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좌 온라인 회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6:2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744
추천수 :
92
글자수 :
156,981

작성
24.09.05 20:00
조회
12
추천
1
글자
13쪽

시나리오 : 점령(2)

DUMMY

“다 선택했습니다!”


사람들의 선택이 끝나자 남은 자리는 아파트 단지.

같은 아파트에 가게 된 사람들이 다가와, 10레벨 좀비에게서 뜯어낸 정보를 공유했다.


“아파트 단지에 남은 좀비 중 30레벨이 둘인데, 하나는 101동 401호의 노인으로 대장장이. 다른 하나는 젊은 남자인데 102동 옥상에 살림을 차렸답니다.”

“옥상이요?”


진화 좀비들이 같은 단지의 주민을 무느냐고 빈집이 넘쳐날 텐데, 굳이 옥상에?

의아하지만 옥상이라면 헬기로 바로 접근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


“30레벨은 저희 팀이 제압하죠. 아, 혹시 30과 싸워보고 싶은 분 계세요?”


좀비는 10레벨마다 특별한 능력을 얻는다.

10레벨에는 이성 복귀.

20레벨에는 일반 좀비 명령.

30레벨부터는 각 객체에 따라 기술을 배우게 된다.


20레벨까지는 일단 접근하면 승률이 높다.

일반 좀비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만 빼면 단일 전투력은 일반인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기술을 배우는 30레벨부터는 단일 전투력 또한 얕볼 수 없기에 쉽지 않다.

아까 민우주와 서미성이 추락 피해를 감수하고 헬기에서 뛰어내린 이유도, 30레벨을 기습으로 처치하기 위해서였으니까.


“저희는 괜찮습니다. 투신 님이 다 때려잡으세요!”


플레이어들은 정중히 사양했다.

플레이어 팀의 평균 레벨은 24.

넓은 장소에서 마주치거나, 30레벨이 혼자 있다면 피해 없이 잡을 수 있지만,

비좁은 아파트 통로에서 좀비에게 둘러싸이면 위험해질 수 있다.


좀비를 처치하거나 내쫓으면 점령 시나리오에서 추가 점수를 받지만, 저 넓은 아파트 단지를 겨우 여섯 팀이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순위권을 노려볼 만했고.


“그럼 101, 102동은 저희 팀이 맡겠습니다. 여러분이 103, 104동을 부탁드립니다.”

“형!”


마침 체육관에서 꺼낸 좀비들을 모두 진화시킨 일행이 다가왔다.


“미성이랑 길동 씨가 101동에 있는 30레벨 좀비를 설득해 보세요. 초등학교 습격에 끼지 않은 걸 보면 인간성이 남아 있을 겁니다.”


진화 좀비를 모두 적대할 필요는 없다.

좀비는 의식 없이 사람을 물다 10레벨이 되면 정신을 차린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감염된 증세 때문에 사람을 물었으니, 그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이후 자신의 의지로 사람을 물었다면 그건 범죄나 마찬가지.

초등학교를 습격한 진화 좀비들처럼 봐줄 이유가 없었다.


아파트에 남은 진화 좀비들은 레벨을 올릴 기회를 포기했으니, 인간이다.

그게 아파트에 남은 진화 좀비들을 처치하는 게 아니라 설득 혹은 제압하려는 이유고.


“저랑 경호가 102동으로 가죠. 이슬 씨는 뒤에서 다른 분들을 보조해 주세요.”

“현관으로 진입하나요?”


유이슬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헬기 점검 중인 이형택에게 향했다.


“아저씨. 사다리차 갖고 나간 게 배수 아저씨죠?”

“어. 왜? 사다리 필요하냐?”

“네. 사다리를 이용해서 진입하려고요.”


습격을 위해 진화 좀비들이 대부분 나왔지만, 참여하지 않고 아파트에 남은 진화 좀비의 숫자도 꽤 된다.

진화 좀비들이 피한다면 다행이지만, 일반 좀비들을 이용해서 수비에 나서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좀비로 현관이나 계단을 틀어막으면 뚫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사다리를 타고 단숨에 진화 좀비만 제압하려고요.”


