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좌 온라인 회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6:2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37
추천수 :
92
글자수 :
156,981

작성
24.09.03 20:00
조회
17
추천
2
글자
13쪽

처용무

DUMMY

강 하구에 편의점보다 조금 넓은 면적의 바위섬이 있다.

두두두두두-.

울퉁불퉁한 바위와 작은 나무만이 있는 바위섬에 헬기 한 대가 착륙했다.


“···형, 여기 맞아? 아무것도 없는데?”


제일 먼저 헬기에서 내린 서미성은 비좁은 바위섬을 보며 잘못 온 거 아니냐고 물었다.


“여기 맞아. 좀 비켜봐.”


헬기에서 내린 민우주는 그나마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 두둠칫 두둠칫 리듬을 탔다.

뜬금없이 바위섬에서 무반주로 펼쳐지는 댄스.

사정을 알고 있는 동료들이 봐도 참 황당한데,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미친놈이 확실하다고 신고했을 광경이다.


[‘자비, 용’이 제법 괜찮은 몸놀림이라며 칭찬합니다.]


눈앞에 글자가 뜨자 민우주는 하늘을 보며 미소 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용 선배님. 선배님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자비와 용. 독특한 두 신성을 가진 저 선배는, 신라 시대에 관직을 맡았다는 동해 용왕의 아들, 처용이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 왜 신라에서 관직을 맡았는지는 여백이 부족하니 넘어가고.

중요한 건 처용이 역병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다.


[‘자비, 용’이 자네의 몸놀림이 마음에 드니 특별히 자신의 가무를 팔겠다고 허락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허락이 떨어지자 민우주는 바위 아래로 내려갔다.

놀랍게도 바위 아래에 뜬금없이 자판기 한 대가 있었다.


“여기에 웬 자판기래?”


같이 내려온 일행은 바위섬과 어울리지 않는 자판기를 신기하다는 듯 구경했다.


“이런 엉뚱한 장소를 발견하면 꼭 위치를 기억해 둬. 이렇게 뜬금없는 곳에 자판기가 있다는 건, 이 장소에서만 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니까.”


다만 그 특별한 물건을 사려면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민우주가 처용암에서 춤을 춘 것처럼.


자판기의 동전 투입구에 손가락을 댔다.


[기술 자판기]

전력 질주 : 5,000

장거리 달리기 : 5,000

발걸음 : 5,000

    :

처용무 : 2,900


자판기에서 파는 기술은 선배들이 직접 유통하는 기술들이다.

이 기술 자판기에서 동전을 내고 기술을 구매하면, 유통한 선배에게 직접 후원받지 않아도 기술을 공유받게 된다.


보통 선배들은 기술을 잘 공유해 주지 않는다.

기술을 공유해 준 후배가 사망하면 공유한 기술의 레벨이 하락하니까.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후배 한, 두 명에게 기술을 공유하는 게 일반적.


하지만 딱히 쓸모가 없거나, 자신의 신성과 어울리지 않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그럼 기술 레벨이 하락하든 말든 신경 필요가 없기에, 자판기에 판매를 위탁하고 동전을 버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렇기에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기술 대부분이 자잘하지만, 가끔 괜찮은 기술도 나오기 마련이다.

다만 그런 기술들은 가격이 매우 비싸거나, 특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지금 민우주가 선택한 처용무처럼.


[처용무]

처용무를 추면 감염과 저주 상태가 해제되며, 지속시간 동안 해제한 상태 이상에 걸리지 않는다.

지속시간 : 5.0초 (레벨*0.1)

소모 : 최대 정신의 70%


민우주의 레벨은 1. 근데 지속시간은 5초다.

저건 숫자가 잘못 표기된 게 아니라 낮은 레벨에서도 기술의 효과를 볼 수 있게 적용된 최소한의 수치다.


[기술 자판기]

처용무 : 2,900


자판기에서 처용무를 한 번 더 구매했다.


[처용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처용무가 합성 강화됩니다.


[처용무#2]

처용무를 다섯 명이 추면 임시 결계 ‘오방처용무’를 펼칠 수 있다.

