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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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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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DUMMY

콰아앙!

동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다 쓴 플라즈마 캐논이 발사되자 바닷속은 일순간 태양보다도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


심해의 어둠에 그 눈부신 섬광이 사그라들었을 때, 유화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예상을 빗나간 것이었다.


고오오오!

성게 같은 외피 사이로 튀어나온 하얀 아가리.

동력의 30퍼센트를 끌어다 쓴, 워록-2가 낼 수 있는 최대 화력을 뒤집어 쓰고도 외피가 그을음으로 검게 변했을 뿐이었다.


탐조등에 비친 거수가 울부짖던 모습을 노려보던 유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변이인가···.'


그게 아니고서는 말이 안 되는 모습이었다. 성게 같은 생김새가 사실은 실제 머리가 있고 콩벌레처럼 몸을 말았을 뿐이라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러 짐승들의 특징을 갖춘 거수들의 모습을 본 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런 식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징을 가진 거수를 본 것은 딱 한 번 뿐이었다.


'오메가.'


놈이 흩뿌린 살점으로 뒤덮여 있던 달.

흉물이라 불러 마땅한 것들이 기어다니던 곳.


오메가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변이한 개체들이 저런 식으로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변이를 갖추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보스, 무기를 전환할까요?]

"한 번 실험해보자."

[네, 보스.]


탄두를 이용해 터뜨리는 재래식 병기와 비교하는 것이 실례일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갖춘 무기가 플라즈마 캐논이다.

바닷물의 냉기에 위력이 반감되는 것을 감안해도 캐논이 더 위력적이었으나 외피를 뚫지 못하는 이상 더 접근하거나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


구우웅.

오른팔 캐논암의 팔뚝 부분이 크게 회전했다. 잠깐 앞으로 뻗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다시 철컥 소리를 내며 포열이 재정렬 되었다.


카르륵.

포구 끝부분이 쇳소리를 내며 회전했다. 뭉툭했던 끝부분이 늘어나며 구경장이 길어졌다.


트드드득!

방패에 꽂혀 있던 촉수가 뽑혀져 나왔다. 촉수를 회수한 거수가 분노에 찬 울부짖음을 내지르며 수십 개의 촉수를 동시에 뻗어왔다.


촉수들은 마치 바다의 어둠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워록-2를 노리고 몰려들었다.


"세나, 경로 예측해."

[네! 행동 패턴을 분석합니다!]


유화는 오른팔을 들어올리고 방패로 물살을 가르며 왼팔을 휘둘렀다.

가슴께를 노리던 촉수들이 방패에 가격당해 바닷속에서 늘어졌다.


그러나 남은 촉수가 하나.

쳐낼 수 있을 만큼 쳐냈으나 본체 뒤에 숨겨져 있던 촉수 하나가 쇄도해왔다.


콰드드득.


[보스! 장갑이···!]


촉수가 가슴부의 장갑을 뚫고 파고 들었다. 고막을 울리는, 철갑을 분쇄하는 소리. 유화는 바이저에 뜬 피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워록-2의 가슴에는 동력을 생산하는 시설이 있었다. 만약 이 시설이 망가진다면, 비상 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15분 내외.


[외부 장갑이 돌파 당했습니다! 내부 장갑은···.]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이미 기세가 죽었다. 내부 장갑도 뚫지 못하리라.


"세나, 냉병기도 만들 수 있어?]

[예···? 가, 가능합니다.]

"바로 시작해."

[예, 보스.]


그렇게 대답하는 세나의 목소리에 긴박함이 묻어났다.

직후 왼팔에 부착된 방패의 변형 금속이 해체되었다. 유화는 손을 한 차례 쥐었다 편 후 촉수를 붙들어 뽑아냈다.


[즉시 작업을 시작합니다.]


세나는 변형 금속을 이용해 새로운 무장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건랜스. 새롭게 갖춰야 할 무장.


그 무장의 하위 설계에 포함된 형태의 검.


세나는 그 형상을 '상상하면서' 프로토콜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콰앙!

그 순간 워록의 캐논암이 폭음을 터뜨리며 쏘아낸 탄두가 거수를 향해 뻗어져 나갔다.


[보스···? 제가 제어하면 되는데···.]

"하던 거나 해."


왼팔 장갑이 꿰뚫리며 일어난 경보음이 콕핏을 시끄럽게 울렸다.

