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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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DUMMY

후속 처리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 유화는 워록-2를 끌고 격납고로 돌아왔다.

유화가 나간 후로 닫히지 않고 있던 격납고 내부로 들어가자, 발아래에 깔린 발판이 천천히 회전하며 기체를 반대로 돌려세웠다.

어깨와 팔, 허벅지와 정강이에 해당하는 부분에 도크가 연결되며 워록의 거체가 격납고에 안전하게 고정되었다.


[피해 상황을 분석합니다.]


바이저에 메카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오른쪽 어깨와 왼손 부위가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외부 장갑이 약 11% 손상되어 있습니다만, 심각한 손상은 아닙니다. 단순히 찌그러진 수준으로 한 시간이면 수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보스.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왜?”

[부가 무장의 결합 프로토콜에 해당하는 코드를 워록-2의 시스템 내부에서 발견했습니다. 프로토콜을 살펴보니, 방패와 대구경 캐논이었습니다.]

“프로토콜을 변형 금속에 넣어놓은 게 아니라 기체에 직접 삽입한 건가?”

[종류가 다릅니다. 비유하자면, 자석의 N극과 S극 중 하나만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변형 금속의 규모가 막대해 프로토콜을 채 삽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제가 HG에 직접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그는 헬멧을 벗고 세나가 들어 있는 칩을 빼낸 뒤 열린 콕핏의 문 앞에 섰다. 출격 대기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복도와 콕핏을 잇는 다리가 연결되었다.

다리를 건너 출격 대기실에 파일럿 슈트를 놔둔 유화는 브리핑실로 향했다.


“오늘 너 때문에···!”

브리핑실 안에선 안드로프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꼿꼿히 선 채 뒷짐을 지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금발의 청년이 서 있었다. 동기화에 실패했다는 그 파일럿인 듯했다.


“음···.”


침까지 튀겨가며 빠르게 말하는 안드로프. 사투리가 살짝 섞인 빠른 러시아어라서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에 유화가 눈썹을 살짝 모으자 세나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번역해드릴까요, 보스?]

“아니. 됐어.”


알아듣기 어려운 것과 별개로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는 뻔했다.

대부분의 국가의 우주군이 타군과는 차이가 크다고는 하나 결국 군대는 군대였으니까.


“후···. 꺼져!”


한참이나 고함을 지르던 안드로프가 벗겨진 머리에 흐른 땀을 닦으며 외쳤다. 금발의 파일럿이 고개를 깊이 숙이고는 돌아섰다.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몇 분 더 씩씩대던 안드로프가 유화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유화와 눈을 마주치더니 눈에 띄게 당황해하며 말했다.


“이거, 그, 못 볼 꼴을 보여드렸군요···. 죄송합니다, 닥터.”

“해야 할 일을 하신 거지 않습니까? 죄송하실 필요 없습니다.”


유화는 그를 향해 고개를 젓고는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


“안드로프 대장, 혹시 기지 안에 무기 연구실이 있습니까?”

“있기는 합니다만, 연구실은 왜···?”

“언제 거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오늘은 무난히 넘어갔지만, 오늘 같은 일이 한 번 더 있으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빛에 질량과 성질을 부여하여 방패처럼 다룬 외피. 돌연변이를 일으킨 거수는 여럿 있었고 대부분은 그 개체 하나를 토벌하는 게 전부였지만, 가끔은 그 돌연변이가 대다수의 거수에게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다.


진화.

쌍둥이를 시작으로 거수가 진화하기 시작하여 대부분의 거수들이 고형광선을 다루도록 진화한다면, 새로운 무장이 필요했다.


“HG에 연락하기 전에 제가 직접 상대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서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 싶기도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아, 그런 거라면···물론이지요. 그런데, 전투 기지라서 연구 시설이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어디 있습니까?”

“어···.”


그의 물음에 안드로프가 턱을 매만졌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곤란하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쉘터 지하에 있습니다만···.”

“알겠습니다.”

“그, 연구원이 딱 한 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조금 독특해서, 그,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아, 아니 독특한 수준이 아니라···다, 닥터?”


유화는 안드로프의 염려에 괜찮다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이고는 브리핑실에서 나갔다.

브리핑실에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이동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쉘터 지하로 내려가자 꿉꿉한 곰팡내가 풍겼다.


