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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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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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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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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석유 화학

DUMMY

좀비들을 피해 운동장에 주차한 시내버스에 탑승하자, 산소보다 이산화탄소가 더 많은 만원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에 있던 플레이어 대부분이 탄 모양.


송경호 영입에 실패했지만 떠난 사람은 몇 명 없다.


“열심히 도와주면 우릴 받아주지 않을까?”

“투신 따라다니면서 떡고물이라도 주워 먹어야지!”

“투신이라면 분명 드라마에 나오겠지? 쫓아다니면서 얼굴 노출해야지!”


송경호가 주민 중에서 영입 1순위라면, 투신은 플레이어 중에서 영입 1순위.

동행하는 게 이득이고 재밌을 것 같아 따라다닐 생각이다.


민우주는 일단 버스에 꾸겨 탄 후 승객들에게 물었다.


“벌써 시나리오 진행하신 분 계십니까?”

“저요!”

“저도요.”


56명 중 겨우 4명이 대답했다.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달성하면 보상을 받는다.

심지어 순위권에 오르면 더 좋은 혜택으로 빨리 강해질 수 있고.

그럼 빨리 진행하는 게 이득이지만, 랭킹을 노린다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잘됐네요.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갈 거지만 돌아올 때는 걸어서 올 겁니다.”

“걸어서요?!”


버스 안의 유일한 주민인 송경호는 깜짝 놀랐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아들었다.


“올 때 탈출하자는 거죠?”


[시나리오 ‘탈출’이 대기 중입니다. 시작합니까?]


[탈출]

이곳을 벗어나라.

현재 위치에서 1km를 벗어나면 달성된다.

탑승 제약 : 탑승한 상태에서 이동한 거리만큼 점수가 감점된다.

최저임금 : 동전 3,000개 ×2


탈출은 시나리오를 시작한 위치에서 1km를 벗어나면 달성된다.

안전하게 차를 타고 이동해도 되지만 시나리오 점수는 감점된다.


사실 1회차에서는 탈 것에 대한 제재가 없었는데, 덕분에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달성하는 방식이 유행이었다.

심지어 수상 오토바이로 장애물이 없는 강가를 질주하거나, 63빌딩에서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들이 순위를 차지했으니까.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2회차에서부터 탑승 제약이 추가됐다.

초보자나 안전이 제일인 사람들은 탈 것을 이용해 쉽게 시나리오를 달성했고,

시나리오 고득점을 노리는 사람들은 재능과 지형. 주변 상황을 이용해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시간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순위 때문이다.

시나리오 과정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는데, 높은 점수를 얻어야 순위권에 오른다.


점수의 기준은 시나리오마다 다르다.

탈출의 경우에는 ‘시간’과 ‘체력’

사람들이 1초라도 더 단축하려는 이유다.


“시나리오!”


처음 보는 여성과 이제 막 시내버스에 올라탄 서미성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이제 시나리오 해도 돼?”

“아니, 올 때 할 거야.”

“갈 때 하면 안 돼?”

“순위권에 오르려면 신중해야 해. 가는 동안에는 주변 지리를 머릿속에 넣어 놔. 돌아올 때 그 길로 오래 달리기해야 하니까.”


그것도 좀비와 술래잡기하면서.

버스 운전석에 앉으며 서미성에게 물었다.


“뒤에 계신 여성분은 아는 사이야?”

“이슬이 누나야! 내 여자친구!”

“-가 됐으면 좋겠는 사람?”

“역시 형님!”


능청스러운 두 사람의 대화에 유이슬은 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유이슬이예요.”

“민우주입니다. 미성이가 바보 같기는 하지만 나쁜 바보는 아니니 이해해 주세요.”

“그럼! 난 착한 바보야!”


쾌활한 바보의 대답에 민우주는 웃음을 참으며 버스의 시동을 걸었다.




초등학교와 공장 단지의 거리는 1.6km.

평소 시내버스라면 3분도 안 걸리는 거리지만, 그건 도로에 멈춰 선 차량과 좀비들이 없었을 경우.


멸망이 찾아온 지 30분.

멈춰버린 차량과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좀비들로 인해 거리가 개판이다.

그래도 교통법규를 지킬 필요가 없어 차선 바꾸기와 역주행으로 10분 만에 도착했다.


퍽. 퍽.

엔진 소리를 듣고 길가를 돌아다니던 경비병 좀비 셋이 다가와 앞문을 두들겼다.

시동을 끄자 점차 잠잠해졌고, 그동안 승객들과 탐색 범위를 분담했다.


①    ②    ③

④    ⑤    ⑥

⑦    ⑧    ⑨


“공장을 이렇게 나눈다고 할 때, 제가 5번 구역으로 가겠습니다. 한 팀씩 다른 구역을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1번으로 갈게요.”

“저희는 2번!”


중앙이라 도망가기 힘든 5번 구역은 민우주, 서미성, 송경호. 셋이 가기로 했다.

배치가 끝나자 서미성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전에 아빠 찾은 적 있잖아? 거기로 가면 되는 거 아냐?”


