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좌 온라인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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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6:2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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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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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7회차

DUMMY

오후 1시 40분


“다녀오겠습니다.”

“갔다 올게요!”

“오냐, 꼭 구해라.”


민우주와 서미성은 사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접속 기기에 들어갔다.

원래라면 민우주가 오후 알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지만, 서미성과 같이 접속하기 위해 사장님에게 부탁해 근무 시간을 바꿨다.

민우주가 오전, 사장님이 오후, 서미성이 야간.


오후 1시 50분이 되면 새로운 서버가 열리기에 미리 성좌 온라인에 접속했다.


[출연 약관]

성좌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은 자동으로 촬영되며, 해당 영상의 저작권은 기업 ‘테이아’에 있습니다.

대신 영상에 등장할 때마다 출연 시간에 비례해 출연료가 지급됩니다.

동의하십니까?


성좌 온라인은 무료다.

정액제도, 부분 유료화도 아닌 완전한 무료.

게임 내에 결제 시스템이 없어 ‘어떻게 먹고 살까?’ 싶겠지만, 그 해답은 ‘드라마’.


성좌 온라인의 무대는 멸망에 빠진 행성들.

가상 현실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일으키는 사건, 활동하는 장면이 편집되어 드라마로 제작된다.


제작비도 적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제작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배우의 출연료와 CG(시각 효과) 비용이다.


가상 현실에서 촬영하기에 특수 효과 비용은 최소한으로 절감.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플레이어의 출연료는 각 국가의 최저시급이다.

전문 배우의 출연료와 비교하면, 아니, 비교가 안 된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문 배우를 쓰는 이유는 배우의 연기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

하지만 성좌 온라인의 사람들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다.

멸망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주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정해진 대본이 아닌 욕망대로 행동하기에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의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각 국가에 맡게 편집돼, 일일드라마처럼 매일 방영한다.

시청률이 저조하다면 모를까 흥행에 성공한 순간부터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의하지 않으면 성좌 온라인에 접속하지 못합니다.]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개인정보가 걱정된다면 얼굴을 바꾸면 그만이니까.

가상 현실이기에 캐릭터의 외형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민우주도 턱선을 둥글게 만들고 볼살을 빵빵하게 넣어, 실제 얼굴보다 포동포동하게 찌웠다.


“얼굴 성형 종료. 의상 선택. 검은색 체육복으로. 아, 모자도 추가해 줘.”


뛰어다니기 편하게 복장까지 정리하자, 50분이 됐다.


[평행우주 현황]

주신이 탄생한 회차 : 1회차

플레이어가 멸종한 회차 : 2, 3, 4, 5··· 24회차

시나리오가 진행 중인 회차 : 19, 21, 25··· 36회차


[새로운 평행우주(37회차)가 열렸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경호가 있는 25회차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한 회차에 한 번의 기회뿐.

사망한 회차는 다시 시작하지 못한다.


“좋아.”


새로운 회차, 평행우주가 열리자 짐볼 크기의 지구본이 나타났다.

성좌 온라인의 시작 행성인 가상의 지구는 현실의 1/10 크기다.

현실의 지형과 도시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이동에 시간이 걸리는 바다와 도로는 짧게 줄여 접근성을 높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전한다고 할 때, 실제는 4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여기는 40분이면 도착한다.


[시작할 장소를 선택하세요.]


처음 접속할 장소는 직접 정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가 있는 장소여야 하는데, 바로 ‘문’.

지금처럼 축구장을 선택하면 바로 앞에 문이 나타난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축구장이다.


문이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 시작할 수 있다.

산속에 있는 캠핑카, 바다 한 가운데의 유람선. 심지어 하늘을 비행 중인 항공기의 화장실에서 나올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서 시작과 동시에 보물을 노리는 사람도 많다.

높은 산장에서 시작해 산등성이에 묻힌 경험치를 올려주는 산삼을 캐거나,

태평양의 휴양 섬에 있는 별장에서 시작해 무인도로 건너가 화산의 검을 얻는 등.


초반 회차에는 정보가 없었기에 다들 평범하게 시작했지만, 숨겨진 보물들의 위치가 알려지면서 그걸 노리는 사람도 많아졌다.

민우주도 보물의 위치를 여러 개 알고 있지만 따라 할 생각은 없다.


“도박이랑 복권이랑 주식은 안 하는 게 맞아.”


게임에서 특별한 물건을 얻으려면 그만한 위험과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준비를 갖추고 도전해도 위험한데, 갓 시작한 초보자가 보물을 노린다?

차라리 복권을 사라.

그건 꽝이어도 죽지는 않으니까.


“형, 경호 어디 중학교랬지?”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서미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성좌 온라인 안에서는 특정 직업이나 기술을 보유해야만 귓속말, 채팅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접속 기기의 설정을 이용하면 같은 가상방에 있는 기기끼리는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별거 아닌 기능 같지만, 저거 때문에 가상방을 찾는 단체 손님이 꽤 된다.


“울산의 □□중학교. 지구본에 검색 기능 있으니까 찾아봐.”