헬기도 있지만 비행 중인 헬기에서 뛰어내려 아파트로 쏙 들어갈 만한 몸놀림을 가진 건 민우주와 서미성. 그리고 고길동 정도.

다른 사람들은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자유낙하 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안전한 사다리차가 필요했다.


“김씨한테 무전 칠까?”

“일단 어딘지만 물어봐 주세요. 멀리 있으면 그냥 헬기 타게.”


이형택을 제외한 드라이버 신화의 아저씨들은 지금 2티어 좀비들. 안시호 일행이랑 같이 있다.

어젯밤만으로 아이들이 운전을 배우는 건 불가능했기에, 오늘 같이 도로 주행하면서 교육도 하고, 발견한 실종자를 배송하는 일도 맡았다.


“다 왔다고? 알았어.”


이형택이 경찰서에서 훔친 무전기를 내리며 말했다.


“김씨 다 왔다네. 5분이면 도착한대.”

“그럼 저희가 먼저 출발하죠. 미성이랑 여러분은 사다리차를 타고 진입해, 20레벨 이상만 제압해 주세요. 이슬 씨가 진화 좀비들을 판별해 줄 겁니다.”


유이슬은 어제는 없던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휴식처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안경점에서 발견한 아이템이다.

안경을 쓰면 자기보다 최대 100레벨 높은 대상까지 레벨이 보인다.

덕분에 아까 운동장 상공을 맴돌면서 좀비들의 레벨을 파악했고, 가장 레벨이 높은 두 좀비를 기습적으로 처치할 수 있었다.


“경호야, 가자.”




민우주와 송경호를 태운 헬기는 단숨에 아파트 상공에 들어섰다.


“우주 형! 저기 텐트가 있어요!”


아파트는 4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중 중앙에 있는 102동은 태양광 패널이 옥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패널 아래에 5인용 텐트와 소형 냉장고. 거기다 모니터 3대와···


“···게임기?”

“우와! 저거 최근에 나온 콘솔 게임기에요! 컴퓨터도 고사양 같아요!”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아니네.

태양광 패널이 만든 그늘에서 게이밍 의자에 드러누워 게임 패드를 조작하는 청년.

주식이 라면인지 옆에 컵라면들이 굴러다닌다.


“부럽다!”


경호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쾌적한 게임 공간을 자랑하는 옥상.

민우주는 ‘정말 별별 좀비가 다 있네.’라고 생각하며 헬기에서 밧줄을 아래로 던졌다.

자신이야 그냥 점프해도 착지할 수 있지만 경호는 아직 어설프니까.


먼저 뛰어내려 옥상에 착지하자, 침입자가 온 걸 느꼈는지 헤드셋을 뺀 청년 좀비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 방에서 나가!”

“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개방적이지 않아? 뭐, PC방이라고 하면 납득은 되지만.”

“직소 퍼즐!”


주거침입자에게 화가 났는지 청년 좀비가 기술을 사용했다.

청년의 손바닥 위로 삼겹살 크기의 퍼즐 조각들이 떨어져 내렸고, 동시에 민우주를 향해 투척.

민우주는 왼편으로 이동해 날아온 조각을 피했는데, 왼발에서 무언가 밟힌 느낌이 들었다.


[퍼즐 조각이 1개 붙었습니다.]

조각이 붙어있는 동안 30cm/s 느려집니다.

조각 4개가 붙어 퍼즐이 완성되면 폭발합니다.


빠르게 옥상을 흩자, 곳곳에 떨어져 있는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옥상 곳곳에 널브러진 과자 봉지와 컵라면 덕분에, 밟고 난 후에야 곳곳에 떨어진 퍼즐 조각이 보였다.


“제법인데?”


헬기에서 내려올 때까지 게임 패드만 잡고 있길래 그냥 폐인인 줄 알았는데, 설마 몰래 조각을 던져놓고 아무것도 안 한 척 연기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이 정도면 경호 교육하기 좋겠는데?”

“불렀어요?”


마침 밧줄을 타고 옥상으로 내려오 경호에게 조각을 가리켰다.


“네가 제압해 볼래? 바닥만 조심해서 접근하면 제압할 수 있을 거야.”