소모 값이 10% 줄어든다.


같은 기술을 습득하면 기술의 레벨을 높일 수 있다.

레벨이 높아지면 기술에 추가 효과가 생긴다.


민우주는 처용무를 두 개 더 구매했다.


[처용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처용무가 합성 강화됩니다.

[처용무#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처용무#2가 합성 강화됩니다.


[처용무#3]

지속시간 동안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공격에 닿을 때마다 150 (레벨*3) 방어막이 생긴다.

소모 값이 10% 줄어든다.


2레벨 기술을 강화하려면 마찬가지로 2레벨이 필요하다.

3레벨을 만드는 데 처용무를 4개 샀으니, 이런 식으로 최고 레벨인 4를 만들려면 총 8개가 필요했다.


[처용무#4]

처용무를 추면 감염과 저주 상태가 해제되며, 지속시간 동안 해제한 상태 이상에 걸리지 않는다.

지속시간 : 5.0초 (레벨*0.1)

소모 : 최대 정신의 40%

처용무를 다섯 명이 추면 임시 결계 ‘오방처용무’를 펼칠 수 있다.

지속시간 동안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공격에 닿을 때마다 150 (레벨*3) 방어막이 생긴다.

주변에 있는 동료의 감염과 저주도 해제된다.


“이제 우리 차례지?”


뒤에서 기다리던 서미성과 송경호, 고길동이 바위 위로 올라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몸을 흔드는 세 사람과 다르게 유이슬은 민우주에게 다가왔다.


“처용무를 배웠다는 건 이번에도 희망 분기를 노리는 거죠?”

“네.”

“25회차에서는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확신이 있나요?”


지구 행성의 전반부 시나리오인 좀비 멸망.

그 좀비 멸망에서 가장 지독한 난이도를 가진 희망 분기.

37개의 회차를 통틀어 지구 행성에서 희망 분기를 본 팀은, 현재 1회차의 주신이 속했던 그의 팀이 유일했다.

25회차의 민우주도 분기점에 실패하고 적응 분기에 만족해야 했다.


“그때는 싸우는 법을 깨닫기 전이었고, 경호도 부모님을 잃고 힘이 없었죠.”


지금 민우주는 투신으로 불리며, 가족을 만난 송경호는 생기가 넘쳐난다.

무엇보다 초보자 같지 않은 초보자, 서미성도 있다.


자신에 찬 민우주의 표정에 유이슬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도 춤을 출게요···”


발그레한 유이슬의 볼을 보고 그녀가 왜 물어봤는지 눈치챘다.


춤추는 게 창피해서 자신 있냐고 물어본 거구나?


앞으로도 함께할 생각이라면 그녀 역시 희망 분기에 도전하게 된다.

살아남으려면 처용무를 배워야 했고, 그 말은 저 바위 위로 올라가 춤을 춰야 한다는 소리다.


‘이거 반드시 희망 분기를 타야겠네.’


실패하면 이번에는 경호가 아니라 유이슬에게 등을 찔릴지도 모르겠다.


“우와! 미성이 형! 잘 춘다!”


[‘자비, 용’이 범상치 않은 몸놀림이라며 감탄합니다.]


송경호와 처용의 감탄사에 민우주와 유이슬은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잘 추길래, 저래?”


바위 위. TV에서 본 현역 아이돌 그룹의 춤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서미성이 보였다.


“잘 추기는 하네.”


서미성은 연예인 지망생이라 연기, 노래, 춤 학원을 수강하고 있다.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자비, 용’이 지금까지 가무를 선보인 후배 중에 자네가 1등이라며, 그 가무를 높이 사 처용무를 공짜로 후원하겠다고 합니다.]


“···그 정도입니까?”


민우주의 입이 멍하게 벌어졌다.

아니, 무슨 춤 잘 춘다고 기술을 공짜로 후원해 줘?

성좌 온라인을 하면서 민우주도 처음 보는 광경이다.


“아싸! 처용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럼 한 곡 더!”

“그만하고··· 아!”


신나서 2차 춤판을 벌이려는 서미성을 말리려다, 좋은 생각이 났다.