“아, 찾았다! 와, 대박! 중학교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네?”

“뒤쪽에는 검찰청하고 지방 법원도 있어. 시나리오를 시작하면 자주 찾게 될 거야.”

“시나리오를 잘하면 연예인이 될 수 있다고 했지? 좋았어!”


연예인이 아니라 랭커지만 서미성의 머릿속에 ‘랭커 = 연예인’으로 굳어진 모양.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굳이 정정하지 않고, 잡고 있던 문고리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뿌지직!

익숙한 소리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윽!”


냄새를 피해 밖으로 나간 민우주는 참았던 숨을 뱉으며 피식 웃었다.


“시작도 참···”


민우주가 나온 곳은 축구경기장 1층 남자 화장실의 3번째 칸!

선택한 건물의 문이 여러 개라면 어떤 문으로 나올지는 무작위로 정해진다.

25회차에서는 평범하게 자동차의 문으로 나왔는데, 37회차는 시작부터 똥 냄새가 진동하네.


“안에 사람 있어요?”

“네.”


남자 화장실 밖에 서 있던 청소 아주머니의 물음에, 쾌변 중인 안쪽 사람을 떠올리며 대답하다 멈칫했다.


‘경호 어머니!’


1년 만에 본 얼굴이지만 단번에 알아챘다.

오늘을 위해서 자신이 나왔던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왔으니까.

앞에 있는 이 여성이 송경호의 어머니이자, 25회차 첫째 날에 자신이 죽인 그 사람이 확실하다.


복잡한 기분으로 걸레를 정리하는 그녀를 쳐다보는데, 몇몇 남성들이 빠른 걸음으로 통로를 지나갔다.


“몇 분 남았어?”

“6분!”

“여기 파밍할 게 있었나?”

“투신이 서포터석에서 근육강화제 치킨이랑 선수실에서 이속 올리는 축구화 찾았었어!”


익숙한 별명에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지금 얼굴은 25회차의 투신보다 둥글둥글해서 알아보기 어렵지만, 괜히 눈에 띄면 귀찮아질 수 있기에 얼굴을 가렸다.


“민식아, 빨리 와!”


민우주처럼 축구장에서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이 속속 들어오는 모양인지 여기저기가 소란스럽다.


“야, 경호 엄마 보여?”


왼편 통로에서 다가오는 한 무리의 목소리에, 민우주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경호 어머님 사이에 서서 시야를 가렸다.


“청소 아줌마랬지?”

“어. 투신 첫날 영상에서 경호가 그랬어.”

“이 넓은 축구장에 청소 아줌마가 한두 명이야?”

“아니, 이럴 시간에 그냥 파밍하면 안 돼?”

“야, 1티어다! 한 서버에 50명밖에 없는 유니크 캐릭터라고!”


영입 1순위라고 부르는 1티어 주민은 동료로 삼을 수만 있다면 생존율을 10배로 올려주는 귀한 존재다.

25회차에서 민우주가 수많은 시나리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경호가 등을 지켜줬기 때문이니까.


“근데 배신했잖아? 투신이랑 형동생처럼 지내다가 진짜 뜬금없이. 우리도 그 꼴 나면 어떡해?”

“그거야 가족이 없어서 흑화한 거겠지. 설마 엄마도 있는데 배신하겠어?”


다른 사람들도 송경호를 영입하기 위해 움직일 거라고 예상은 했다.

1순위 주민은 영입 경쟁이 치열하니까.


“경호는 투신이 챙길 테니까, 우리는 엄마를 구해서 경호의 호감을 얻자고.”

“근데 경호가 엄마만 챙겨서 투신한테 가면?”

“그럼 우리도 투신한테 받아달라고 해야지!”


청년들의 대화를 듣던 민우주는 잠시 고민하다, 필드가 있는 안쪽 통로로 걸어갔다.

멸망이 찾아온 후 혼자서 경호의 어머니를 지키며, 경호가 있는 중학교까지 가려면 고생이 확실.

그렇다면 아예 청년들에게 어머니의 안전을 맡기고, 자신은 멀리서 지켜보며 돕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우주에게 가려졌던 경호의 어머니가 보이자, 청년들은 청소부 옷을 입은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혹시 송경호 어머님이세요?”

“응? 어, 맞는데? 우리 아들을 알아요?”

“저희는 경호 친구들이거든요!”


허술한 거짓말에 민우주는 고개를 저었다.

송경호는 중학생 2학년이고, 청년들은 누가 봐도 대학생.

뭐, 요새 청소년은 발육이 좋아서 성인보다 체격이 큰 경우도 많으니까··· 라는 표정으로 경호 어머님이 물었다.


“근데 학생들이 왜 학교에 안 가고 여기에 있어?”

“저희는 축구부거든요!”

“오늘 오전에 유소년 대회가 있어서 그거 끝나고 경기 보러 왔어요!”


거짓말은 불안불안하지만 친화력이 좋은지 금방 웃고 떠들고 있다.


지켜보던 민우주는 통로를 지나쳐 필드가 훤히 보이는 서쪽 2층 좌석으로 나왔다.