하지만 유화는 그런 경보음을 전혀 개의치 않고 뻗어져 나온 촉수를 팔로 걷어내고 캐논으로 터뜨렸다. 일체의 행동에 망설임이 없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시뮬레이터에서 줄곧 분석해온 행동 패턴.

적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고, 대응하는 행동 양식.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는 천유화의 고유한 싸움법.


이길 것이다. 최소한 지지는 않을 것이다. 세나는 그것을 상수로 삼고 가장 기본적인 제어 보조를 제외한 모든 사고 회로를 프로토콜 형성에 집중 시켰다.


[완성했습니다, 보스!]


보편적인 형태의 냉병기는 아니었다. 왼팔에 부착되는 방패를 좌우로 갈라 반만 살린, 반월 모양의 검이었다.


다소 뭉툭한 방패의 모서리와 달리 변형 금속의 성질을 이용해 절단면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팔뚝의 선을 타고 내려오는 거대한 칼날이 워록의 캐논암을 감싼 순간이었다.


"오케이."


조용히 중얼거린 유화가 자세를 낮추었다.


촉수들이 다시금 몰려들었다.

유화는 이미 파손된 왼팔을 방패 삼아 촉수를 막아내고 검을 휘둘러 나머지 촉수들을 베어냈다.


날카로운 단면이 촉수들을 단숨에 절단해냈다. 잘려나간 촉수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피가 워록-2의 기체를 뒤덮었다.


거수는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그 울음소리는 바닷속을 진동시키며 유화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동력 전환. 패턴 분석 완료. 시야를 적 공격에 맞춰 따라가겠습니다.]


남은 촉수는 넷.

팔을 안에서 밖으로 원을 그리듯 움직여 촉수 하나를 베어냈다.


그 사이 발전기에서 생산된 동력이 돌기 시작했다. 온몸에 힘이 실리는 것이 느껴졌다.

바닷물을 헤치며 접근하는 워록의 도신을 노리는 촉수. 가시가 돋친 날카로운 끝부분이 칼날을 깨부쉈다.


[복구합니다!]


세나의 외침과 함께 변형 금속들이 다시 풀려나와 파괴된 부분에 스며들듯 결합되기 시작했다.

부서진 적이 있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온 칼날. 유화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구오오오!


변이 탓일까. 놈은 포효를 내지르면서도 달아나거나 더 격렬히 움직이진 않았다.

본래 촉수만 움직일 수 있는 놈이 대가리만 변이한 것이리라.


만약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면 저 상어 같은 외형에 맞는 육신을 갖추게 되었겠지.


유화는 그렇게 분석하면서 놈을 향해 착실히 접근했다. 최후의 발악 같은 촉수의 움직임. 멀리 뻗어져 나간 촉수가 워록-2의 후방을 노리고 다가왔다.


[어···!]


워록의 장갑이라면 버텨낼 것이다.

그렇게 계산한 유화와 달리 세나는 적잖이 당황한듯 놀란 목소리를 흘렀다.

바이저에 비치는 시야가 순간 후방으로 전환되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세나가 무언가를 바쁘게 제어하고 있었다.


[바, 방패를 구축합니다!]


그런 외침과 함께 등 뒤에서 변형 금속이 풀려나왔다.

방패의 반 밖에 되지 않는 크기의 칼날. 그것을 구축하고 남은 변형 금속이었다.

발전기 옆에 부착되어 있었던 변형 금속들이 해체되며 직사각형 모양을 갖추었다.


콰득!

촉수는 사각형 방패를 뚫어내긴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발전기의 외부 장갑에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최후의 발악이 마무리되었다.


유화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움직였다.


팔을 ㄴ자로 만들어 굽히고서 상어 같은 거수의 복부를 노리고 팔을 쳐올렸다.

날카로운 칼끝이 거수의 외피를 갈랐다. 유화는 오른팔을 깊게 처박은 상태로 캐논암을 활성화했다.


지이잉.

캐논의 포신 끝부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탄환 가속기가 최대 출력으로 가동되었다. 칼끝을 밀어올려 거수의 신체 깊숙히 캐논을 처박고, 터뜨렸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체내에서 쏘아진 탄환이 거수의 뇌를 뭉개놓았다. 새까만 핏물이 흘러나오며 내부가 박살난 거수의 몸뚱이가 바닷물 속에서 힘없이 떠내려갔다.


[보스, 블랙팬서 편대가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교전?"

[네. 통신에 접속하겠습니다.]


치지직. 무선 채널에 접속하는 동안 유화는 메카의 손상 정도를 확인했다.