“미성아, 유이슬 씨랑 커플 댄스는 어때?”

“!!!”


유이슬이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자, 그녀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미성이한테 맞춰 적당히 몸을 흔드세요. 애초에 같이 추면 덜 창피하잖아요?”

“그건··· 그렇네요.”


볼이 붉어진 유이슬이 바위로 올라오자 서미성 곧장 커플 댄스로 전환.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서미성을 따라 두둠칫 두둠칫 하고 있다.

파트너가 없는 고길동과 경호만 시무룩하게 바위에서 내려왔다.


“나도 연애하고 싶다···”


경호의 푸념에 웃음을 꾹 참으며 자판기로 밀었다.

일단 경호도 춤을 춰서 처용의 허락을 받았기에 자판기에 처용무가 뜬다.


“아직 멀었냐?”


일행을 여기까지 태워다 준 헬기 운전사, 이형택이 다가왔다.


“5분만요.”

“몇 명이나 왔다 갔냐?”

“제가 2,900이었으니까, 29명이요.”


처용무의 가격을 보면 처용암에 방문한 방문객의 숫자를 알 수 있다.

처용무는 특이하게 방문 순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첫 방문자는 0원.

두 번째 방문자는 100원.

세 번째 방문자는 200원.


이건 처용이 자판기에 내 건 상술 겸 장난으로, 보통 일관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선배들과 다르게 처용의 기술은 늦게 올수록 가격이 오른다.

빨리 살수록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후배)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상술의 장점도 있다.

최초 구매자는 공짜로 처용무를 배울 수 있으니까.

25회차에서 민우주가 시작하자마자 처용암에서 기술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지금은 민우주가 동전 2,900개에 처용암을 배웠으니 30번째 방문객인 셈.

이형택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별로 안 왔다 갔네?”

“희망 분기는 사망률이 높으니까요.”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적응 분기를 타는 것조차 힘들다.

일반 플레이어들은 적응 분기에 도달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희망 분기는 진지하게 주신을 노리는 사람들이 시도하는 분기다.


번쩍! 번쩍!

대화하는 도중 북쪽 하늘에서 터진 작은 불빛을 발견했다.


“저거··· 폭죽이지? 무슨 일 생기면 터트리라고 했던?”

“출발 준비해 주세요!”


일행을 봤다. 일행도 폭죽을 봤는지 서둘러 자판기 앞에서 구매 중이다.


     *     *


민우주 세력이 있는 초등학교 주변에는 대형 건축물이 많다.

남쪽의 아파트 단지.

북쪽에는 학교보다 큰 지방 검찰청과 지방 법원이 4차선 도로를 두고 붙어있다.

큰 건물에는 사람이 많고, 사람이 많았다는 건 지금은 좀비가 많다는 소리.


“앞에 있는 사람이 엎드리고, 뒤에 있는 좀비가 등을 밟고 넘어!”


지금 일반 좀비에게 명령을 내려 초등학교에 침입하려는 30레벨 좀비도 검찰청 출신의 좀비다.


“아니! 손등 말로 허리 뒤에 있는 등 말이야!”


담 하나 넘지 못하는 좀비들을 닦달하는 진화 좀비는 1명이 아니었다.

10m 간격으로 서 있는 진화 좀비들은 37명.

대부분은 10레벨 대지만 좀비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20레벨도 6명이나 됐다.


“김검사님! 아파트 단지 녀석들도 움직였습니다!”

“이런!”


좌측 끝에 있는 좀비의 말에 김검사는 서둘러 임시 동맹 중이 좀비들을 다독였다.


“다들 서두릅시다! 초등학교에 있는 인간들만 물면 30레벨은 물론 40레벨도 가능합니다!”

“오!!!”




검찰청과 법원은 많은 인원이 있었던 만큼 진화 좀비도 많이 나왔다.

10레벨이 되고 정신을 되찾은 이들은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정부는 절대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 거야! 오히려 우릴 처리하려 들겠지!”


공무원이었던 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정부가 자신(좀비)들을 인간으로 되돌리지 못할 거라는 믿음이.