2시 경기가 잡혀있는지 좌석 절반이 사람으로 들어찼고, 필드에는 선수들이 나와 있다.

전광판에 오늘 경기를 치를 팀 이름과 시간이 보였다.


현재 시각 : 1시 59분


“이제 1분.”


아니, 이제 막 분이 넘어갔다.


현재 시각 : 2시 00분


그 순간, 축구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앞에 글자가 나타났다.


[종족 인류가 신화의 주신을 뽑는 시나리오에 참가합니다.]

멸망에서 살아남아 업적을 얻고, 업적으로 쌓은 신성으로 신화를 대표하는 주신이 되세요.


[신성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이제 업적으로 신성을 빚을 수 있습니다.


[후원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이제 선배에게 후원받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개방됩니다.]


[민우주]

레벨 : 1 (미사용 1)

재능 : 교환, 제약, 잠꾸러기, 인상, 맨손, 맨몸, 도망, 화들짝.


[지구 행성에 멸망 시나리오가 시작됐습니다.]


[‘질병, 멸망’이 전염병을 살포합니다.]


[시나리오 ‘탈출’이 대기 중입니다. 시작합니까?]


이제 시작이다.




“이, 이게 뭐야?”

“오빠! 이상한 게 떴어!”

“뭐지? 증강 현실인가?”


관중석에 앉은 관객은 물론, 경기를 시작하려던 필드의 선수들까지 당황한 모습으로 옆 사람을 쳐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태연하게 돌아다니는 건 민우주 같은 플레이어뿐이다.


“시나리오 떴다! 당장 할까?”

“경기장 빠져나간 후에! 여기서 둘러싸이면 끔살이야!”

“쿨럭! 쿨럭!”

“헉! 야, 떨어져!”


괜찮은 아이템이 없나 좌석을 돌아다니던 플레이어들은, 앞에 있던 관객이 기침하자 기겁하며 멀어졌다.

주변 사람들은 왜 호들갑이냐며 의아하게 쳐다봤고, 잠시 후. 그들이 왜 피했는지 알 수 있었다.


“으악!”


기침했던 여성이 남자친구의 팔을 콱 물었다.

남자친구가 놀라서 팔을 뿌리치자, 여성은 뒤로 넘어졌다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천천히 일어났다.

어색한 몸동작과 아파 보이는 창백한 피부.

그건 마치 영화에서 자주 보던 그것 같았다.


“좀비?”


지구 행성의 멸망은 전염병. 그것도 좀비 바이러스다.




좌석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창백해진 피부와 부자연스러운 몸놀림의 좀비들이 주변에 있는 친구, 일행을 거침없이 물고 있다.


좀비의 숫자는 전체 관객의 1/5.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기에 제압하려 든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도, 도망쳐요!”

“꺅!”


공포심을 느낀 사람들이 일시에 이동하면서 좌석이 혼잡해졌고, 혼란은 빠르게 번졌다.

민우주는 주변에 떨어진 응원용 수건을 한 장 주운 후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걸음이 향한 곳은 경호 어머니가 있던 화장실.


“어머니! 불났나 봐요! 빨리 대피해요!”


바깥이 소란스러워지자 청년들은 멸망이 시작된 걸 깨닫고, 경호 어머니의 팔을 잡고 빠져나가려 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등이 거칠게 들썩이며 불안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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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온라인 회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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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나리오 : 전투 24.09.13 7 1 13쪽
26 시나리오 : 정찰, 결집 24.09.12 6 1 13쪽
25 선배 : 저승 할망(2) 24.09.11 9 1 13쪽
24 선배 : 저승 할망 24.09.10 11 1 13쪽
23 시나리오 : 점령(3) 24.09.06 16 1 13쪽
22 시나리오 : 점령(2) 24.09.05 12 1 13쪽
21 시나리오 : 점령 24.09.04 17 1 13쪽
20 처용무 24.09.03 17 2 13쪽
19 보조 시나리오 : 가족 24.08.30 20 2 13쪽
18 2티어 좀비 24.08.29 14 2 14쪽
17 엄마 24.08.28 15 2 12쪽
16 영입 2순위 24.08.27 15 2 13쪽
15 시나리오 : 이사(2) 24.08.23 21 5 14쪽
14 시나리오 : 이사 24.08.22 17 5 13쪽
13 1일차 저녁 24.08.21 19 5 13쪽
12 시나리오 : 팀 24.08.20 16 5 12쪽
11 보조 시나리오 : 배고픔 24.08.16 19 5 12쪽
10 시나리오 : 집단(2) 24.08.15 19 5 13쪽
9 시나리오 : 집단 24.08.14 21 5 13쪽
8 시나리오 : 탈출 24.08.13 22 5 15쪽
7 드라이버 24.08.09 25 5 13쪽
6 석유 화학 24.08.08 30 5 12쪽
5 37회차(3) 24.08.07 35 5 13쪽
4 37회차(2) 24.08.06 41 5 14쪽
» 37회차 24.08.01 58 5 12쪽
2 서미성 24.07.31 88 5 12쪽
1 25회차 24.07.30 14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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