이사 24.08.22 17 5 13쪽
13 1일차 저녁 24.08.21 19 5 13쪽
12 시나리오 : 팀 24.08.20 16 5 12쪽
11 보조 시나리오 : 배고픔 24.08.16 19 5 12쪽
10 시나리오 : 집단(2) 24.08.15 19 5 13쪽
9 시나리오 : 집단 24.08.14 21 5 13쪽
8 시나리오 : 탈출 24.08.13 22 5 15쪽
7 드라이버 24.08.09 25 5 13쪽
6 석유 화학 24.08.08 30 5 12쪽
5 37회차(3) 24.08.07 35 5 13쪽
4 37회차(2) 24.08.06 41 5 14쪽
3 37회차 24.08.01 58 5 12쪽
2 서미성 24.07.31 88 5 12쪽
» 25회차 24.07.30 14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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