어쩌면 좀비를 인간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아도, 그 처리 비용이 비싸면 훨씬 싼 방법. 좀비들을 살처분하는 걸 선택하겠지.


그건 진화 좀비도 마찬가지.

진화 좀비들이 이성을 되찾았다고 외쳐도, 정부는 진화 좀비도 잠재적인 위험이라며 살처분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선택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좀비로 만들어야 합니다! 과반수가 좀비가 되면 우리가 주도권을, 여론을 잡을 수 있어요!”


그들은 건물을 돌아다니며 생존자들을 물었고, 바로 옆에 있는 지방 법원을 점령한 진화 좀비들과 동맹도 맺었다.


“잘해봅시다.”

“검찰청 앞에 있는 두 학교부터 점령하는 게 어떻습니까? 아이들이 대부분이니 저항도 약할 테고, 또 아이의 모습이면 미디어에 노출됐을 때 동정 여론을 만들기도 쉬울 겁니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후문으로 접근.

후문은 당연히 잠겨 있어 사람 키만한 담벼락을 넘어야 했다.

좀비들이 워낙 멍청해 담벼락을 넘는 것도 한세월이 걸렸지만, 일단 넘기만 하면 금방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큰 착각이었다.


쨍그랑. 쨍그랑.

교실로 들어가기 위해 건물 뒤편에 있는 1층 창문을 모조리 깨트렸다.

그러자 보이는 책상과 의자의 바리케이드!


“허, 무슨 벽이 있어?”


블록쌓기 고수라도 있는지 책상과 의자 사이 틈이 어린아이만 겨우 지나갈 정도다.


“에잇! 밀어버려!”


좀비들에게 달라붙어 밀라고 지시했는데도, 의자와 책상이 얽히고설켜 꿈쩍도 안 한다.

정말 더러울 정도로 정교하게 쌓았다.


“이제 어떡합니까?”


1층 창문 대부분이 책상 블록으로 막혀 있는 상황.


“분명 아침에 사람들이 건물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

“사다리 같은 걸로 2층 창문을 오가는 거 아닐까요?”

“그럼 사다리를 찾아봅시다.”


사다리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건물 앞쪽으로 오게 됐고, 거기서 경쟁자를 만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성좌 온라인 회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24.09.11 11 0 -
27 시나리오 : 전투 24.09.13 7 1 13쪽
26 시나리오 : 정찰, 결집 24.09.12 6 1 13쪽
25 선배 : 저승 할망(2) 24.09.11 9 1 13쪽
24 선배 : 저승 할망 24.09.10 11 1 13쪽
23 시나리오 : 점령(3) 24.09.06 16 1 13쪽
22 시나리오 : 점령(2) 24.09.05 12 1 13쪽
21 시나리오 : 점령 24.09.04 17 1 13쪽
» 처용무 24.09.03 18 2 13쪽
19 보조 시나리오 : 가족 24.08.30 20 2 13쪽
18 2티어 좀비 24.08.29 15 2 14쪽
17 엄마 24.08.28 16 2 12쪽
16 영입 2순위 24.08.27 15 2 13쪽
15 시나리오 : 이사(2) 24.08.23 21 5 14쪽
14 시나리오 : 이사 24.08.22 17 5 13쪽
13 1일차 저녁 24.08.21 19 5 13쪽
12 시나리오 : 팀 24.08.20 16 5 12쪽
11 보조 시나리오 : 배고픔 24.08.16 19 5 12쪽
10 시나리오 : 집단(2) 24.08.15 19 5 13쪽
9 시나리오 : 집단 24.08.14 21 5 13쪽
8 시나리오 : 탈출 24.08.13 22 5 15쪽
7 드라이버 24.08.09 26 5 13쪽
6 석유 화학 24.08.08 30 5 12쪽
5 37회차(3) 24.08.07 35 5 13쪽
4 37회차(2) 24.08.06 41 5 14쪽
3 37회차 24.08.01 58 5 12쪽
2 서미성 24.07.31 89 5 12쪽
1 25회차 24.07.30 142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