시베리아. 그것도 북극에 제일 가까운 수비 기지. 지상에 올라와 있는 시설도 콘크리트와 철골로만 지어졌는데 지하에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퍽!

전구도 제멋대로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했다. 특별히 지시하지 않았으나 세나가 시계의 라이트를 활성화 시켰다.

복도를 통과한 유화는 새하얀 불빛이 새어 나오는 한 방을 발견했다.


문을 노크하자 철문이 퉁퉁 소리를 내며 울렸다.

안에서 허둥대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누군가가 문을 열고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어···?”


유화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선글라스였다. 컴컴한 지하에서 선글라스라니? 유화가 의아한 눈으로 선글라스 너머의 하얀 눈을 바라보았다.


“······.”


1분 정도 기다렸을까.

선글라스의 주인은 문틈 사이로 머리를 빼꼼 내민 자세 그대로 한참을 유화를 살피다가 아, 하고 탄성을 흘렸다.


“그, 혹시, 누구···.”

“북극 작전을 위해 시베리아 수비대로 파견된 파일럿, 천유화입니다.”

“어···?”

“안드로프에게 여기가 무기 연구실이라고 들어서 왔습니다. 아닙니까?”

“아, 맞긴, 한데···.”

“도움을 받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자, 잠시만요오···.”


쿵. 문이 닫혔다.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세나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보스. 방금 그 연구원.]

“알아.”

[···괜찮으십니까?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어.”

[알겠습니다.]


세나가 염려한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으나, 유화는 개의치 않았다.

잠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 끼기긱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구실의 문이 열렸다.


“드, 들어오셔요···.”


유화는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연구 시설이 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이미 예상은 했으나, 연구실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딱 중고등학교 교실 크기일까. 귀환자 관리 본부의 검사실이 더 커 보였다.


“혹, 시, 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예.”“아아, 안, 안드로프 대, 장, 님이 말, 하셨나요?”

“조금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그, 게···전부에요?”

“예.”


선글라스를 낀 연구원이 시선을 내리깔며 치마의 좌우 양끝을 잡아당겨 폭을 넓혔다.

세계사 교과서에서나 볼법한 코르셋 치마보다 훨씬 폭이 넓고 긴 치마. 지저분한 연구실 바닥에 질질 끌려 넝마가 된 치마가 들어 올려지자, 그 아래에서 수십 개의 촉수가 꾸물거리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다.

세나가 하려던 말은 그것이리라.


“그, 제가 기괴하거나, 흉측하면···그냥, 그, 메신저 통해서 용건을 전달해주시는 것도···되는데.”


연구원의 말에 유화는 말없이 소매를 걷어 팔뚝 안쪽에 난 새카만 비늘 하나를 보여주었다.

선글라스 너머의 백안이 동그래졌다. 다시 소매를 내린 유화가 말했다.


“귀환잡니까, 아니면 표류잡니까?”


전쟁은 전 세계에 해당되는 일이었다.

오메가가 낙하시키는 거수는 바다에 떨어지므로 바다를 낀 국가가 상대하는 경우가 잦지만, 게이트가 열리는 재앙은 전세계 공통이었다.


당연하게도 귀환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수없이 많았다.


그리고 또 다른 부류, 표류자.

귀환자는 원래 지구의 주민이었으나, 표류자는 그 반대였다. 게이트에 휘말려 이세계에서 지구로 넘어오고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표류자라고 불렀다.

혓바닥이 세 개나 되는 것처럼 발음하는 어색한 러시아어 때문에 유화는 그녀가 표류자임을 확신했다.


“표, 류, 자, 요.”

“바이퍼가 여기 가둬놓은 겁니까?”

“바, 이, 퍼···? 그, 게 누구에요···?”

“표트르. 북해 함대 사령관 말입니다.”

“아···! 그, 가, 둬, 놓, 은 건 아니고···. 기, 회를, 받았어요···.”

“어떤 기회를요?”

“안, 죽, 일 테니까···제, 제가 원래 하던 일···하라고···.”


표류자들 중에도 인간 사회에 적응을 마치고 돌아다니는 이들이 있었다. 당장 전쟁 이전에도 그런 케이스가 몇몇 있었으니까.

하지만 너무나도 눈에 띄는 외형 때문일지, 아니면 연구자로서 가치가 있었는지 그녀는 북극 수비대의 전초 기지의 지하 연구실 구석진 곳에 갇힌 모양이었다.


