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좌 온라인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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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6:2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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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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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일차 저녁

DUMMY

민우주와 서미성. 유이슬까지 잠들자, 행정실에 깨어있는 사람은 부모님과 송경호뿐.


“엄마, 아빠. 배 안 고파?”

“읍! 읍!”


좀비는 안 먹어도 괜찮다고 들었지만 괜히 신경 쓰여 말을 걸었다.


“엄마, 내가 하는 말 알아들어?”

“읍! 읍!”


대답 없는 부모님의 모습에 괜스레 울컥해진 송경호는 스마트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아까 시내버스를 타고 공장으로 갈 때 누나랑 잠깐 통화했는데, 전기가 끊길지도 모르니 전원을 꺼놓고 필요할 때만 켜라고 그랬다.


누나 : 아빠는 만났어?

누나 : 밥은 먹었어? 아픈 데는 없지?

누나 : 괜찮은 거야? 연락 좀 해줘···


전원을 켜자마자 반겨주는 메시지.

다행히 아직 전파가 잡혔기에 답장 대신 통화를 눌렀다.

통화를 누르자마자 바로 목소리가 들렸다.


[경호니? 괜찮아? 다친 곳은 없고?]

“어? 그 목소리 이모에요?”


누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서울에 사는 웹툰 작가인 이모랑 같이 산다.

누나의 꿈이 웹툰을 그리는 거라, 이모랑 같이 살면서 어시스트로 지내고 있다.


[경호야, 물린 곳은 없지?]

“네! 저는 괜찮아요!”

[밥은? 밥도 못 먹었지?]

“아니요! 불고기 도시락 먹었어요! 이모는 드셨어요?”

[그럼! 너무 많이 먹어서 곤란할 정도야. 네 누나는 배불러서 움직이지도 못한다, 얘.]


송경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도 그렇고 이모도 그렇고 많이 먹는 사람이 아닌데?


[말도 마렴. 아까 전기가 끊기면서 냉장고가 위험한 상황이거든. 일단 급한 대로 냉동실에 쑤셔 놓고, 못 집어넣은 반찬들은 입에 집어넣느라 배가 터질 것 같아.]


왠지 모르게 그 모습이 상상이 가 경호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이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경호야, 아빠는···]

“제 옆에 있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무사했어! 이모 좀 바꿔줘!]


경호는 아차 싶었다.

엄마가 좀비가 됐다는 건 공장으로 가면서 누나한테 말했지만, 아빠까지 좀비라는 건 아직 모르니까.

경호는 이모가 놀라지 않게 차분하게 설명했다.


[언니에 이어 형부까지··· 세상도 무심하지···]

“괜찮아요! 10레벨이 되면 이성을 되찾는다고 우주 형이 그랬어요!”

[10레벨? 그 레벨이라는 어떻게 올리는데?]

“사람을 물면 된다는 데요?”

[······]


이모의 침묵에 송경호는 뒤늦게 손을 저었다.


“아, 아니에요! 우주 형은 히어로라 나쁜 짓은 안 해요!”


나쁜 사람은 혼내주고 곤경에 빠진 사람은 도와주는 정의의 히어로.

송경호의 머릿속에 민우주가 어떤 이미지인지 알 수 있는 단어다.


[···며칠만 기다려. 이모랑 누나가 거기로 갈게!]

“네? 여기로요? 위험해요!”

[언니랑 형부가 그런 꼴인데 널 혼자 놔둘 수는 없잖니.]

“저는 괜찮아요! 우주 형도 있고! 미성이 형도 있고!”

[아까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니 좀비들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더라. 조심해서 이동하면 충분히···]

“안 돼요!”


송경호는 목소리를 높여 이모의 말을 끊었다.


“일반 좀비들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진화 좀비를 만나면 위험하다고요!”

[···진화 좀비?]


공장에서 있었던 일. 이성을 지닌 좀비가 인간을 공격한 일을 말해주자, 이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아니, 어떻게 사람의 얼굴로 그런 짓을···]

“그러니까 함부로 나오면 안 돼요! 제가 우주 형한테 부탁해서 거기까지 갈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경호의 간절한 목소리에 이모는 알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좀비한테 안 물리게 롱패딩 같은 거 찾아서 입고 다니고. 아, 소미가 바꿔 달랜다.]

[송경호! 누나가 인터넷에서 ‘아포칼립스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검색해 메일로 보냈거든? 그거 종이에 옮겨 적어 놔. 스마트폰은 언제 꺼질지 모르니까 귀찮아도 종이에 적어서 틈틈이 외워도. 알았지?]


센스 있는 누나의 잔소리에 송경호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려는데 반대편에서 뭔가 머뭇거리더니 누나가 충격 고백을 해왔다.


[누나가 사, 사, 사랑하는 거 알지?]

“!!!”


생전 처음 들어본 누나의 사랑 고백에 닭살이 우수수!

다시 못 볼지도 모르기에 저런 말을 남긴 건 알겠다.