바닥을 조심하며 퍼즐 조각을 뿌리는 좀비한테 접근해 제압하기.

자신이 나선다면 5초지만 전투 경험도 쌓아줄 겸 경호한테 넘겼다.


“맡겨주세요!”


민우주가 믿고 맡겼다는 게 기쁜지 송경호는 힘차게 앞으로 달렸다.


펑!

“꺄웃!”


그리고 다섯 걸음을 떼기도 전에 폭발했다.

첫걸음에서 왼발로 퍼즐 조각 한 개를, 두 번째 걸음을 옮기다 청년이 던진 조각 두 개가 몸에 부착.

네 번째 걸음에서 또 조각을 밟으면서 퍼즐 완성 = 폭발 성공.


“다 저렇게 배우는 거지.”


몸에 붙은 퍼즐 조각이 폭발해 경호의 체력이 30 날아갔지만, 민우주는 대수롭지 않게 옥상 난간으로 다가가 사다리차가 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54레벨인 경호는 민우주의 조언에 따라 능력치를 골고루 올렸다.

물리 피해를 감소시키는 피부 내구가 30. 최대 체력은 600. 체력 회복은 1초마다 2씩 오른다.

1레벨 함정 기술인 직소 퍼즐로 경호를 잡으려면 한세월은 걸린다.


“우주 형! 잡았어요! 근데 이 형 상태가 이상해요!”


사다리차가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는 걸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경호가 일찍 성공했다.


“근데 상태가 이상하다고?”


이건 뭔 소리가 싶어 청년 좀비를 깔고 있는 경호에게 다가갔는데, 말 그대로다.

바들바들 떨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습. 이 선선한 날씨에 땀까지 주르륵 흘리고 있다.


“설마?”


민우주는 곧장 텐트 근처로 다가가 짐을 뒤졌고, 거기서 점심이라고 적힌 약봉지를 발견하고 가져와 좀비에게 먹였다.

다행히 약효가 들었는지 숨이 점차 가라앉고 있다.


잠시 후, 부끄러운지 청년 좀비가 눈도 못 마주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제가 공황 장애가 있어서 가끔 이렇게···”


감사 인사를 받고 나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공황발작에다 약까지 챙겨 먹는 모습을 보니 좀비가 불쌍해 보이기는 오랜만이네.


“근데 왜 옥상에서 지내는 거죠?”

“전기가 끊겨 컴퓨터가 안 켜져 밖을 돌아다니다, 옥상에 태양광 패널이 있는 걸 보고 바로 올라왔습니다.”


이 인간. 중중 게임 중독인가 보네.

공황 장애를 가진 애가 컴퓨터 안 켜진다고 밖을 돌아다녔던 걸 보니.


송경호가 물었다.


“그럼 그때 사람을 물고 레벨을 올린 거예요?”

“사람을? 아니야.”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내 재능 중에 내기에서 이기면 경험치를 얻는 게 있거든.”

“게이머 재능 말이군요.”


내기, 대결, 결투에서 승리하면 경험치를 얻는 재능이다.

좀비는 동족을 감염시키면 레벨이 오른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이 사냥 말고도 성장 자판기에서 경험치를 구매해 레벨을 올린 것처럼,

좀비들도 재능이나 자판기를 통해서 레벨을 올리는 데 필요한 경험치. 감염시킨 인원을 채울 수 있다.


“그나저나 몰랐네요. 게이머 재능이 온라인 게임에서 이겨도 경험치를 얻을 줄은.”

“저도 놀랐습니다. 대전 격투는 물론, MMOPRG의 PVP. 레이싱에서 1등을 해도 경험치를 줍니다.”


경호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온라인 게임도 했어요? 전기가 끊겼는데 인터넷은 돼요?”

“아, 괜찮아. 지난번에 통신사가 터져서 4일이나 인터넷이 끊긴 적이 있었거든. 그래 이후로 비상용으로 위성 통신을 깔아놨어.”


그렇게 말하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 청년 좀비의 얼굴이, 왠지 드라이버 신화 아저씨들이 재생의 석유를 자랑했을 때랑 똑같았다.


“정말 폐-, 대비가 철저하네요!”