25회차에서 공장을 탐색했을 때는 2번 구역에서 발견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하루 일찍 도착했다.

시간이 달라졌으니 위치도 변했겠지.


“그렇구나.”

“아버지를 찾아서 버스로 돌아온 팀은, 여기 있는 폭죽을 공장 방향으로 쏘세요.”


출발하기 전 학교 근처에 있는 문방구에서 로켓형 폭죽을 한 움큼 챙겼다.

대낮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로 알아차릴 수 있겠지.


“그리고 한 사람은 남아서 버스를 지켜야 하는데···”


시내버스가 텅 비어 있으면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있어, 버스에 남아 대기할 사람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민우주의 시선을 피했다.

주민이라면 안전한 버스에 남으려 하겠지만,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이라도 찾을 겸 밖으로 나가고 싶었으니까.

다행히 누군가 선뜻 나섰다.


“제가 남죠.”


서미성과 같이 초등학교를 지켰다는 유이슬이다.


“누나가 남는다면 나도 남을래!”


서미성도 오른손을 번쩍 들었지만 그 손은 민우주가 잡았다.


“넌 형이랑 가자.”

“안 돼! 누나랑 데이트할래!”


감히, 솔로 앞에서 데이트를 논하다니!

괘씸하지만 살살 달랬다.


“석유화학 단지에는 숨겨진 약품이 많아. 생각해 봐. 유이슬 씨가 위험한 상황에서 네가 짠하고 약을 건네주면 어떻게 되겠어?”

“내 남자다움에 반할 테고, 그럼 우리는··· 푸흐흐!”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지 서미성의 표정이 풀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낚였다.


“투신 님! 공장에 약품이 있어요?”

“여기 석유 공장이라면서? 근데 웬 약이 있어?”

“아니, 투신 말이 맞을 거야! 강의 시간에 석유로 화장품이랑 약을 만든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


고무, 플라스틱, 옷, 접착제, 페인트 등.

석유로 만들 수 없는 것보다 만들 수 있는 게 더 많다 보니, 석유 공장에는 다양한 아이템 있다.


“아쉽게도 고급품은 없겠지만 저급품은 확실히 많습니다.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세요. 물론 물리지 않게 조심해서.”

“오오오!”


역시 보상이 걸리자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네.

이걸로 다들 공장을 샅샅이 살피겠지.




“아빠는 무사할까?”


좀비를 피해 벽에 붙어 이동하던 민우주는 뒤에서 들린 혼잣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25회차에서 민우주는 경호의 어머니를 찾으러 첫날에 축구경기장을 방문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하루 쉰 뒤, 다음날 아버지를 찾으러 공장으로 왔다.


“잡아라!”


공장에 들어온 두 사람을 반긴 건, 한 좀비의 명령에 따라 군인처럼 움직이는 좀비 무리.

플레이어들이 경험치를 얻어 레벨이 오르는 것처럼, 좀비들은 사람을 물면 레벨이 오른다.

10레벨마다 특별한 능력을 얻는데 이걸 진화 좀비라고 부른다.


첫 진화, 10레벨인 된 좀비는 이성을 찾는다.

민우주가 송경호에게 말한, 좀비가 된 어머니가 정신을 찾을 수 있다고 한 말이 이거다.


그리고 20레벨이 되면 일반 좀비를 지휘할 수 있다.

경호의 아버지가 있던 공장에는 20레벨 좀비가 있었고, 공장의 직원이었던 좀비들과 평범한 좀비였던 경호의 아버지는 명령에 따라 아들을 공격했다.


포위당해 도망갈 길도 막힌 상황.

민우주는 경호가 좀비들을 막아주는 사이 진화 좀비를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초창기의 민우주는 오른쪽 눈이 안 보이는 제약 재능에 적응하지 못해 몸놀림이 형편없었다.

그래서 민우주가 진화 좀비를 잡는 것보다, 송경호가 살아남기 위해 자기 손으로 아빠를 쓰러트리는 게 먼저였다.


‘다행히 20레벨 좀비는 둘째 날부터 나타나니까, 첫째 날인 오늘은 부딪치지 않고 경호의 아버지를 데려올 수 있어.’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찾는다면, 서울에 있는 이모 집에 사는 누나를 제외하고는 가족이 모두 모인다.

부모님이 좀비이기는 하지만.




석유화학 공장 중앙에 도착했다.

5번 구역은 로켓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저장 탱크들과 그걸 잇는 파이프라인이 정글짐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공간이다.


서미성이 손가락을 들어 어느 곳을 가리켰다.


“와, 저기도 사람이 돌아다녀!”


아파트 4층 높이의 파이프라인 위를 안전모와 안전 복장을 착용한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복장만 보면 주민일 것 같지만, 이런 상황에서 공장 바깥이 아니라 안쪽으로 향하는 걸 보면 플레이어가 확실하다.


“복장을 보면 처음부터 공장에서 시작한 모양이네? 여기에 내가 모르는 아이템이 있는 건가?”