머리는 알겠는데 몸은 솔직했다.


“누나, 기분 나빠!”


그래도 남매 사이가 좋은지 ‘역겨워!’, ‘재수 없어!’라는 욕은 안 나오네.


[푸하하!]

[끊어!]


이모의 웃음소리와 누나의 짜증을 끝으로 통화가 끊겼다.

통화를 끝내고 누나가 말한 대로 메일을 확인했다.


[식량 확보]

편의점과 마트에 들어가면 유통기한이 긴 통조림과 부피는 작지만 열량이 높은 초콜릿을 우선 챙기자.

    :


“와, 길어!”


어디까지 있나 싶어 스크롤을 내렸더니 한참 후에야 끝이 보였다.

이거 적게 잡아도 A4 용지 10장 분량이네.

시험 기간도 아닌데 이걸 필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암담했지만,

이걸 보내 준 누나의 마음도 있고, 이런 거라도 해서 형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볼펜을 들었다.

행정실이다 보니 A4 용지와 볼펜이 많은 건 다행이었다.


그렇게 수업 시간에도 잘 안 하는 필기를 하고 있는데,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행정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교장 선생님?”

“아, 경호야. 민우주 씨는··· 벌써 잠드셨구나.”


누워 있는 민우주를 본 교장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세요?”

“라디오에서 대통령 발표를 한다는구나. 민우주 씨도 듣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라디오요? 전기가 안 되는데 라디오는 돼요?”

“하하하. 이건 재난에 대비한 라디오라서 자가발전으로 돌아간단다.”

“저도 들어도 돼요?”

“물론이지. 교무실로 가자꾸나.”


형들이 깨지 않게 복도로 나왔다.

교무실로 들어가자 라디오에서 벌써 발표가 시작됐다.


[이번 테러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으며···]


“이걸 테러로 봐야 하나?”

“그럼 테러범은 누구일까요?”


라디오를 듣던 선생님들이 수군거렸다.


[···정부는 군부대의 혼란이 정리대는 대로 빠르게 대응하겠습니다. 하지만 총기에 제약이 생겨 단기간에 끝날 거라고 낙관할 수···]


“말도 안 돼! 100발을 쏴야 한 놈을 잡는다고?!”


라디오에서 충격적인 정보가 나왔다.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정보를 볼 수 있는 아이템이 생겨났다.

희소성은 없는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송경호가 신고 있는 신발도 아이템이니까.


문제는 아이템이 되지 않은 물건들.

아이템은 내구, 공격력이라는 수치가 적용된다.

반면 아이템이 되지 않은 물건들은 그런 수치가 없다.


공격력 10짜리 총알로 좀비를 쐈을 때는 10발로 쓰러트릴 수 있었는데,

아이템이 아닌 일반 총알로 좀비를 잡으려 했더니 100발을 소모했다고 한다.

일반 총알의 공격력을 계산하면 1인 셈.


“이거, 총알로 좀비를 못 잡는다는 소리잖아?”


총알 100발에 좀비 한 마리.

총알의 원가를 생각해도 손해고 안전성을 생각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100발을 쏠 동안 총성을 듣고 좀비들이 사방에서 몰려들 테니, 총은 완전히 무용지물이네요.”


더 비관적인 건 총보다 압도적인 살상력을 지닌, 화약의 폭발력을 이용한 무기들 또한 공격력이 1로 추정된다고.

심지어 현대 전쟁의 핵심인 전차, 전투기, 군함은 일반 연료로는 작동이 안 돼 오직 아이템 연료로만 가동할 수 있단다.


“와···”


라디오를 듣던 송경호와 선생님들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운동장에 주차된 헬기를 그저 감탄한 눈으로 봤다.


“국가도 애먹는 걸 저렇게 타고 오다니.”

“게다가 저걸로 시나리오까지 달성해 주셨잖아요?”


여러모로 대단한 아저씨들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요새화가 끝나는 대로 다른 발전소 또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일수록 선생님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총기의 제약과 전차의 연료 고갈로 군대의 화력이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

그런 군대가 좀비들을 정리하려면 아무리 봐도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날 거 같지 않았다.


게다가 군대는 원자력 발전소 같은 위험도가 높은 시설에 먼저 배치된다고 했다.

발전소에서 사고라도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우선순위로 잡았다고.


“아무리 그래도 시민이 먼저 아닌가?”

“이건 우리보고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하는 거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은 우선으로 챙겨야지!”


몇몇 선생님들이 화를 내자 교장이 끼어들었다.


“다들 진정하세요. 발전소를 확보하면 다시 전기가 들어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건···”


전기라는 말에 선생님들의 표정이 풀렸다.

전기가 없으면 현대 사회는 멈춘 거나 마찬가지다. 전기가 끊기면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훨씬 많으니까.

특히 식량 확보에 중요하다.

냉장고만 돌아간다면 많은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생존율은 높아진다.


군대의 화력이 멀쩡하다면 좀비를 먼저 정리하고 시설을 정비하는 게 맞겠지만,

지금 화력으로 단기간에 좀비를 정리하는 건 불가능.