‘정말 폐인이네요.’라고 솔직히 말할 뻔했다.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태양광 패널을 발전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걸 보니, 기계를 잘 다루나 보네요?”

“아, 그건 4층에 사는 감 할아버지가 해줬습니다. 제가 탐색 기술로 할아버지 아드님하고 며느리를 찾아드렸거든요.”

“탐색 기술을 보유했다고요?”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탐색 기술은 가치가 높다.

다만 얻기는 힘들다. 기술 자판기에서 구매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워낙 세서.

그러니까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눈에 담아두는 편이 좋다.


“괜찮다면 기술 좀 볼 수 있을까요?”


9위권 혜택을 사용하면 접촉한 기술을 복사할 수 있다.

고길동의 분신 기술을 복사한 것처럼.


“네, 톱 뷰.”


기술 이름만으로 어떤 방식의 탐색 기술인지 감이 잡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건가?”

“맞습니다. 옛날 게임에 자주 사용된 시점인데, 위에서 아래를 봐 ‘톱 뷰’라고 부릅니다.”


기술을 사용하면 마치 위성지도처럼, 하늘 위에서 실시간으로 내려다보는 모니터가 나타난다고.


“이제 됐습니다. 그럼 내려갈까요.”

“내, 내려가요? 집을 나가라고요?”


얼굴이 사색이 된 폐인 좀비가 민우주의 다리를 붙잡으며 사정했다.


“제, 제발! 내쫓지 마세요! 집세는 꼬박꼬박 내겠습니다!”


뭔 소리니?

갑자기 악독한 집주인이 된 기분이네.


“20분. 길어도 30분만 아파트에서 나가 있으면 됩니다. 그 후에 다시 들어오세요.”


좀비들을 아파트에서 다 내보내면 점령 시나리오는 달성.

그 후에 다시 좀비들에게 건물을 빼앗겨도 보상은 빼앗기지 않는다.


“30분이면 게임이 다섯 판인데···”


30분도 아까운지 컴퓨터에서 눈을 못 떼는 폐인 좀비.

민우주는 간단하게 그를 설득시켰다.


“게임기를 옥상에서 던지면 주우러 아래까지 내려가야겠죠?”

“!!!”


세상 섬뜩해졌는지 폐인 좀비는 서둘러 옥상 문을 향해 질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성좌 온라인 회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24.09.11 11 0 -
27 시나리오 : 전투 24.09.13 7 1 13쪽
26 시나리오 : 정찰, 결집 24.09.12 6 1 13쪽
25 선배 : 저승 할망(2) 24.09.11 9 1 13쪽
24 선배 : 저승 할망 24.09.10 11 1 13쪽
23 시나리오 : 점령(3) 24.09.06 16 1 13쪽
» 시나리오 : 점령(2) 24.09.05 13 1 13쪽
21 시나리오 : 점령 24.09.04 17 1 13쪽
20 처용무 24.09.03 18 2 13쪽
19 보조 시나리오 : 가족 24.08.30 21 2 13쪽
18 2티어 좀비 24.08.29 15 2 14쪽
17 엄마 24.08.28 16 2 12쪽
16 영입 2순위 24.08.27 16 2 13쪽
15 시나리오 : 이사(2) 24.08.23 22 5 14쪽
14 시나리오 : 이사 24.08.22 18 5 13쪽
13 1일차 저녁 24.08.21 19 5 13쪽
12 시나리오 : 팀 24.08.20 17 5 12쪽
11 보조 시나리오 : 배고픔 24.08.16 19 5 12쪽
10 시나리오 : 집단(2) 24.08.15 19 5 13쪽
9 시나리오 : 집단 24.08.14 21 5 13쪽
8 시나리오 : 탈출 24.08.13 22 5 15쪽
7 드라이버 24.08.09 26 5 13쪽
6 석유 화학 24.08.08 30 5 12쪽
5 37회차(3) 24.08.07 36 5 13쪽
4 37회차(2) 24.08.06 41 5 14쪽
3 37회차 24.08.01 58 5 12쪽
2 서미성 24.07.31 89 5 12쪽
1 25회차 24.07.30 142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