“원래 연구를 했습니까?”

“네에···.”

“무기 연구를 말입니까?”

“거, 수, 연구, 했었어요···. 무기, 도 그 범주에···있으니까요···.”


연구원이 그렇게 말하면서 선글라스를 벗었다. 흰자만 있는 안구가 퍽 인상적이었다.

유화를 향해 몸을 기울인 연구원이 그의 팔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그거, 그, 보고, 싶은데···.”

“보시죠.”

“아···! 감사, 해요···.”


소매를 걷자 연구원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가슴이 깊게 파인 상의. 상체를 들이민 연구원의 가슴의 피부가 갈라지더니 검은 눈알이 튀어나왔다.


“허억···!”

“다 보셨습니까?”

“네, 에···.”


검은 눈알이 갈라진 피부 사이로 다시 들어갔다. 꽤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상체를 들어 올린 연구원이 흰자뿐인 눈으로 유화를 응시했다.


“저, 랑···비슷, 하시, 네요. 아, 죄송···해요. 기분, 나, 쁘, 셨, 을 것 같은, 데.”

“괜찮습니다.”

“그런, 데, 저는 무슨, 일로···?”

“메카에 탑재되는 무장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 알, 겠어, 요. 어떤, 무장, 을···?”

“고형광선을 뚫을 수 있는 무장이 필요합니다. 제가 생각해둔 게 있는데···.”

“···네, 에?”


연구원이 한 차례 꿈틀거렸다. 가슴 사이의 눈동자가 재차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고, 형, 광선? 제,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요···?”

“고체가 된 빛이라고 하더군요. 경화광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네, 네, 그거요···!”


검은 눈알이 눈에 띄게 커졌다. 연구원이 미끄러지듯 유화에게 다가오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꽤 흥분한 듯 그녀의 말이 빨라졌다.


“이, 론으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 는데, 그게 어디서···!”

“거수가 사용했습니다.”

“아···! 이, 런. 어떻게 그럴, 수가. 아. 아아. 그래, 서요···? 어땠, 나요···?”

“그냥 단단한 것과는 다르더군요.”

“그렇, 죠···! 고체의, 특징을, 가지면서도···!”


빨라진 목소리가 이내 다른 것으로 변화했다. 발음의 문제 따위가 아니었다. 아예 다른 언어, 아마 표류자인 연구원이 원래 사용했을 언어일 것이다.

유화는 가만히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한참 동안 말을 하던 연구원이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새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댔다.


“그, 괜찮···으면. 원래, 입으로···말, 해도, 될까요···?”

“예. 상관없습니다.”

“아, 네···! 그럼···.”


연구원이 입을 다물었다.

그 직후, 등 뒤에서 조금 거칠어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화광은 고체의 특징을 가진 빛이에요. 완벽한 경화광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로도 뚫을 수 없어요. 그런데 완벽한 기술은···지구보다 훨씬 진보한 저희 세계에도 없었어요. 그 수준이 아니라면 경화광은, 그냥 투사체를 굴절시키는 정도일 텐데···.”

“거수들이 다룬 경화광이 그 정도였습니다.”

“그렇죠···? 하긴···그러면 간단해요. 중성자를 이용해서···.”

“······.”

“아, 지구는 중성자를 이용할 기술이 없군요···. 그럼 어떤 무장을···?”

“거수는 인간의 싸움법에 따라 진화합니다.”


유화는 오늘 보았던 광경을 떠올렸다.

해안에 상륙하는 거수들을 향해 화력을 투사하는 메카들. 그 화력 투사가 먹히지 않음에도 계속 쏘아내던 것까지.


“화력을 먼저 쏟아내고 육탄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교리가 잡히니 거수들이 그에 맞춰서 적응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완벽하지 않은 수준이라도 고형광선을 다루는 거수가 나타난 건 그런 이유일 겁니다.”

“흐응···. 그, 래서요?”

“외피를 뚫어내고 내부를 터뜨릴 수 있는 무장을 떠올렸습니다. 천공기나 피스톨 소드 같은 무기인데, 현실성이 있겠습니까?”

“화포에다가, 칼을 다는 건가요···? 재미있네요···.”


어디선가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소리와 똑같이 어깨를 떤 연구원이 말했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 번 해볼까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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