미끄러지기 쉬운 파이프라인 위를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보니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아이템?! 여기 보물 있어?”


서미성이 눈을 빛내며 위쪽을 쳐다보자, 민우주는 친절하게 미성이의 머리를 숙여주며 아버지나 찾자고 말했다.


“형은 욕심 않나?”

“나지. 하지만 25회차에서 욕심을 부린 대가를 톡톡히 치렀으니까.”


25회차의 민우주는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했고, 그때마다 주변 사람을 잃었다.

경호의 친구를 잃은 것도 보물에 욕심을 부려서였으니까.


아이템을 얻고 아버지를 잃는다면 지난번과 달라진 게 없겠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툭.


철제 구조물로 인해 정글짐처럼 복잡한 5구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돌연 앞쪽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서미성 앞으로 떨어졌다.


“어? 스마트폰이다. 형, 이거 봐봐.”

“?! 그거 당장 멀리 던-!”

빰빰 빰빰빰! 빰빰 빰빰빰!


스마트폰을 본 민우주가 경고하는 것보다, 폰 스피커에서 우렁찬 알람 소리가 나오는 게 먼저였다.

화들짝 놀란 서미성이 서둘러 알람을 껐지만, 이미 5구역을 돌아다니던 모든 좀비가 일제히 스마트폰을 향해, 일행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계단으로 올라가! 파이프 위로 피하자!”


서둘러 저장 탱크 옆에 있는 계단을 통해 위쪽으로 피신.

계단에도 좀비 둘이 있었지만, 먼저 올라간 민우주가 돌려차기로 난간 밖으로 떨어트렸다.


“어?”


민우주의 뒤에서 계단을 오르던 송경호가 돌연 멈췄다.

계단을 향해 몰려드는 수십의 좀비 중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 아빠!”


엄마처럼 좀비가 된 아빠의 모습에 송경호는 놀라 굳어버렸고, 민우주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저장 탱크를 오르는 뻥 뚫린 철제 계단의 2층.

계단은 한 명씩 올라올 정도로 좁고, 지상에는 40명이 넘는 좀비가 계단 입구에 몰려 있다.

경호 아버지도 계단을 오르려는 좀비들 틈새에 줄을 서 있었다.


“좋아, 여기서 납치하자. 미성아, 잠시 계단 좀 막아.”


서미성에게 계단을 올라오는 좀비를 막으라고 한 후, 주머니에서 줄넘기 네 개를 꺼냈다.

초등학교에 챙긴 밧줄 대용이다.

줄넘기 하나는 올가미 매듭으로 묶고, 세 개는 올가미와 연결해서 길게 뺐다.

7m나 되는 올가미 밧줄을 돌돌 말아 어깨에 메며 경호에게 말했다.


“아까 주운 스마트폰 있지? 알람 울리게 설정한 후 신호보내면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던져.”


그리고 난간을 뛰어내렸다.

민우주가 바닥에 착지하자, 몰려 있던 좀비 절반이 감염되지 않은 인간을 발견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그 안에 아버지도 있다.


반시계 방향으로 뛰면서 좀비들을 유인하자, 뭉쳐있던 좀비들의 간격이 점차 벌어졌다.


“지금!”


난간에 기대 신호를 기다리던 송경호는 민우주가 가리킨 방향으로 스마트폰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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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시나리오 : 정찰, 결집 24.09.12 6 1 13쪽
25 선배 : 저승 할망(2) 24.09.11 9 1 13쪽
24 선배 : 저승 할망 24.09.10 11 1 13쪽
23 시나리오 : 점령(3) 24.09.06 16 1 13쪽
22 시나리오 : 점령(2) 24.09.05 12 1 13쪽
21 시나리오 : 점령 24.09.04 17 1 13쪽
20 처용무 24.09.03 17 2 13쪽
19 보조 시나리오 : 가족 24.08.30 20 2 13쪽
18 2티어 좀비 24.08.29 14 2 14쪽
17 엄마 24.08.28 15 2 12쪽
16 영입 2순위 24.08.27 15 2 13쪽
15 시나리오 : 이사(2) 24.08.23 21 5 14쪽
14 시나리오 : 이사 24.08.22 17 5 13쪽
13 1일차 저녁 24.08.21 19 5 13쪽
12 시나리오 : 팀 24.08.20 16 5 12쪽
11 보조 시나리오 : 배고픔 24.08.16 19 5 12쪽
10 시나리오 : 집단(2) 24.08.15 19 5 13쪽
9 시나리오 : 집단 24.08.14 21 5 13쪽
8 시나리오 : 탈출 24.08.13 22 5 15쪽
7 드라이버 24.08.09 25 5 13쪽
» 석유 화학 24.08.08 30 5 12쪽
5 37회차(3) 24.08.07 35 5 13쪽
4 37회차(2) 24.08.06 41 5 14쪽
3 37회차 24.08.01 57 5 12쪽
2 서미성 24.07.31 88 5 12쪽
1 25회차 24.07.30 14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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