흉부 장갑은 외부 장갑이 관통 당했고, 내부 장갑은 절반 정도 파괴 당했다.

왼팔은 외부 내부 장갑이 다 뚫려 있었지만 가동에 문제는 없었다. 정 급하면 변형 금속으로 방패를 장착 시키면 될 것이다.


다만 거슬리는 것은, 메카의 가동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동기화율은 안정적으로 85% 선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팔다리가 조금씩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원인이 뭐지? 불쾌함에 유화가 미간을 일그러뜨리는 순간 세나가 말했다.


[통신 연결되었습니다.]


유화는 블랙팬서 파일럿 간의 대화에 끼어 들지 않고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집중해서 들었다.

대화가 빠르게 오가고 있었다. 오데사, 귀에 익은 콜사인이 들려왔다. 안드로프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유화가 상대한 개체를 제외하고 소나에 거수가 잡힌 모양.

해당 위치를 향해 포를 발사해 요격을 시도했고, 어뢰가 적중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한 모양이었다.


"여기는 닥터."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목소리를 낸 순간 통신이 고요해졌다.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론을 파괴한 괴물 새끼를 사냥했다. 다른 거수의 주의를 끌고 섹터2로 복귀한다. 이상."


불쾌함이 느껴지는 말투에 명령조를 섞어서 말했으나 불만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유화가 거수와 교전하는 사이 블랙팬서에 탑승한 파일럿들은 보이지도 않는 거수 때문에 발만 구르고 있었으니.


[통신 종료하겠습니다.]


세나가 통신을 종료했다. 유화는 그 사이 오른팔을 어두운 심해 속 아무 방향을 향해 조준했다.


콰앙!

폭음과 함께 쏘아져 나간 포탄 한 발. 유화는 폭발하는 것을 보지 않고 몸을 돌렸다.

이내 더 큰 폭음과 함께 묵직한 충격파가 워록을 덮쳤다.


충격파가 메카를 살짝 진동 시킨 순간, 유화는 메카의 가동 능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뭐지?

고개를 기울인 유화가 말했다.


"세나, 메카 주변 시야 확보해."

[네. 보스.]


평소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광각 렌즈들이 활성화되며 메카 주변의 광경을 비추었다.


핏방울.

검은 핏방울들이 물에 섞여 흩어지고 있었다.


"거수의 피가 달라붙은 채로 얼어붙은 건가···?"

[메카의 표면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거수의 혈액에 담긴 양분이 메카의 표면에서 급속도로 얼어붙어 가동에 제한을 발생시키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 저장해놔."

[네. 보스.]


세나의 대답을 들은 그는 천천히 해변 위로 올라갔다.


먼저 올라간 블랙팬서 편대를 지나친 유화는 전투 진영을 짠 메카의 후방에 세워놓고 동기화를 해제했다.


콕핏에서 내려온 그는 통신을 켜 안드로프를 불렀다.


"안드로프."

-예, 예, 닥터!

"오늘 작전 끝나면 파일럿들을 한 번 소집시켜 줄 수 있습니까?"

-예···? 가능합니다. 그런데 파일럿들은 왜···.

"제가 안드로프 대장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파일럿들의 기량을 제가 직접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이런 종류의 작전이 처음이기도 하고, 소나에는 잡히는 거수가 보이지 않으니 당황한 건 그렇다치고, 그것 때문에 아군이 교전 중인데 기본적인 지원도 없었다는 건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이걸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최소한 믿을 만한 실력의 파일럿들에게 등을 맡기고 싶었다.


-자리를 한 번 마련해보겠습니다.


마른 침을 삼킨 안드로프가 그렇게 대답했다.


작가의말

연재 시간 수정하겠습니다... 자꾸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수정한 뒤엔 정시 연재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추천과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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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북극 작전 +6 24.09.01 6,725 140 14쪽
33 북극 작전 +6 24.08.31 6,885 147 14쪽
32 북극 작전 +7 24.08.30 7,017 145 12쪽
31 북극 작전 +4 24.08.29 7,215 153 14쪽
30 슈퍼스타 +7 24.08.28 7,286 163 13쪽
29 슈퍼스타 +6 24.08.27 7,271 146 15쪽
28 슈퍼스타 +8 24.08.26 7,325 152 14쪽
27 슈퍼스타 +10 24.08.25 7,625 147 13쪽
26 슈퍼스타 +3 24.08.24 7,719 1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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