그렇기에 시설을 먼저 정비해 전기, 가스, 물, 통신을 차례대로 공급해 주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가능한 집 밖으로 나가지 마시고··· 매일 6시. 라디오를 통해 진행 상황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선생님들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방침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행히 학생들에게 충분한 동전이 있으니 학부모들이 찾아올 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경호는 조심스럽게 교무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어가며 주황색으로 물드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예쁘다···”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빛깔이다.


     *     *


멸망한 가상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을 보여주는 드라마 ‘성좌 온라인 회귀’

첫 방송을 시작한 3년 전에는 무제한 상금과 게임 드라마라는 참신함으로 흥행을 탔고,

고작 3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시청자와 팬층을 보유한 드라마 시리즈로 발돋움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몇 가지가 있지만, 찐팬들이 뽑은 최고의 매력은 죽기 전까지 드라마만 시청해도 절대 다 못 볼 거라는 방대함.


시즌 37회차 채널

한국(서울)

한국(부산)

한국(제주도)

    :

미국(뉴욕)

미국(워싱턴)


국가마다 문화가 달라 시청자의 취향이 다르기에, 그 취향에 맞춰 도시마다 채널이 따로 존재한다.

거기다 같은 도시라도 1회차, 25회차, 37회차 별로 채널이 따로.

덕분에 일일 드라마면서 하루에 수천 편의 영상이 방영된다.


해당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진행되기에 모든 채널의 분량이 같을 수는 없다.

평범하거나 재미없는 도시는 영상이 30분도 안 되지만, 색다른 사건이 벌어지거나 주목할 만한 인물들.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주도해 갈 영입 1순위 주민들과 순위권을 차지해 치고 나가는 플레이어들이 있는 도시는 영상이 3시간이 넘기도 한다.


이번 37번째 시즌 1화가 시작됐다.

37회차의 첫 방송에서 가장 긴 분량으로 많은 시청자가 몰린 채널은 한국(울산).

영입 1순위 주민. 장비의 주인 송경호와 현재까지 진행된 시나리오에서 1위를 차지한 플레이어가 두 명이나 있는 채널이다.


-투신 미친 거 아니야? 시나리오 3개 하면서 셋 다 메달권에 들었어!

-시나리오 진행도 깔끔해. 초등학교 챙기면서 꿀꺽할 준비도 끝냈잖아.


성좌 온라인 커뮤니티.

늦은 시간인데도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커뮤니티에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들.


-아, 나도 축구장에서 시작했는데 투신 온 거 전혀 몰랐어! 알았으면 당장 가는 건데!

-난 경호 영입하러 중학교에서 시작했다가, 경호가 초등학교로 넘어가는 거 보고 그냥 파밍하러 떠남··· 그때 같이 갔으면 나도 투신 따라다니며 순위권 업적 얻었을 텐데···

-그래도 나보다 낫다. 난 투신이 경호랑 만나는 거 보고, 영입은 글렀다고 생각해서 예술고로 떠났어. 거기 있는 2티어라도 영입하려고.

-그래서 영입은 했어?

-······


투신이 있는 도시. 울산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투신을 졸졸 따라다닌 사람들은 시나리오에서 고득점을 달성해 동전과 업적을 얻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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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시나리오 : 정찰, 결집 24.09.12 6 1 13쪽
25 선배 : 저승 할망(2) 24.09.11 9 1 13쪽
24 선배 : 저승 할망 24.09.10 11 1 13쪽
23 시나리오 : 점령(3) 24.09.06 16 1 13쪽
22 시나리오 : 점령(2) 24.09.05 13 1 13쪽
21 시나리오 : 점령 24.09.04 17 1 13쪽
20 처용무 24.09.03 18 2 13쪽
19 보조 시나리오 : 가족 24.08.30 21 2 13쪽
18 2티어 좀비 24.08.29 15 2 14쪽
17 엄마 24.08.28 16 2 12쪽
16 영입 2순위 24.08.27 16 2 13쪽
15 시나리오 : 이사(2) 24.08.23 22 5 14쪽
14 시나리오 : 이사 24.08.22 18 5 13쪽
» 1일차 저녁 24.08.21 20 5 13쪽
12 시나리오 : 팀 24.08.20 17 5 12쪽
11 보조 시나리오 : 배고픔 24.08.16 19 5 12쪽
10 시나리오 : 집단(2) 24.08.15 20 5 13쪽
9 시나리오 : 집단 24.08.14 21 5 13쪽
8 시나리오 : 탈출 24.08.13 22 5 15쪽
7 드라이버 24.08.09 26 5 13쪽
6 석유 화학 24.08.08 30 5 12쪽
5 37회차(3) 24.08.07 36 5 13쪽
4 37회차(2) 24.08.06 41 5 14쪽
3 37회차 24.08.01 58 5 12쪽
2 서미성 24.07.31 89 5 12쪽
1 25회차 24.07.30 142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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